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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렐지 국립공원에서 돌아와 홉스굴 호수로 가기 위한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해 울란바토르 시내에 있는 에어로 몽골리아 지점에 들러 항공권 확보 가능 여부를 알아보았다. (에어로 몽골리아 항공사는 2007년 6월 현재 항공 허가가 취소되어 운행 중지 상태라 한다.) 여행사에 도착하기 전만 해도 조마조마했다. 홉스굴 호수로 가기 위한 비행기표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시기였던 데다가 테렐지 국립공원으로 관광을 가러 가기 전에 알아본 바로도 부정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출발하기 전에 미리 홉스굴 호수행 비행기표를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았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몽골 현지에서 알아볼 수 밖에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표를 못 구하면 걸어서라도 가자는 심정으로 떠난 몽골여행이었던 것이다. ;;;
다행히 캔슬된 좌석이 있어서 2장의 비행기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홉스굴 호수로 향하는 에어로 몽골리아의 항공권 가격은 약 200,000 투그릭. 2년 전 가격인데다 지금은 에어로 몽골리아사의 영업이 정지되어 몽골 항공과 또 다른 새로운 항공사가 운항 중이라 하니, 그 사이 가격이 조금은 인상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어쨌든 이것마저도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교포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구할 수 없을 뻔 했다. 지금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그 분께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혹시라도 몽골여행을 계획하고자 계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여행 준비를 해서 고비사막, 홉스굴 호수 등 인기있는 관광지의 항공권 정도는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정신 건강상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그렇게 홉스굴 호수로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홉스굴 호수로 가기 위해 다시 찾은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이다. 국제공항치고는 꽤나 한산한(?) 모습이다.
비행기 출발시간 직전, 셔틀버스를 타고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들뜬 마음에 도착한 곳에는 우리를 홉스굴 호수로 데려다줄 거라 생각되는 비행기가 얌전히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를 홉스굴 호수로 데려다줄 거라 생각되는 비행기와 함께 찍은 사진 ! 하지만 홉스굴 호수에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일까? 이 비행기는 우리가 타야하는 비행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_-; 나폴레옹이 실제로 "이 산이 아닌가 보다"라는 말을 했다면 그 순간 느꼈을 황당함을 몸소 체험했던 순간이다.
신나서 사진을 찍고 비행기 안에 들어가 자리를 찾는데 내가 앉아야 할 자리에 이미 누군가 앉아있었다. 그래서 비행기표를 대조하고 있는데, 뒤에서 한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어떤 분께서 '저기요, 승무원이 비행기 잘못 타셨다고 전해달라는데요'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이다.
'헉! 이럴 수가...'
부끄러운 마음에 비행기 좌석표를 대조하던 외국인에게 'I'm sorry'라고 말한 뒤 후다닥 내려야만 했다. 비행기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무척 당황스러웠던 순간이었다. 허겁지겁 잘못 탄 비행기에서 내려 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제대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결국 우리를 홉스굴 호수로 데려다줄 진짜 비행기와는 사진을 못 찍은 셈이다. 하마터면 국제 미아가 될 뻔한 순간을 모면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저 비행기는 어디로 향하는 비행기였을까? ^^;
홉스굴 호수로 가는 상공에서 찍은 사진. 경비행기라서 비행 도중 기체가 많이 흔들렸다. 같이 여행을 떠났던 형에게 설마 추락하겠냐고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두근두근~
홉스굴 호수로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이다. 첫번째는 우리처럼 비행기를 타고 가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자동차를 빌려서 홉스굴 호수까지 가는 방법이다. 몽골여행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자동차를 빌려 1박 2일 동안 대초원을 달려 홉스굴 호수로 가는 도중의 멋진 경치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로 가는 방법과 자동차로 가는 방법은 걸리는 시간은 엄청나게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울란바토르에서 목적지인 무릉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비행기는 약 2시간, 자동차는 약 1박 2일), 교통비에 있어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항공권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비행기로 가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게다가 자동차로 갈 경우 예상치 못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홉스굴 호수 근처에도 가지 못 하는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홉스굴 호수 관광을 마치고 울란바토르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무릉 공항에 되돌아왔을 때 만난 한국인 가족분들 말씀으로는,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무릉 공항에서 발이 묶여 목표했던 홉스굴 호수는 구경도 못 하고 2박 3일 내내 무릉 공항 근처에서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이런 돌발상황도 여행의 묘미라면 묘미겠지만, 홉스굴 호수는 몽골여행 중 꼭 가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이기에 어지간하면 비행기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덜컹거리는 길을 24시간 동안 달릴 자신이 있다면 자동차로 가는 것도 몽골의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으니 괜찮긴 하겠지만 말이다. :)
2시간 정도의 비행을 통해 도착한 무릉 공항. 6시 30분에 울란바토르를 출발해 8시 35분에 무릉공항에 도착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자동차 편으로 왔다면 무릉 공항까지 오는데만 24시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차량의 경우 운행 도중 고장날 확률이 높은데다가, 자동차로 오기엔 길이 조금 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동행을 모아서 같이 출발하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에 여행 중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있는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 :)
무릉 공항에 도착해서 찍은 모습. 공항 근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휑~ 한 장면이다. 어쩌면 무릉 공항은 홉스굴 호수로 가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임시 공항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_-;
무릉 공항에 도착했다고 해서 홉스굴 호수에 도착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부터 차량을 타고 4~5시간 정도 더 이동을 해야만 반짝거리는 홉스굴 호수를 볼 수 있다. 위 사진은 우리를 홉스굴 호수까지 데려다 줄 '푸르공'. 홉스굴 호수로 가기 전에 항공권 예약을 도와주신 교포 분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푸르공은 러시아제 차량인데 몽골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량이다. 하지만 승차감은 영..;;; 그래도 홉스굴 호수로 우리를 데려다 줄 유일한 수단이기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가지고 온 짐가방을 대충 실어놓고 출발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참고로 홉스굴 호수로 가기 위한 푸르공 픽업 비용은 70,000 투그릭이다. 1박 2일 동안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우리와 함께한 가이드에게 70,000 투그릭을 지불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비싼 편이지만,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으니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 듯 하다.
드디어 홉스굴 호수를 향해 출발 ! 앞에 보이는 차량들도 홉스굴 호수를 향하고 있다. 무릉공항에 도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홉스굴 호수로 가는 것인지 무척 많은 차량들이 공항 앞에서 대기하다가 손님들을 싣고 출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목적지인 홉스굴 호수로 향하는 중이다. 5시간 내내 창 밖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초원만 보며 달려야 했기 때문에 매우 심심했다. 여러 명이 모여서 달린다면 견딜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홉스굴 호수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짧은 영상을 통해 홉스굴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도록 하자.
홉스굴 호수로 가는 방법으로 크게 비행기와 자동차 2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런 길을 24시간 이상 달릴 자신이 있는 분들은(물론 이런 도로만 계속해서 달려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거의 대부분 이런 도로라고 생각하는게 편할 듯 하다.) 자동차 여행을 선택하셔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비록 자동차로 5시간밖에(?) 안 달렸음에도 홉스굴 호수로 가는 푸르공 안에서 내내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었음에 고마움을 느꼈던 것 같다. :)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달리는 것도 재미있긴 하겠지만, 5시간 정도 저런 도로를 달렸던 경험으로는 역시 편안한 여행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몽골 여행 자체가 편안한 여행이 아니긴 하지만..
우리를 픽업해 주신 운전기사 아저씨. 분명 오후에 출발했는데 밤이 되어버렸다. 중간중간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분 정도 휴식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2번 정도 쉬었을 뿐이니 대략 5시간 정도 지나서야 겨우 홉스굴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르공을 타고 5시간여 남짓한 시간을 달린 끝에 도착한 홉스굴 호수.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새벽 1시 정도였던 것 같다. 저녁식사가 부실했던 덕에 도착하자마자 비상식량으로 준비해 온 라면을 끓여먹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부엌을 빌리기 미안해서 간단하게 뽀글이로 해결! 라면을 먹자마자 부른 배를 두드리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Zzz...
홉스굴 호수로 가기 전에 라면과 김치 정도는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홉스굴 호수에 간단한 먹을꺼리를 파는 매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준의 슈퍼마켓 정도는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홉스굴 호수는 밤이 되면 주변에 불빛이라고는 보이지 않아 완전 암흑 상태와 다름없으므로 미리 손전등을 준비하는 것도 필수이다.
홉스굴 호수에 도착한 첫날밤 우리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게르. 테렐지 국립공원에서도 게르에서 숙박을 했지만 한적한 호수 옆에 위치한 게르에서의 하룻밤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호숫가의 차가운 기운은 우리의 달콤한 취침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홉스굴 호수에 가고자 하는 분들은 시기에 관계없이 침낭을 반드시 준비해갈 것을 권하는 바이다. 꼭 와 보고 싶은 곳에 도착했다는 설레임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Nature's Door. 자연으로 통하는 문.
우리가 머물렀던 캠프 간판이다. 처음 이 간판을 봤을 때는 캠프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고, 시간이 갈수록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홉스굴 호수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캠프 안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햇빛 쨍쨍한 날이 되기를 바랐건만 짙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아쉬웠던 순간.
구름이 잔뜩 낀 홉스굴 호수. 날이 흐려서였을까?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파도가 치고 있었다. 파도가 치는 것 뿐만 아니라,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규모만으로 보면 호수가 아니라 바다라 해도 믿을 정도. 비가 오락가락하던 상황이라 호숫가의 파도가 더욱 심했던 것 같다.
정말 넓기는 무척 넓다. 저 멀리 나무가 보이는 끝까지 걸어가 보고 싶었지만, 배가 고파서 아침식사를 해결한 후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식사 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까지 하이킹을 했다. 생각보다 너무 멀어서 계획했던 곳까지 가는데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도중 여기저기서 말, 소, 야크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풀밭 위에는 소, 말 등의 분비물들이 가득(!)했지만,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던 점도 신기했다.
소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갑자기 달려들까 봐 차마 가까이 가지는 못 하고 저 정도 간격을 유지해야 했다. 자신의 사진을 찍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사진을 찍자마자 갑자기 볼 일을 보는 녀석이었다. -_-;
근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잠깐 자전거를 세워두었다. 풀밭이라 생각보다 자전거로 달리기 힘들었기 때문에 차라리 말을 타는 것이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혼자서 외로이 서 있던 나무 한 그루.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낸 채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였을까? 마치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떠난 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여행을 하는 도중이었으니 이런 유치한 상상마저도 허용되는 게 아닐까 싶다. ^^;
홉스굴 호수에 도착하면 꼭 한 번 찍어보고 싶었던 사진이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풍덩 빠질 수는 없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발조차 담그지 않을 수는 없는 법! 홉스굴 호수에 발을 담그고 두 팔을 벌리니 마치 호수 전체가 내 것인 양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느낌을 만끽하기 위해 여행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
멋모르고 신발을 신은 채로 물 속에 들어가는 바람에 흠뻑 젖은 내 운동화. 말리기 위해서 가지런히 호숫가에 모셔두었지만 햇빛이 나질 않아 전혀 마르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 왠지 자살씬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느낌. ;;;
하루종일 호숫가 근처도 산책하고, 캠프 구석구석 구경을 하고, 호수 근처에 누워 음악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있었다면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무료하다는 생각만 했겠지만, 홉스굴 호수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여유를 즐기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조금 더 상쾌한 기분으로 휴식을 즐기기 위해 날씨가 맑았으면 좋았으련만 먹구름 낀 하늘은 자신의 푸르른 원래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기온도 낮아진 덕분에 게르를 포기하고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둘째날부터 우리의 숙소가 되어준 Nature's Door의 건물이다. 마치 유스호스텔 같은 느낌. 게르보다 따뜻하긴 했지만 그래도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캠프 스태프 분께서 벽난로에 장작을 채워 난방을 해 주는 모습. 덕분에 하루종일 젖어있었던 운동화도 말릴 수 있었다. 이렇게 홉스굴 호수에서의 두번째 밤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놀랍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푸른 하늘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제부터 홉스굴 호수의 진정한 모습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로 시작된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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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그 첫번째 이야기 - 여행 준비 및 출발
몽골 여행, 그 두번째 이야기 - 울란바토르 편
몽골 여행, 외전 - 매력적인 홉스굴 호수의 전경 (파노라마 사진)
몽골 여행, 그 세번째 이야기 - 테렐지 국립공원 (1/2)
몽골 여행, 그 네번째 이야기 - 테렐지 국립공원 (2/2)
몽골 여행, 그 여섯번째 이야기 - 홉스굴 호수 (2/3)
몽골 여행, 그 일본번째 이야기 - 홉스굴 호수 (3/3)
몽골 여행, 그 마지막 이야기
한국에서도 출발하기 전에 미리 홉스굴 호수행 비행기표를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았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몽골 현지에서 알아볼 수 밖에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표를 못 구하면 걸어서라도 가자는 심정으로 떠난 몽골여행이었던 것이다. ;;;
다행히 캔슬된 좌석이 있어서 2장의 비행기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홉스굴 호수로 향하는 에어로 몽골리아의 항공권 가격은 약 200,000 투그릭. 2년 전 가격인데다 지금은 에어로 몽골리아사의 영업이 정지되어 몽골 항공과 또 다른 새로운 항공사가 운항 중이라 하니, 그 사이 가격이 조금은 인상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어쨌든 이것마저도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교포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구할 수 없을 뻔 했다. 지금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그 분께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혹시라도 몽골여행을 계획하고자 계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여행 준비를 해서 고비사막, 홉스굴 호수 등 인기있는 관광지의 항공권 정도는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정신 건강상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그렇게 홉스굴 호수로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홉스굴 호수로 가기 위해 다시 찾은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이다. 국제공항치고는 꽤나 한산한(?) 모습이다.
비행기 출발시간 직전, 셔틀버스를 타고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들뜬 마음에 도착한 곳에는 우리를 홉스굴 호수로 데려다줄 거라 생각되는 비행기가 얌전히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를 홉스굴 호수로 데려다줄 거라 생각되는 비행기와 함께 찍은 사진 ! 하지만 홉스굴 호수에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일까? 이 비행기는 우리가 타야하는 비행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_-; 나폴레옹이 실제로 "이 산이 아닌가 보다"라는 말을 했다면 그 순간 느꼈을 황당함을 몸소 체험했던 순간이다.
신나서 사진을 찍고 비행기 안에 들어가 자리를 찾는데 내가 앉아야 할 자리에 이미 누군가 앉아있었다. 그래서 비행기표를 대조하고 있는데, 뒤에서 한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어떤 분께서 '저기요, 승무원이 비행기 잘못 타셨다고 전해달라는데요'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이다.
'헉! 이럴 수가...'
부끄러운 마음에 비행기 좌석표를 대조하던 외국인에게 'I'm sorry'라고 말한 뒤 후다닥 내려야만 했다. 비행기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무척 당황스러웠던 순간이었다. 허겁지겁 잘못 탄 비행기에서 내려 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제대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결국 우리를 홉스굴 호수로 데려다줄 진짜 비행기와는 사진을 못 찍은 셈이다. 하마터면 국제 미아가 될 뻔한 순간을 모면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저 비행기는 어디로 향하는 비행기였을까? ^^;
홉스굴 호수로 가는 상공에서 찍은 사진. 경비행기라서 비행 도중 기체가 많이 흔들렸다. 같이 여행을 떠났던 형에게 설마 추락하겠냐고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두근두근~
홉스굴 호수로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이다. 첫번째는 우리처럼 비행기를 타고 가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자동차를 빌려서 홉스굴 호수까지 가는 방법이다. 몽골여행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자동차를 빌려 1박 2일 동안 대초원을 달려 홉스굴 호수로 가는 도중의 멋진 경치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로 가는 방법과 자동차로 가는 방법은 걸리는 시간은 엄청나게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울란바토르에서 목적지인 무릉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비행기는 약 2시간, 자동차는 약 1박 2일), 교통비에 있어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항공권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비행기로 가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게다가 자동차로 갈 경우 예상치 못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홉스굴 호수 근처에도 가지 못 하는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홉스굴 호수 관광을 마치고 울란바토르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무릉 공항에 되돌아왔을 때 만난 한국인 가족분들 말씀으로는,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무릉 공항에서 발이 묶여 목표했던 홉스굴 호수는 구경도 못 하고 2박 3일 내내 무릉 공항 근처에서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이런 돌발상황도 여행의 묘미라면 묘미겠지만, 홉스굴 호수는 몽골여행 중 꼭 가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이기에 어지간하면 비행기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덜컹거리는 길을 24시간 동안 달릴 자신이 있다면 자동차로 가는 것도 몽골의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으니 괜찮긴 하겠지만 말이다. :)
2시간 정도의 비행을 통해 도착한 무릉 공항. 6시 30분에 울란바토르를 출발해 8시 35분에 무릉공항에 도착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자동차 편으로 왔다면 무릉 공항까지 오는데만 24시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차량의 경우 운행 도중 고장날 확률이 높은데다가, 자동차로 오기엔 길이 조금 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동행을 모아서 같이 출발하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에 여행 중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있는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 :)
무릉 공항에 도착해서 찍은 모습. 공항 근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휑~ 한 장면이다. 어쩌면 무릉 공항은 홉스굴 호수로 가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임시 공항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_-;
무릉 공항에 도착했다고 해서 홉스굴 호수에 도착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부터 차량을 타고 4~5시간 정도 더 이동을 해야만 반짝거리는 홉스굴 호수를 볼 수 있다. 위 사진은 우리를 홉스굴 호수까지 데려다 줄 '푸르공'. 홉스굴 호수로 가기 전에 항공권 예약을 도와주신 교포 분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푸르공은 러시아제 차량인데 몽골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량이다. 하지만 승차감은 영..;;; 그래도 홉스굴 호수로 우리를 데려다 줄 유일한 수단이기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가지고 온 짐가방을 대충 실어놓고 출발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참고로 홉스굴 호수로 가기 위한 푸르공 픽업 비용은 70,000 투그릭이다. 1박 2일 동안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우리와 함께한 가이드에게 70,000 투그릭을 지불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비싼 편이지만,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으니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 듯 하다.
드디어 홉스굴 호수를 향해 출발 ! 앞에 보이는 차량들도 홉스굴 호수를 향하고 있다. 무릉공항에 도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홉스굴 호수로 가는 것인지 무척 많은 차량들이 공항 앞에서 대기하다가 손님들을 싣고 출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목적지인 홉스굴 호수로 향하는 중이다. 5시간 내내 창 밖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초원만 보며 달려야 했기 때문에 매우 심심했다. 여러 명이 모여서 달린다면 견딜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홉스굴 호수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짧은 영상을 통해 홉스굴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도록 하자.
홉스굴 호수로 가는 방법으로 크게 비행기와 자동차 2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런 길을 24시간 이상 달릴 자신이 있는 분들은(물론 이런 도로만 계속해서 달려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거의 대부분 이런 도로라고 생각하는게 편할 듯 하다.) 자동차 여행을 선택하셔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비록 자동차로 5시간밖에(?) 안 달렸음에도 홉스굴 호수로 가는 푸르공 안에서 내내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었음에 고마움을 느꼈던 것 같다. :)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달리는 것도 재미있긴 하겠지만, 5시간 정도 저런 도로를 달렸던 경험으로는 역시 편안한 여행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몽골 여행 자체가 편안한 여행이 아니긴 하지만..
우리를 픽업해 주신 운전기사 아저씨. 분명 오후에 출발했는데 밤이 되어버렸다. 중간중간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분 정도 휴식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2번 정도 쉬었을 뿐이니 대략 5시간 정도 지나서야 겨우 홉스굴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르공을 타고 5시간여 남짓한 시간을 달린 끝에 도착한 홉스굴 호수.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새벽 1시 정도였던 것 같다. 저녁식사가 부실했던 덕에 도착하자마자 비상식량으로 준비해 온 라면을 끓여먹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부엌을 빌리기 미안해서 간단하게 뽀글이로 해결! 라면을 먹자마자 부른 배를 두드리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Zzz...
홉스굴 호수로 가기 전에 라면과 김치 정도는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홉스굴 호수에 간단한 먹을꺼리를 파는 매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준의 슈퍼마켓 정도는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홉스굴 호수는 밤이 되면 주변에 불빛이라고는 보이지 않아 완전 암흑 상태와 다름없으므로 미리 손전등을 준비하는 것도 필수이다.
홉스굴 호수에 도착한 첫날밤 우리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게르. 테렐지 국립공원에서도 게르에서 숙박을 했지만 한적한 호수 옆에 위치한 게르에서의 하룻밤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호숫가의 차가운 기운은 우리의 달콤한 취침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홉스굴 호수에 가고자 하는 분들은 시기에 관계없이 침낭을 반드시 준비해갈 것을 권하는 바이다. 꼭 와 보고 싶은 곳에 도착했다는 설레임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Nature's Door. 자연으로 통하는 문.
우리가 머물렀던 캠프 간판이다. 처음 이 간판을 봤을 때는 캠프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고, 시간이 갈수록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홉스굴 호수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캠프 안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햇빛 쨍쨍한 날이 되기를 바랐건만 짙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아쉬웠던 순간.
구름이 잔뜩 낀 홉스굴 호수. 날이 흐려서였을까?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파도가 치고 있었다. 파도가 치는 것 뿐만 아니라,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규모만으로 보면 호수가 아니라 바다라 해도 믿을 정도. 비가 오락가락하던 상황이라 호숫가의 파도가 더욱 심했던 것 같다.
정말 넓기는 무척 넓다. 저 멀리 나무가 보이는 끝까지 걸어가 보고 싶었지만, 배가 고파서 아침식사를 해결한 후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식사 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까지 하이킹을 했다. 생각보다 너무 멀어서 계획했던 곳까지 가는데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도중 여기저기서 말, 소, 야크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풀밭 위에는 소, 말 등의 분비물들이 가득(!)했지만,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던 점도 신기했다.
소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갑자기 달려들까 봐 차마 가까이 가지는 못 하고 저 정도 간격을 유지해야 했다. 자신의 사진을 찍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사진을 찍자마자 갑자기 볼 일을 보는 녀석이었다. -_-;
근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잠깐 자전거를 세워두었다. 풀밭이라 생각보다 자전거로 달리기 힘들었기 때문에 차라리 말을 타는 것이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혼자서 외로이 서 있던 나무 한 그루.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낸 채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였을까? 마치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떠난 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여행을 하는 도중이었으니 이런 유치한 상상마저도 허용되는 게 아닐까 싶다. ^^;
홉스굴 호수에 도착하면 꼭 한 번 찍어보고 싶었던 사진이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풍덩 빠질 수는 없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발조차 담그지 않을 수는 없는 법! 홉스굴 호수에 발을 담그고 두 팔을 벌리니 마치 호수 전체가 내 것인 양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느낌을 만끽하기 위해 여행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
멋모르고 신발을 신은 채로 물 속에 들어가는 바람에 흠뻑 젖은 내 운동화. 말리기 위해서 가지런히 호숫가에 모셔두었지만 햇빛이 나질 않아 전혀 마르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 왠지 자살씬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느낌. ;;;
하루종일 호숫가 근처도 산책하고, 캠프 구석구석 구경을 하고, 호수 근처에 누워 음악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있었다면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무료하다는 생각만 했겠지만, 홉스굴 호수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여유를 즐기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조금 더 상쾌한 기분으로 휴식을 즐기기 위해 날씨가 맑았으면 좋았으련만 먹구름 낀 하늘은 자신의 푸르른 원래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기온도 낮아진 덕분에 게르를 포기하고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둘째날부터 우리의 숙소가 되어준 Nature's Door의 건물이다. 마치 유스호스텔 같은 느낌. 게르보다 따뜻하긴 했지만 그래도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캠프 스태프 분께서 벽난로에 장작을 채워 난방을 해 주는 모습. 덕분에 하루종일 젖어있었던 운동화도 말릴 수 있었다. 이렇게 홉스굴 호수에서의 두번째 밤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놀랍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푸른 하늘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제부터 홉스굴 호수의 진정한 모습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로 시작된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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