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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홉스굴 호수를 떠나는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토록 직접 와 보고 싶었던 멋진 곳에서 최고의 휴가를 즐길 수 있었지만, 어느덧 홉스굴 호수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그 동안의 휴식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것처럼 밤하늘을 수놓고 있던 수많은 별들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잠시, 홉스굴 호수에 동이 터오기 시작했습니다. 홉스굴 호수의 게르 캠프들은 보통 위의 사진에서처럼 허술한 나무 울타리로 경계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울타리 중간중간 약 50m마다 하나씩 미닫이 문이 설치되어 있으니 출입하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밤 10시 정도가 되면 출입문을 폐쇄하고 아침 7시 정도가 되면 출입문을 개방하는데 출입문의 개방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아무나 침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 물론 침입자들이 있을리 만무하겠지만요.
저는 게르 캠프의 손님이었기에 당당하게 울타리의 출입문을 열고 드나들었지만, 이 날 아침 홉스굴 호수를 보러 나가기 위해 출입문을 열다가 출입문을 고정시켜 둔 철사줄을 부러뜨려 버리고 말았답니다. ^^; 꼬인 철사줄을 서둘러 풀다가 힘을 너무 많이 줘서인지 너무 간단하게 부러져 버리더라구요. 나중에 캠프 매니저에게 죄송하다고 하니 별로 상관없다고 하시더군요. ^^
홉스굴 호수 위로 햇살이 비추고 있습니다. 수평선 위로 태양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홉스굴 호수에 도착한 이후 언제나 그랬듯이 뭉게구름이 호수 위를 뒤덮고 있어 구름 뒤로 살짝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태양의 모습을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얼어붙은 듯 차가운 홉스굴 호수의 푸른 기운에 따뜻한 햇빛으로 인해 서서히 따스한 기운이 녹아드는 듯한 풍경처럼 보이시지 않나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일출 장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옛 생각도 나고, 몽골을 여행하는 동안 겪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고등학생 시절 담임선생님 그리고 반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여행 이후 처음 감상하는 일출이어서인지 저도 모르게 감상에 젖었나 봅니다. ^^
일출을 감상하던 장소에서 게르 캠프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이불을 덮어 씌운 것 마냥 구름들이 게르 캠프 위를 감싸고 있네요. 구름 때문에 산자락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구요. 바로 옆이 호숫가라 습도가 높아서인지 손에 잡힐 것 같은 높이에 구름들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러분들도 그렇게 보이시는지요?
이렇게 멋진 모습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떠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머무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오전 내내 짐 챙기는 것도 뒤로 미룬 채 조금이라도 더 홉스굴 호수의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멋진 홉스굴 호수의 자연경관을 해치는 모험까지 감수하면서 말이죠. :)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생각보다 참 높이 뛴 것 같네요. 저렇게 제 점프력이 뛰어났었나 싶을 정도로..;;;
이왕 자연 경관을 망치기로 한 거 이런 모습으로도..^^ 삼각대 설치하고 카메라 타이머 설정한 후,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서 사진 가장 앞에 보이는 나무 그루터기 위에서 뛰어오르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친구들이 이 사진을 보고는 마치 80년대 광고 달력에나 나올법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
이것은 지금 제가 블로그 메인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위에서 보시는 사진보다 이게 더 마음에 들어서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대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잊고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농담이고 그냥 찍다 보니 이런 사진이 나오더군요. 하하~
맑은 날, 홉스굴 호수의 하늘빛은 참으로 푸르릅니다. 날씨가 흐리지 않으면 항상 저런 아름다운 빛을 볼 수 있으니,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이 곳에 땅을 사서 별장이라도 하나 지어놓고 노후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나라의 가을하늘도 푸르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항상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하지만 테렐지 국립공원에 갔을 때 가이드해 준 분들의 조언에 의하면, 몽골에서는 외국인들의 토지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외국인들이 땅을 구입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몽골인 명의로 계약을 해야 한다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관심 있으면 자신들 명의로 투자해 볼 의향 없냐고 하시더라구요. 큰 돈이 아니더라도 꽤 넓은 평원을 소유할 수 있다고 하면서요. 이렇게 아름다운 홉스굴 호수의 시세는 얼마 정도일런지.. :)
밤새 벽난로 앞에 젖은 운동화를 놓아두고 마르기를 바랐지만, 홉스굴 호수의 물을 잔뜩 머금은 상태여서 완전히 마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일단 잠시나마 햇빛에 말리기 위해 바깥에 놔두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비행기를 타러 출발해야 했기에 결국 완전히 말리지 못 했더랬습니다. 채 마르지 않은 상태의 운동화를 그대로 비닐봉지에 넣어서 가져왔는데, 울란바토르 숙소로 돌아와 꺼내보니 악취가 사방을 가득 채우더군요. 운동화가 썩은 줄 알았습니다. ^^;
혼자서 신나게 사진을 찍으면서 놀고 있는데, 캠프 스태프 분께서 딸의 손을 붙잡고 일을 하러 가시네요. 꼬맹이 이름은 '나링그를'인데 다양한 국가에서 여행 온 관광객들과 많이 얘기해 봐서인지 영어를 잘 하더군요. 붙임성도 좋아서 저희랑 곧잘 놀아주었더랬습니다. :)
드디어 홉스굴 호수를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저희를 배웅해 주기 위해 캠프 스태프 분들이 모여주셨습니다. 저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분이 방학 동안 캠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24살(지금은 26살이겠군요.)의 유부남 웨이터입니다. 가장 오른쪽에 계신 분은 게르 캠프의 매니저시구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머무르는 동안 너무나도 친절하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지요. ^^ 사진만 봐서는 누가 몽골인이고, 누가 한국인인지..;;
원래 처음 푸르공으로 저희를 홉스굴 호수로 데려다 줬던 분에게 무릉 공항까지 픽업을 예약했었는데, 마침 캠프 스태프 분께서 공항에 가실 일이 있다고 해서 예약을 취소하고 캠프 분들과 함께 공항까지 이동했습니다. 푸르공보다 약간 더 싼 요금으로 해 주시더군요. ^^;
바로 전날까지 비가 많이 와서 도로가 온통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캠프 분들은 원래 전날 공항으로 가시려고 했는데, 비로 인해 통행할 수가 없어서 이동을 포기해야 했다고 하네요. 나중에 공항에 도착해서 한국인 관광객 분들을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울란바토르에서부터 푸르공을 이용해 홉스굴 투어를 떠났는데 무릉 공항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폭우를 만나는 바람에 홉스굴 호수는 구경도 못한 채, 공항 주변에 발이 묶여 있었다고 합니다. 2박 3일 동안 공항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희는 며칠 일찍 출발한 덕분에 무사히 홉스굴 호수를 즐기고 올 수 있었으니까요.
자신들도 홉스굴 호수를 직접 보지 못 한 아쉬움이 남으셨는지 계속 저희에게 홉스굴 호수가 정말 그렇게 멋지냐고 물어보시더군요. 홉스굴 호수를 담은 몇 장의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정말 훌륭한 곳이라고 답변해 드렸습니다. 저희의 답변을 듣고는 더욱 아쉬워하시는 것 같아 약간 죄송하더군요. 의도치 않게 염장을 지른 것 같아서 말이죠.
무릉 공항으로 가는 도중 '나링그를'이 차 멀미를 한 덕분에 잠시 쉬어갔던 곳입니다. 홉스굴 호수에서 무릉 공항까지는 도로가 험해서 어린 아이들의 경우 여행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과 여행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 여기도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햇빛 쨍쨍한 날이었는데도 워낙 많은 구름들로 인해 대부분의 곳에 그림자를 드리워져 있는 모습이네요.
무릉 공항으로 가는 도중 만난 간이 우체국. 이 곳에서 전화를 할 수 있다고 하길래 잠시 들러 울란바토르 숙소에 전화해서 대강의 도착시간을 알려드릴 수 있었습니다. 교환원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고 허락을 받은 후 전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요금은 전화통화가 끝난 후 지불했는데, 2~3분에 1000원 정도로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며칠만에 다시 보게 된 무릉 공항.
비행기 출발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너무나도 한산한 모습입니다. 이상해서 알아보니(물론 저희가 직접 알아본 것이 아니라 캠프 분들께서 알아보고 알려주신 것입니다. ^^;) 공항 사정으로 인해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연되었다고 하더군요.
예정된 시간보다 3~4시간 정도 출발이 미뤄질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바로 이 곳.
게스트 하우스라고 하길래 조금은 그럴듯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개인적인 생각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일반 주택가의 모습이어서 과연 관광객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프랑스인은 여기 게스트 하우스를 포스트로 삼아 5달째 몽골 여기저기를 여행 중이라고 하더라구요. 30대 중반의 멋진 남자 분이었는데, 짧은 영어로 테렐지 국립공원, 홉스굴 호수를 다녀온 경험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 안에도 게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곳에는 외국인 커플 1쌍이 머물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얘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젊은 남녀 2명이 계속 들락날락하더라구요. ^^
잠시 동안 머물게 된 게스트 하우스의 내부 모습입니다. 사냥한 동물 가죽을 벗겨서 걸어놓았더군요. ;;; 여행객들에게 내주는 방은 아니고, 게스트 하우스 관리인이 쓰는 방인 것 같았습니다. 하긴 어지간한 여행객이라면 곰 가죽 밑에서 잠을 청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
게스트 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던 고라니(고라니가 맞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네요. 예전에 군대에서 봤던 고라니는 이렇게 생겼었는데 말이죠. ^^). 고라니가 귀여웠는지 '나링그를'이 어디선가 먹을 것을 가져와서 고라니에게 먹여주고 있습니다. 이 녀석, 꽤 영악해서 먹을 것을 줄 때만 사람을 따릅니다. 여행객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더군요. ^^
고라니에게 먹을 것을 주고 바깥으로 유인해 데리고 놀았는데, 한참 후 저희로부터 더 이상 받아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는 자꾸만 도망가려 합니다.
우리에게서 도망간 고라니 녀석.
아무 곳이나 뒤지면서 먹을 것을 찾더군요. :)
한참 고라니와 재밌게 놀고 나니 배가 고파서 근처 매점을 찾았습니다. 물론 슈퍼마켓이 어디 있는지 몰라 게스트 하우스 근처에서 만난 몽골인 어린아이에게 부탁했죠. 이 아이가 저희를 안내해 준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전혀 슈퍼마켓처럼 생기지 않았지만,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맛있게 먹었던 '도시락'이라는 라면도 팔고, 초코파이도 팔더라구요. 저희를 슈퍼마켓으로 안내해 준 아이에게는 초콜렛과 음료수 등을 사 주고, 저희는 라면과 초코파이로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
라면을 먹고 배불러서 잠시 쉬고 있는데,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좌판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몽골의 관광지에서는 이렇게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이 될만한 물건들을 파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홉스굴 호수에서도 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죠. 마침 할 일도 없고 해서 물건을 팔고 있던 아이와 흥정을 해서 사진에서 보이는 숟가락을 2개 샀습니다. 다른 판매품들은 약간 비싸더라구요. 판매하는 아이가 영어를 잘 몰라서 손짓, 발짓으로도 의사 소통을 해 보았지만 실패하고, 결국 나중에는 종이에 숫자를 적어서 가격 협상 타결했습니다. ^^;
제가 산 2개의 나무 숟가락입니다. 말 머리 모양이 조각된 멋진 작품이죠. ^^ 큰 것은 3000원, 작은 것은 2000원이었던 것 같네요. 이것 역시 2년 전이라 정확한 가격은 가물가물..;;; 직접 만든 수공예 작품치고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막상 한국에 와서는 마땅히 사용할 일도 없고, 자취방에 장식용으로 걸어놓기도 뭐해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자취생활 끝내고 나면 제 방 벽에 걸어놓든지 해야겠어요.
이렇게 게스트 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행기 출발시간에 맞추어 다시 무릉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해서 이렇다 할 안내방송도 듣지 못한 채 하릴없이 2시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긴 안내방송을 해 주었더라도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 했겠지만요. 가끔 몽골인 가이드들이 공항 직원들에게 물어본 것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계속 이륙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정확한 비행시간을 지키지 못 하는 시스템, 어떤 이유로 지연되고 있는지 손님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서비스 등은 몽골 여행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차츰 개선되어 가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비행기 이륙이 지연된 덕분에 무릉 공항에서 같이 발이 묶여 있던 한국인 관광객 분들과 여행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으니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우여곡절 끝에 홉스굴 호수에서 울란바토르로 돌아왔습니다. 울란바토르로 돌아온 다음날 잠깐 울란바토르 시내 관광을 한 후,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고비 사막에도 가 보고 싶었지만 일정상 가 볼 수 없었고, 홉스굴 호수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느라 막상 울란바토르 관광은 제대로 하지 못 한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지만, 테렐지 국립공원과 홉스굴 호수에서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던 여행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모든 짐을 챙겨들고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에 몸을 실었습니다. 무고 있던 호텔에 부탁하니 계약되어 있던 택시회사에 연락해 택시를 불러주더군요. 돌아가는 길에 저희를 태워주신 택시기사 분은 저희가 한국인이라고 말하니 자신도 몇 년간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시다고 하면서 무척 반가워하셨습니다. 지금 몰고 있는 이 택시도 한국에서 일해서 모은 돈으로 산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요. 그러면서 잠깐 시간 있냐고 하시면서 공항 근처에 자기 집이 있으니 잠깐 들러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권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몽골에 도착한 첫 날부터 택시기사에게 사기를 당한 덕분에(몽골 여행, 그 두번째 이야기 - 울란바토르 편 참조) 몽골의 택시기사에게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던 터라 혹시 우리를 납치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왠지 좋은 분인 것 같았고, 설마 별 일이야 있겠냐 싶어 그러자고 했습니다.
기사 분께서 집을 안내하면서 내내 혼자서 집을 디자인한 후 지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더군요. 손수 지은 집을 자랑하고 싶으셔서 초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 집 안에 들어서니 기사 분 따님이 TV를 보고 있었는데, 그 때 방영되고 있던 프로그램은 그 이름도 유명한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습니다. 한참 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이 불 때였는데 몽골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한국 프로그램을 보고 있길래 한국인이라고 하면 좋아할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_-; 그냥 한국 연예인만 좋아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괜시리 우리나라 프로그램이 외국인들에게 인기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더라구요. 한국에서는 한류 열풍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외국에서 직접 겪에 되니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
기사님께 차 한 잔 대접받고, 한국에서 일하시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눈 후 다시 울란바토르 국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따뜻한 대접을 받고 나니 잠시나마 기사님을 의심해서 죄송하더군요. 그래도 여행을 하는 동안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무작정 사람을 믿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겠죠? ^^ 기사 분과 함께 사진도 찍고 직접 설계하신 집 사진도 찍었어야 했는데, 얘기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 그러지 못한 것이 참 아쉽네요. 나중에 몽골에 다시 오게 되면 꼭 자기한테 연락해 달라고 하시면서 연락처도 가르쳐 주셨는데 이 연락처가 어디론가 행방불명되어 버렸네요. 나중에라도 찾게 되면 좋을 텐데 말이죠. 처음 몽골에 도착했을 때 비양심적인 택시기사로 인해 몽골에 대해 약간 안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지만, 떠날 때는 한국을 좋아하는 몽골인 택시기사 아저씨를 만난 덕분에 몽골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 채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께서 몽골을 떠나기 위해 모여있었습니다. 단체로 오신 분들이 많더군요. 아마도 자원봉사, 선교 등의 목적으로 몽골에 방문하신 분들인 것 같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몽골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울란바토르의 모습을 담고 있는 제 모습입니다. 아마도 공항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찍고 있는 사진이 아닌가 싶네요.
이렇게 12일간의 몽골 여행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첫 해외여행이라 기대도 컸고, 긴장도 많이 했지만 나름대로는 꽤나 신나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택시기사에게 사기도 당해보고, 처음부터 여행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리는 바람에 시행착오도 겪는 등 편하지만은 않았던 여행이었지만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꼭 한 번 다시 방문하고픈 곳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으니 몽골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정말 진지하게 고려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갑작스런 폭우를 만나서 홉스굴 호수에 가 보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면 절망적이긴 하겠지만요. ^^;
저는 다음 번에는 고비사막 쪽으로의 여행을 계획해 보려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저의 짧은 몽골 여행에 관한 기록을 마치려 합니다. 부족하나마 그 동안 재미있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번 여행 포스트는 아마도 몽골 여행을 총정리하는 내용이 될 것 같네요. 몽골 여행시 준비해야 할 것들, 주의해야 할 것들을 모은 내용으로 이미 발행한 포스트들에 포함된 내용들인지라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을 테지만, 한꺼번에 모아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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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그 첫번째 이야기 - 여행 준비 및 출발
몽골 여행, 그 두번째 이야기 - 울란바토르 편
몽골 여행, 외전 - 매력적인 홉스굴 호수의 전경 (파노라마 사진)
몽골 여행, 그 세번째 이야기 - 테렐지 국립공원 (1/2)
몽골 여행, 그 네번째 이야기 - 테렐지 국립공원 (2/2)
몽골 여행, 그 다섯번째 이야기 - 홉스굴 호수 (1/3)
몽골 여행, 그 여섯번째 이야기 - 홉스굴 호수 (2/3)
몽골 여행, 그 마지막 이야기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것처럼 밤하늘을 수놓고 있던 수많은 별들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잠시, 홉스굴 호수에 동이 터오기 시작했습니다. 홉스굴 호수의 게르 캠프들은 보통 위의 사진에서처럼 허술한 나무 울타리로 경계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울타리 중간중간 약 50m마다 하나씩 미닫이 문이 설치되어 있으니 출입하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밤 10시 정도가 되면 출입문을 폐쇄하고 아침 7시 정도가 되면 출입문을 개방하는데 출입문의 개방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아무나 침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 물론 침입자들이 있을리 만무하겠지만요.
저는 게르 캠프의 손님이었기에 당당하게 울타리의 출입문을 열고 드나들었지만, 이 날 아침 홉스굴 호수를 보러 나가기 위해 출입문을 열다가 출입문을 고정시켜 둔 철사줄을 부러뜨려 버리고 말았답니다. ^^; 꼬인 철사줄을 서둘러 풀다가 힘을 너무 많이 줘서인지 너무 간단하게 부러져 버리더라구요. 나중에 캠프 매니저에게 죄송하다고 하니 별로 상관없다고 하시더군요. ^^
홉스굴 호수 위로 햇살이 비추고 있습니다. 수평선 위로 태양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홉스굴 호수에 도착한 이후 언제나 그랬듯이 뭉게구름이 호수 위를 뒤덮고 있어 구름 뒤로 살짝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태양의 모습을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얼어붙은 듯 차가운 홉스굴 호수의 푸른 기운에 따뜻한 햇빛으로 인해 서서히 따스한 기운이 녹아드는 듯한 풍경처럼 보이시지 않나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일출 장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옛 생각도 나고, 몽골을 여행하는 동안 겪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고등학생 시절 담임선생님 그리고 반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여행 이후 처음 감상하는 일출이어서인지 저도 모르게 감상에 젖었나 봅니다. ^^
일출을 감상하던 장소에서 게르 캠프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이불을 덮어 씌운 것 마냥 구름들이 게르 캠프 위를 감싸고 있네요. 구름 때문에 산자락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구요. 바로 옆이 호숫가라 습도가 높아서인지 손에 잡힐 것 같은 높이에 구름들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러분들도 그렇게 보이시는지요?
이렇게 멋진 모습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떠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머무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오전 내내 짐 챙기는 것도 뒤로 미룬 채 조금이라도 더 홉스굴 호수의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멋진 홉스굴 호수의 자연경관을 해치는 모험까지 감수하면서 말이죠. :)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생각보다 참 높이 뛴 것 같네요. 저렇게 제 점프력이 뛰어났었나 싶을 정도로..;;;
이왕 자연 경관을 망치기로 한 거 이런 모습으로도..^^ 삼각대 설치하고 카메라 타이머 설정한 후,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서 사진 가장 앞에 보이는 나무 그루터기 위에서 뛰어오르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친구들이 이 사진을 보고는 마치 80년대 광고 달력에나 나올법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
이것은 지금 제가 블로그 메인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위에서 보시는 사진보다 이게 더 마음에 들어서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대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잊고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농담이고 그냥 찍다 보니 이런 사진이 나오더군요. 하하~
맑은 날, 홉스굴 호수의 하늘빛은 참으로 푸르릅니다. 날씨가 흐리지 않으면 항상 저런 아름다운 빛을 볼 수 있으니,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이 곳에 땅을 사서 별장이라도 하나 지어놓고 노후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나라의 가을하늘도 푸르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항상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하지만 테렐지 국립공원에 갔을 때 가이드해 준 분들의 조언에 의하면, 몽골에서는 외국인들의 토지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외국인들이 땅을 구입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몽골인 명의로 계약을 해야 한다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관심 있으면 자신들 명의로 투자해 볼 의향 없냐고 하시더라구요. 큰 돈이 아니더라도 꽤 넓은 평원을 소유할 수 있다고 하면서요. 이렇게 아름다운 홉스굴 호수의 시세는 얼마 정도일런지.. :)
밤새 벽난로 앞에 젖은 운동화를 놓아두고 마르기를 바랐지만, 홉스굴 호수의 물을 잔뜩 머금은 상태여서 완전히 마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일단 잠시나마 햇빛에 말리기 위해 바깥에 놔두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비행기를 타러 출발해야 했기에 결국 완전히 말리지 못 했더랬습니다. 채 마르지 않은 상태의 운동화를 그대로 비닐봉지에 넣어서 가져왔는데, 울란바토르 숙소로 돌아와 꺼내보니 악취가 사방을 가득 채우더군요. 운동화가 썩은 줄 알았습니다. ^^;
혼자서 신나게 사진을 찍으면서 놀고 있는데, 캠프 스태프 분께서 딸의 손을 붙잡고 일을 하러 가시네요. 꼬맹이 이름은 '나링그를'인데 다양한 국가에서 여행 온 관광객들과 많이 얘기해 봐서인지 영어를 잘 하더군요. 붙임성도 좋아서 저희랑 곧잘 놀아주었더랬습니다. :)
드디어 홉스굴 호수를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저희를 배웅해 주기 위해 캠프 스태프 분들이 모여주셨습니다. 저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분이 방학 동안 캠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24살(지금은 26살이겠군요.)의 유부남 웨이터입니다. 가장 오른쪽에 계신 분은 게르 캠프의 매니저시구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머무르는 동안 너무나도 친절하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지요. ^^ 사진만 봐서는 누가 몽골인이고, 누가 한국인인지..;;
원래 처음 푸르공으로 저희를 홉스굴 호수로 데려다 줬던 분에게 무릉 공항까지 픽업을 예약했었는데, 마침 캠프 스태프 분께서 공항에 가실 일이 있다고 해서 예약을 취소하고 캠프 분들과 함께 공항까지 이동했습니다. 푸르공보다 약간 더 싼 요금으로 해 주시더군요. ^^;
바로 전날까지 비가 많이 와서 도로가 온통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캠프 분들은 원래 전날 공항으로 가시려고 했는데, 비로 인해 통행할 수가 없어서 이동을 포기해야 했다고 하네요. 나중에 공항에 도착해서 한국인 관광객 분들을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울란바토르에서부터 푸르공을 이용해 홉스굴 투어를 떠났는데 무릉 공항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폭우를 만나는 바람에 홉스굴 호수는 구경도 못한 채, 공항 주변에 발이 묶여 있었다고 합니다. 2박 3일 동안 공항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희는 며칠 일찍 출발한 덕분에 무사히 홉스굴 호수를 즐기고 올 수 있었으니까요.
자신들도 홉스굴 호수를 직접 보지 못 한 아쉬움이 남으셨는지 계속 저희에게 홉스굴 호수가 정말 그렇게 멋지냐고 물어보시더군요. 홉스굴 호수를 담은 몇 장의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정말 훌륭한 곳이라고 답변해 드렸습니다. 저희의 답변을 듣고는 더욱 아쉬워하시는 것 같아 약간 죄송하더군요. 의도치 않게 염장을 지른 것 같아서 말이죠.
무릉 공항으로 가는 도중 '나링그를'이 차 멀미를 한 덕분에 잠시 쉬어갔던 곳입니다. 홉스굴 호수에서 무릉 공항까지는 도로가 험해서 어린 아이들의 경우 여행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과 여행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 여기도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햇빛 쨍쨍한 날이었는데도 워낙 많은 구름들로 인해 대부분의 곳에 그림자를 드리워져 있는 모습이네요.
무릉 공항으로 가는 도중 만난 간이 우체국. 이 곳에서 전화를 할 수 있다고 하길래 잠시 들러 울란바토르 숙소에 전화해서 대강의 도착시간을 알려드릴 수 있었습니다. 교환원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고 허락을 받은 후 전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요금은 전화통화가 끝난 후 지불했는데, 2~3분에 1000원 정도로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며칠만에 다시 보게 된 무릉 공항.
비행기 출발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너무나도 한산한 모습입니다. 이상해서 알아보니(물론 저희가 직접 알아본 것이 아니라 캠프 분들께서 알아보고 알려주신 것입니다. ^^;) 공항 사정으로 인해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연되었다고 하더군요.
예정된 시간보다 3~4시간 정도 출발이 미뤄질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바로 이 곳.
게스트 하우스라고 하길래 조금은 그럴듯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개인적인 생각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일반 주택가의 모습이어서 과연 관광객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프랑스인은 여기 게스트 하우스를 포스트로 삼아 5달째 몽골 여기저기를 여행 중이라고 하더라구요. 30대 중반의 멋진 남자 분이었는데, 짧은 영어로 테렐지 국립공원, 홉스굴 호수를 다녀온 경험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 안에도 게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곳에는 외국인 커플 1쌍이 머물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얘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젊은 남녀 2명이 계속 들락날락하더라구요. ^^
잠시 동안 머물게 된 게스트 하우스의 내부 모습입니다. 사냥한 동물 가죽을 벗겨서 걸어놓았더군요. ;;; 여행객들에게 내주는 방은 아니고, 게스트 하우스 관리인이 쓰는 방인 것 같았습니다. 하긴 어지간한 여행객이라면 곰 가죽 밑에서 잠을 청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
게스트 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던 고라니(고라니가 맞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네요. 예전에 군대에서 봤던 고라니는 이렇게 생겼었는데 말이죠. ^^). 고라니가 귀여웠는지 '나링그를'이 어디선가 먹을 것을 가져와서 고라니에게 먹여주고 있습니다. 이 녀석, 꽤 영악해서 먹을 것을 줄 때만 사람을 따릅니다. 여행객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더군요. ^^
고라니에게 먹을 것을 주고 바깥으로 유인해 데리고 놀았는데, 한참 후 저희로부터 더 이상 받아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는 자꾸만 도망가려 합니다.
우리에게서 도망간 고라니 녀석.
아무 곳이나 뒤지면서 먹을 것을 찾더군요. :)
한참 고라니와 재밌게 놀고 나니 배가 고파서 근처 매점을 찾았습니다. 물론 슈퍼마켓이 어디 있는지 몰라 게스트 하우스 근처에서 만난 몽골인 어린아이에게 부탁했죠. 이 아이가 저희를 안내해 준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전혀 슈퍼마켓처럼 생기지 않았지만,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맛있게 먹었던 '도시락'이라는 라면도 팔고, 초코파이도 팔더라구요. 저희를 슈퍼마켓으로 안내해 준 아이에게는 초콜렛과 음료수 등을 사 주고, 저희는 라면과 초코파이로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
라면을 먹고 배불러서 잠시 쉬고 있는데,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좌판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몽골의 관광지에서는 이렇게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이 될만한 물건들을 파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홉스굴 호수에서도 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죠. 마침 할 일도 없고 해서 물건을 팔고 있던 아이와 흥정을 해서 사진에서 보이는 숟가락을 2개 샀습니다. 다른 판매품들은 약간 비싸더라구요. 판매하는 아이가 영어를 잘 몰라서 손짓, 발짓으로도 의사 소통을 해 보았지만 실패하고, 결국 나중에는 종이에 숫자를 적어서 가격 협상 타결했습니다. ^^;
제가 산 2개의 나무 숟가락입니다. 말 머리 모양이 조각된 멋진 작품이죠. ^^ 큰 것은 3000원, 작은 것은 2000원이었던 것 같네요. 이것 역시 2년 전이라 정확한 가격은 가물가물..;;; 직접 만든 수공예 작품치고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막상 한국에 와서는 마땅히 사용할 일도 없고, 자취방에 장식용으로 걸어놓기도 뭐해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자취생활 끝내고 나면 제 방 벽에 걸어놓든지 해야겠어요.
이렇게 게스트 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행기 출발시간에 맞추어 다시 무릉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해서 이렇다 할 안내방송도 듣지 못한 채 하릴없이 2시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긴 안내방송을 해 주었더라도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 했겠지만요. 가끔 몽골인 가이드들이 공항 직원들에게 물어본 것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계속 이륙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정확한 비행시간을 지키지 못 하는 시스템, 어떤 이유로 지연되고 있는지 손님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서비스 등은 몽골 여행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차츰 개선되어 가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비행기 이륙이 지연된 덕분에 무릉 공항에서 같이 발이 묶여 있던 한국인 관광객 분들과 여행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으니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우여곡절 끝에 홉스굴 호수에서 울란바토르로 돌아왔습니다. 울란바토르로 돌아온 다음날 잠깐 울란바토르 시내 관광을 한 후,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고비 사막에도 가 보고 싶었지만 일정상 가 볼 수 없었고, 홉스굴 호수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느라 막상 울란바토르 관광은 제대로 하지 못 한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지만, 테렐지 국립공원과 홉스굴 호수에서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던 여행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모든 짐을 챙겨들고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에 몸을 실었습니다. 무고 있던 호텔에 부탁하니 계약되어 있던 택시회사에 연락해 택시를 불러주더군요. 돌아가는 길에 저희를 태워주신 택시기사 분은 저희가 한국인이라고 말하니 자신도 몇 년간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시다고 하면서 무척 반가워하셨습니다. 지금 몰고 있는 이 택시도 한국에서 일해서 모은 돈으로 산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요. 그러면서 잠깐 시간 있냐고 하시면서 공항 근처에 자기 집이 있으니 잠깐 들러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권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몽골에 도착한 첫 날부터 택시기사에게 사기를 당한 덕분에(몽골 여행, 그 두번째 이야기 - 울란바토르 편 참조) 몽골의 택시기사에게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던 터라 혹시 우리를 납치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왠지 좋은 분인 것 같았고, 설마 별 일이야 있겠냐 싶어 그러자고 했습니다.
기사 분께서 집을 안내하면서 내내 혼자서 집을 디자인한 후 지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더군요. 손수 지은 집을 자랑하고 싶으셔서 초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 집 안에 들어서니 기사 분 따님이 TV를 보고 있었는데, 그 때 방영되고 있던 프로그램은 그 이름도 유명한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습니다. 한참 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이 불 때였는데 몽골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한국 프로그램을 보고 있길래 한국인이라고 하면 좋아할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_-; 그냥 한국 연예인만 좋아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괜시리 우리나라 프로그램이 외국인들에게 인기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더라구요. 한국에서는 한류 열풍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외국에서 직접 겪에 되니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
기사님께 차 한 잔 대접받고, 한국에서 일하시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눈 후 다시 울란바토르 국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따뜻한 대접을 받고 나니 잠시나마 기사님을 의심해서 죄송하더군요. 그래도 여행을 하는 동안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무작정 사람을 믿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겠죠? ^^ 기사 분과 함께 사진도 찍고 직접 설계하신 집 사진도 찍었어야 했는데, 얘기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 그러지 못한 것이 참 아쉽네요. 나중에 몽골에 다시 오게 되면 꼭 자기한테 연락해 달라고 하시면서 연락처도 가르쳐 주셨는데 이 연락처가 어디론가 행방불명되어 버렸네요. 나중에라도 찾게 되면 좋을 텐데 말이죠. 처음 몽골에 도착했을 때 비양심적인 택시기사로 인해 몽골에 대해 약간 안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지만, 떠날 때는 한국을 좋아하는 몽골인 택시기사 아저씨를 만난 덕분에 몽골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 채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께서 몽골을 떠나기 위해 모여있었습니다. 단체로 오신 분들이 많더군요. 아마도 자원봉사, 선교 등의 목적으로 몽골에 방문하신 분들인 것 같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몽골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울란바토르의 모습을 담고 있는 제 모습입니다. 아마도 공항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찍고 있는 사진이 아닌가 싶네요.
이렇게 12일간의 몽골 여행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첫 해외여행이라 기대도 컸고, 긴장도 많이 했지만 나름대로는 꽤나 신나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택시기사에게 사기도 당해보고, 처음부터 여행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리는 바람에 시행착오도 겪는 등 편하지만은 않았던 여행이었지만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꼭 한 번 다시 방문하고픈 곳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으니 몽골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정말 진지하게 고려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갑작스런 폭우를 만나서 홉스굴 호수에 가 보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면 절망적이긴 하겠지만요. ^^;
저는 다음 번에는 고비사막 쪽으로의 여행을 계획해 보려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저의 짧은 몽골 여행에 관한 기록을 마치려 합니다. 부족하나마 그 동안 재미있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번 여행 포스트는 아마도 몽골 여행을 총정리하는 내용이 될 것 같네요. 몽골 여행시 준비해야 할 것들, 주의해야 할 것들을 모은 내용으로 이미 발행한 포스트들에 포함된 내용들인지라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을 테지만, 한꺼번에 모아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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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그 첫번째 이야기 - 여행 준비 및 출발
몽골 여행, 그 두번째 이야기 - 울란바토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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