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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용의자 X의 헌신 (容疑者Xの獻身, 2008)

by 맨큐 2009.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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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의 대결 !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단, 정답은 반드시 있어."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중 한 명인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의 대결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 최고의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그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 외에도 <백야행>, <붉은 손가락>, 11문자 살인사건>, <유성의 인연> 등 다수 작품을 발표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런 그의 작품을 영화화한 사람은 바로 니시타니 히로시 ! 드라마 <하얀 거탑>, <갈릴레오> 등의 연출자로 만드는 작품마다 대히트시키는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우는 인물입니다. 일본에서 개봉한 이후 4주 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용의자 X의 헌신> ! 그럼 지금부터 '사건을 파헤치는 천재 물리학자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 천재 수학자'의 흥미진진한 대결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 어찌 보면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를 만드는 것과 어떤 방패든 뚫을 수 있는 창'의 관계, 즉 모순의 관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카와가 제시한 이 문제에는 한 가지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반드시 정답이 존재한다는 사실 ! 과연 어떤 것이 더 어려울까요?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시가미가 만든 알리바이를 깨고자 하는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이웃에 살고 있는 여인을 돕고자 하는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의 창과 방패의 대결은 참으로 흥미진진합니다. 제가 이런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천재 한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두 명의 천재가 등장해 대결을 펼치는 것이니까 말이죠.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이 천재들의 대결을 그린 영화이고, 영화 속에서 4색 문제, 홋지예상, 밀즈방정식과 질량갭문제 등 다양한 수학 난제들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실제로 그러한 문제를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영화의 스토리 전개상 한 번 정도 언급하고 넘어가는 정도니까요. 4색 문제의 경우 유카와와 이시가미가 처음 만난 계기가 된 것이라 조금은 비중있게 다뤄지긴 합니다만...

어쨌든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을 이해하기 위해 관객이 미리 수학적 배경 지식을 쌓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다른 천재의 이야기를 그렸던 영화 <21>의 경우에는 영화 속에 언급되었던 '몬티홀 딜레마'(http://pustith.tistory.com/249)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과 반대로 말이죠. ^^;



풀 수 없는 문제를 풀어내고자 하는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 제도대학 물리학부 교수로 준수한 외모, 명석한 두뇌, 다부진 운동신경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완벽한 남자, 소위 말하는 '엄친아'입니다. 그나마 단점을 지적해 본다면 유독 미인에 약하다는 점 정도? 맡기 싫은 귀찮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피의자가 미인"이라는 말만 들으면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



사건의 시작은 아주 단순합니다. 평소 수사하는데 있어 논리보다는 형사의 직감을 우선시하는 열혈 형사 우츠미는 수사가 난항에 봉착할 때마다 선배 형사인 쿠사나기를 통해 알게 된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가시 신지라는 남자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피의자의 전 부인인 하나오카 야스코가 지목됩니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던 하나오카 야스코에게는 완벽하리만치 딱 들어맞는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또 다시 수사에 한계를 느낀 우츠미 형사는 이번에도 역시 유카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게 되면서 영화는 점점 흥미롭게 전개되어 갑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우츠미 형사의 직감대로 용의자인 하나오카 야스코가 바로 범인입니다. 여기서 이렇게 범인을 밝혀버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으시겠죠? ^^ 하지만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가 어떤 방법으로 하나오카 야스코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그녀의 죄를 덮어주는지, 그리고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가 그의 알리바이를 어떻게 깨뜨리는지 그 과정 자체인 것이죠. 실제로 영화를 보시면 초반에 하나오카 야스코가 토가시 신지를 살해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구요. ^^



처음 토가시 신지 살인사건에 대해 전해듣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유카와 교수 ! 하지만 유력 용의자인 하나오카 야스코의 이웃집에 학창 시절 자신이 유일하게 천재로 인정했던 이시가미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태도가 돌변합니다. 이시가미가 그의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 하나오카 야스코를 돕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게 되고, 유카와 교수는 직접 이시가미를 찾아가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카와와 이시가미는 대학생 때 알게 된 사이 !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서 4색 문제라는 유명한 수학 문제에 심취해 있던 이시가미를 본 유카와는 자신보다 뛰어난 천재 이시가미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시가미는 4색 문제를 알아보는 유카와의 명석함을 인정하게 된 것이죠.

4색 문제란 세계 지도에서 접촉하는 영역을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할 경우 4가지 색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을 수학이론으로 증명해 내는 문제로, 1976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하켄과 아펠 교수가 당시 세계 초고속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 증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시가미는 슈퍼 컴퓨터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증명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며 인간의 힘만으로 직접 증명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런 색칠 공부에 가까운 놀이조차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ㅎㅎ

아무튼 대학 졸업 후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이시가미와 유카와 ! 유카와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이시가미 역시 교수의 길을 걸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유카와는 집안의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공부를 그만두고 고등학교 교사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이자 라이벌인 이시가미와 유카와 ! 유카와를 본 이시가미는 '여전히 젊어 보인다'며 부러움을 표시합니다. 영화 속에서 이러한 유카와의 완소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캐스팅된 배우는 후쿠야마 마사하루로 90년 싱글 앨범 <추억의 빗속>으로 데뷔한 이래 20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슈퍼스타라 합니다. 일본 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실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렇다네요. ^^;

조각 같은 외모와 멋진 무대 매너로 일본에서는 기무라 타쿠야와 쌍벽을 이루는 인기 절정의 스타로, 일본에서 데뷔 20년만의 첫 스크린 데뷔작인 <용의자 X의 헌신>이 3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배우로서의 단단한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기무라 타쿠야를 제치고 2010년 방영 예정인 NHK 대하드라마 <료마전>의 주연으로 발탁될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네요.



그렇다면 유카와가 인정한 유일한 수학 천재인 이시가미 테츠야를 연기한 배우는? 인기 드라마인 <런치의 여왕>으로 국내 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츠츠미 신이치로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입니다.

원작인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에서의 이시가미는 뚱뚱한 체형에 비호감형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은 이시가미를 원작과 전혀 다른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으며, 이러한 매력적인 이시가미를 연기한 츠츠미 신이치에게 커다란 만족감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츠츠미 신이치는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역을 위해 머리 일부를 백발로 염색하고, 어눌한 말투, 눈빛 연기 등으로 <용의자 X의 헌신>에서 혼신의 연기를 선보였으며, 그 결과 33회 호치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고 합니다.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의 도움을 받는 하나오카 야스코. 그리고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진행하는 우츠미 형사와 쿠사나기 형사. 하지만 언제나 한 발 앞서는 것은 천재 수학자인 이시가미입니다. 유카와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는 것들은 이미 모조리 이시가미가 예상한 것들이고, 하나오카 야스코는 이시가미의 시나리오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혐의를 벗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팽팽한 대결 구도 속에서 답답해지는 것은 역시 유카와일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논리적 추론에 의해 해결되지 않는 사건이 없었는데, 유독 이번 사건만은 번번히 넘을 수 없는 벽에 가로막힌 듯한 느낌이었을 테니까요. 게다가 자신이 유일하게 인정했던 천재 이시가미가 하나오카 야스코를 돕고 있다는 심증도 가지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구요.

어쩌면 자신의 숙명의 라이벌을 이번 사건을 빌어 넘어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유카와는 사건 용의자인 하나오카 야스코를 직접 만나게 됩니다. 용의자인 하나오카 야스코가 미인이라는 우츠미 형사의 말 때문에 만난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



이시가미가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 '기하 문제를 함수 문제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함정 문제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유카와 교수 ! 이 말에서 힌트를 얻은 유카와 교수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과연 그의 이러한 시도는 효과가 있었을까요? ^^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에는 이시가미와 유카와의 두뇌 대결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볼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이시가미가 왜 그렇게 하나오카 야스코를 돕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저 옆집에 사는 아름다운 여인이기 때문에 혼자 사는 남자의 입장에서 가지게 된 호감이었던 것일까요? 영화를 보면 그 이유에 대해 알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약간 허무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참 사소한 것만으로도 한 인간으로 하여금 커다란 변화를 유도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은 이시가미와 유카와의 상상을 뛰어넘는 두뇌 대결 덕분에 러닝 타임 내내 한순간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마치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영화의 전개가 깔끔하기도 했구요. 여러분도 이 영화를 감상하신다면 뜨거운 '헌신' 속에 숨겨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 '아, 그런 것이었구나'하고 저처럼 무릎을 탁 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지금 말씀드리고 싶지만, 여기서 폭로해 버리면 스포일러가 되는지라 참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천재들의 치열한 두뇌 대결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4월 9일 대개봉하는 <용의자 X의 헌신>을 기대해 주시길 !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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