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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더 레슬러 (The Wrestler, 2008)

by 맨큐 2009.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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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작성하는 영화 리뷰인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본 영화가 많았음에도 귀찮아서 영화 리뷰를 작성하지 못했고, 올해는 본 영화가 거의 없어서 영화 리뷰를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2009년 3월 중반이 지난 지금 이 시점까지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단 한 편에 불과하거든요. ㅠㅠ

올해 감상한 유일한 영화에 대해서도 리뷰를 작성해야 마땅하겠으나, 아직은 그 영화에 대해 리뷰를 작성해야겠다는 의지가 솟아오르지 않아서 작년에 본 영화 중 한 편에 대해 잠깐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이런 식으로 작성하다 보면 언젠가는 지금까지 본 모든 영화에 대해 코멘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만, 지금처럼 귀차니즘이 계속된다면 불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_-;



아무튼 오늘 리뷰를 진행할 영화는 지난 3월 5일에 개봉했던 '더 레슬러'입니다. 영화 포스터 속에서 링 위에 힘들게 몸을 지탱하고 있는 이는 '더 레슬러'의 주인공인 랜디를 열연한 '미키 루크'입니다. 킴 베이싱어와 함께 출연했던 '나인 하프 위크'에서 전세계 관객들에게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던 그가 이런 모습으로 변했을 것이라고는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습니다.

아마도 제 나이 또래 혹은 제 나이 이상의 남자 분들 중에는 '나인 하프 위크'라는 영화에서 미키 루크와 킴 베이싱어가 펼치는 농도 짙은 장면들을 감상하면서 느꼈을 숨막힐 듯한 그 기분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음, 분명 19금 장면들이 많은 작품이라 분명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였을 텐데, 청소년 시절에 숨죽여가며 봤던 기억이 나는 이유는 뭘까요? ^^; 어쨌든 '나인 하프 위크' 속 미키 루크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게 각인되어서였을까요? 사람들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지만 그는 여전히 80년대 '나인 하프 위크'에서처럼 여전히 섹시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더 레슬러' 포스터 속의 이미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으로 늙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변해버린 미키 루크를 다시 조우하게 된 것은 한국의 스크린 속에서가 아니라 작년에 '베니스 영화제 원정대'로 선정되어 이탈리아 베니스에 다녀왔을 때였습니다. 베니스 영화제 현장을 직접 지켜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제 65회 베니스 영화제의 레드카펫 주변을 서성이며 사진을 촬영하고 있을 무렵...



제 뒤로 한 대의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무명 배우 중 한 명이겠거니 싶어서 그냥 무심히 지켜보기만 했는데, 나중에 베니스 영화제 원정대 스태프로 함께 한 주기영님께서 촬영한 사진을 보니 차량 속 주인공이 꽤나 예쁘게 생기셨더라구요. 당시 주기영님께서 촬영한 사진을 보며 제가 직접 이 분을 촬영하지 못함을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



녹색 드레스로 멋지게 치장하신 이 여성 분께서 포토라인 앞으로 다가가고 있을 무렵, 수많은 사진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포토라인 앞에는 이미 두 명의 남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여성 분이 토포라인 앞으로 다가오자 반갑게 맞이하는 장면을 연출해 주셨죠. 이 모습을 본 저는 속으로 '역시 남자들은 예쁜 여자에 약해'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이 분들의 정체도 모른 상태로 말이죠. ㅎㅎ



포토라인 앞에 오른 여성 분께서 단독 사진을 촬영하고 나서...



기다리고 있던 두 명의 남성 분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분들이 영화 '더 레슬러'의 주인공인 미키 루크와 영화 속에서 그의 딸인 스테파니로 등장했던 에반 레이첼 우드라는 사실을 말이죠. -_-; 그렇게나 섹시하고 날렵했던 미키 루크가 저렇게 산만한 덩치를 자랑하는 중년 아저씨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에 남성 분들은 영화배우가 아니라 그냥 영화 관계자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렇게 '더 레슬러'의 주인공이었던 미키 루크와 에반 레이첼 우드를 떠나보내고 난 후, 저희 베니스 영화제 원정대원들은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영화가 상영 중이었던 극장을 찾았습니다. 영화제를 취재하러 온 것인 만큼 영화를 한 편도 안 보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으니까요.

되도록 많은 작품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일정상 1~2편의 영화만 감상할 수 있었는데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저희가 고른 작품은 바로 '더 레슬러'였습니다. 굳이 이 영화를 골랐던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제 65회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 그리고 저희의 스케줄에 맞는 영화 중 영어로 된 영화는 '더 레슬러'가 유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영화를 선택한 기준이 약간 어이없어 보이긴 하지만, 뭐 원래 인생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 아주 사소한 이유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저희가 베니스 현지에서 '더 레슬러'를 보게 된 것도 위와 같은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저희 베니스 영화제 원정대원들 외에도 영화 '더 레슬러'를 감상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외국인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는 저렇게 키스를 나누는 분들도 계셨구요. ^^;
 


영화 상영 시간이 다 되어 극장 안으로 입장 !



이런 과정을 거쳐서 보게 된 영화가 바로 '더 레슬러'였던 것입니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영화 속 주인공들을 눈 앞에서 만났는데도 영화를 보면서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더랬습니다. 빡빡한 일정 탓에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일 것이라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_-;



네, 영화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뻘소리가 조금 길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영화를 보기 전 겪었던 에피소드를 장황하게 늘어놓을 수 밖에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더 레슬러'를 감상하는 동안 대사를 알아듣기 위해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했던 데다가, 영화를 감상했던 시점으로부터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버려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이 기억나지 않더라구요. 한글 자막 없이 영어 대사를 해석하면서 영화를 감상하려니 참 힘들었습니다. -_-;



미키 루크가 열연한 프로레슬러 랜디는 1980년대 화려한 무대 매너와 현란한 테크닉으로 관중들을 사로잡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그였지만, 악화된 건강은 더 이상 그를 프로레슬러로서 살아가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심장이상으로 링을 떠나야만 했던 것이죠. 평생 동안 열정을 쏟아부었던 링을 떠난 랜디는 집 근처 식료품 상점에서 일을 하며 일상을 지탱해 갑니다.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랜디가 유일하게 소통하는 사람은 바로 작은 클럽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캐시디입니다. 캐시디는 랜디에게 있어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고, 랜디는 캐시디에게 있어 손님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해해 주는 한 명의 인간인 것이죠.
 


캐시디를 연기한 배우는 헐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마리사 토메이. 스크린 속에서 꽤나 매력적인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괴리감, 그리고 자신이 버린 딸 스테파니와 뒤늦게 화해하기 위해 찾아가지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딸 때문에 힘들어하는 랜디. 그에게 삶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레슬링 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랜디는 자신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아야돌라의 도전장을 받고 다시 한 번 링에 오르게 되면 죽게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를 무시한 채 다시 한 번 링 위에 오르게 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링 위에 오른 랜디. 그야말로 처절한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과연 그의 싸움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8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이제는 퇴물 레슬러로서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랜디. 영화를 보고 있으니 그 역할을 소화하는 데는 미키 루크만한 배우가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랜디와 미키 루크는 잘 어울립니다. 미키 루크 역시 영화 속 랜디처럼 80년대 최고의 섹시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지금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거의 잊혀져버린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어쩌면 '더레슬러'라는 영화는 미키 루크의 귀환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예전 미키 루크의 화려한 모습을 기억하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영화를 보는 내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증명하기 위한 한 인간의 외롭고도 처절한 투쟁에 대한 기록 말이죠.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아,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라는 감탄사는 내뱉지 못했습니다. 물론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요. 최고라고 인정할 수 없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베니스 현지에서 영화를 관람한 터라 모든 대사를 영어로만 이해해야 했다는 사실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네요. ^^;

그런데 제 생각과 달리 영화를 관람하고 난 다음날 진행된 제 65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의 작품에 주어지는 황금사자상은 '더 레슬러'에게 돌아갔습니다. 미키 루크 자신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극중 열연에 대한 베니스 영화제의 평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겠지요. 다음날 '더 레슬러'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평론가들에게는 최고의 평가를 받은 작품을 보면서 그다지 많은 감흥을 받지 못 하다니, 제 예술적 소양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고 말이죠. ㅎㅎ 하지만 미키 루크의 귀환을 바랐던 팬들에게 '더 레슬러'라는 영화는 그의 혼신을 다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중에 한글 자막이 포함된 '더 레슬러'를 다시 보게 된다면 베니스 영화제 평론가들이 느꼈던 그런 최고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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