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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_Americas/USA_NewYork

영화 '위대한 유산' 속 에단 호크와 기네스 펠트로우의 몽환적인 키스신, 기억나시나요?

by 맨큐 201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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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을 겁니다. 군대라는 억눌린 공간에서 벗어나 제게 주어진 완벽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무렵 우연히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2년 2개월의 군생활 동안 해 보지 못한 문화 생활을 마음껏 누려보고 싶은 마음에 일주일에 영화 한 편 이상을 감상하고, 이주일에 책 한 권 이상 읽는다는 목표를 세웠더랬죠. ^^;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터무니 없는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이주일에 책 한 권이라니 말이죠. 게다가 전역하자마자 바로 복학을 한 상태였는데 이런 계획을 세우다니, 필시 그 때 복학생의 신분이었음에도 제 머리 속에서 '공부'라는 단어는 이리저리 방황하며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나 봅니다.

모두들 예상하셨듯, 이주일에 책 한 권을 독파한다는 계획은 세우나 마나 한 계획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권도 안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 하지만 일주일에 한 편 이상의 영화를 본다는 계획만큼은 목표를 초과달성했더랬습니다. 지금도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영화를 봤던 때가 전역 직후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요. 바로 그 시기에 봤던 영화 중 하나가 '위대한 유산'이었습니다. 임창정씨와 김선아씨가 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 '위대한 유산' 말고, 에단 호크와 기네스 펠트로우가 주연을 맡은 '위대한 유산' 말이죠. ^^



바로 위 영화입니다.
'위대한 유산'...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찰스 디킨스의 원작 소설 '위대한 유산'은 읽지 못했습니다. 청소년 시절 읽었더라면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을 고전들을 읽지 않기로 선택했던 것은 아직도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 중 하나...

음, 이야기가 잠시 다른 데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위대한 유산' 하면 많은 분들이 몽환적인 분위기의 키스신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게도 영화 '위대한 유산'은 세상에서 가장 황홀할 것만 같은 키스 장면으로 진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첫키스의 강렬한 느낌보다도 영화 속 키스 장면이 더 짜릿하게 느껴졌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무튼 영화 속 어린아이들이 분수대 앞에서 키스를 할 때 혀를 사용하는 장면을 보고는 나름 충격을 먹었었죠. ㅋㅋ

'위대한 유산'에서 등장한 잊지 못 할 키스신...
그 키스신을 촬영한 곳이 바로 뉴욕 맨하탄에 위치해 있다고 하더군요. 민박집에서 입수한 정보입니다. ㅎㅎ 이렇게 고급 정보까지 입수했는데, 찾아가 보지 않을 수 없겠죠? ^^



Cafe Sabarsky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곧바로 영화 '위대한 유산'의 키스신을 촬영한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지는 바로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톰킨스 스퀘어 파크(Tompkins Square Park) !

혼자서 다니다 보니 풍경 사진은 원하는대로 촬영할 수 있었지만, 제 사진을 촬영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겨봤습니다. 그냥 레스토랑에서 혼자 밥 먹은 것처럼 철판 깔고 아무나 지나가는 사람한테 사진 촬영해 달라고 할 걸 그랬나 봐요. ㅎㅎ



센트럴 파크에서 톰킨스 스퀘어 파크까지는 꽤 먼 거리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금방이지만, 걸어가려면 꽤나 각오해야 할 듯...지하철을 타고 톰킨스 스퀘어 파크에서 가장 가까운 Astor PL역에서 내렸습니다. 여기서부터 톰킨스 스퀘어 파크까지 걸어가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니...



도로에 위치해 있는 노란색 신호등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뉴욕 사람들도 교통 신호는 정말 안 지키더군요. ㅋㅋ 경찰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무단 횡단은 마치 식사시간이 되어 밥을 먹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더라구요.



톰킨스 스퀘어 파크로 향하는 길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형형색색의 가발을 파는 것은 물론...



재미있는 예술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었으니까요. 위에서 보고 계시는 그림은 예수를 다양하게 해석해 그린 것인데, 암에 걸린 예수, 자살하고 있는 예수 등 굉장히 독특한 컨셉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천주교, 개신교를 믿는 분들에게는 엄청난 불쾌감을 유발할만한 그림이지만 말이죠.



노란색 신호등 아래를 지나가는 노란색 택시 ! ^^
이 도로만 지나면 바로 목적지인 톰킨스 스퀘어 파크입니다.



톰킨스 스퀘어 파크에 들어서니 독특한 분장을 한 그룹이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무슨 축제 중이었던 듯... 제 취향의 노래는 아니라서 공연은 패스~



공연장을 지나니 또 다른 페스티벌 광고가 나옵니다. 아마도 애완견 컨테스트가 아닐까 싶은데...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뉴요커들이 꽤 많았습니다.



음, 이 분도 애완견 컨테스트 참가자 중 한 분?



센트럴 파크에서도 다람쥐를 발견했었는데, 이 곳에서도 역시 설치류 한 마리 발견 ! 도심 속 공원에서 사람들이 데리고 나온 애완동물 혹은 새가 아닌 다른 종류의 동물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합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제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영화 '위대한 유산' 속 분수대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센트럴 파크에 비하면 작은 공원이다 보니 걸어다니다 보면 만나겠지 싶어 아무 생각 없이 공원을 배회하다가 마주쳤다고 봐야겠네요. ㅎㅎ

이 곳에서 에단 호크와 기네스 펠트로우가 그토록 멋진 키스신을 연출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그렇게나 감미로운 장면이었는데, 실제로 마주치니 영화와 같은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지나가는 사람들도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리고 말이죠.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10년도 더 지나서일까요? 세월의 무상함 때문인지, 아니면 메말라버린 제 감수성 때문인지...10년 전 영화 속에서 본 그 분수대가 분명 맞는데, 영화를 감상할 때의 감성은 살아나지 않더라구요.



비록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이 분수대는 영화 '위대한 유산'에 등장하기 전에도, 등장후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명소가 되었을 때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곳에 있을 겁니다. 저처럼 감수성 메마른 사람에게는 '아, 이 곳이 <위대한 유산>이라는 영화에서 키스신을 촬영했던 바로 그 곳이구나'라는 정도의 느낌을, 감수성 풍부한 사람에게는 그보다 더 멋진 느낌을 안겨줄 테구요. 감수성 부족한 저는 감수성 풍부한 사람들이 과연 이 곳에서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하기만 하네요. ^^



잠시 톰스킨 스퀘어 파크에서 빠져나와 공원 바깥으로 나오니 각종 과일과 야채를 파는 야외 마켓이 열렸더라구요. 저도 몇 개 구입해서 밤에 민박집에서 먹을까 싶어 슬쩍 구경~ ^^;



사과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뉴요커들 ! 사과가 유난히 반짝반짝거리는게 농약을 뿌린게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설마 그런 과일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니었겠죠? ㅎㅎ



골든데리셔스에 홍옥을 교배하여 개발한 사과 품종인 조나골드부터, 골든 슈프림, 갈라 등 다양한 품종의 사과가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앞에는 시식할 수 있는 사과 조각 몇 개가 놓여져 있고... 사과 조각 몇 개 시식하고 나니 과일 몇 개 사 가서 밤에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사라지더군요. 아마 시식을 너무 많이 한 듯...ㅋㅋ



호박도 팔고 있었습니다. 할로윈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아래 보이는 분홍색 호박으로 집 안을 장식하면 꽤나 멋스러울 듯 하더라구요. ㅎㅎ



마켓을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처음의 공연장으로 돌아오니 다른 팀이 공연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Women of Art Rock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밴드였습니다. 역시나 제 취향이 아니라서 공연은 뒷전, 벤치에 앉아 하루종일 뉴욕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사진을 감상하면서 '오, 사진 정말 잘 찍었는데 !!' 감탄사를 연발하며 자화자찬의 시간을...ㅋㅋ



저처럼 벤치에 앉아 휴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 뉴욕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도심 속에서 사람들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이런 공원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손쉽게 길거리 공연도 감상할 수 있구요. 우리나라에도 대학로 등의 공간이 있긴 하지만, 약간은 혼잡스러운 느낌이라서 말이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장소가 많아진다면 인원이 분산되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처럼 달콤한 키스를 나누는 연인을 찾지는 못해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영화 '위대한 유산'의 황홀한 키스신이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 곳, 톰킨스 스퀘어 파크라는 사실만 확인하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 ! 하루종일 꽤 많은 곳을 돌아다녔음에도 아직 뉴욕에서의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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