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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aily Event/Diary

눈 쌓인 월악산에서 만날 수 있었던 파란 하늘.

by 맨큐 2008.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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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말에 월악산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등산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산에 오르는게 힘들다는 이유도 있지만, 어렸을 적 겨울에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랐다가 얼음 때문에 미끄러져서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을 뻔한 경험을 한 적이 있거든요. 포비아(Phobia)까지는 아니더래도 어쨌든 그 때의 아찔했던 경험 이후 등산, 특히나 겨울산을 오르는 행위를 극도로 싫어하게 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등산 혐오증(?)과 상관없이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산에 올라야만 했더랬습니다. 월악산 등반이 연수 코스 중 하나였거든요. 산 이름에 '악'자가 들어간 산은 매우 험하다는 말이 있어서 산에 오르기 전에는 다들 불안해하며 낙오하면 어쩌지 하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더랬습니다. 저 역시도 오랜만에 산에 오른다는 사실 때문에 약간 긴장했지만, 군대에 있을 때에도 훈련 때마다 눈 쌓인 산을 오르내렸던 경험이 있었기에 혹시라도 미끄러져서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는 들지 않더군요. 그저 일부러 몸을 혹사하기 위해 산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싫었을 뿐이죠. ^^;




월악산 입구에 다다르니 아직 녹지 않고 남아있는 눈이 반겨줍니다. 안전을 위해 '아이젠'을 등산화에 부착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젠도 참 오랜만에 보는군요. 군대에서 겨울에 산에 오를 때에도 아이젠 따위는 지급받지 못했거든요. 그랬음에도 단 한번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걸 보면 전투화가 아이젠의 기능까지도 겸하고 있는가 봅니다. ^^;




드디어 산행 시작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시작하는 발걸음만은 무척이나 가볍습니다. ^^




확실히 산을 올라갈수록 추워지더군요. 바람도 조금씩 세차게 불기 시작했구요. 바위 위로 물이 흐르던 것인지, 눈이 녹아 흘러내리다가 그대로 얼어버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얼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에 오르는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보통 때였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겨울이라 눈이 많이 쌓여 있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잔뜩 긴장해서 걷다 보니 육체적으로 더욱 많은 피로가 쌓이는 것 같습니다. 오르다가 다리에 쥐가 난 친구도 있었고,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미끄러지는 친구들도 발생한 것을 보면 말이죠. 그래도 힘들 땐 서로 도와 위기(?)를 극복하면서 계속 정상을 향할 수 있었습니다.




산에 오르다가 많이 힘들면 이렇게 잠시 쉬면서 경치도 즐기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꽤 높이 올라왔는데, 이 곳은 햇빛이 잘 드는 곳이라서 그런지 눈이 많이 녹아 있었습니다.




암벽 등반하기 좋을 것처럼 보였던 절벽. 물론 전 무서워서 암벽 등반에는 도전해 본 적은 없습니다. ^^;




산 중턱 정도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산세를 가늠할 수 있는 위치인 듯 합니다. 여기저기 녹지 않은 눈의 흔적이 보이네요. 지형, 바람, 사람들의 통행 여부 등 여러 요소들에 의해 눈이 녹지 않은 곳도 있고, 녹은 곳도 있는 것 같네요. ^^




누군가 '힘들어'라고 낙서를 해 놓았더군요. 여기를 지날 때쯤 저희 팀도 힘들어서 헥헥대고 있을 때여서 낙서를 보고 크게 공감했었습니다. ^^; 하지만 산에 오르면서 이렇게 낙서를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겠죠? 힘들면 같이 산에 오르는 동료와 대화를 통해 그 감정을 나누거나, 혼자서 속으로 생각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태양. 개인적으로 이런 사진을 너무 좋아해서 한 컷 찍어봤습니다. 내려갈 때 한 컷 더 찍긴 했지만..^^;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정상까지 올라갔어야 했는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너무 험한 데다가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 여기까지만 오르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목표는 달성한 셈입니다. 그리고 비록 정상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눈부신 파란 하늘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제 블로그명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도 저 파란 하늘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




바위 위에는 미처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역시 미처 녹지 않고 얼어붙은 눈. 이 곳에서 대충 자리를 잡고 미리 준비해간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산 위에서 찬 바람 맞으며 먹는 김밥의 맛은 참 별미였습니다.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인지 배가 많이 고프더라구요. 다른 친구들이 남긴 김밥까지 모두 해치웠으니까요. ^^;




정상 가까운 곳까지 오르니 탁 트인 경관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햇살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오른쪽 윗부분이 안개가 낀 것 마냥 뿌옇게 찍혔네요. ^^;




이제 하산할 시간입니다. 점심 먹고 주변을 둘러보니 쌓인 눈 사이로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습니다. 예전부터 소나무는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표현되어 왔었죠. 이 사진처럼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그 푸른 빛을 잃지 않으며 언제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겠죠. 뭐, 소나무도 속으로는 '추워요~'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요. ^^;




하산하는 길을 올라오는 길보다 약간 더 험했습니다. 올라가는 길과 다른 코스로 내려왔는데, 눈이 더 많이 쌓여 있더라구요.




눈이 많이 쌓여 있는 상황이 얼른 숙소로 돌아가고픈 저희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죠. 쌓인 눈을 헤치며 열심히 발걸음을 재촉해 하산하는 모습입니다. 발이 눈 속으로 푹푹 빠질 정도로 많은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월악산을 거의 내려왔을 무렵, 다시 한 번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던 태양을 담아 봤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쯤이 되어서야 약간의 여유가 생겼던 것 같아요. 올라가는 동안에는 힘들어서 산에 올라가면 담고 싶었던 것들을 사진에 담아낼 여유가 없었고, 내려올 때는 길이 험해서 카메라를 안전하게 챙기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거든요. ^^;

사실 더 많은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대부분 인물 사진이라 이 곳에 업로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월악산을 오르면서 느꼈던 점들을 자세히 전달해 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힘들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기도 했거든요. 아마도 좋은 분들과 함께 산에 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문득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이렇게 경치 좋은 산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과연 실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네요. 한 번의 산행으로 등산을 싫어하는 성향이 완전히 치유되어 갑자기 산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일 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서로 도와가며 험한 산에 올라 멋진 경관을 즐긴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시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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