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_Europe/France

프랑스 카페 문화의 중심지 몽파르나스 카페 기행 #1. '라 로통드(La Rotonde)'

by 맨큐 2014. 5. 23.
반응형

호텔 찾아 삼만리. 이튿날 몽생미셸로의 이동을 고려해 몽파르나스역 근처에 위치한 호텔을 예약했는데, 다음날 몽생미셸로의 이동 동선만 생각하고, 정작 파리에서 묵어야 할 호텔의 정확한 위치를 미리 파악해 두지 않아 한참을 헤맨 끝에야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함께 했던 동생이 데이터 로밍을 신청해서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면서 찾아갈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저녁 내내 길거리를 헤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몽파르나스는 프랑스 파리 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빅토르 위고의 걸작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델이 바로 몽파르나스 주민들이었다고 하네요. 지금처럼 번화한 몽파르나스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빈곤했던 지역이 지금의 모습을 찾게 된 것은 20세기 초반 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피카소, 헤밍웨이, 모딜리아니 등 지금은 거장이라 평가받는 당대 예술가들이 이 곳 카페로 모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이리저리 헤매는 사이 어느새 호텔에 당도했습니다. 몽파르나스의 카페 이야기는 체크인하고 나서 다시..




파리에서의 1박을 묵게 될 로얄 생제르맹 호텔(Hotel Royal ST-Germain). 체크인을 위해 잠시 로비에서 대기중에 한 컷. 대부분의 저렴한(!) 유럽 호텔들이 그렇듯, 동남아 휴양지들의 흔한 으리으리한 규모, 휘황찬란한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멉니다. 우연히 여러 명의 투숙객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예상될 정도로 로비도 작구요. 유럽에서 동남아 리조트와 같은 종류의 호텔에서 숙박하고자 한다면 엄청난 금액을 감수해야 할 듯..




체크인을 마치고 나니 프런트에 있던 직원이 포켓 사이즈의 파리 시내 관광지도를 건네 줍니다. 파리에서 오래 머물 요량이라면 무척이나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파리에 머무르는 날은 단 하루 뿐이어서 호텔에 짐을 푼 후 저녁에 뭐할까 고민할 때 잠시나마 지도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각각 여행용 가방 1개씩을 동반한 성인 남자 2명이 올라타면 옴짝달싹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가 마주한 호텔 룸. 협소한 엘리베이터 공간은 호텔, 특히 유럽 호텔에 투숙할 때마다 겪게 되는 불편함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하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지만요. 처음 방에 들어갔을 때 첫번째로 놀란 이유는 방이 생각보다 넓어서, 그리고 두번째로 놀란 이유는 이 곳이 다락방인지, 호텔 방인지 잠시 헷갈려서(긍정적인 의미로)였습니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때문인지 어린 시절 영화 속에서 봤던 그런 다락방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호텔 찾아 오느라 힘들었던 육신을 침대에 눕힌 채 여행이고 뭐고 그냥 잠이나 잘까 생각하며 뒹굴뒹굴 하기를 몇 분..


잠시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나니 퍼뜩 제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1박을 하긴 하지만, 실제 파리에서 머무는 시간은 24시간이 채 되지도 않는데, 호텔 방에 누워만 있는 건 죄악일 수도 있었거든요.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지도를 펼친 후 대강의 코스를 확인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몽파르나스의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인 '르 돔(Le Dome)'. 이제는 프랑스 카페 문화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인 몽파르나스 내에서도 매우 유명한 카페 중 하나로 빅 4 (르 돔, 라 로통드, 라 쿠폴, 르 셀렉트) 중 하나라 거론되는 곳입니다. 3대 카페 (르 돔, 라 로통드, 르 셀렉트) 중 하나라고 얘기하기도 하더군요. 빅 4와 3대 카페 (이러면 빅 4에는 포함되지만, 3대 카페에서 빠지는 라 쿠폴은 뭐가 되는 건가요?)..


뭐 이것도 순위 만들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말장난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몽파르나스에 위치한 이 카페들은 1920년대 오픈하면서부터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명사들이 즐겨 찾던 안식처들이었다는 것입니다.




호텔에서 나와 '르 돔'을 찾아가는 길에 지나친 '라 쿠폴'. 이 곳 역시 방금 언급했듯 몽파르나스의 유명한 카페 중 하나입니다. 사실 빅4 카페 모두는 몽파르나스의 바뱅 교차로에 인접해 있어서 이 곳을 찾았다면 다른 카페들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라 쿠폴'은 1927년에 오픈했으며, 피카소, 샤갈, 만 레이는 물론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 당대를 대표하던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과 시대를 논하던 카페였습니다. '라 쿠폴' 뿐만 아니라 가까이 있던 '르 돔', '라 로통드', '르 셀렉트'도 마찬가지로 이들의 주요 단골 가게였던 것이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신 분들이라면 피카소, 샤갈, 만 레이, 헤밍웨이, 피츠제럴드가 활동하던 무대가 바로 이 곳이었다를 사실을 눈치 채셨을 수도? ^^




일단 '라 쿠폴'을 지나쳐 목적지였던 '르 돔'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목적지였던 '르 돔'이 있는 것을 발견 !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너 '르 돔'에 입장하려 했으나, 레스토랑 안은 손님이 없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유명하다는 소문이 거짓이었던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브레이크 타임이었습니다. 여긴 카페라기보다는 정말 레스토랑이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르 돔'이 오픈하기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곳이 바로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인 '라 로통드'였습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라 로통드'를 단독 주제로 포스팅을 하게 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치 못했습니다. 몽파르나스에 모여있는 카페들이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거든요. '르 돔' 역시 단순히 해산물이 맛있는 레스토랑이라고만 알고 찾아간 거라..-_-;




카페에 들어가기 전, 많은 사람들이 테라스에 앉아 앉아 커피 혹은 음료를 마시는 것을 보니 '오, 여기도 꽤 인기 있는 곳인가 보네'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 ^^;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야 안 것이지만, '라 로통드'는 구 소련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도 즐겨 찾던 곳이라고 합니다. 왜 소련의 혁명가가 프랑스에서 놀았을까 궁금하던 차에 좀 더 정보를 찾아보니 스탈린과 대립하던 트로츠키가 1927년 공산당에서 제명되고, 급기야 1929년에는 해외로 추방되었는데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이 곳을 즐겨찾았다고 하네요. 물론 트로츠키 같은 혁명가 외에도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 예술가들 역시 이 곳을 보금자리로 삼았었구요.




혁명가와 예술가의 기분을 잠시나마 느껴보기 위해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맥주 한 잔을 주문...한 거라 하면 거짓이겠죠. 이 땐 이 곳이 당대 유명인사들이 즐겨찾던 곳이라는 사실조차 몰랐으니..;;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여행을 할 땐 충분히 사전 조사를 하고 가야 좀 더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다녀와서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겠지만요. ㅎㅎ




목이 칼칼하여 맥주 한 잔씩을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파리에 올 때면 늘 마시게 되는 칼스버그! 그래봤자 두번째...^^;




안주로 제공되었던 올리브.




그리고 땅콩.




1920년대 이 곳에 모여들었던 예술가들과 혁명가들은 이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또 술을 마시며 어떤 얘기를 나누었을까요? 시대를 한탄하며 거창한 논쟁을 벌렸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쩌면 시시껄렁한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떼우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모딜리아니가 이 곳을 찾은 여자 손님에게 작업을 걸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




'라 로통드'에서 바라본 몽파르나스 거리.




멋들어지게 시가를 물고 몽파르나스 거리를 바라보고 있는 노신사.


술에 취한 것인지,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 기분이 상당히 고조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역사적 배경을 조금만 더 알고 방문했다면 테라스에 앉아 맥주 한 잔 기울이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카페 내부의 모습을 좀 더 둘러봤을 텐데, 그러지 못 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몽파르나스 카페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저를 대신해서라도 꼭 카페 안에 장식된 유명인들의 사진과 그림들을 감상하고 오시길 바라겠습니다.


'라 로통드'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어느덧 '르 돔'의 오픈시간이 되었네요. '라 로통드' 기행은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 포스팅에서 '르 돔'에서의 해산물 디너 파티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프랑스&스위스 여행기 다시 보기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