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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누들 (Noodle, 2007)

by 맨큐 2008.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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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에 빛나는 영화 <누들>. 8월 1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누들>의 언론 시사회가 7월 21일 CGV 용산에서 열렸습니다. '기자도 아닌 네가 왜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거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어쩌다 보니...-_-;;;




'미리'와 '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야기 <누들>

영화 <누들>은 '아일레트 메나헤미'라는 여성 감독의 작품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는 영화 치고는 상당히 독특하게도 이스라엘 영화입니다. 강제 출국 당한 중국인 가정부의 아들인 '누들'과 2번이나 남편과 이별해야 했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스튜어디스 '미리'가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같이 지내며 우정을 쌓아가지만 결국에는 강제 출국 당한 '누들'의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어찌보면 '엄마 찾아 삼만리'와 비슷한 영화가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원작인 '엄마 찾아 삼만리'와는 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엄마 찾아 삼만리'에서는 주인공인 마르코가 헤어진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교류를 통해 내적으로 성장한다는 점만을 부각시킨 애니메이션인 반면, 영화 <누들>은 강제 출국 당한 엄마를 찾고 싶어하는 '누들' 뿐만 아니라, '누들의 엄마'를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튜어디스 '미리'의 이야기를 통해 어쩔 수 없는 이별을 겪어야 했던 두 사람이 개인적인 아픔과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영화라는 점이죠. 그리고 이러한 설정 폭의 차이로 인해 영화 <누들>은<엄마 찾아 삼만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 설정이 다양해지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갈등 관계들 속에서흥미가 배가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

영화 <누들>은 꼬마 이방인 '누들'과 스튜어디스 '미리'의 특별한 인연을 통해 일어나는 사건들을 기본 골격으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동적인 스토리 외에도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역시 주인공인 '미리'와 그녀의 언니인 '길라' 사이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길라'의 별거 중인 남편을 사이에 둔 '미리'와 '길라'의 갈등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독특한 결혼 문화를 유지해 왔던 이스라엘의 혼인 제도에 대해 온전히 이해해야만 영화 속 갈등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한데,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무방할 것 같긴 합니다.

아무튼 '미리'는 까칠한 언니 '길라'와 별 것 아닌 문제로 티격태격 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줍니다. 이러한 자매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하려면 아무래도 남성 감독의 시선으로는 무리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 <누들>의 감독 '아일레트 메나헤미'는 마치 일상을 다루는 듯한 익숙함으로 이러한 갈등 관계를 특유의 섬세함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실제 영화를 볼 때 제 주변에 앉아 계시던 분들 대부분이 여성 분들이었는데, '미리'와 '길라' 간의 갈등 관계가 조성되고 티격태격하는 장면마다 '맞아, 맞아~~', '아~~'와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시더군요. 여성 감독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 여성들의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일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영화를 보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엄마와 생이별하게 된 '누들'에게 부담을 느끼면서 어느 순간부턴가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측은함을 느끼며 '누들'의 엄마를 찾아 주기 위해 굳은 결심을 하게 되는 '미리'의 복잡미묘하게 변화하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자신들 역시 스크린 속 상황에 공감하고 그에 동화되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게 됩니다. 스크린 속 귀여운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모성애를 자극받는 것이죠. 이건 남성인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구요. 자매들끼리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여성들은 싸울 때 저렇게 싸우고, 화해할 땐 저렇게 화해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그래도 여성의 심리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된 셈이니 나중에 연애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




혼자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 '누들'을 통해 기억해 내다

아주 어렸을 때 저 역시 영화 <누들> 속 꼬마 주인공처럼 외할머니 댁에 혼자 남겨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생판 모르는 남의 집에 맡겨진 것도 아닌데, 몇 시간 동안이나 어머니로부터 떨어져 있으려니 슬슬 두려움이 생기더라구요. 전혀 낯선 환경이 아니었는데도, 혹시라도 어머니한테서 버림받은 것은 아닐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툇마루에 앉아 몇 시간이고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똑같은 자세로 기다렸던 추억(?)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추억 때문이었을까요? 강제 출국 당하기 직전 엄마에 의해 '미리'네 집에 맡겨지면서 낯선 상황에 어리둥절해 극도로 위축된 '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누들'의 경우 저와 다르게 말도 전혀 통하지 않고, 생판 모르는 다른 사람의 집에 얹혀 살게 된 것이니 제가 느꼈던 두려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컸겠지만요.

하지만 '누들'은 특유의 귀여움으로 '미리'네 가족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저와 다른 점이죠. 전 어렸을 때 꽤나 시니컬한 소년이었기에 어른들로부터 사랑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_-; 아무튼 밤새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누들'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다 식어버린 누들(면)을 너무나 익숙한 젓가락질로 전부 해치웁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미리'네 가족들에게 자신의 젓가락질 비법까지 전수해 주게 되죠. 영화의 주인공인 '누들'의 이름이 '누들'이 된 것도 꼬마아이가 멋진 젓가락질로 '누들(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미리'네 가족들이 애칭 삼아 그렇게 부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누들'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이렇게 친해지고 있을 무렵, '미리'는 '누들'의 엄마가 강제출국 당하기 직전 남겨놓은 메시지를 끈질기게 추적하여 '누들'의 엄마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게 됩니다. 하지만 '누들'은 중국 국적도, 이스라엘 국적도 아니었기에 중국행 비행기를 태울 수도 없는 상황! 비록 언어를 초월한 교감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기는 했지만, '미리'는 '누들'에게 엄마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떻게든 '누들'을 중국으로 보내 '누들'이 엄마와 재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리고 결국은 놀라운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아, 정말 평소 생각했던 그런 아이디어인데, 이걸 말씀드리면 영화의 재미가 반감될 수 있어서 함부로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정말 기발하면서도 독특한 아이디어이니 나중에 영화가 개봉하면 꼭 확인해 보시길...그리고 '누들'을 엄마와 만날 수 있게 해 주려는 '미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는지도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세요. ^^




앞에서 영화 <누들>을 이스라엘판 '엄마 찾아 삼만리'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별, 우정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매,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들이 한데 뭉쳐 구성된 영화 <누들>은 무척이나 감동적입니다. 얼마 전에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를 보면서도 느꼈었는데, 기분 상쾌해지는 그런 감동이랄까요? 아무튼 그런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또한 영화 속 '미리'역을 맡은 밀리 아비탈, '길라' 역을 맡은 아낫 왁스만, 마지막으로 '누들'역의 바오치 첸의 캐릭터 역시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물론 까칠하신 '길라' 역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신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그만큼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바오치 첸의 경우 20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발탁되었다고 하는데, 성인 연기자들 못지 않게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화 속 앙증맞은 '누들' 역을 잘 소화해 냈습니다. 서로 언어가 잘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밤 '누들'과 '미리'가 2번이나 남편을 잃어야 했던 '미리'의 가슴 아픈 사연을 각종 손짓으로 교감하면서 '누들'이 '아~' 하는 탄식과 함께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누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른들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함도 갖추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평소 남편을 잃은 이야기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미리'인데도 '누들'에게만큼은 스스럼 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은 이들이 그만큼 특별한 사이가 되었음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서로간의 감정을 나누는 데에는 말이 필요없다는 생각을 전달하려 한 것일 수도 있을 테구요. 또한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누들'의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를 통해 무거울 수 있는 장면을 유쾌하게 풀어낸 장면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영화 속에서의 '누들'이 장래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을 만큼 사진 촬영에 집착하는 모습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아는 동생 중에 지금까지 총 46개국의 영화를 감상했고, 이렇게 감상했던 국가들을 평생에 걸쳐 한 번씩 여행해 보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 말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처음 보는 이스라엘 영화를 보고 나서 불현듯 저도 그러한 인생 목표를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동안 우리나라 영화 혹은 할리웃 영화가 아닌 경우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다른 나라의 영화들도 충분히 매력적이구나라는 것을 <누들>을 통해 느꼈거든요.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가슴 졸이는 사건들을 통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이야기, <누들>! 뜨거운 여름, 상쾌한 감동을 느끼고 싶으신 분은 8월 14일 개봉하는 <누들>을 기대해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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