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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점적 다자연애인 폴리아모리(polyamory)라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를 들고 나온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 사실 개인적으로는 폴리아모리라는 소재가 엄청나게 충격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연애관이 그렇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교 재학 중 그냥저냥 알고 지내던 친구(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긴 한데...) 한 명이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소식을 잡지를 통해 접한 적이 있었기에 '그런 연애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으니까요.
게다가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가 폴리아모리에 대한 내용을 그린 영화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요. 그냥 헤어진 아내가 주인공과 다시 재결합하는 그런 내용을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만 가지고 영화를 감상했더랬습니다. 영화 정보를 찾아보지 않은 것은 물론, 영화 포스터조차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손예진씨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선택한 영화였거든요. ^^;
영화관에서 예매한 표를 받아들고, 영화 포스터의 '평생 한 사랑할 자신 있어?'라는 문구를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영화 속 손예진씨가 남편인 김주혁씨를 두고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그린 영화라는 사실을 말이죠.
남편인 본인을 두고 아내가 또 다른 사람과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터 속 김주혁씨의 얼굴 표정은 무척이나 환해 보입니다. 포스터만 봤을 때는 김주혁씨가 아내의 결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했더랬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러한 추측 역시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음을 깨닫긴 했지만요. ^^;
영화는 노덕훈(김주혁분)과 주인아(손예진분)가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몇 년 전 팀 프로젝트를 위해 잠시 팀장(주인아)와 팀원(노덕훈) 관계로 만난 적이 있는 두 사람 ! 이 날의 우연한 만남은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할 당시 인아를 향한 자신의 애절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덕훈에게는 절호의 찬스라 할 수 있습니다.
인아의 부모님께서 인아의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며 대화를 시작하는 덕훈. 인아의 이름에 '씨'자를 붙이면 '주인아씨'가 되니 주변 남자들을 모조리 머슴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름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 대사는 덕훈과 인아가 처음 만났을 때에도 날렸던 뻐꾸기였으니...^^;
밤 늦은 시간에도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하는 덕훈과 FC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인아의 대화는 끝날 줄 모릅니다. 여기에서 덕훈은 바르셀로나를 예찬하며 '바르샤'라는 단어를 말하는 인아의 입술을 보며 완전히 넘어가 버리게 됩니다. 덕훈이 인아의 매력에 사로잡히는 계기가 된 결정적인 부위였으니, 손예진씨의 입술을 섹시하게 연출하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을 듯 합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자친구가 있다면 꽤나 즐거운 일이겠죠. 더군다나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유럽의 클럽 축구까지 훤하게 꿰고 있는 여자친구라면 여자친구가 응원하는 팀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다르더라도 큰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덕훈과 인아처럼 말이죠. ^^
우연한 만남에 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을까요? 우리의 매력덩어리 인아는 덕훈에게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며 유혹의 손길을 내밉니다. 과연 이렇게 예쁜 인아의 유혹을 견뎌낼 남자가 있을까요? 저는 무조건 유혹의 손길을 덥썩 잡을 것 같습니다만, 현실에서는 제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여성 분이 없다는 사실...-_-; 아무튼 덕훈 역시 기다렸다는 듯 인아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헌 책 냄새가 좋아서 헌 책을 모으는 특이한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는 인아. 인아의 평상시 삶에 대해 알게 되면서 덕훈은 점차 인아의 매력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덕훈과 인아의 키스가 이어집니다. 과연 키스만으로 끝났을까요? 김주혁씨, 부러워요. ㅋㅋ
불같은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에 또 만나자며 헤어진 이들은 불과 열 몇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덕훈과 인아의 알콩달콩한 연애는 시작된 것이죠. 사랑은 나눠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로맨티스트 덕훈과 사랑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생각하는 자유주의자 인아, 이들의 사랑에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연애 초기,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던 이들의 사랑에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데이트를 즐기던 덕훈이 인아에게 사랑한다 말하면서 '내 꺼'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말이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소유되고픈 덕훈에게는 그저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말일 뿐이지만, 인아에게는 자신을 구속하는 단어로 다가왔나 봅니다. 정색하면서 자신도 덕훈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자신은 덕훈의 것이 아니라는 말로 덕훈의 '내 꺼'라는 말에 공식적인 거부를 선언하니까 말이죠.
이들의 사랑 싸움은 연인들 간에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한 다툼이 이들의 섹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덕훈과 인아의 연애를 보여주는 장면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손예진씨의 입을 통해 섹스와 관련된 그 수많은 단어들을 듣게 될 줄이야...;;; 게다가 덕훈과 인아가 품고 있는 성적 환타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제 성적 환타지는 무엇일까 상상해 보는 재미까지...^^;
자유주의자 인아의 자유로운 연애를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연애이지만, 애초부터 정상적인(!) 연애관을 가지고 있는 덕훈인지라 인아를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인아를 좋아하게 될수록 다른 남자와 어울려 술마시는 인아를 떠올리는 것도 싫구요. 덕훈은 인아와 결혼해 버리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줄기차게 인아에게 청혼을 합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즐기고 싶은 인아에게 결혼이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굴레일 뿐 ! 덕훈의 청혼은 계속해서 거절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할 덕훈이 아닙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거리 응원을 하다가 홍명보 선수가 승부차기에 성공해 대한민국의 승리가 결정된 직후, 덕훈은 미리 준비한 반지를 꺼내며 다시 한 번 인아에게 청혼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아이처럼 '나랑 결혼하자'며 조르던 모습이 아닌 덕훈의 진지한 모습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대한민국이 스페인에 승리한 기쁨에 도취된 탓이었을까요? 인아는 그제서야 덕훈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연애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시작된 덕훈과 인아의 신혼생활. 덕훈에게는 인아와의 신혼생활도 인아와 연애를 할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 그렇게나 사랑하는 인아와 공식적으로 함께 살게 되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덕훈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인아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방 근무를 지원하면서 주말부부가 된 것이죠.
처음엔 주말부부가 되면 인아와 매일 섹스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아의 지방 근무를 말도 안 된다며 거절하지만, 결국 덕훈은 인아에게 항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역시 이것이 화근이었을까요? 주말부부로 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아는 덕훈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게 됩니다. '나 할 말 있는데...'로 시작된 인아의 한 마디는 바로 인아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이가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의미였죠.
게다가 더 어이없는 것은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 뿐만 아니라 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덕훈이 멀쩡하게 남편으로 살아있는데도 말이죠. 덕훈으로서는 그야말로 미치고 펄쩍 뛸 노릇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인아가 덕훈과 헤어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덕훈과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남자를 남편으로 두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랄까요? 물론 제 관점에서는 다행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지옥같은 일일 것 같지만 말이죠.
인아와 덕훈의 연애관은 이 대사에서 보는 것처럼 판이하게 다릅니다. 만약 제가 영화 속 덕훈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차라리 이혼하는 방법을 택했을 것 같습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정도라면 서로 조율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을 테지만, 이렇게 근본적인 가치관이 다른 경우라면 조율할 수 있을만한 여지가 없을 것 같거든요.
영화 속 덕훈 역시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비슷하게 인아와 이혼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이혼 서류를 작성해 인아가 살고 있는 경주로 찾아가게 되죠. 그런데 막상 인아가 새로 생긴 남자에게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며 유혹하는 모습을 보자 피가 거꾸로 치솟는지 절대로 이혼해 줄 수 없다며 난동을 부리게 됩니다. 만약 제가 그 상황에 처해있었더라면 저라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저와 다른 점이라면 전 난동을 부릴만큼 부리고 나서 이혼 서류도 들이밀 거라는 사실 ! ^^;
다른 사람 좋은 일 시킬 수 없다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인아의 '특이한 투톱체제'를 묵인하는 덕훈. 어쩌면 그 날 밤 인아가 자신의 성적 환타지를 만족시켜 줬기에 묵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남편 둘에 아내 하나인 그들의 기이한 결혼생활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한 명 뿐인 아내 인아는 주중에 경주에서 새로 생긴 남편과 생활하고, 주말에 서울에서 덕훈과 생활하게 된 것이죠.
과연 이들의 특이한 결혼생활은 끝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아내가 결혼했다>를 연출한 정윤수 감독의 변에 의하면 이 영화는 현재를 즐기면서 거침없이 사랑하는 주인아의 삶에 대한 예찬이라 합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를 유쾌하게 즐기길 바란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올라온 영화 리뷰들에 의하면 영화 속 인아의 결혼생활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불쾌감을 표현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극 중 인아처럼 자유로운 연애를 가치관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대학 재학 중 <성의 철학과 성윤리>라는 강의를 수강한 적 있는데, 해당 강의를 들으면서 벌어진 수많은 토론을 보면서 '세상에는 정말 대다수가 옳다고 믿는(이것이 반드시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치관에서 동떨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포르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관계(예를 들면, 모자간 혹은 남매간)의 섹스는 물론 동물들과의 섹스 역시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이것을 법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펼친 분들이 계셨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의견을 가진 분들이 심심치 않게 계셨기에 강의 도중 발생한 토론 열기가 무척이나 후끈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 같은 이러한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정도였으니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에서처럼 다부다처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신 분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았더랬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자신 있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있게 Yes라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사랑이 상대방에게 배신을 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죠. 사랑이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그리고 앞에서도 밝혔듯, 제가 덕훈의 입장이었다면 상대방이 저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곧바로 이혼이라는 대안을 선택할 것입니다. 차라리 헤어졌으면 헤어졌지, 상대방이 바람을 피우는 꼴은 죽어도 못 볼 것 같거든요. ^^;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가 우리 사회의 성 정체성을 뒤흔드는 정도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현재의 일부일처제라는 제도에 대해 가볍게 화두를 던지는 정도의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미 <성의 철학과 성윤리>라는 강의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상태였기 때문에 영화 내용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크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게다가 영화 속에서 주인아역을 맡은 손예진씨의 매력 넘치는 모습에 정신없이 몰입해 버린 바람에...-_-; 아무튼 여러분들이라면 아내 혹은 남편이 결혼하는 영화 속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
게다가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가 폴리아모리에 대한 내용을 그린 영화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요. 그냥 헤어진 아내가 주인공과 다시 재결합하는 그런 내용을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만 가지고 영화를 감상했더랬습니다. 영화 정보를 찾아보지 않은 것은 물론, 영화 포스터조차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손예진씨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선택한 영화였거든요. ^^;
영화관에서 예매한 표를 받아들고, 영화 포스터의 '평생 한 사랑할 자신 있어?'라는 문구를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영화 속 손예진씨가 남편인 김주혁씨를 두고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그린 영화라는 사실을 말이죠.
남편인 본인을 두고 아내가 또 다른 사람과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터 속 김주혁씨의 얼굴 표정은 무척이나 환해 보입니다. 포스터만 봤을 때는 김주혁씨가 아내의 결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했더랬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러한 추측 역시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음을 깨닫긴 했지만요. ^^;
영화는 노덕훈(김주혁분)과 주인아(손예진분)가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몇 년 전 팀 프로젝트를 위해 잠시 팀장(주인아)와 팀원(노덕훈) 관계로 만난 적이 있는 두 사람 ! 이 날의 우연한 만남은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할 당시 인아를 향한 자신의 애절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덕훈에게는 절호의 찬스라 할 수 있습니다.
인아의 부모님께서 인아의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며 대화를 시작하는 덕훈. 인아의 이름에 '씨'자를 붙이면 '주인아씨'가 되니 주변 남자들을 모조리 머슴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름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 대사는 덕훈과 인아가 처음 만났을 때에도 날렸던 뻐꾸기였으니...^^;
밤 늦은 시간에도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하는 덕훈과 FC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인아의 대화는 끝날 줄 모릅니다. 여기에서 덕훈은 바르셀로나를 예찬하며 '바르샤'라는 단어를 말하는 인아의 입술을 보며 완전히 넘어가 버리게 됩니다. 덕훈이 인아의 매력에 사로잡히는 계기가 된 결정적인 부위였으니, 손예진씨의 입술을 섹시하게 연출하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을 듯 합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자친구가 있다면 꽤나 즐거운 일이겠죠. 더군다나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유럽의 클럽 축구까지 훤하게 꿰고 있는 여자친구라면 여자친구가 응원하는 팀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다르더라도 큰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덕훈과 인아처럼 말이죠. ^^
우연한 만남에 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을까요? 우리의 매력덩어리 인아는 덕훈에게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며 유혹의 손길을 내밉니다. 과연 이렇게 예쁜 인아의 유혹을 견뎌낼 남자가 있을까요? 저는 무조건 유혹의 손길을 덥썩 잡을 것 같습니다만, 현실에서는 제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여성 분이 없다는 사실...-_-; 아무튼 덕훈 역시 기다렸다는 듯 인아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헌 책 냄새가 좋아서 헌 책을 모으는 특이한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는 인아. 인아의 평상시 삶에 대해 알게 되면서 덕훈은 점차 인아의 매력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덕훈과 인아의 키스가 이어집니다. 과연 키스만으로 끝났을까요? 김주혁씨, 부러워요. ㅋㅋ
불같은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에 또 만나자며 헤어진 이들은 불과 열 몇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덕훈과 인아의 알콩달콩한 연애는 시작된 것이죠. 사랑은 나눠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로맨티스트 덕훈과 사랑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생각하는 자유주의자 인아, 이들의 사랑에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연애 초기,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던 이들의 사랑에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데이트를 즐기던 덕훈이 인아에게 사랑한다 말하면서 '내 꺼'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말이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소유되고픈 덕훈에게는 그저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말일 뿐이지만, 인아에게는 자신을 구속하는 단어로 다가왔나 봅니다. 정색하면서 자신도 덕훈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자신은 덕훈의 것이 아니라는 말로 덕훈의 '내 꺼'라는 말에 공식적인 거부를 선언하니까 말이죠.
이들의 사랑 싸움은 연인들 간에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한 다툼이 이들의 섹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덕훈과 인아의 연애를 보여주는 장면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손예진씨의 입을 통해 섹스와 관련된 그 수많은 단어들을 듣게 될 줄이야...;;; 게다가 덕훈과 인아가 품고 있는 성적 환타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제 성적 환타지는 무엇일까 상상해 보는 재미까지...^^;
자유주의자 인아의 자유로운 연애를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연애이지만, 애초부터 정상적인(!) 연애관을 가지고 있는 덕훈인지라 인아를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인아를 좋아하게 될수록 다른 남자와 어울려 술마시는 인아를 떠올리는 것도 싫구요. 덕훈은 인아와 결혼해 버리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줄기차게 인아에게 청혼을 합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즐기고 싶은 인아에게 결혼이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굴레일 뿐 ! 덕훈의 청혼은 계속해서 거절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할 덕훈이 아닙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거리 응원을 하다가 홍명보 선수가 승부차기에 성공해 대한민국의 승리가 결정된 직후, 덕훈은 미리 준비한 반지를 꺼내며 다시 한 번 인아에게 청혼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아이처럼 '나랑 결혼하자'며 조르던 모습이 아닌 덕훈의 진지한 모습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대한민국이 스페인에 승리한 기쁨에 도취된 탓이었을까요? 인아는 그제서야 덕훈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연애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시작된 덕훈과 인아의 신혼생활. 덕훈에게는 인아와의 신혼생활도 인아와 연애를 할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 그렇게나 사랑하는 인아와 공식적으로 함께 살게 되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덕훈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인아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방 근무를 지원하면서 주말부부가 된 것이죠.
처음엔 주말부부가 되면 인아와 매일 섹스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아의 지방 근무를 말도 안 된다며 거절하지만, 결국 덕훈은 인아에게 항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역시 이것이 화근이었을까요? 주말부부로 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아는 덕훈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게 됩니다. '나 할 말 있는데...'로 시작된 인아의 한 마디는 바로 인아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이가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의미였죠.
게다가 더 어이없는 것은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 뿐만 아니라 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덕훈이 멀쩡하게 남편으로 살아있는데도 말이죠. 덕훈으로서는 그야말로 미치고 펄쩍 뛸 노릇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인아가 덕훈과 헤어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덕훈과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남자를 남편으로 두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랄까요? 물론 제 관점에서는 다행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지옥같은 일일 것 같지만 말이죠.
인아 : 내가 별을 따 달래, 달을 따 달래? 난 그냥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는 것 뿐인데...
덕훈 : 차라리 별을 따 달라 그래, 별을 !!!
덕훈 : 차라리 별을 따 달라 그래, 별을 !!!
인아와 덕훈의 연애관은 이 대사에서 보는 것처럼 판이하게 다릅니다. 만약 제가 영화 속 덕훈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차라리 이혼하는 방법을 택했을 것 같습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정도라면 서로 조율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을 테지만, 이렇게 근본적인 가치관이 다른 경우라면 조율할 수 있을만한 여지가 없을 것 같거든요.
영화 속 덕훈 역시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비슷하게 인아와 이혼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이혼 서류를 작성해 인아가 살고 있는 경주로 찾아가게 되죠. 그런데 막상 인아가 새로 생긴 남자에게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며 유혹하는 모습을 보자 피가 거꾸로 치솟는지 절대로 이혼해 줄 수 없다며 난동을 부리게 됩니다. 만약 제가 그 상황에 처해있었더라면 저라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저와 다른 점이라면 전 난동을 부릴만큼 부리고 나서 이혼 서류도 들이밀 거라는 사실 ! ^^;
다른 사람 좋은 일 시킬 수 없다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인아의 '특이한 투톱체제'를 묵인하는 덕훈. 어쩌면 그 날 밤 인아가 자신의 성적 환타지를 만족시켜 줬기에 묵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남편 둘에 아내 하나인 그들의 기이한 결혼생활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한 명 뿐인 아내 인아는 주중에 경주에서 새로 생긴 남편과 생활하고, 주말에 서울에서 덕훈과 생활하게 된 것이죠.
과연 이들의 특이한 결혼생활은 끝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아내가 결혼했다>를 연출한 정윤수 감독의 변에 의하면 이 영화는 현재를 즐기면서 거침없이 사랑하는 주인아의 삶에 대한 예찬이라 합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를 유쾌하게 즐기길 바란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올라온 영화 리뷰들에 의하면 영화 속 인아의 결혼생활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불쾌감을 표현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극 중 인아처럼 자유로운 연애를 가치관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대학 재학 중 <성의 철학과 성윤리>라는 강의를 수강한 적 있는데, 해당 강의를 들으면서 벌어진 수많은 토론을 보면서 '세상에는 정말 대다수가 옳다고 믿는(이것이 반드시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치관에서 동떨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포르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관계(예를 들면, 모자간 혹은 남매간)의 섹스는 물론 동물들과의 섹스 역시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이것을 법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펼친 분들이 계셨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의견을 가진 분들이 심심치 않게 계셨기에 강의 도중 발생한 토론 열기가 무척이나 후끈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 같은 이러한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정도였으니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에서처럼 다부다처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신 분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았더랬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자신 있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있게 Yes라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사랑이 상대방에게 배신을 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죠. 사랑이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그리고 앞에서도 밝혔듯, 제가 덕훈의 입장이었다면 상대방이 저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곧바로 이혼이라는 대안을 선택할 것입니다. 차라리 헤어졌으면 헤어졌지, 상대방이 바람을 피우는 꼴은 죽어도 못 볼 것 같거든요. ^^;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가 우리 사회의 성 정체성을 뒤흔드는 정도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현재의 일부일처제라는 제도에 대해 가볍게 화두를 던지는 정도의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미 <성의 철학과 성윤리>라는 강의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상태였기 때문에 영화 내용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크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게다가 영화 속에서 주인아역을 맡은 손예진씨의 매력 넘치는 모습에 정신없이 몰입해 버린 바람에...-_-; 아무튼 여러분들이라면 아내 혹은 남편이 결혼하는 영화 속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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