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는데, 하늘 위로 여전히 해가 떠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몽생미셸 야경을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해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바닷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니 꽤 쌀쌀해서 무작정 밖에서 기다릴 수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결국 잠시 숙소로 돌아가 쉬다가 필요한 물품들(이라고 해 봤자,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겉옷 정도)을 챙겨 다시 나오기로 했습니다. 야경 사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삼각대를 챙겨와야 하기도 했구요. 전 어지간한 야경 사진은 손각대로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조그마한 미니 삼각대만 하나 챙겨갔었는데, 나중에야 판단 미스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럴 때 사용하려고 제대로 된 삼각대도 구입했건만, 무겁다는 이유로 챙겨가질 않았더니..ㅠㅜ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던 몽생미셸 입구. 일몰 시간이 이렇게 늦을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 해서 약 30분 정도 인근을 배회하다가 포기하고 숙소로 리턴.
밤 늦은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몽생미셸을 오가는 사람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던 몽생미셸의 하늘. 석양마저도 구름에 가려져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수많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양 옆 갓길을 포함한 2차선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만드는 바람에 육지와 섬 사이가 가로막히면서 점차 바닷물이 들어올 수 없게 되었고, 몽생미셸은 점차 육지화되고 있었다 합니다. 이로 인해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긴 몽생미셸만의 독특한 풍경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지난 10년간에 걸쳐 복원작업이 진행되었고, 얼마 전인 2015년 5월 복원공사가 완료되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공사가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위와 같은 2년 전에 봤던 거친 풍경은 찾아볼 수 없겠죠? ㅎㅎ
숙소로 돌아가 잠시 쉬다가 다시 밖으로 나올 계획이었는데, 피곤해서인지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가위에 눌린 것 마냥 마음 속으로는 계속 나가야지, 나가야지 하면서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계속 침대에서 밍기적 거리다가 옷을 챙겨입고 겨우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마 같이 여행 중이던 동생은 이 때 짜증 좀 났을 듯 한데, 잠깐 사이에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져서 어쩔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ㅠㅜ 갑작스레 두통과 함께 한기가 찾아오는 바람에 몽생미셸 야경이고 뭐고 그냥 이대로 잠들어야겠다 싶었거든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바깥으로 나오니 해는 이미 완전히 저물어 차가운 밤공기는 푸르스름한 기운을 띄고 있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다시 바깥으로 나와 조명빛에 물든 몽생미셸을 보니 잠시나마 아팠다는 사실조차 잊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내 차가운 바닷바람으로 인해 다시 몸을 움츠리고 괜히 나왔나 후회하긴 했지만요. ㅎㅎ 9월이었음에도 바람이 겨울 못지 않게 매서웠습니다. 챙겨갔던 미니 삼각대가 바람에 쓰러질 정도로 말이죠.
결국 비상시를 대비해 챙겨갔던 미니 삼각대는 포기하고 손각대를 이용해 야경 사진을 찍었는데, 거친 바람에 제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찍은 사진의 결과물이 썩 좋지는 않더라구요. 이럴 때 사용하려고 구입해둔 제대로 된 삼각대를 챙겨가지 않았던 것이 무척 후회스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야경 사진을 한 장이라도 건지기 위해 찬 바람 맞아가며 조금이나마 바람이 멈추는 타이밍을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었으나..역시 손각대로는 무리였습니다. ;; 몽생미셸의 아름다운 야경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왔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아쉬웠던 순간..
같이 여행을 갔던 동생은 좀 더 남아서 야경 사진을 찍기로 했으나, 전 도저히 더 버틸 수 없겠다 싶어서 몇 장만 더 촬영하고 혼자서 숙소로 돌아와서 그대로 정신없이 곯아 떨어졌습니다. ㅎㅎ 다행히 호텔 방 문을 열어둘 정신은 있어서 사진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동생이 방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눈을 뜨니 어느새 다음날 아침. 언제 아팠냐는 듯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고 나니, 어제 조금만 더 참고 사진을 찍을 걸 하는 아쉬움이 몰려 왔습니다. 함께 여행했던 동생이 삼각대를 이용해 찍은 몽생미셸 야경 사진을 보고 나니 더더욱..ㅎㅎ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았던 몽생미셸에서의 1박이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갈 기회가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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