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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에서 숙소를 옮겨 새벽녘에 그다지 춥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났다. 그렇다고 누군가 일찍 일어나라고 깨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직접 두 눈으로 보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홉스굴 호수에 우여곡절 끝에 도착할 수 있었기에 그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가슴 속에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밖으로 나가보니 전날의 흐렸던 하늘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맑은 날씨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푸른 하늘,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푸른 홉스굴 호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마치 거울에 비친 것 마냥 홉스굴 호수 위로 위에 비치고 있다.
하늘과 호수가 만나서 만들어낸 데칼코마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홉스굴 호수와 그 위를 덮고 있는 하늘이 내게 보여준 이 색깔이야말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때부터 내 블로그 이름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고 정해진 것일지도.. :)
약간의 과장을 보태 구름마저 없었다면 어디가 수평선인지 구분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홉스굴 호수의 아침 풍경을 그대로 전해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그 느낌을 간직하고자 찍어온 동영상을 공개하고자 한다. 삼각대 없이 대충 찍은 영상이라 구도 엉망, 구성 엉망, 음성 엉망(바람 소리 때문에 호숫가에 파도 치는 소리가 약간 묻혀버렸다.)이지만, 홉스굴 호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드리기 위한 목적이니 너그럽게 이해하시고 왜 이렇게 못 찍었냐는 말씀은 말아주시길.. :)
아침 산책을 통해 여행 출발 전부터 동경했던 홉스굴 호수의 모습을 충분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지만, 아침을 먹어야 했기에 간단하게 산책을 마치고 샤워를 하러 갔다. 어차피 홉스굴 호수를 즐길 시간은 충분했으니까...
야외에 마련된 목재 샤워장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꽤나 아늑하다. 미리 수건을 준비해 갔기에 게르 캠프 스태프에게 수건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건을 제공해 주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호텔처럼 미리 방에 개인 용도의 수건을 준비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테렐지 국립공원, 홉스굴 호수, 고비 사막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 경우 일정 분량의 수건은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홉스굴 호수의 경우 언제든지 깨끗한 물로 씻을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테렐지 국립공원, 고비 사막의 경우 물티슈를 준비해 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샤워장 내부 모습. 원목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위쪽에 보이는 수도꼭지를 통해 뜨거운 물이 나온다. 여름이라 따뜻한 물이 필요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차가운 호수 바로 옆에 위치한 덕분에 아침에는 많이 쌀쌀하기 때문에 온수 샤워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샤워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슬리퍼가 준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숙소로 이동할 때 사용할 슬리퍼는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챙기는 센스를 발휘해야겠다. 홉스굴 호수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슬리퍼 혹은 아쿠아슈즈는 꼭 챙겨야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호숫가 근처에는 모래가 아닌 약간 날카로운 자갈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
샤워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사이 잠깐 동안 소나기가 내렸다. 역시 호숫가 근처라서 날씨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 창 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 속 뭉게구름이 마치 그림 속 풍경처럼 느껴진다. 혹시라도 또 어제처럼 먹구름이 잔뜩 드리울까 걱정되어 잽싸게 카메라를 챙겨 호수로 나가기로 했다. 물론 그 전에 고픈 배를 위로해 주기 위해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렀다.
맑은날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식당을 찍은 사진이 전 날 찍은 것밖에 없어서 이것으로 대신한다. 캠프 내에 있는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나무로 만들어졌다. 홉스굴 호수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바로 음식 문제였는데, 캠프에 머무르는 동안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함으로써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가격도 싸고 맛있는데다가 양까지 푸짐하니 매 끼니를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이 바로 위 사진에 있는 스파게티와 스테이크였다. 특히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5,000투그릭이라는 싼 가격에 엄청나게 푸짐한 양의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행복 그 자체였다. ^^;
식당에 자주 간 덕분에 웨이터와 상당히 친해질 수 있었는데, 당시 24살에 대학을 다니면서 방학을 이용해 캠프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유부남(!)이었다. 그는 24살에 벌써 유부남, 게다가 2살짜리 아이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 우리를 보고 웃으며 몽골에서는 결혼을 상당히 일찍 하기 때문에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을 해 주었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는 그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인 관광객들의 추태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가 이 캠프에 도착하기 얼마 전 60~70대 정도로 보이는 의사들(특정 직업을 가진 이들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단지 그 웨이터가 겪었던 사람들의 직업이 의사들이었을 뿐이다.)로 이루어진 한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했는데, 각각 젊은 몽골 처자들을 한 명씩 파트너로 삼아 이 캠프에 데리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노인네들이(얘기를 들은 바로는 별로 존칭을 써 주고픈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매일 밤마다 주사위 굴리기, 혹은 사다리 타기를 통해 파트너를 번갈아 바꿔가며 쾌락을 즐기다가(손만 잡고 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곳을 떠났다고 한다.
이 말을 우리에게 해 주는 몽골인 웨이터의 얼굴이 꽤나 씁쓸해 보였기에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말았다. 몽골인들은 한국을 솔롱고스, 무지개의 나라라고 부를 정도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요즘은 한국 남성들의 무분별한 밤문화 행태로 인해 한국 남성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진 몽골인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나마 4일 동안 잘 지냈기에 우리에게 적대감을 표출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모든 한국인들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채로 놔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모든 한국인이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유독 변태같은 사람들이 관광을 와서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안 좋게 한 것 같다"라고 변명을 하기는 했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그들(변태같은 노인네들) 입장에서는 '남이야 무슨 짓을 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려면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자기들끼리 즐기든가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어 그들로 하여금 죄없는 다른 한국인들에 대한 이상한 편견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한국인들에게 잠재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한 것이기에 욕을 먹어도 싸다고 생각한다. 요즘 또 다시 한국인 해외 관광객들의 추태가 신문에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부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출국 금지령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밖에 나가서 무슨 짓을 할지 미리 예측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캠프 안에 위치한 화장실과 세면대(?). 왼쪽이 남자 화장실, 오른쪽이 여자 화장실. 재래식 화장실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깔끔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가운데 있는 양동이에는 손을 씻기 위한 깨끗한 물이 준비되어 있다. 윗쪽에 보이는 양철통 안에 물을 부은 후 수도꼭지로 조절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물이 충분하진 않지만 간단하게 손을 씻기엔 부족하진 않다. 게다가 물이 부족하다면 바로 옆에 위치한 호숫가로 달려가 씻으면 되는 거니까..
화장실 내부의 모습이다. 재래식과 양변기의 혼합형이라고나 할까? ^^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변기 옆에는 볼 일을 본 후 발생할 수 있는 악취를 억제하기 위한 톱밥이 구비되어 있다. 화장실 문 앞에는 볼 일을 본 후 톱밥 한 움큼을 뿌려달라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아무튼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호숫가로 이동하다가, 캠프 스태프 분과 그 분의 아들을 만났다. 울타리를 말 삼아 승마 연습을 하고 있었다. ^^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시길래 순간 몽골 여행을 준비하면서 본 글 중에 몽골 여행시 폴라로이드를 가져가서 찍은 사진을 몽골 사람들에게 주면 무척 좋아한다는 내용이 생각났다. 미처 폴라로이드를 준비하지 못해서 인화된 사진을 드릴 수는 없었지만, 한국에 도착해 캠프 매니저 분께 찍은 사진들을 이메일로 전송해 드린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몽골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픈 분들은 폴라로이드를 준비해 가면 무척 유용할 것이다. :)
기마민족의 후예답게 몽골의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말 타는 연습을 한다고 한다. 역시 징기스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인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폼이 예사롭지 않다. 울타리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나뭇가지를 채찍 삼아 '츄츄'(우리나라의 '이랴'와 비슷하게 말을 몰 때 외치는 소리)를 외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저 아이가 조금만 더 자란 후 말을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 이 캠프에 도착하는 관광객들에게 승마를 가르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쯤이면 많이 컸을 텐데.. :)
홉스굴 호수를 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첨벙 뛰어들고 싶었지만, 간밤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충분히 낮아진 수온으로 인해 호수 안으로 뛰어드는 것은 지나치게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말았다. 물론 기온이 조금 높아진 한낮에는 수영복을 입고 호수 안으로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기긴 했지만 말이다. 이른 아침 홉스굴 호수의 수온은 목욕탕의 냉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다.
어쩔 수 없이 호숫가에서 살짝 발만 담그고 휴식을 취하다가 문득 호수 한가운데에서도 이렇게 바닥이 다 보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호기심을 풀어야 하는 법! Nature's Door에서 보트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에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Sumaa Had 섬까지 가기 위해서는 30$의 비용이 소요된다. 1시간 정도 보트를 이용할 수 있었으니 비싸지는 않은 편인 것 같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캠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목록과 가격표이다.
하루종일 말 한 마리를 빌려 승마를 즐긴다고 하더라도 고작 8$만 지불하면 되니, 평소 승마를 경험해 보고 싶었지만 비싸서 망설였던 분들이라면 원없이 승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 말을 탈 경우 말이 달릴 때의 반동으로 인해 들썩들썩 하다 보면 말 안장에 닿는 부위의 살에 상처가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어쨌든 1시간 정도 보트를 빌리겠다고 캠프 매니저에게 말씀을 드렸다. 모든 비용은 캠프를 떠날 때 지불하기로 했으니 당장 돈을 지불해야 할 필요는 없다.
보트를 운전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동행한 몽골인 아저씨. 디지털 카메라가 신기했는지 가격이 얼마냐고 물어보면서 커다란 관심을 보이셨다.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고, 나중에 이메엘을 통해 사진을 전송해 드렸다. 잘 받아보셨으려나? :)
보트를 타고 홉스굴 호수 한 가운데로 출발! 홉스굴 호수를 가르며 보트 위에서 느꼈던 상쾌함과 다이내믹함은
홉스굴 호수를 옆에서 바라보고 있을 때 느꼈던 기분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홉스굴 호수 한 가운데에 보트를 멈춰놓고 호수 바닥을 바라보았으나 너무 깊어서인지 끝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끝을 알 수 없는 심연.
방수팩으로 철저하게 보호한 카메라를 물 속에 집어넣어 사진을 찍어보았으나 투명하디 투명한 물만 찍힐 뿐이었다. 그나마 한가운데에 도착하기 전에 조금 깊지 않은 곳에서 디지털 줌까지 최대한 당겨서 찍어서 나온 사진이 바로 아래의 모습이다.
물고기라도 한 마리 찍혔으면 좋았으련만 그저 짙푸른 물과 바닥에 깔린 돌멩이 뿐이다. 이 사진을 찍은 카메라의 경우 광학 줌과 디지털 줌까지 풀로 사용하면 6배까지 확대할 수 있었으니 홉스굴 호수의 수심과 투명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트 여행을 마치고 캠프로 돌아가는 길. 특별한 이동수단이라곤 자전거, 말 외엔 없었고, 그마저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캠프까지 걸어야 했지만 마냥 좋았다. 발 닿는 곳마다 항상 꿈꿔왔던 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으니.. :)
우리가 묵고 있는 캠프 말고도 여기저기 다른 게르 캠프들이 보인다. 캠프마다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이 근처를 산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말을 타고 근처를 산책하던 외국인들과 만났는데 우리에게 또박또박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인사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한 눈에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보았을까 궁금했지만, 한국어를 아는 서양인으로부터 한국어로 인사를 받으니 묘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이었다. 스웨덴에서 왔다고 했는데, 역시나 몽골에 여행을 올 정도의 사람들이어서였는지 아시아 쪽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한국과 한국어를 알고 있는 외국인을 만났다는 즐거움을 간직한 채 캠프로 돌아왔다. 2002 월드컵의 영향이었던 것일까?
지나는 길에 보이는 곳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픈 모습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모습 그대로 떼어서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었지만, 불가능했기에 이렇게 사진에 담아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한가로이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들. 우리 역시 홉스굴 호수에 머무는 동안 이 사진 속 소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
풑밭에 버려져 있던(?) 정체모를 동물의 턱 뼈와 이빨. 여기저기 동물들의 뼈가 흩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어느 동물의 흔적이었을까 궁금했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몽골인 스태프에게 물어볼까 싶었지만, 어린애도 아니고 이걸 들고 캠프까지 들고가서 물어보기엔 좀..;;;
캠프로 향하는 나의 뒷모습. 반바지와 두꺼운 후드티가 언밸런스하다. 하지만 보트를 타는 동안에는 바람으로 인해 추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입는 것이 감기에 걸릴 수 있는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보트를 타고 캠프로 돌아오니 우리와 함께 캠프에 묵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캠프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밥 먹으러 갈 때나 화장실 갈 때 우연히 마주쳐서 고작 'Hi~' 혹은 'Good Morning!'과 같은 짧은 말밖에 나누지 못 했지만 떠난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Bye Bye~
오후에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캠프 안을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캠프 스태프 분들께서 우리에게 신기한 것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우리를 데리고 간 곳!
식당 바로 옆 음식을 준비하는 건물 처마 밑에 새 둥지가 있었다. '짹짹'거리는 새끼들의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는데 실수로 플래쉬를 터뜨리는 바람에 새끼들이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걱정이었다. 어렸을 적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둥지 속 제비들을 본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계속 캠프에서 밥을 사 먹다가 준비해 온 라면과 김치가 먹고 싶어서 잠깐 부엌을 빌리기로 했다. 혹시 거절할까 봐 조심스러웠는데 너무나 흔쾌히 부엌과 조리 도구를 빌려주셨다. 그 동안 이 곳을 방문했던 한국인들이 꽤 많아서였는지 라면과 김치 냄새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 홉스굴 호수에 도착한 첫 날 먹은 뽀글이도 맛있었지만,
커다란 냄비에 끓여먹는 라면도 별미였다~
맑았나 싶었는데 어느덧 모여든 먹구름. 먹구름 아래로 비친 산과 하늘이 파스텔톤을 띠고 있길래 한 컷~
오후에는 캠프 안을 돌아다니다가 장작이 쌓여있는 곳을 발견하고, 도끼를 찾아 장작을 팼다. -_-;
스포츠 만화에 보면 간혹 슬럼프에 빠진 복싱 선수들이나 야구 선수들에게 장작패기로 훈련을 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만 보고 장작패기가 꽤 어려울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중하게 장작 한가운데를 힘껏 내리쳤더니 도끼를 휘두르는 족족 한 번에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만화책 내용이 허구이거나, 내가 장작패기에 소질이 있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다. 아무튼 8월임에도 새벽 추위에 대비해 장작으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저렇게 많이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한다.
위 사진들은 시간 날 때마다 캠프 안에서 꽃과 버섯 등을 찍은 사진들이다. 버섯들은 간밤에 내린 비로 인해 흠뻑 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지에서 봤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해 보여서 일단 찍고 보았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나무는 관상용으로도 적당할 것 같은데.. :)
다음날 새벽 별자리를 보기 위해 혼자서 4시경에 일어났다. 졸린 눈을 부비며, 추위에 대비해 옷을 껴입고,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숙소 밖으로..
그리고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려는 '오리온자리'의 끝자락을 잠시나마 붙잡을 수 있었다. 역시나 몽골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이다! ^^
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홉스굴 호수에도 아침이 찾아오고...
이 날은 홉스굴 호수를 떠나기로 한 날이었기에 별을 보려는 목적 외에도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하루를 일찍 시작했던 것이다. 홉스굴 호수에서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오리온 자리를 배웅하면서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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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그 일본번째 이야기 - 홉스굴 호수 (3/3)
몽골 여행, 그 마지막 이야기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밖으로 나가보니 전날의 흐렸던 하늘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맑은 날씨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푸른 하늘,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푸른 홉스굴 호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마치 거울에 비친 것 마냥 홉스굴 호수 위로 위에 비치고 있다.
하늘과 호수가 만나서 만들어낸 데칼코마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홉스굴 호수와 그 위를 덮고 있는 하늘이 내게 보여준 이 색깔이야말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때부터 내 블로그 이름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고 정해진 것일지도.. :)
약간의 과장을 보태 구름마저 없었다면 어디가 수평선인지 구분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홉스굴 호수의 아침 풍경을 그대로 전해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그 느낌을 간직하고자 찍어온 동영상을 공개하고자 한다. 삼각대 없이 대충 찍은 영상이라 구도 엉망, 구성 엉망, 음성 엉망(바람 소리 때문에 호숫가에 파도 치는 소리가 약간 묻혀버렸다.)이지만, 홉스굴 호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드리기 위한 목적이니 너그럽게 이해하시고 왜 이렇게 못 찍었냐는 말씀은 말아주시길.. :)
아침 산책을 통해 여행 출발 전부터 동경했던 홉스굴 호수의 모습을 충분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지만, 아침을 먹어야 했기에 간단하게 산책을 마치고 샤워를 하러 갔다. 어차피 홉스굴 호수를 즐길 시간은 충분했으니까...
야외에 마련된 목재 샤워장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꽤나 아늑하다. 미리 수건을 준비해 갔기에 게르 캠프 스태프에게 수건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건을 제공해 주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호텔처럼 미리 방에 개인 용도의 수건을 준비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테렐지 국립공원, 홉스굴 호수, 고비 사막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 경우 일정 분량의 수건은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홉스굴 호수의 경우 언제든지 깨끗한 물로 씻을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테렐지 국립공원, 고비 사막의 경우 물티슈를 준비해 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샤워장 내부 모습. 원목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위쪽에 보이는 수도꼭지를 통해 뜨거운 물이 나온다. 여름이라 따뜻한 물이 필요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차가운 호수 바로 옆에 위치한 덕분에 아침에는 많이 쌀쌀하기 때문에 온수 샤워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샤워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슬리퍼가 준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숙소로 이동할 때 사용할 슬리퍼는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챙기는 센스를 발휘해야겠다. 홉스굴 호수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슬리퍼 혹은 아쿠아슈즈는 꼭 챙겨야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호숫가 근처에는 모래가 아닌 약간 날카로운 자갈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
샤워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사이 잠깐 동안 소나기가 내렸다. 역시 호숫가 근처라서 날씨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 창 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 속 뭉게구름이 마치 그림 속 풍경처럼 느껴진다. 혹시라도 또 어제처럼 먹구름이 잔뜩 드리울까 걱정되어 잽싸게 카메라를 챙겨 호수로 나가기로 했다. 물론 그 전에 고픈 배를 위로해 주기 위해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렀다.
맑은날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식당을 찍은 사진이 전 날 찍은 것밖에 없어서 이것으로 대신한다. 캠프 내에 있는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나무로 만들어졌다. 홉스굴 호수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바로 음식 문제였는데, 캠프에 머무르는 동안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함으로써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가격도 싸고 맛있는데다가 양까지 푸짐하니 매 끼니를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이 바로 위 사진에 있는 스파게티와 스테이크였다. 특히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5,000투그릭이라는 싼 가격에 엄청나게 푸짐한 양의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행복 그 자체였다. ^^;
식당에 자주 간 덕분에 웨이터와 상당히 친해질 수 있었는데, 당시 24살에 대학을 다니면서 방학을 이용해 캠프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유부남(!)이었다. 그는 24살에 벌써 유부남, 게다가 2살짜리 아이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 우리를 보고 웃으며 몽골에서는 결혼을 상당히 일찍 하기 때문에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을 해 주었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는 그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인 관광객들의 추태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가 이 캠프에 도착하기 얼마 전 60~70대 정도로 보이는 의사들(특정 직업을 가진 이들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단지 그 웨이터가 겪었던 사람들의 직업이 의사들이었을 뿐이다.)로 이루어진 한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했는데, 각각 젊은 몽골 처자들을 한 명씩 파트너로 삼아 이 캠프에 데리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노인네들이(얘기를 들은 바로는 별로 존칭을 써 주고픈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매일 밤마다 주사위 굴리기, 혹은 사다리 타기를 통해 파트너를 번갈아 바꿔가며 쾌락을 즐기다가(손만 잡고 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곳을 떠났다고 한다.
이 말을 우리에게 해 주는 몽골인 웨이터의 얼굴이 꽤나 씁쓸해 보였기에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말았다. 몽골인들은 한국을 솔롱고스, 무지개의 나라라고 부를 정도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요즘은 한국 남성들의 무분별한 밤문화 행태로 인해 한국 남성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진 몽골인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나마 4일 동안 잘 지냈기에 우리에게 적대감을 표출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모든 한국인들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채로 놔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모든 한국인이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유독 변태같은 사람들이 관광을 와서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안 좋게 한 것 같다"라고 변명을 하기는 했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그들(변태같은 노인네들) 입장에서는 '남이야 무슨 짓을 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려면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자기들끼리 즐기든가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어 그들로 하여금 죄없는 다른 한국인들에 대한 이상한 편견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한국인들에게 잠재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한 것이기에 욕을 먹어도 싸다고 생각한다. 요즘 또 다시 한국인 해외 관광객들의 추태가 신문에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부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출국 금지령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밖에 나가서 무슨 짓을 할지 미리 예측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캠프 안에 위치한 화장실과 세면대(?). 왼쪽이 남자 화장실, 오른쪽이 여자 화장실. 재래식 화장실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깔끔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가운데 있는 양동이에는 손을 씻기 위한 깨끗한 물이 준비되어 있다. 윗쪽에 보이는 양철통 안에 물을 부은 후 수도꼭지로 조절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물이 충분하진 않지만 간단하게 손을 씻기엔 부족하진 않다. 게다가 물이 부족하다면 바로 옆에 위치한 호숫가로 달려가 씻으면 되는 거니까..
화장실 내부의 모습이다. 재래식과 양변기의 혼합형이라고나 할까? ^^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변기 옆에는 볼 일을 본 후 발생할 수 있는 악취를 억제하기 위한 톱밥이 구비되어 있다. 화장실 문 앞에는 볼 일을 본 후 톱밥 한 움큼을 뿌려달라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아무튼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호숫가로 이동하다가, 캠프 스태프 분과 그 분의 아들을 만났다. 울타리를 말 삼아 승마 연습을 하고 있었다. ^^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시길래 순간 몽골 여행을 준비하면서 본 글 중에 몽골 여행시 폴라로이드를 가져가서 찍은 사진을 몽골 사람들에게 주면 무척 좋아한다는 내용이 생각났다. 미처 폴라로이드를 준비하지 못해서 인화된 사진을 드릴 수는 없었지만, 한국에 도착해 캠프 매니저 분께 찍은 사진들을 이메일로 전송해 드린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몽골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픈 분들은 폴라로이드를 준비해 가면 무척 유용할 것이다. :)
기마민족의 후예답게 몽골의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말 타는 연습을 한다고 한다. 역시 징기스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인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폼이 예사롭지 않다. 울타리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나뭇가지를 채찍 삼아 '츄츄'(우리나라의 '이랴'와 비슷하게 말을 몰 때 외치는 소리)를 외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저 아이가 조금만 더 자란 후 말을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 이 캠프에 도착하는 관광객들에게 승마를 가르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쯤이면 많이 컸을 텐데.. :)
홉스굴 호수를 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첨벙 뛰어들고 싶었지만, 간밤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충분히 낮아진 수온으로 인해 호수 안으로 뛰어드는 것은 지나치게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말았다. 물론 기온이 조금 높아진 한낮에는 수영복을 입고 호수 안으로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기긴 했지만 말이다. 이른 아침 홉스굴 호수의 수온은 목욕탕의 냉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다.
어쩔 수 없이 호숫가에서 살짝 발만 담그고 휴식을 취하다가 문득 호수 한가운데에서도 이렇게 바닥이 다 보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호기심을 풀어야 하는 법! Nature's Door에서 보트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에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Sumaa Had 섬까지 가기 위해서는 30$의 비용이 소요된다. 1시간 정도 보트를 이용할 수 있었으니 비싸지는 않은 편인 것 같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캠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목록과 가격표이다.
하루종일 말 한 마리를 빌려 승마를 즐긴다고 하더라도 고작 8$만 지불하면 되니, 평소 승마를 경험해 보고 싶었지만 비싸서 망설였던 분들이라면 원없이 승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 말을 탈 경우 말이 달릴 때의 반동으로 인해 들썩들썩 하다 보면 말 안장에 닿는 부위의 살에 상처가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어쨌든 1시간 정도 보트를 빌리겠다고 캠프 매니저에게 말씀을 드렸다. 모든 비용은 캠프를 떠날 때 지불하기로 했으니 당장 돈을 지불해야 할 필요는 없다.
보트를 운전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동행한 몽골인 아저씨. 디지털 카메라가 신기했는지 가격이 얼마냐고 물어보면서 커다란 관심을 보이셨다.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고, 나중에 이메엘을 통해 사진을 전송해 드렸다. 잘 받아보셨으려나? :)
보트를 타고 홉스굴 호수 한 가운데로 출발! 홉스굴 호수를 가르며 보트 위에서 느꼈던 상쾌함과 다이내믹함은
홉스굴 호수를 옆에서 바라보고 있을 때 느꼈던 기분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홉스굴 호수 한 가운데에 보트를 멈춰놓고 호수 바닥을 바라보았으나 너무 깊어서인지 끝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끝을 알 수 없는 심연.
방수팩으로 철저하게 보호한 카메라를 물 속에 집어넣어 사진을 찍어보았으나 투명하디 투명한 물만 찍힐 뿐이었다. 그나마 한가운데에 도착하기 전에 조금 깊지 않은 곳에서 디지털 줌까지 최대한 당겨서 찍어서 나온 사진이 바로 아래의 모습이다.
물고기라도 한 마리 찍혔으면 좋았으련만 그저 짙푸른 물과 바닥에 깔린 돌멩이 뿐이다. 이 사진을 찍은 카메라의 경우 광학 줌과 디지털 줌까지 풀로 사용하면 6배까지 확대할 수 있었으니 홉스굴 호수의 수심과 투명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트 여행을 마치고 캠프로 돌아가는 길. 특별한 이동수단이라곤 자전거, 말 외엔 없었고, 그마저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캠프까지 걸어야 했지만 마냥 좋았다. 발 닿는 곳마다 항상 꿈꿔왔던 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으니.. :)
우리가 묵고 있는 캠프 말고도 여기저기 다른 게르 캠프들이 보인다. 캠프마다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이 근처를 산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말을 타고 근처를 산책하던 외국인들과 만났는데 우리에게 또박또박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인사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한 눈에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보았을까 궁금했지만, 한국어를 아는 서양인으로부터 한국어로 인사를 받으니 묘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이었다. 스웨덴에서 왔다고 했는데, 역시나 몽골에 여행을 올 정도의 사람들이어서였는지 아시아 쪽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한국과 한국어를 알고 있는 외국인을 만났다는 즐거움을 간직한 채 캠프로 돌아왔다. 2002 월드컵의 영향이었던 것일까?
지나는 길에 보이는 곳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픈 모습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모습 그대로 떼어서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었지만, 불가능했기에 이렇게 사진에 담아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한가로이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들. 우리 역시 홉스굴 호수에 머무는 동안 이 사진 속 소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
풑밭에 버려져 있던(?) 정체모를 동물의 턱 뼈와 이빨. 여기저기 동물들의 뼈가 흩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어느 동물의 흔적이었을까 궁금했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몽골인 스태프에게 물어볼까 싶었지만, 어린애도 아니고 이걸 들고 캠프까지 들고가서 물어보기엔 좀..;;;
캠프로 향하는 나의 뒷모습. 반바지와 두꺼운 후드티가 언밸런스하다. 하지만 보트를 타는 동안에는 바람으로 인해 추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입는 것이 감기에 걸릴 수 있는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보트를 타고 캠프로 돌아오니 우리와 함께 캠프에 묵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캠프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밥 먹으러 갈 때나 화장실 갈 때 우연히 마주쳐서 고작 'Hi~' 혹은 'Good Morning!'과 같은 짧은 말밖에 나누지 못 했지만 떠난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Bye Bye~
오후에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캠프 안을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캠프 스태프 분들께서 우리에게 신기한 것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우리를 데리고 간 곳!
식당 바로 옆 음식을 준비하는 건물 처마 밑에 새 둥지가 있었다. '짹짹'거리는 새끼들의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는데 실수로 플래쉬를 터뜨리는 바람에 새끼들이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걱정이었다. 어렸을 적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둥지 속 제비들을 본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계속 캠프에서 밥을 사 먹다가 준비해 온 라면과 김치가 먹고 싶어서 잠깐 부엌을 빌리기로 했다. 혹시 거절할까 봐 조심스러웠는데 너무나 흔쾌히 부엌과 조리 도구를 빌려주셨다. 그 동안 이 곳을 방문했던 한국인들이 꽤 많아서였는지 라면과 김치 냄새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 홉스굴 호수에 도착한 첫 날 먹은 뽀글이도 맛있었지만,
커다란 냄비에 끓여먹는 라면도 별미였다~
맑았나 싶었는데 어느덧 모여든 먹구름. 먹구름 아래로 비친 산과 하늘이 파스텔톤을 띠고 있길래 한 컷~
오후에는 캠프 안을 돌아다니다가 장작이 쌓여있는 곳을 발견하고, 도끼를 찾아 장작을 팼다. -_-;
스포츠 만화에 보면 간혹 슬럼프에 빠진 복싱 선수들이나 야구 선수들에게 장작패기로 훈련을 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만 보고 장작패기가 꽤 어려울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중하게 장작 한가운데를 힘껏 내리쳤더니 도끼를 휘두르는 족족 한 번에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만화책 내용이 허구이거나, 내가 장작패기에 소질이 있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다. 아무튼 8월임에도 새벽 추위에 대비해 장작으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저렇게 많이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한다.
위 사진들은 시간 날 때마다 캠프 안에서 꽃과 버섯 등을 찍은 사진들이다. 버섯들은 간밤에 내린 비로 인해 흠뻑 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지에서 봤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해 보여서 일단 찍고 보았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나무는 관상용으로도 적당할 것 같은데.. :)
다음날 새벽 별자리를 보기 위해 혼자서 4시경에 일어났다. 졸린 눈을 부비며, 추위에 대비해 옷을 껴입고,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숙소 밖으로..
그리고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려는 '오리온자리'의 끝자락을 잠시나마 붙잡을 수 있었다. 역시나 몽골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이다! ^^
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홉스굴 호수에도 아침이 찾아오고...
이 날은 홉스굴 호수를 떠나기로 한 날이었기에 별을 보려는 목적 외에도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하루를 일찍 시작했던 것이다. 홉스굴 호수에서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오리온 자리를 배웅하면서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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