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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vorites/님은 먼곳에

인간미 넘치는 'Hot'한 영화 감독 이준익을 만나다.

by 맨큐 2008.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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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곳에>의 개봉이 정확하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월 24일 어제, <님은 먼곳에>의 이준익 감독님을 인터뷰하고 왔습니다. 약속시간인 6시 40분까지 충무로에 있는 영화사 '아침'에 도착해 다른 인터뷰어 분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7시에 이준익 감독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는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준익 감독님과 인터뷰에 참여했던 블로거들이 서로 간단하게 통성명을 한 후,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싶으셨는지 이준익 감독님께서 '인터뷰가 진행되던 날 아침 8시 30분에 메가박스에서 기술시사를 했다'는 말씀부터 꺼내셨습니다. 기술시사란 테크니컬 파트의 점검을 위해 필름을 뜬 후 일반 상영관에서 최초로 상영하는 것이라 합니다. 인터뷰어들도 초대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는 이준익 감독님의 말씀에 저희는 그저 안타까움을 표시할 수 밖에 없었죠. ^^;




테크니컬 시사회에서 일반 상영관을 통해 <님은 먼곳에>를 본 느낌에 대해 여쭤봤더니 "Very Good!!!"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이시던 이준익 감독님. 인터뷰어들에게 여유있게 질문해 달라고 하셨으나, 이준익 감독님과 만난 인터뷰어들 - 저를 포함해 - 이 약간 긴장했는지 자유롭게 질문이 나오지 않자 요즘 다음 아고라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는 말씀을 풀어놓으시며 저희들의 긴장을 풀어주셨습니다.




- 이번 영화 잘 될 것 같습니까?
잘 될 것 같아요.

- 느낌 좋으세요?
글쎄...질문이 너무 간단한 거 아니에요? (웃음)




- 지금까지 감독님께서 연출하셨던 작품들을 보면 <황산벌>부터 시작해 <즐거운 인생>까지 주로 남성들이 주연이었던 영화가 대부분입니다. 사나이들의 끈끈한 정에 관한 영화를 주로 찍은 이유가 여성들과 같이 오래 있으면 불편함을 느껴서 그렇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런 불편함을 무릅쓰고 여배우인 수애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를 만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각오를 한 거지. 내 나이 또래의 남자들은 대부분 비슷해요. 남녀공학 한 번도 못 해보고...남자들 틈에서만 살았어. 사회 나와서는 또 군대 가니까...20대 자의식이 형성되기까지 온통 여자와 어울릴 수 있는 경험을 못 했다구. 나만 그런게 아니라 자기네 삼촌, 아버지 다 그랬어. 그러니까 남성들이 남자들 이야기에 갇혀 있다는 것은 과거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강요된 사회였기 때문에 난 그런 사회 속에서 너무나 당연한 존재인 거야.
그런데 현대사회라는 것이 남녀에게 동등한 자리들이 많이 주어지면서 매너좋게 행동하기는 하지만 뭔가 불편하고..그런거 못 느끼나? 어려서 남녀공학 많이 다녔던 사람들은 못 느낄 거야. 그런데 자기네 아버지는 굉장히 느낄 거야. 사회 나와서 여자들의 세계를 자세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그래서 영화를 4편이나 남자들만 주연으로 찍어 놓으니까 관객이나 평론가들의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는 거야. 여자를 너무나 도구로만 쓰는 거 아니냐. 그래서 난 몰라서 그렇다. 여자를 모르면서 괜히 아는 척 해 봤자 그게 거짓말이고, 그걸 영화를 통해서 잘못 부각시키면 그것으로 인해 또 다른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계속 피해다녔는데 영화를 자꾸 찍다 보니까 이제 피할 데가 없는 거야. 그래서 할 수 없이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찍자고 각오를 한 거지. 현대 여성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나마 어머니와 같은 세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잡은 것 같아. 무의식적으로...
그래서 수애라는 여배우와 지난 6개월 동안 수많은 대화, 그리고 배우와 감독으로서의 밀도있는 접근을 통해 멋진 씬들을 완성했어요. 수애라는 배우한테 정말 고마워. 순이라는 역할의 내면을 정말 숭고하다 그런 느낌을 가질 정도로 진정성 있게 그 배우가 만들어 냈어요. 그건 내 몫이 아니야. 수애 몫이지.

그러면 이제 여성에 대한 불편함은 조금 해소된 건가요?

아니, 안 되지! 그게 되겠어? 자의식을 버린다는 건 환골탈탠데...쉽지 않아. 물론 전보단 많이 좋아졌지. (웃음)
아무리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런 게 있어. 뭔가 사심이 있어 보여. (웃음) 사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의식하니까 불편하고 오해를 받아요. 그런 거 느끼지? 알지? 알잖아~~ 그 얘기야. 그런데 이 사회에서 남자들의 그런 것을 좀 이해를 해 줘야 돼. 우리나라 남자들이 얼마나 여성들로부터 배척되고 고립되었는가를 우리나라 여성들이 너그럽게 안아줘야 해. 우리 세 사람(이준익 감독님을 포함해 남녀공학만 다녔던 저와 다른 인터뷰어 한 분 포함해서...^^;)은 환자야 환자. 사회가 만들어 놓은 불편함을 안고 견디는 거지.




- 아까 답변하신 내용 중에 아쉬움이란 얘기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만드신 영화 중에 <황산벌>을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황산벌>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왕의 남자>를 연출하셨고,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님은 먼곳에>를 연출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지금처럼 새로운 작품이 아니라 연출하셨던 작품들 중에 다시 한 번 리메이크를 해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신지요?

똑같은 영화를 다시 만들고 싶다는 그런 욕구는 없어요. 다시 만드는게 아니라...그런 건 있지. 아쉬움을 얘기하기 이전에, 그 영화를 만들었을 당시 도달하지 못했던 부족한 자신의 실력에 대한 모자람, 이런 것 때문에 찍고 나면 반성이 앞선다구. 반성을 하면 개선을 해야지. 그래서 그 다음 영화는 내가 저 부분이 모자랐으니까 그 부분을 실력있게 채워야겠구나 생각하고 다음 영화에 에너지를 쏟아붓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다시 찍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황산벌>에서는 촌철살인적인 멋들어진 풍자가 있지만 대중들에게 매끄럽게 다가가지 못했다면 <왕의 남자>에서 보완을 해서 좀 더 세련되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이런 거지. <라디오스타>에서는 지나간 것에 대해 그리워하는 내용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도 될 수 있는 거니까 <즐거운 인생>에서는 지금 현재라는 시대에서 40대 가장의 이야기를 다른 각도로 표현해 보자 이런 거였어. 조금씩 진화된 형태로써의 보완을 해야지 과거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것은 과거지행적인 것 같아서 별로더라구. 난 미래지향적 인간이라 다시 만들고 싶은 작품은 없어요.




- 얼마 전 대종상 영화제 본심에서 <즐거운 인생> 재밌게 봤습니다. 심사위원 중 한 분이신 정초신 감독님께서 안부 좀 전해달라고 하셨구요. 혹시 시상에 대한 욕심은 없으신지요?

원래 황산벌 감독 정초신 감독이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결국에는 안 하기로 해서 할 수 없이 내가 감독한 거야. 정초신 감독 때문에 내가 감독 된 거지.
시상식은 안 간다고 했는데...난 상을 싫어해. 상을 싫어하는 이유가 뭐냐면, 예전에 이 얘기 꺼냈다가 네이버에 악플 많이 달렸는데..상 주지도 않았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냐고 말이지. 아카데미 시상식 관련된 얘기였어. (웃음)
상의 순기능은 상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의욕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역기능이 뭐냐면 세상에 있는 상이란 것은 상을 주는 자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거야. 노벨상도 그래. 걔들이 무슨 권리가 있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줄 세워서 상을 주냐고. 그건 폭력이라고 봐. 상에 대한 허상을 알아차리고 순기능이 더 빛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현재는 역기능이 굉장히 만연해 있다고 봐. 깐느, 아카데미 다 마찬가지야. 이런 얘기 하면 악플 몇 백개씩 달려.
시상이라는 것 자체가 축제이고 또 다른 새로운 젊은 세대들에게 의욕을 주는 순기능까지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역기능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상이 너무 많아. 그게 뭐야? 방송사 광고 수입을 올리기 위한 시청률 경쟁에 쓰여지는 도구로써의 상의 형태로는 순기능만을 얘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




- 문화적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안 좋아하시는지?

아냐, 좋아해. 다만 서열화는 싫다는 거지. 다양성에 대한 차별화는 좋아. 대한민국 영화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대한민국 연극계야. 대한민국 배우들의 연기력 향상은 대학로에서 20대, 30대의 절정기를 얼마 안 되는 돈 받아가며 노력한 연극계의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가능했던 거야. 그야말로 연극계가 한국 영화의 질적 향상에 지대한 공헌을 한 거지. 그러한 장르의 다양성이 공존함으로써 서로에게 보탬이 되는, 그런 거 정말 좋지.




- 지금까지 이준익 감독님 작품에 대한 평론들 중에서 이건 아닌데 싶은...그런 건 없으셨는지?

아닌데 싶은 건 없없어. 다 이유가 있는 거거든. 다만 감독이 만든 영화를 해부해서 평가받는 거와 마찬가지로 반대로 감독 입장에서 보면 평론가 혹은 네티즌들이 작성한 글을 보면 그 글을 쓴 사람의 세계관이 읽혀지고, 그의 사고 체계가 읽혀지는 거라구.
그건 뭐냐면 생산자가 곧 소비자라는 거야. 과거 산업시대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 구분이 뚜렷헸는데, 온라인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되는 거지. 블로러 혹은 평론가들이 쓴 글은 생산품인데, 작가 및 감독들의 작품이 그들에 의해 재구성되면서 블로그 자체가 생산성을 가지게 되는 거야. 그리고 블로그에서 만들어진 생산품을 보면 그 생산자의 세계관이 드러난다구. 그 글을 보는 순간 마치 네티즌이 영화를 보고 평갈을 내리듯이 감독은 그 사람을 읽어내지. 재밌잖아~

- 조심해서 써야겠네요. (웃음)

아냐. 조심해서 쓰면 비겁한 거지. 솔직하게 써야 하는 거야. 다른 블로거들 뿐만 아니라 그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솔직하게 상호 검증받는 것이 성숙한 정보 공유 사회라고 봐. 어떤 감독이 영화를 내놓고 많은 평론가들이 그 영화에 대해 글을 쓰면 그 감독이 더 성숙하고 폭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 그와 마찬가지로 블로거는 블로거대로 자기 글이 훨씬 더 생산적이고 정의롭고 상호 호환 될 수 있도록 솔직하게 글을 작성해서 인터액티브해야 한다는 거지.




- 장사익씨의 '찔레꽃'을 감상하시며

아, 가슴 아파. 이 영화(님은 먼곳에)를 보면 가슴이 아파. 너무 아파. 나중에 영화 보면 다 찢어질 거야. <왕의 남자>도 아프잖아. 이건 더 아파. 너무 아름다워서 아파. 순이의 인간으로서의 숭고함 때문에...이 시대에 사는 모두의 가슴 속에는 저런 뜨거운 모습이 있는데, 애써 쿨한 척 하느라고 서로간의 갈등이 발생해 부딪혀야 할 때 외면하고, 외면하는 것이 쿨한 것인 양 말이지. 사실은 다 '핫(Hot)한데...좀 핫(Hot)하게 살아봐. 쿨한 거 안 좋은 거야. 서양 애들이 만들어 놓은 안 좋은 거야. 다들 핫하면서 왜 쿨한 척 해. 이거 핫(hot)한 영화야. <왕의 남자>도 핫(Hot)하잖아. 어렸을 때 초라한 뒷모습의 엄마 같은..그런 느낌이야.

나중에 꼭 알바를 해서라도 장사익씨 공연을 한 번 보라구. 후진 C석에 가서라도. 돈 많은 부자가 S석 10만원 30만원짜리 펑펑 써가면서 좋은 자리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 보는게 문화인이 아니라 20대의 젊은이가 공연 한 번 보고 싶어서 시간당 3500원짜리 알바를 열심히 해서 하루에 1000원씩 모아서 한 달에 30000원 만들어 C석에서 보는 게 바로 문화인인 거야. 누가 더 공연을 감동스럽게 보겠어? 자기가 보고 싶은 공연을 보기 위해 30,000원을 만드려고 하루에 1000원씩... 그런 거야. 그게 문화인이지. 그렇지 않아? 이게 핵심 아냐? 사실 영화 홍보할 게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런 담론을 해야 하는 거 아냐?

편의점 알바해서 30,000원짜리 C석에서 보고 싶은 공연 봤다고 생각해 봐. 울지~~ 그렇지? 30만원 가지고 간 사람은 안 울어요. 그게 뭐냐면 카타르시스거든. 카타르시스는 어디서 오는 거냐면 페이소스에서 온다구. 소스 중에 제일 맛있는 소스가 페이소스야. (일동 웃음)

왜 웃어? 그거 소스 중에 최고야.(웃음) 고통이 자기 정화를 하는 거야. 페이소스 없는 카타르시스는 가짜라구. 자기가 30,000원짜리 C석 공연을 보기 위해 하루에 1000원씩 모은 고통이 있잖아. 그 고통이 그 예술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만드는 거야. 그게 문화를 즐기는 진정한 문화인이라구. 돈 많은 사람들은 메세나를 해야지. 하지만 많은 돈 내고 S석에서 공연 못 본다고 해서 내가 문화인이 못 되는 건 아니잖아. 그런 사람을 보면 가서 안아주고 싶어.



약 1시간 30분 동안 계속된 이준익 감독님과의 인터뷰. 질문할 내용을 미리 준비해 가긴 했지만 이 질문들을 전부 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러웠는데, 이준익 감독님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너무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님께서 워낙 말씀을 잘 하셔서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했고 말이죠. ^^




짧았던 인터뷰가 끝나고 직접 저희들에게 준비하신 선물도 챙겨주시고, 사인도 해 주셨던 이준익 감독님! 이준익 감독님과 함께 사진도 찍었지만, 이준익 감독님에 비해 제 얼굴이 너무 크게 나온 관계로 저 혼자만 고이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_-; 아무튼 이준익 감독님께서는 위 사진처럼 바이크를 타고 퇴근하시더군요. ^^; 안전하게 헬멧을 착용하신 후 바이크에 오르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젊게 사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이준익 감독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말이죠. 게다가 저 역시 '쿨'한 것을 싫어하는지라 '핫(Hot)'하게 살 것을 주문하셨던 이준익 감독님이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왔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준익 감독님의 <님은 먼곳에>가 개봉하려면 아직도 한 달이나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 때까지 <님은 먼곳에>의 분위기라도 느끼고 싶으신 분은 이준익 감독님의 추천 노래인 장사익씨의 '찔레꽃'을 검색해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 여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님은 먼곳에>. 옆으로 새지 않고 자신이 가고자 했던 길을 가는 여성에 대한, 아름답지만 그래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이렇게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만나려면 <님은 먼곳에>의 개봉일인 7월 24일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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