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Daily Event/Diary

내가 꿈꾸었던 삶?

by 맨큐 2010. 11. 6.
반응형
며칠 전 친한 동생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볼 예정이라며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에 면접을 보기로 예정된 회사는 제가 예전에 잠시 몸담았던 곳이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게 면접 노하우를 얻기 위해서 연락했다고 하더군요.

문자를 받고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회사 잘 다니고 있는데 이제 와서 굳이 이직을 꿈꾸는 이유를 물어봐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말이죠.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간단하게나마 면접 준비 방법에 대한 답변만을 해 주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이직을 결심하기 전에 오랫동안 고민했을 텐데 제가 또 다시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뿐더러, 제가 그 질문을 한다고 해서 후배를 말린다거나 이직에 대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에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단순히 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일 뿐 제 권한 밖의 일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몇 년 전의 일이라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후배에게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해당 기업에 대한 면접 조언을 끝내고 나니 저만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몇 년 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본질적인 문제들. 나의 꿈은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등등 '제가 꿈꾸었던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분명 어렸을 적 꿈꾸던 제 삶이 지금의 이런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현실의 높은 벽으로 인해 좌절해 본 적 없던 꿈많은 어린 시절,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고, 법복을 입고 원리와 원칙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몇 년 전에는 현실적으로 목표를 낮춰 잡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가의 정책을 시행하는 공무원이 되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품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헛된 꿈이 되어 물거품이 되어 버렸지만요. 충분히 낮춰 잡은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목표조차 이루기에는 제 능력이 모자랐던 탓이겠죠. ^^;

그렇게 현실에 쫓기듯 고시를 포기한 대신 취업으로 눈을 돌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2년...이제는 제가 언제 '앞서 열거했던 꿈들'을 꿈꿨는지조차 희미한 기억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남들이 지금 당장 제게 꿈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그냥 적당히 돈 벌어서 서울에 그럴듯한 아파트 하나 장만하고 결혼해서 한 두 명의 자식을 낳아 알콩달콩 사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렸을 때는 집 한 채 마련하고 적절한 나이에 결혼해서 아들딸 낳고 사는 것이 나이 먹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제가 이런 것들을 이루게 될 거라 생각했던 나이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전혀 진전이 없는 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 한심하기도 하고, 이런 소박한(?) 꿈조차 이루기 어려운 팍팍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분명 중고등학생 시절, 아니 대학생 시절만 하더라도 꿈이 무엇인지 써 보라고 하면 A4 용지 10장 정도는 가뿐히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원대한 포부로 가득차 있었는데,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 제게 동일한 질문을 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소박한(?) 꿈들만을 읊조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가지 위안을 삼을만한 점이라면 그런 답변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반 박자 정도는 머뭇거리지 않을까라는 점 정도? 이런 것들을 꿈이라 불러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말이죠.

어렸을 적 꿈꾸던 삶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꿈에 근접하려 노력해야 정상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인생 별 거 있겠어, 되는대로 살지 뭐...'라는 회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온 듯도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런 태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삶을 영위했을 때 내 삶에 이런 나태한 태도는 없을 거라 자신했었는데 말이죠.

이렇게 살다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내가 꿈꾸었던 삶이 무엇인지 기억하지도 못 하는 때가 올 수도 있겠죠? 혼란스러운 하루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