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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_Issue/Travel Essay

[5W 1H Travel : Where] 여행, 어디로 떠날까?

by 맨큐 201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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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


"괜찮은 여행지 좀 추천해 줄래?"


사실 아무리 많은 곳을 여행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전세계 모든 여행지를 직접 가 본 것이 아닌 이상, 듣는 순간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이다. 개인적인 취향이라든가 현지 날씨 등등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다면 설령 모든 여행지를 가 본 사람이라 하더라도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닐 것이다. 정말 인상 깊었던 여행지가 많아서 어떤 곳을 추천해야 할지 고민인 경우도 있을 테고, 반대로 (요청한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적당한 여행지가 없어서 고민인 경우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지인들을 통해, 혹은 인터넷상의 각종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을 통해 괜찮은 여행지를 찾고 있으며, 요청을 받은 이들은 흔쾌히 혹은 오랜 고심 끝에 여행지를 추천해 주곤 한다. 나 역시도 주변 사람들에게 몽골, 뉴욕, 하와이, 스위스 등등 직접 여행을 다녀온 곳들 중 만족도가 높았던 여행지들을 추천해 준 적이 있으며, 심지어 가 보지는 못 했지만 가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캐나다를 추천한 적도 있으니까.



<20120821, 스위스 체르마트로 이동중, Photo by 맨큐, Nikon D300>


이러한 행위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여행지에서 느꼈을 감동과 희열을 함께 공유하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서로 더 친밀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중엔 단물을 빨아먹고 난 이후엔 모른체 하는 고약한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어쨌든 여행을 출발하기 전 준비하는 단계부터 설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오히려 막상 여행을 갔을 때보다 준비할 때가 훨씬 즐거운 경우도 있을 정도?) 그러한 감정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리라. 그러한 호사를 누리기 위해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지는 가장 중요한 선택사항 중의 하나일 테다.



여행, 어디로 떠나야 할까?


<20101009, 호주 탕갈루마 리조트, Photo by 맨큐, Nikon D300>


아주 오래전 중학교 수업 시간. 이제는 어느 과목 수업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맛있는 사과와 맛없는 사과가 차례차례 놓여 있을 때 어느 것부터 먹겠느냐 하는 내용의 질문이었다.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 보다가 맛없는 것부터 먹으면 적어도 지금 먹었던 맛없는 사과보다는 맛있는 사과들만 남게 되니 점점 맛있는 사과를 먹을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이어진 선생님의 가르침. 맛없는 사과부터 고른 사람은 부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라는게 아닌가? 가장 맛없는 사과부터 차례대로 먹게 되면 그 사람은 남아 있는 사과 중 가장 맛없는 사과만을 먹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반면 맛있는 사과부터 먹을 경우 계속해서 남아 있는 사과 중 가장 맛있는 것을 먹게 되니 결국 끝까지 맛있는 사과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라나? 뭐 아직도 그 논리 관계가 이해되지는 않는다. 결코 내가 부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임을 부정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첫 해외 여행을 준비할 때도 그런 비슷한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었다. 군대 제대후 시험 공부한다는 핑계로 남들 다 한 번씩 다녀오는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오지 못한 상황에서 1차 시험을 마무리짓고 약간의 여유를 찾아 첫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였다. 나름 첫 해외여행이라고 여행 목적지를 선정하는 것부터 상당히 고심했던 기억이 난다. 뭔가 논리적으로 고민하다 보면 답이 나올 거라는 판단이었나 보다. 그 때 떠오른 프레임 중 하나가 위에서 언급한 사과 문제와 비슷한 것이었다. 선진국부터 가봐야 하는지, 아니면 후진국부터 가봐야 하는지의 문제부터 접근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그 때 당시 내가 여행을 준비하며 조언을 구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여행 목적지를 결정하면서 그와 유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처럼 선진국을 먼저 가 봐야 뭔가 배우는게 있을 거라고 얘기해 줬던 것 같고, 또 일부는 젊을 때 고생을 해 봐야 한다며 후진국부터 다녀오라는 조언을 해 줬었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의 조언대로 선진국인 유럽 배낭여행을 일순위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나 싶기도 했었고, 어렸을 적 맛없는 사과부터 먹으면 부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라는 이상한 가르침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선진국부터 다녀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20050811, 몽골 초원, Photo by 맨큐, Nikon CoolPix 2500>


그런데 결국 여행지로 결정한 곳은 유럽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미국도 아니었다. 여행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 싸이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사진 한장, 바로 몽골 홉스굴의 멋진 경관이 찍힌 사진이었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인해 내 생애 첫 해외여행 목적지는 몽골로 결정되었다.



<20050811, 몽골 홉스굴 호수, Photo by 맨큐, Nikon CoolPix 2500>


그리고 무작정 떠난 몽골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멋진 홉스굴 호수의 경관을 두 눈에 담아올 수 있었다. 그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인터넷을 통해 사진으로만 봤던 그 곳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우여곡절 끝에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감동의 크기는 경험해 본 사람들을 충분히 알지 않을까? 애초부터 여행 목적지로 선진국을 먼저 가느냐, 후진국을 먼저 가느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그 순간, 가장 끌리는 곳이 정답이었던 셈.


몽골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나중에 유럽(비록 장기간 배낭여행은 아니었지만), 미국을 비롯해 수많은 여행지들을 다녀봤지만, 몽골이라는 나라부터 다녀왔다고 해서 다른 나라를 여행한 것에 대한 감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첫 해외여행지였던 몽골에 대한 추억이 반감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지금 바로 이 순간, 간절하게 여행 가고픈 곳이 있다면 바로 그 곳이 당신을 위한 최고의 여행지일 것이다.



그나저나 사과 문제만큼은 여전히 맛없는 것부터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난 정말 부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인 걸까? 도시락을 싸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맛있는 반찬은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두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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