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호텔에서 1박만 투숙하게 될 경우 이튿날 아침은 항상 정신없이 지나가곤 합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을 때는 밖으로 나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체크아웃하는 것에 대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호텔 방에서 뒹굴며 느즈막히 일어나 여유를 부리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라는 핑계로 침대 위에서 한참을 밍기적대다가 보장받은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야 짐을 챙겨 나오곤 합니다. 대부분의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12시이기 때문에 오전 일정은 거의 포기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반나절 일정을 버리는 것인데, 더 이상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늙어서 그런 건가 싶네요..
전날 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몽생미셸 야경 사진을 건지기 위해 고군분투(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사진은 건지지 못했습니다만..)한 결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 상태는 거의 최악이었습니다. 그냥 계속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 반, 야경 사진을 못 건졌으니 산책이라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마음 반이었는데, 함께 여행 중인 일행이 있었기에 마냥 게으름을 피울 순 없겠다 싶어 체크아웃을 하고 몽생미셸 투어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정말 불개한 상황이 아니라면 함께 여행을 하는 일행과는 같은 일정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서요.
고작 몇 시간 머물렀을 뿐인데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호텔 방..산책을 마치자마자 바로 체크아웃을 해야 했기에 널부러진 개인 물품들을 캐리어에 차곡차곡 정리한 후 레 테라세 플라르(Les Terrasses Poulard) 호텔 방을 나섰습니다.
돌아다닐 때 지도가 필요할 정도로 넓은 지역은 아니었기에 호텔을 나서자마자 발길 닿는대로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걷다 보면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딘가(아점을 어디서 먹으면 좋을까..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가 눈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ㅎㅎ
파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아침부터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몽생미셸을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이구요. 저희처럼 어제밤 몽생미셸 내 호텔에서 1박을 한 후 돌아가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공사 중일 때여서, 바닷물이 빠져나간 후 짙은 회색의 갯벌이 드러나 조금은 황량한 모습입니다.
꼭대기에 위치한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에 본 마을 공동묘지.
공동묘지에서 고개를 들면 바로 위에 수도원이 보입니다. 수도원도 복원 공사 중인 모습입니다.
수도원 위까지 올라가 볼까 하다가, 일단은 식사를 해결하는게 먼저일 것 같아 몽생미셸 입구 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여기저기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저희와 달리 바삐 움직이는 몽생미셸 관광객들. 이른 아침부터 이동하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연신 두리번 거리며 몽생미셸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입니다. 이 곳에서 1박을 했다는 생각에 제가 마치 몽생미셸 거주민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졌던 순간이었습니다. ^^;
영업 준비 중인 라 메르 풀라르(La Mere Poulard). 아마도 대다수의 관광객들은 이 곳에서 오믈렛을 주문해서 맛보겠죠? 저흰 인근 레스토랑 대비 살짝 비싼 가격 때문에 포기했지만요. ㅎㅎ
라 메르 풀라르(La Mere Poulard)가 고속터미널역 파미에 스테이션에 입점했다고 하는데, 몽생미셸의 오믈렛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은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지 본점에서도 먹어보지 못했던 오믈렛을 맛보기 위해 "굳이" 한국의 지점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요. ^^;
몽생미셸 거리를 걸으며 가장 자주 마주쳤던 아이템, 프라이팬! 윗쪽에 걸려있는 놋쇠그릇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실제로 오믈렛을 만들 때 사용했던 그릇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ㅎㅎ
몽생미셸 전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출구를 지나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밥집을 찾기 위해 내려온 것인데, 막상 내려오니 사진 욕심이 생겨서 아침식사는 잠시 뒷전이 되어버렸스빈다.
이 시간에 몽생미셸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당일치기로 관광을 하러 온 사람들인지 백팩 하나 메고 온 경우가 많은 반면, 몽생미셸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숙박을 하고 가는 사람들인 듯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날 야경을 찍었던 곳 즈음에 도착해 촬영 모드로 돌입! 간밤에 컨디션이 영 저조해서 야경 사진을 대충 찍고 말았는데, 아침에 산책을 하면서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나니 그제야 간밤의 조악했던 야경 촬영 결과물에 대한 안타까움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구요. 몽생미셸 사진도 찍고,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다 보니 점점 배가 고파지면서 식당을 찾으려던 본래의 목적을 깨닫고 다시 수도원 내로 들어갔습니다.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관광객들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아주머니들.
수도원 입구. 수도원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본당 입장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저희는 골목길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몽생미셸을 방문한 본전은 뽑은 것 같다고 판단했기에 수도원 본당 입장은 그냥 패스했습니다. 입장료 몇 유로가 아까워서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ㅠㅜ
수도원을 향해 몰려드는 관광객들.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관광객들인지 무리를 지어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는 모습입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꽤 많이 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중국인 관광객들 만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최근 몇년 사이에 급증한 듯한 느낌입니다.
수학여행을 온 것으로 보아는 학생들.
썰물일 때여서 갯벌이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갯벌 위에 쓸쓸히 서 있는 조그마한 바위섬. 밀물 때면 완전히 잠길 정도의 높이인 것 같습니다.
산책도 끝났고, 사람 구경도 지쳤으니 이제 슬슬 아점을 먹으러..
근처 레스토랑 중 분위기 괜찮아 보이는 라 누벨 테라스(La Nouvelle Terrasse)라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저희가 개시 손님이었던 상황. 테이블에 앉자마자 뭘 먹을까 고민해 봤으나, 무거운 요리를 먹기엔 배가 부를 것 같아 무난하게 또 다시 오믈렛을 시키기로...했다기보다는 메뉴에 적힌 메뉴가 뭐가 뭔지 몰라서 안전하게 오믈렛을 시키기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
들고 다니느라 무거웠던 카메라는 잠시 테이블 위에 놓아두고 메뉴 주문부터..
하지만 주문한 음료수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카메라를 집어들고 사진을 난사하기 시작합니다. 카메라 들고 여행하는 사람들의 직업병 같은 버릇이라..ㅋㅋ
오믈렛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고, 오믈렛 2개를 시키기에는 물릴 것 같아 다른 하나의 메뉴는 딸기잼 크레이프로..
하지만 크레이프 역시 계란으로 만든 요리라는 건 함정. ㅎㅎ 딸기잼이 조금 부족해 보이긴 하나, 먹을만 했습니다. 지난 밤에 이어 가벼운 요리를 주문했더니 위가 다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차라리 배부르게 제대로 된 요리를 주문할 걸 그랬나 싶긴 했습니다. 최근 조류독감이 유행하는 바람에 달걀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황송한 요리이긴 하지만요. ㅎㅎ
전날 밤에도 먹었던 오믈렛~ 그저 배만 채우면 만족하는 제 저렴한 입맛으로는 전날 먹었던 오믈렛과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한참이 지나서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라 누벨 레타스(La Nouvelle Terrasse)를 검색해 본 결과, 관광객들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와서 먹는 식당이라는 평이 있었던 것을 보고 '아, 그래도 아점을 먹으러 우연히 들어간 것 치고는 나름 괜찮은 곳을 골랐네'라고 뒤늦은 안도의 한숨을..ㅎㅎ 입맛이 저렴하면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식당 평가에 기분이 죄지우지되곤 합니다. ^^;
아점을 먹고 나서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몽생미셸을 떠날 채비를 합니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 맑게 갠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셔틀버스를 타고 고속버스 정류장까지 이동~
몽생미셸로 이동할 때 구입했던 왕복 버스 티켓. 왕복으로 구입하셨다면 잃어버리지 않게 잘 보관하고 계셔야 합니다.
파리로 돌아가는 것은 몽생미셸로 올 때의 역순.
렌 역까지 이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렌 역에서 기차를 타고 몽파르나스 역까지 이동하면 됩니다.
렌 역에 도착하니 그새 비가 내렸는지 바닥이 촉촉하게 젖어있었습니다. 렌 역 근처를 돌아다녀볼까 하다가 기차 출발시간도 애매하고, 배도 출출하고 해서 뭐라도 사 먹을 겸 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역사 안 카페테리아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후다닥 먹어치우고 파리로 향하는 TGV에 몸을 실었습니다. 파리에 도착하면서 프랑스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스위스에서의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지난 스위스 여행 때 가 보지 못했던 루체른을 방문하기 위해서였죠. ㅎㅎ 파리 및 몽생미셸에서 각각 1박으로 짧은 일정이어서 풍경 사진 찍고, 오믈렛 몇 번 먹고 나니 끝나버린 듯한 기분이어서 약간 아쉽긴 했습니다. 루체른에서는 좀 더 흥미진진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며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해 보겠습니다.
프랑스&스위스 여행기 다시 보기
- 다시 한 번 프랑스, 그리고 스위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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