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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_Europe/Switzerland

루체른 시내 관광, 빈사의 사자상부터 무제크 성벽까지..

by 맨큐 2017.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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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산 등반 다음날 아침. 정상까지 걸어서 등반했더라면 피곤해서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없었겠지만, 힘든 코스는 대부분 기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예정했던대로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호텔 조식을 즐기는 호사 정도는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익스프레스 바이 홀리데이 인 루체른' 호텔의 조식당. 온톤 그린색으로 페인트칠된 벽을 보니,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때 찾아갔던 유스호스텔에 온 듯한 착각이..그나마 식당 군데군데에서 아침식사 중인 외국인들 덕분에 여기가 경주나 부여가 아닌 스위스 루체른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 내에 투숙객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인지, 저희가 조금 이른 시간에 일어난 것인지 레스토랑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칼로리가 높다는 이유로 평소엔 잘 먹지도 않던 크로아상 같은 빵을 잔뜩 가져와 배를 채웠습니다. 어차피 여행 중엔 꽤나 오랫동안 걸어야 하니 이 정도 칼로리는 괜찮겠지 싶은 마음이었는데, 막상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체중을 재보면 십중팔구는 여행 전보다 몸무게가 늘어나 있었던 것을 보면 전 여행 중에 섭취한 칼로리를 과하게 비축해 두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ㅎㅎ 분명 하루에 이만보 이상씩 걸었는데도 말이죠.


여행 다니면서 처음 본 에그 홀더. 갓 삶아 뜨거운 달걀을 보관할 때 사용하라고 만들었나 봅니다. 예전에 여행 다녔을 때 투숙했던 호텔들에도 비치되어 있었을 것도 같은데, 그 때는 호텔이라 하면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 이것저것 사용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해 제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어렸을 때 여행 중에 호텔에 묵게 되면 조식 레스토랑에서 그냥 커다란 접시에 이것저것 담아와 배를 채울 생각만 했을 테니까 말이죠. 물론 지금도 여전히 조금 고급스러운 호텔에 투숙할 일이 있으면 주눅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ㅎㅎ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프런트 데스크로..


체크아웃 중. 언제나 그렇듯 룸 내 미니바는 절대로(!)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체크아웃 중에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없겠습니다만, 혹시나 어리숙해 보이는 동양인 여행객에게 은근슬쩍 추가 비용을 끼워넣을까 봐 체크아웃할 때는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되더라구요. 막상 바가지를 썼던 경험은 한 번도 없었는데도 말이죠. 이번에도 별 문제없이 체크아웃을 마치고, 기차역까지 이동하기 위해 직원에게 콜택시 한 대를 부탁했습니다.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며 콜택시를 기다리는 중..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택시를 타고 루체른 시내로 이동할 기차를 탈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꽤나 어려보이는 운전기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여행 잘 마치라는 작별인사와 기차역까지 바래다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은 후 기차를 타러 발길을 옮기는데, 갑자기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택시가 사진 속 저 위치에서 뭔가 공중에 붕 뜬 듯한 느낌으로 움직이지 않고 서 있더라구요.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저희가 기차를 타는 순간까지 지켜보려는 의도인 걸까 하는 착각을 시작하려던 그 순간, 그렇게 해맑았던 운전기사님이 세상 다 잃은 것 마냥 일그러진 얼굴로 택시에서 내리더라구요.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확신하기도 전에 운전기사님이 먼저 저희에게 긴급히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오랜만에 손님을 태워서 신났던 것인지, 아니면 너무 이른 아침에 일어나 피곤한 마음에 집에 얼른 돌아가서 쉴 생각이었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도로 위에 박혀있던 돌부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냅다 차를 돌리다가 차량 하부에 저 돌부리가 걸리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셋이서 힘을 합쳐 택시를 밀어낸 끝에 돌부리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던 택시를 겨우 꺼낼 수 있었습니다. 난처한 상황에서 자기를 도와줘서 고마운 마음과 (저희를 손님으로 태운 바람에!) 소중한 택시에 손상을 입어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드러났던 운전기사님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ㅎㅎ


기차를 타고 루체른 시내에 도착. 이 날은 루체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코스 중 하나인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 갈 예정이었습니다. 카펠교를 배경으로 바삐 걸음을 움직이는 사람들. 관광객들인지, 루체른 지역 거주민들인지 모르겠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묘한 우월감을 느끼곤 합니다. 평소처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장소로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날 때만 드러나는 일탈이 아닐까 싶습니다만..ㅎㅎ


독일어를 몰라도 길거리 곳곳에 설치된 안내 표지판을 보면 '빈사의 사자상'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친절하게 사자상 그림이 같이 그려져 있으니까요. '빈사의 사자상'이 뭔지 몰라도 표지판에 그려진 사자 그림을 보면 '아, 이 동네에만 있는 특이한 건가 보다' 싶어 찾아가는 관광객들도 꽤나 많을 것도 같습니다.


표지판을 보며 길을 찾고 있는 관광객들.


안내 표지판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빈사의 사자상'. 이 즈음 한창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었는데, 저도 스위스를 여행하기 직전에 <꽃보다 할배 : 유럽편>을 감상하고 나서야 이 '빈사의 사자상'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 아마 방송을 보지 않았더라면 여행을 마친 지금까지도 '빈사의 사자상'이라는 명물이 있다는 걸 몰랐을 수도 있겠네요.


아침 일찍부터 '빈사의 사자상'을 찾은 관광객들.


'빈사의 사자상'은 프랑스 대혁명 시절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혁명군과 싸우다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조각한 사자상이라 합니다. 1527년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가 교황청을 비롯하여 로마 전역을 약탈한 '사코 디 로마(Sacco di Roma)' 사건 당시 수많은 용병 집단 중 유일하게 끝까지 남아 교황을 지키려 했던 스위스 용병들의 충성스러움과 용맹함을 이 곳 '빈사의 사자상'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어떤 책에선가 프랑스 대혁명 중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냐'라는 명언(?)을 남긴 것으로 배웠는데, 요즘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저런 말을 한 적이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정치적 희생양이었다는 설이 훨씬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는 (언제 작성하게 될지 모를) 오스트리아 여행기를 통해서 더 자세히 다룰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어느 순간 몰려든 단체 관광객들.


개 출입금지 표시인가 봅니다. 수많은 애완동물 중에 굳이 개만 출입금지시킨 이유가 무엇인지..ㅎㅎ


'빈사의 사자상'을 찾는 관광객들 중 한국인들이 꽤나 많은가 봅니다. '빈사의 사자상' 근처 레스토랑을 보니 익숙한 한글 메뉴판이..ㅎㅎ


"한국인을 위한 특별 써비스"는 바로 "쌜러드 무료"!!! 한국어로 주문해야 특별 써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


이제 부근에 있는 '무제크 성벽'을 구경하러 갈 시간입니다.


무제크 성벽 입구. 무제크 성벽은 루체른을 요새처럼 둘러싸고 있는 성벽으로 13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벽 같은 느낌이랄까..꽤나 튼실해 보이는 성벽입니다.


성벽 안쪽으로 들어서면 이렇게 푸른 잔디밭이 펼쳐집니다. 성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현대에서 갑자기 중세시대로 넘어온 듯한 느낌입니다. 겨울이 되면 '왕좌의 게임' 속 북부 가문의 등장인물들이 모여 훈련을 하고 있을 것 같기도..


성벽 위에 올라서면 루체른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벽 위에 올라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충분히 힘든 상태였거든요.


성벽 안쪽 산책중...


한참을 걸어다닌 뒤라 목이 말라서 물이 마시고 싶었는데, 그래도 기분상 저 입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먹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식수인지도 불확실했고 말이죠.


성벽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시겠죠? 엄청나게 높습니다.


무제크 성벽 관광 중인 사람들. 타워 꼭대기에는 파수꾼 조각이 성벽을 지키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실제로 경계병이 보초를 서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 같네요.


무제크 성벽을 빠져나와 다시 루체른 시내로..


1689년에 지어진 담벼락인가 봅니다. 아스팔트 도로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


카펠교 근처 공터에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낮에 다시 찾은 카펠교. 밤에 본 낭만적인 분위기의 카펠교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밤에 카펠교를 봤을 땐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들보 위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 한 장 한 장이 지니는 의미도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고, 꽃으로 장식된 난간을 보며 왠지 모르게 사랑에 빠져야 할 것 같았는데 말이죠. 낮에 보니 그저 오래된 나무로 만든 무미건조한 흔한 다리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감성이 무뎌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ㅎㅎ


그래도 저와 다르게 수많은 관광객들은 카펠교의 운치를 즐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모터보트 한 대가 카펠교 쪽으로 접근하길래 뭐하나 싶어 보고 있으니 교각 부근을 살피고 가더라구요. 아마 수시로 이상이 없는지 체크를 하는가 봅니다.


카펠교까지 보고 나니 슬슬 허기가 느껴져서 점심을 먹으러 맥도날드를 찾았습니다. 굳이 스위스까지 가서 맥도날드를 왜 가냐 싶으시겠지만, 스위스 물가도 물가지만, 딱히 먹고 싶었던 스위스 전통 음식도 없었기에 그냥 저렴한 가격으로 적당히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선택!


맥도날드를 찾은 김에 화장실까지 무료로 이용해야죠. 유럽 같은 경우 공공 화장실은 유료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렇게 식당을 찾을 때 꼭 화장실을 이용해야 합니다. 매장 내 화장실의 경우 영수증을 통해 화장실 비밀번호를 알려줘, 최대한 자신의 매장 내에서 돈을 지불한 사람들만 화장실을 이용하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만..그래도 어떻게든 공짜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더라구요. ㅎㅎ


only for guests!


맥도날드 매장 치고는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테리어 입니다. 화장실에 다녀오기 전에는 이렇게 고급스러워 보이는지 눈치채지 못 했습니다. 나름 급해서..


주문한 빅맥 세트.


음, 샐러드도 추가로 시켰나 봅니다. 4년 전 일이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사실 한국에서도 햄버거는 잘 안 먹는 편인데, 꼭 이렇게 해외에 오면 맥도날드 같은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먹고 싶어지더라구요. ㅋㅋ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초딩 입맛은 변치 않을 모양입니다.


너겟도 시켰었나 보네요. 많이 배고팠나 봅니다. ㅎㅎ


감자튀김! 맥주 한 잔과 함께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배는 든든하게 채웠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한 끼였습니다. 10유로 남짓한 돈으로 이 정도 퀄리티의 식사를 하기 어려운 곳이니 만큼..ㅎㅎ

취리히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저녁 출발 예정이었으므로 애매하게 남은 시간을 어디에서 보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루체른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취리히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빨리 취리히 공항으로 이동해 라운지에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왕 유럽까지 왔는데 특별히 계획한 일정이 없어서 빈둥거릴지언정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조금 더 크더라구요. ㅎㅎ


프랑스&스위스 여행기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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