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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_Asia&Oceania/Mongolia

몽골 여행, 그 네번째 이야기 - 테렐지 국립공원 (2/2)

by 맨큐 2007.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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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허르헉으로 배를 채운 후 밖에 나와서 소화시키고 있는데, 가이드 중 한 분이었던 벌더씨가 우리에게 다가와 선물이라며 국제전화카드와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공짜로 쓸 수 있는 것이니 한국 집에 전화하라는 말과 함께...

생각해 보니 몽골 도착 직후에는 잘 도착했다는 안부전화를 드리긴 했지만, 홉스굴 호수 항공권 확보 문제 때문에 몽골에서의 여행 계획을 새로 짜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후에는 연락을 못 드렸다. 혹시라도 부모님께서 걱정하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벌더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후, 한국에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전화를 통해서나마 부모님께 너무 멋진 곳에 와 있으니 걱정하시지 말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었다. 혼자만 이렇게 멋진 곳에 와서 죄송스럽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었지만, 말로 표현하기는 쑥스러워서 죄송하다는 말은 가슴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 ^^;




현재 시간 2005년 8월 6일 21시 54분 42초.
이제 막 해가 지기 시작했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다.



술을 마시기 위해 말을 타고 근처 강을 찾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준비해간 보드카 3병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가이드 하시던 벌더씨가 말주인인 꼬마에게 술 심부름을 시키고는 심부름값으로 담배 한 갑을 주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아직 미성년자인데 담배를 줘도 되냐고 물으니, 몽골에서는 한국과 달리 미성년자들의 흡연을 통제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 하고 있는 듯 했다. 나중에 홉스굴 호수에 갔을 때에도 아직 어린아이들이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술에 취해 몽롱한 정신상태로 말에게 내 몸을 맡기는 것은 참 즐거운 경험이었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암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알아서 길을 찾아 우리를 숙소로 데려다 주는 모습에 그저 대견할 뿐이었다. 술에 취해 알딸딸한 상태로 말 등 위에서 "김유신이 술에 취한 자신을 기생집으로 데리고 왔다는 이유로 목을 잘랐다고 전해지는 말도 그저 주인이 항상 가는 곳으로 데려다준 대견한 녀석이었을 텐데 자기 마음을 헤아리지 못 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여야 했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던 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

그렇게 테렐지 국립공원에서의 첫째날이 저물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마주친 숙소 안의 모습.
관광삼품화되어 기본적으로 갖출만한 것은 모두 갖추고 있다.
말을 타고 놀 생각에 마냥 들떠서 정리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은 결과 저렇게 너저분한 상태.
테렐지 국립공원을 떠나는 순간까지 저 모습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가보니 가이드 분들은 이미 일어나서 씻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샤워장 같은 곳이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근처 시냇물.
흐르는 시냇물로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했다.




우리와  함께 밤을 지새운 것으로 보이는 메뚜기 한 마리.
잠에서 깨어나 아침을 먹을 때까지도 움직이지 않길래 신기해서 한 컷~
죽은 건 아닌가 해서 건드려 봤는데 멀쩡하게 폴짝폴짝 뛰어나갔다.
움직이기 귀찮아서 쉬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침식사로 나온 칼국수와 비슷한 음식.
느끼했지만 간밤에 마신 술로 인해 속이 쓰린 상태였기 때문에 해장을 위해 모두 비웠다.
게다가 원래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서 면을 리필하기까지..^^;

아침을 먹고 나서 오전부터 내내 말을 탔다.
전날 말을 조금 탄 덕분에 말타기에 조금은 익숙해져서인지, 어느 정도 질주할 수 있을 정도까지 실력이 늘었다.
하지만 말타기에 너무 열중했던 것인지, 엉치 부분이 까지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말 달리는 즐거움에 미처 아픔을 느끼지 못 했던 나의 불찰이 야기한 결과였다.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비용은 총 24만 투그릭으로 1인당 12만 투그릭 정도.
승마 비용은 시간당 요금*이용시간으로 계산하는데, 그저 신나서 계속 말을 타고 돌아다녔더니 말 이용료가 조금 많이 부과되어서 숙박비와 승마비를 포함해 17만 투그릭이었고, 가이드비로 7만 투그릭을 지불했다. 약간 비싼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한국말이 능숙한 가이드 두 분 덕분에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기에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

게다가 가이드하신 분의 차량이 상당히 고급스러운 것이어서 이동하는 내내 편안했기에 충분히 7만 투그릭의 가이드비를 지불할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몽골에서 운행 중인 많은 차량이 주행 중 고장나서 길가에 앉아 하릴없이 차가 수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까 말이다. 홉스굴 호수에 가서 만난 어떤 분들은 중간에 차량이 고장나서 홉스굴 호수는 구경도 못 하고 돌아와야 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이 분들의 얘기를 듣고는 가이드비가 아깝지 않았다는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테렐지 국립공원을 떠나 다시 울란바토르로 돌아가는 길.
어제 지나쳤던 거북바위에 오르기 위해 거북바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 앞으로 거북바위 쪽으로 향하는 자동차가 보인다.




가까이서 본 거북바위.
멀리서 보던 것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가까이서 보니 거북이와 전혀 딴 판.
멀리서 볼 때는 정말 거북이와 똑같아 보였는데..



거북바위에 오르기 시작한 직후의 모습.
이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다.
하지만...




길이 험하다는 걸 예상했어야 했는데..;;;
거의 유격훈련 수준의 등반이었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 바위 밑을 바라본 모습이다.
아래에서 가이드 솜벨씨가 옷을 벗은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솜벨씨는 아래에서 우리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우리가 정상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솜벨씨가 찍어준 사진.
흐릿하게나마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거북바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거북바위 위에서 바라본 테렐지 국립공원.
그나마 몽골에서 산이 많은 지역이다.
몽골의 대부분 지역은 정말 지평선밖에 안 보이니까 말이다.



거북바위의 진짜 정상에 오르기 위해 암벽등반 중인 모습.
나는 귀찮아서 등반을 포기하고 말았다.
사실 힘들어서 올라가기 싫었다. ^^;




거북바위 위에 올라갔다가 하산(?)하는 장면.
안전장치 같은 것도 전혀 없는데 다들 잘도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멀리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거북바위는 상당히 규모가 크다.
빠른 걸음으로 꼭대기에서 저기까지 내려오기까지 10분 이상 걸린다.
게다가 몽골이 고원지대라 올라갈 때도 숨이 차서 상당히 힘들다.
올라갈 땐 힘들더라도 내려올 땐 제일 빠르게...
가장 앞에서 걷고 있는 사람이 블로그 주인장! :)




지난 번 승마에 이어 이번엔 낙타에 도전!
눈망울이 큼지막한 것이 꽤나 순진해 보인다.




우리가 타게 될 낙타 2마리.




이틀 내내 신나게 타고 달렸던 말보다 안장의 위치가 높아서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말과 달리 낙타가 무릎을 굽혀 앉아 있는 상태에서 낙타 등 위에 오를 수 있었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
내려줄 때 앞쪽 무릎을 먼저 굽히는데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태여서 깜짝 놀랐다.
앞에 붙잡을 낙타의 봉이 없었다면 떨어질 뻔..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하는지 상당히 뿌듯해 보이는 표정이다.




직접 딴 '산딸기' 등의 열매를 고속도로 상에서 팔고 있길래 잠깐 멈추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한 가격인지는 모르겠지만 1병당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산딸기 판촉 활동을 하고 있는 몽골 소녀.




몽골 소녀에게 구입한 3병의 산열매들.
아직 덜 익어서인지 조금 쓴 맛이 났다.
입맛에 안 맞아서 몇 개 먹어보고 말았다.
그런데도 몽골인 가이드는 맛있었는지 남은 열매를 혼자서 모두 해치웠다. ^^




몽골인 가이드가 사 준 '마유주'
말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라고 한다.
한 잔 들이키고 확 취해버렸다.
알코올 도수는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쉽게 취기가 올랐던 것일까?
여행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인지 몰라도 전날 마신 보드카보다 훨씬 독하게 느껴지는 술이었다.
게다가 코 가까이에 들이댈 때 느껴지는 마유주 특유의 냄새란..
저런 술을 컵으로 마시다니..;;;

낙타, 산딸기, 마유주는 가이드 분들께서 계산!

둘째날 말 타면서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신나서 달리다 보니 미처 사진 찍을 생각을 못 해서 내용이 빈약해졌지만, 말을 탔을 당시의 경험만큼은 아직도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

다음 포스팅은 홉스굴 호수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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