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력은 올림픽 순위에 영향을 미칠까?

2008년 8월 8일부터 2008년 8월 24일까지 17일 동안 전세계를 잠 못 이루게 했던 2008 베이징 올림픽.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우리나라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를 따내면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당초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10개의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10위권 이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초과 달성한 셈이죠.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선전해준 선수들의 활약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올림픽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수영에서 펠프스 선수가 8관왕을 차지하는 등 선진국에 유리한 종목에 메달이 많이 몰려 있는 등 불공정한 메달 분배 때문에 올림픽 자체가 선진국에 유리하고, 후진국에 불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수영, 육상 등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많은 메달이 걸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선진국의 종합 순위를 상승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가 없어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발표한 2007 세계 GDP 순위와 2008 베이징 올림픽 메달 집계 등의 자료를 이용해 각국의 경제력과 각국의 올림픽 순위간 상관계수를 구해봤습니다.

물론 선진국 여부를 반드시 경제력 지표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경제력 지표를 GDP 수준만으로 평가하는 데에도 커다란 무리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GDP 수준이 각국의 경제력 수준을 상징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으니까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그냥 현실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처럼 각국의 GDP 수준이 각국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라 가정하고, 경제력이 클수록 선진국에 가깝다고 가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제학에서 어떤 자료를 분석할 때 항상 들이대는 무기 중 하나죠. '가정'! ^^;




위 표는 2008년 세계 은행(World Bank)에서 발표한 2007년의 각국의 GDP 순위별로 GDP, 베이징 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 수, 은메달 수, 동메달 수, 총 메달 합계, 획득한 금메달 수를 기준으로 한 순위, 총 메달 합계를 기준으로 한 순위를 정리한 것입니다. 100개국 정도 정리하고 싶었으나 귀찮아서 20개 국가만...-_-;

일단 위의 표만 보면 순위가 상당히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입니다. GDP 순위와 올림픽 순위와는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각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관계수를 구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먼저 상관계수에 대해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관계수란 "두 측정 변수가 '함께 변화하는 정도'를 재는 척도"로서 한 변수의 값이 증가하면 다른 변수의 값도 증가하는 양의 상관 관계가 있는지, 한 변수의 값이 감소하면 다른 변수의 값이 증가하는 음의 상관 관계가 있는지 또는 두 변수의 값이 서로 관련되지 않는 0에 가까운 상관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상관계수의 값은 항상 -1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0에 가까워지면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각 변수별 상관계수를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각국의 GDP 순위와 올림픽 메달 순위 간의 상관계수를 구해봤더니 1) GDP 순위와 금메달 수를 기준으로 한 올림픽 순위 간의 상관계수 값은 0.723987, 2) GDP 순위와 총 획득 메달 수를 기준으로 한 올림픽 순위 간의 상관계수 값은 0.665072가 나왔습니다. 상관계수가 양수로 도출되었으니 GDP 순위가 높을수록 베이징 올림픽 순위도 높다는 의미이며, GDP 순위와 금메달 수를 기준으로 한 올림픽 순위 간(상관계수 0.723987)에는 상당히 높은 상관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순위가 아니라 실제 GDP 수준과 획득한 메달 수를 변수로 설정하여 상관계수를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 각국의 GDP 수준과 획득한 금메달 수 간의 상관계수 값은 0.592902, 4) 각국의 GDP 수준과 총 획득한 메달 수 간의 상관계수 값은 0.711801이 나왔습니다. 3)에서 얻은 0.592902라는 값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지만, 4)에서 구한 0.711801라는 값은 1)의 결과에서처럼 상당히 유의미한 값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표본이 20개로 한정되어 있는 데다가(사실 제가 20개로 제한한 것이긴 하지만요 -_-), 굉장히 조잡한 수준의 분석이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가 경제력이 올림픽 메달 획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국가 경제력 수준이 높으면 반드시 올림픽 순위도 높아진다는 인과관계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님은 잘 알고 계실 테죠? 상관계수는 어디까지나 상관 관계의 척도이지, 인과 관계의 척도는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부유한 국가의 선수들이 부유하지 않은 국가의 선수들에 비해 국가라든가 특정 기업을 통해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연습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올림픽 등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지금의 올림픽에서처럼 미국 등의 서방 선진국가에 유리한 종목에 많은 메달이 편중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올림픽 순위(IOC에서는 공식적인 올림픽 순위를 제공하지 않습니다만...) 역시 국가 경제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왜곡되어 나타날 수 밖에 없겠죠. 선진국가의 올림픽 순위가 높게 나타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선진국가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는 IOC에 영향력을 행사해 그들 국가에 유리한 종목에 많은 금메달을배정하는 것은 분명 큰 문제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공정하고 재미있는 올림픽을 위해서라면 하루빨리 고쳐져야 할 테지만, 지금의 IOC가 하는 태도를 봐서는 고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듯 하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