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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aily Event/Blog

블로거 컨퍼런스 후기 (1/3) - 오전 KEYNOTE

by 맨큐 2008.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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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컨퍼런스가 끝난지 열흘 남짓 지났군요. 이래저래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지금에서야 후기를 남깁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포스팅하신 블로거 컨퍼런스 참석 후기와 중복되는 내용이 많을지도 모르겠기에, 일단은 제가 블로거 컨퍼런스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감상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의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10시 즈음에 블로거 컨퍼런스 행사장에 도착해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블로거 컨퍼런스를 준비하신 류한석님께서 간단하게 환영인사를 하시는 동안 블로거 컨퍼런스 프로그램 북을 보며 다시 한 번 참여하고자 했던 프로그램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드디어 환영인사가 끝나고 첫번째 KEYNOTE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조연설자는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전 총재님이시고 연설 주제는 '인터넷과 사회현상'이었습니다. 한완상 전 총재님께서는 이 날의 블로거 컨퍼런스를 '역사적인 사건'으로 규정하시며 기조연설을 시작하셨습니다. 애초 계획된 2,400명의 참석자 중 절반 정도의 블로거들만이 컨퍼런스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이 정도로 많은 블로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사례가 없었다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처럼 보이니(혹시 외국에서 이와 유사한 모임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와 관련한 뉴스를 접한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이 날의 블로거 컨퍼런스가 전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었던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역사적인 사건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한완상 전 총재님께서는 기조연설을 통해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농경 시대의 주인공은 농민이 아니었고, 산업화 시대의 주인공은 노동자가 아니었지만(즉, 정작 주인공으로 대접받아야 마땅할 계층들이 해당 시대에서 소외받았음을 말씀하시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정보화시대의 주인공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네티즌 및 블로거들 자신이며 컨텐츠 생산이라는 행위를 통해 네티즌 및 블로거들이 민주적 파워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 강변하셨습니다.

'블로그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블로그 열풍이 불고 있기는 하지만, 블로그, 더 나아가서는 인터넷이라는 매체 그 자체가 지금까지의 세상과 전혀 다른 차원의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의 모순들을 제거한 완벽한 세상의 도래는 아니더라도, 인터넷 혹은 블로그를 통해 조금씩 텔레데모크러시(Teledemocracy)와 가까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해 주고, 가속화하고 있는 요소 중의 하나인 인터넷과 블로그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조 연설을 끝마치기 전에 한완상 총재님께서 텔레데모크러시를 이루기 위해 명심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서 말씀하셨는데, 가장 강조하셨던 부분은 인터넷 및 블로그가 진정한 민주화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악플이 사라져야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연설 중간중간 몇 번이나 악플과 관련한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니 한완상 총재님도 악플에 공격을 당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으셨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 도입은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 구조와 의식 수준에는 변화가 없음(우리나라가 예전에 비해 보다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목적과 수단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는 의식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을 강조하시며, 기술과 문화의 발전 속도 괴리 현상을 치유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한완상 전 총재님께서 악플에 한정해 말씀하시기는 하셨지만, 비단 댓글에만 적용되어야 할 논리는 아닐 것입니다. 가끔은 블로그를 통해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글을 포스팅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말이죠. 아직까지는 자정작용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에 한완상 전 총재님께서 말씀하셨던 것과 같은 '온라인상에서의 그레샴의 법칙 - 점잖은 컨텐츠가 점잖치 않은 컨텐츠에 의해 추방되는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글, 댓글은 저 역시도 추방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법적 수단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속적인 인터넷 문화 교육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작성한 악플도 일정한 한계를 넘으면 범죄요건이 성립하여 처벌받을 수 있으며, 인터넷상에 남긴 흔적(대표적으로 IP 기록이 있겠죠.)은 어떤 방식으로든 추적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모든 사람들에게 주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두번째로 지적하신 문제는 바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의 문제였습니다. 전세계가 발전하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도 않을 뿐더러, 발전으로 인한 혜택이 불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나는 사실을 말씀하셨습니다. 현재와 같은 정보화시대에서 컴퓨터 및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손쉬운 일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손쉬워 보이는 일조차도 여전히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 격차로 인해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을 테구요. 이러한 디지털 디바이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테지만, 개인 블로거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기업의 목소리를 사회에 알리는 희망블로거와 같은 활동을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한완상 총재님께서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말씀만을 하신 것처럼 되어 버렸는데, 실제 한완상 총재님의 강연 결론은 '산업화 시대에도 그랬듯이 정보화시대에도 우리나라를 (30년 전에는 꿈꾸지 못했던) 지금과 같은 선진국으로 만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에 자부심을 갖되,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였습니다. ^^




한완상 전 총재님의 첫번째 기조연설이 끝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장인정신'이라는 주제로 건축가 류춘수님의 두번째 키노트가 이어졌습니다. 프리젠테이션 기계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컨퍼런스 스태프들이 기계를 손보는 모습입니다. 류춘수님께서는 프리젠테이션 기계가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준비되는 동안 강단 앞에서 기다리고 계셔야 했습니다. ^^;




류춘수님께서 한계령 휴게소를 설계하시기 전에 스케치하셨다는 그림입니다. 류춘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건축의 본질은 '어떻게 하면 건축물이 해당 공간에 들어섬으로써 주변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으며, 주변 경관과 조화될 수 있느냐'의 문제라 하셨습니다. 한계령 휴게소를 만들면서도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 역시 '어떤 방법으로 한계령의 멋진 자연 경관을 건드리지 않고 조화롭게 건축물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건축물을 어떻게 설계해야 자연 경관과의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일까요? 류춘수님께서는 건물의 기둥 이야기를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일반인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중 하나는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기둥들의 길이가 모두 동일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하는 우리의 전통 건축법에 의하면 땅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땅의 높낮이에 맞춰 기둥 길이를 조정하기 때문에 예외없이 기둥의 길이가 다르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건물은 평평한 곳에 세워야 하기 때문에 평탄하지 않은 땅 위에 건물을 세우려면 지면 평탄화 작업을 거친 후에야 건물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류춘수님 덕분에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습니다. ^^;




1975년에 그리신 건축 설계도 그림으로 엘리베이터를 45도로 눕혀 운행할 수 있어야 출입이 가능한 설계였다고 합니다. 독특한 설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앞에서의 한계령 스케치 사진을 보면서도 그랬듯이 류춘수님의 그림들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건축가는 그림을 굉장히 잘 그려야 하는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 게다가 이러한 설계도의 그림들이 아무렇게나 그려진 것이 아니라 모두 치밀한 의도와 계획 - 화가들의 그림과 달리 건축가의 그림은 모든 내용이 숫자로 환원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 에 의해 그려져야 한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사진을 한장씩 보여주면서 강의하시는 모습이 마치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방식과 비슷하게 느껴져 류춘수님께 친근감을 느끼는 동시에 원인모를 뿌듯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_-; 물론 그 내용의 깊이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겠지만요.

강의를 마무리하시면서 류춘수님께서 건축의 목적은 구조도 아니요, 기술도 아니요, 예술도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건축이란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을 편하게 해 주고자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는 말씀이셨죠. 제가 생각하는 블로그도 큰 맥락에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가 툴로서 가지는 기능도 중요하고, 블로그가 매체로서 가지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블로그를 (필자의 입장에서 혹은 독자의 입장에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다양한 목적들을 실현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아닐까요? 다양한 목적들에는 일상의 기록, 정보의 제공, 대안언론, 새로운 마케팅 수단 등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포함될 것이구요.

일부 블로거 컨퍼런스 후기들을 통해 블로그와 전혀 관계없는 분들 - 특히 한완상 전 총재님이나 건축가 류춘수님, 한비야님 등 - 을 블로거 컨퍼런스에 초청강사로 초빙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분들의 기조연설 혹은 강연은 블로거 컨퍼런스에서 강연되어야 마땅한, 훌륭한 강연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설혹 강연 내용이 블로그 자체와 동떨어진 것이었다 하더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혹은 어떤 내용에 주목하여 듣느냐에 따라 강연 내용을 블로그와 연계시켜 생각할 수도 있을 테구요. 게다가 상당히 관대하게 말씀드리면 '모든 것의 본질은 통한다'는 관점에서, 굳이 KEYNOTE의 연설자가 '블로그'라는 한정된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말이죠. ^^




이렇게 2개의 KEYNOTE가 종료되고 점심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점심메뉴는 지난 번 포스팅을 통해 보여드린 것처럼 맛있는 도시락이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남는 시간을 이용해 '블로그스타'라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홍보하는 모습입니다. 보고 싶은 블로거의 닉네임을 포스티잇에 적어서 따로 마련된 게시판에 붙여두면 해당 블로거와의 만남을 성사시켜 주겠다고 하시더군요. ^^




그리고 '블로그란 OOO이다'를 문자메세지로 보내면 50명을 추첨해서 다음에서 제공하는 USB 허브를 선물로 준다는 '미디어아트' 홍보 문구입니다.




점심식사 후 진행되었던 블로그스타의 한 장면입니다. 의자에 앉아계신 분들은 블로거 스피치의 강연자 분들이구요. 류한석님과 마주보고 계신 분은 아마도 다른 블로거 분께서 보고 싶다고 포스트잇에 적어 제출하셔서 단상 위로 올라오신 분인데, 닉네임이 가물가물하네요. 꽤 뒷자리에 앉아 있어서 소리가 잘 안 들렸다는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고는 싶지만, 당시 컨퍼런스 장소의 음향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위와 마찬가지로 블로그스타 시간의 한 장면입니다. 블로거 스피치를 담당하신 블로거 중 한 분인데요. 역시 닉네임은 기억이 안 나는군요. ;;;


이렇게 블로거 컨퍼런스 오전 시간의 프로그램이 종료되었습니다. 다음 블로거 컨퍼런스 후기에서는 오후 시간에 진행된 박범신 작가님의 강연과 한비야님의 강연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음 후기가 언제 올라올지는 미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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