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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러블리 로즈 (Owl And The Sparrow, 2007)

by 맨큐 2008.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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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함이 느껴지는 이 가을, 가슴 한 편의 허전함을 따뜻함으로 채우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영화, '러블리 로즈' ! 삼촌의 구박으로부터 벗어나 도시에서 장미꽃을 파는 10살 베트남 소여 '투이',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어하는 스튜어디스 '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실의에 빠져있는 동물원 사육사 '하이'가 엮어가는 영화 속 이야기에는 사랑을 해 본, 혹은 아름다운 사랑을 꿈꿨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에피소드들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 및 대사들에 동의하며 시원하게 웃음지을 수도 있고, 때로는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그런 영화죠.



<러블리 로즈>는 '스테판 거져' 감독이 각본, 감독, 촬영까지 맡아서 진행한 첫번째 장편 영화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혹적인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호평과 함께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 행렬을 이어간 작품이라 합니다. 2007년 한 해 동안 빅 애플 영화제 Festival Priza, 덴버 국제영화제 Emerging Filmmaker Awrad, 하와이 국제영화제 넷팩상, 로스앤젤레스 영화제 관객상, 샌디에고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상 등을 수상하는 등 전세계 평단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작품인 셈이죠.


아메라시안 '스테판 거져' 감독이 바라본 베트남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은 바로 영화를 연출한 '스테판 거져' 감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분명 이름만 보면 서양인임이 분명한데, 베트남이라는 영화 속 배경을 무척이나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그려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물론 서양인이라 해서 동양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지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요. ^^; 아무튼 알고 봤더니 '스테판 거져' 감독은 베트남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메라시안이라 합니다.

베트남 사이공에서 태어나 5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베트남인 어머니와 할머니 아래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베트남어와 베트남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 과정에서 자신이 태어난 사이공의 풍토와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되었고, 그 덕분에 영화 <러블리 로즈>에서 베트남의 소소한 모습들까지도 따뜻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 꼭 한 번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말이죠. 조만간 제 블로그 여행 카테고리에 베트남이 추가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영화 <러블리 로즈>의 주인공 '투이'의 모습이 인쇄된 시사회 입장권. 그냥 프린터로 인쇄한 것이지만, 일반적인 입장권과 달리 어떤 영화의 입장권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어서 더 좋네요. 조금 더 특별한 특별한 입장권을 가지게 된 것 같기도 하구요. ^^



장미꽃 파는 소녀, 투이

10살의 어린 '투이'는 삼촌이 사장으로 있는 대나무 공장에 갇혀서 죽어라 일만 하는 생활을 반복합니다.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베트남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삼촌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게 된 '투이'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들인 인형과 함께 삭막한 도시로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차가운 도시일지언정, 자신을 구박하는 삼촌이 있는 곳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이었던 것입니다.

사이공에 도착해 처음 만난 다른 소녀로부터 조언을 받아 엽서 장사를 시작한 '투이'. 하지만 엽서 장사는 시원치 않았고, 전 재산을 엽서를 구입하는데 투자해 버려 '투이'는 이도 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쌀국수를 팔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며 마케팅(?)을 하고 있던 소년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됩니다. '투이'가 불쌍해 보였던 것인지, '투이'에게 남모를 연정을 느꼈던 것인지 소년은 '투이'에게 공짜로 쌀국수 한 그릇을 먹여주고, 새로운 직업을 소개해 주기까지 합니다.

본능적으로 엽서 판매가 시원찮음을 깨달았던 '투이'는 소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장미꽃 판매원으로의 변신을 꾀하게 됩니다. 10,000동에 장미 한 송이를 판매하면 고용주가 7,000동을 가져가고 나머지 3,000동을 가질 수 있었으니 무일푼이었던 '투이'로서는 그보다 좋은 조건이 없었던 셈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영화 속에 베트남 쌀국수가 등장할 때마다 어찌나 먹고 싶었는지...-_-;



길거리에서 장미를 팔던 '투이'는 우연히 들른 동물원에서 동물원 사육사 '하이'와 만나게 됩니다. 코끼리에게 장미꽃을 먹이려던 '투이' 앞에 나타난 '하이'가 장미꽃 대신 사탕수수를 줘 보라고 권하거든요. 하지만 '투이'가 사탕수수를 주던 그 코끼리는 곧 다른 동물원으로 팔려갈 예정인 녀석입니다. 가장 오래 사귄 친구인 코끼리와 헤어질 위기에 처한 '하이'는 '투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친해지게 됩니다. 자신의 옛 연인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투이'에게 누가 준 것인지 말하지 말고 장미꽃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로 말이죠. ^^



물론 '하이'보다 훨씬 여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투이'는 그러지 말라며 '하이'를 말리지만,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기 힘들었던 '하이'에게는 들리지 않는 울림일 따름입니다. 저 역시 '투이'가 사랑에 서툰 '하이'에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어찌나 가슴이 찔리던지...^^; 사랑에 서툰 '하이'에게 연민을 느꼈던 것일까요? 아니면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하이'와 인형과 대화를 나누는 자신에게서 어떤 동질감을 느꼈던 것일까요? '투이'는 너무나도 사랑에 서툰 '하이'를 위해 모종의 작업을 개시하게 됩니다.



장미꽃을 팔기 위해 들른 국수 가게에서 만난 스튜어디스 '란'을 '하이'에게 소개시켜 줘야겠다 결심하는 것이죠. '누가 나 같은 남자를 좋아하겠어?'라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하이'와 '난 남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란'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봅니다. ^^

진정한 사랑에 목말라 있던 '란'과 '하이'에게 근사한 저녁을 사겠다고 앙증맞은 제안을 합니다.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주려는 계획의 일환이었죠. 과연 그들은 투이의 계획대로 아름다운 인연을 맺고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울 수 있을까요?



위 스틸컷을 보면 아시겠지만, '투이'의 계획대로 '하이'와 '란'은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하이'와 '란'의 인연을 맺어준 '투이'는 길거리에서 장미꽃을 팔다가 경찰에게 붙잡혀 고아원에 갇히게 되고, 집나간 '투이'를 찾아 헤매던 삼촌에게 붙들려 대나무 공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비극적인 사태를 맞이하게 되지요. 과연 이 비극적인 사태가 '하이'와 '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



사랑에 서툰,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영화 <러블리 로즈>

<러블리 로즈>는 차가운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끼리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엮는 사랑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이공 거리에서 꽃을 파는 수많은 소녀들에게서 영화 <러블리 로즈>의 주인공 '투이'의 캐릭터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 '스테판 거져' 감독의 베트남 어린이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작품이기도 하죠.

하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서는 스테판 거져 감독의 의도와 달리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내몰린 베트남 아이들을 보면서 안쓰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스테판 거져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이공의 변화하는 모습을 비정치적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장미꽃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아이들을 보면 약간의 불편함이 찾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 그런 모습을 보고도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_-;;;

하지만 그러한 불편함도 잠시 뿐 ! 영화 속 '투이'를 연기한 '팜 티 한'의 깜찍하면서도 당돌한 연기를 보고 있자면 이내 영화 속 이야기들에 몰입하게 되실 겁니다. 사랑에 서툰 '하이'와 '란'에게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도 정곡을 찔러서 동감을 표시할 수 밖에 없을 거구요. '팜 티 한'의 당돌한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귀여워서 시종일관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이 가을, 사무치는 외로움에 가슴 아픈 분들은 10월 30일 개봉하는 <러블리 로즈>를 기대해 주세요. 특히 사랑에 서툴러 아직도 솔로이신 분들을 위해 강추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러블리 로즈>는 혼자 보셔도 괜찮을 영화인 것 같아요. 혹시 아나요? 옆자리에 앉아 외로운 마음을 달래던 혼자 오신 분과 영화 속 여러 에피소드를 보며 웃다가 인연을 맺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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