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요즘(이 아니라 한참 전부터였던가요?) 초, 중, 고등학생들의 사교육비 문제로 사회 전체가 떠들썩합니다. 지나친 사교육비로 인해 가계가 휘청거릴 정도라 하니 문제가 심각하긴 한가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교육비 문제는 비단 초, 중, 고등학생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저와 같은 고시생들 역시 합격을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하면서 학원을 다니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렇게 비싸면 학원을 안 다니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고시생들이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난 혼자서도 잘 해요~'를 외치며 혼자서 공부하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 부담이 커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수많은 합격자들 역시 수험기간 단축을 위해 학원 수업을 추천하고 있기도 하구요. 실제로 제 주변의 많은 합격자들 중에 단 한 번도 학원을 다니지 않고 고시에 합격한 이들은 4~5명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합격자 표본 수는 50명 이상입니다. :)
실제로 얼마 전에는 어떤 고시생이 신림동 고시 학원 수강료가 지나칠 정도로 자주 인상된다는 이유로 '사시 학원의 빈번한 수강료 인상에 항의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미디어다음 네티즌청원란에 제기한 바 있습니다. 청원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 고시학원의 수강료는 회당 13,500원~14,500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1회 강의 시간은 보통 3시간 30분 정도입니다만 막바지에는 진도를 맞추기 위해서 4~5시간 연속으로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우 학원 강의를 2007년 3월 중반까지만 수강했기에 6월부터는 일률적으로 14,500원으로 인상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네요. 아무튼 20회짜리 강의 한 번 들으려면 28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지불해야 하니, 고시생들에게도 사교육비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는 것이죠. 독서실 연계 할인, 3과목 이상 동시 수강시 할인, 5명 이상 동시 수강시 할인 등의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할인율이 10%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학원 수강료가 비싼 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복 할인은 당연히 안 되구요.
행정고등고시에서 필수 과목인 경제학의 경우,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강사의 강의에는 한 번에 500명~600명의 수강생이 몰리기도 합니다. 이 500명~600명이라는 숫자는 실강에 한한 것이고, 강의실 크기 제약으로 인해 실강만으로는 넘쳐나는 수강생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실시간 영상 강의반, 녹화 비디오 강의반 등을 추가로 운영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 강의를 수강하는 인원이 1500명까지도 늘어나게 되겠죠. 경제학 강의가 20회(실제로는 이것보다 횟수가 약간 더 많습니다) 진행된다고 하면 한 번 강의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액은 ( 1500명 X 20회 X 14,000원 = 4억 2천만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타 강사 한 명의 존재가 학원 측에 가져다 주는 수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스카우트 비용도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 텐데, 최근 모 학원에 계시던 강사 분께서 다른 학원으로 스카우트되면서 5억원의 계약금을 보장받았다고 하니 이를 통해 대충이나마 고시 학원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에서의 계산은 경제학 1순환 강의에 한한 대략적인 예측치입니다.)
행정고등고시의 경우는 사법시험에 비하면 그 규모가 오히려 작다고 할 수 있을 테구요. 사법시험에서 민법 같은 과목의 경우 강의 횟수가 50회를 넘어가니 대세를 형성한 강사가 한 번 강의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하기조차 힘듭니다. 물론 이 모든 얘기가 '잘 나가는' 강사에 한한 얘기이긴 하지만요. :)
최근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왜 다시 신림동으로 돌아가는가'라는 낚시성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행시 합격생들이 다른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돌아오는 건가 싶어서 봤더니 신림동으로 돌아와 학원 강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이렇게 대박을 터뜨리면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점도 큰 유혹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너무 학원비 얘기로만 흐른 것 같은데, 분위기 한 번 전환하고 신림동 고시학원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신림동 고시촌에는 한국법학원, 베리타스, 한림법학원 이렇게 3개의 고시 학원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춘추관, 태학관 등도 고시 강의를 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다른 분야로 전환하였거나 다른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고시촌에 고시 학원이라고 해 봤자 3개밖에 없으니 학원 이름은 그대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이 3개의 학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아무래도 주로 사법시험 강의를 하고 있는 베리타스 학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리타스의 경우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은 이번에 신축한 본관의 모습일 뿐이고, 이외에도 2개의 건물을 따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주로 행정고등고시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법학원의 경우도 근처에 신축건물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의 강의실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수강생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림법학원의 경우 몇몇 과목의 스타 강사분들로 인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구요.
매달 학원의 강의 일정이 표시되어 있는 인쇄물들입니다. 각 학원별로 사법시험용 1부, 행정고등고시, 외무고등고시, 경찰간부용 1부, 총 2부씩 발행하니까 모두 합하면 6부가 됩니다. 인쇄물을 보고 있으면 각 학원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과목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잘 나가는 강사가 누구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인쇄물의 주 발행 목적은 해당 학원의 강의 일정을 알려주는 것이겠지만요.
이 '번호표 대기줄'은 베리타스 학원 근처에 부착되어 있는 표찰입니다. 본관이 완공되기 전까지만 해도 민법 강의시간만 되면 엄청나게 긴 줄이 형성되었던 곳인데, 지금도 수강시간이 되면 이 곳이 수업을 기다리는 수강생들로 가득 차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아무튼 은행도 아닌데 왠 '번호표'냐구요? 고시생들의 치열한 자리 다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번호표입니다. 번호표가 없던 시절에는(불과 몇 년 전입니다.) 수강생들이 좋은 자리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 시작 7~8시간 전부터 강의실 앞에 가방으로 자리를 맡아두었는데 늦게 와서 다른 사람들 몰래 가방만 줄 사이에 슬쩍 끼워넣거나, 한 사람이 가방, 쇼핑백, 책 등으로 여러 사람의 자리를 선점해 주는 등의 문제가 생겨서 이렇게 번호표를 배부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선착순으로 배부받은 번호에 맞춰서 강의실 개방시간까지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죠.
번호표는 보통 강의가 있는 날 오전 8시부터 배부를 시작합니다. 번호표를 받기 위한 경쟁이 어느 정도나 치열한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새벽 7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시험이 끝난지 며칠 지나지 않았음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려니 힘들더군요. 이미 많은 분들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학원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학원 앞에 부착되어 있는 안내문입니다. 오전 8시부터 번호표를 배부한다고 씌여져 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은 오전 7시 45분경이었습니다.
충분히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많은 분들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가방 혹은 책 등으로 자리를 맡아둔 모습입니다. 이 정도로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대략 새벽 6시 정도에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학원 강의를 좋은 자리에서 듣기 위해 그 시간에 일어나 본 적이 없어서 자세한 부분까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고시 관련 커뮤니티에서 어떤 수강생 분들은 원하는 자리에 앉기 위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는 것도 불사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으니 대충 그 정도 시간에 나와야 저 앞자리를 차지하는 영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네요. ^^
줄서기 경쟁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번호표를 배부하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제는 번호표를 받기 위한 줄서기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하겠지만요. 아무튼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전신주 왼쪽으로도 줄이 이어져 있었는데, 어떤 분들은 저렇게 줄을 서 있는 와중에도 신문지를 깔고 앉아 책을 보며 공부하고 계시더군요. 저 같으면 좋은 자리에서 강의 듣는 것을 포기하고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자는 쪽을 택하겠습니다만..;;; 저런 열정이 없어서 제가 지금까지 고시 공부를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죠. ^^;
자리를 맡아주는 일과 관련해 예전에 재밌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어떤 분께서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본의 아니게 바로 뒤에 서 있는 일행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화를 통해 추측한 결과 이들 일행은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학원에 일찍 와 일행들의 모든 자리를 선점하도록 약속을 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대화의 내용인 즉슨, 그 날 자리를 맡기로 한 사람(즉, 자기 바로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일행들에게 학원에 11시 30분에 도착했는데도 이상하게 이미 대기줄이 이렇게 길게 늘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더랍니다. 하지만 얘기를 듣고 있던 이 사람은 자기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말한 1시간이나 늦은 12시 30분쯤 학원에 도착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대충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를 눈치채고 뒤에 서 있는 사람이 1시간이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모습이 어이없어서 일행등에게 '이 사람, 거짓말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차마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해 보고자 하는 모습이 불쌍해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일행에게 사실을 말했다면 더욱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겠죠? ^^ 이렇게 '도덕적 해이'를 나타내는 멤버로 구성된 모임이 끝까지 제대로 유지되었을지는..
개인적으로 1~2개 정도의 자리를 맡는 것까지는 양해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5~6개씩 일행들의 자리를 맡아주는 것은 새치기하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안 좋게 보는 편입니다만, 이 얘기를 듣고는 그냥 웃을 수 밖에 없더군요. ^^
그럼다면 고시생들은 왜 이렇게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요? 해답은 간단합니다.
위 사진은 약 600개의 좌석을 갖춘 강의실의 모습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시설이 굉장히 좋아진 편인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처럼 보이시나요? 많은 수강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강의실이 무척 넓은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강의실 곳곳에 대형 TV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강사를 직접 보면서 수업을 듣는 것과 TV 화면을 통해 수업을 듣는 것은 집중도 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데다가 구석 쪽에 앉게 되면 강사는 커녕 TV도 제대로 안 보이는 곳에서 수업을 듣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되면 수업을 듣다가 졸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구요. 저만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마음에 드는 강사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한 애틋한 마음에 앞자리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
학원을 다니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2차 시험에 대비해 주관식 답안지를 작성해 보고 그 답안을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사실 굳이 학원이 아니더라도 답안 작성 스터디를 구성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틀에 한 번, 혹은 하루에 한 번씩 정해진 진도 분량에 해당하는 문제를 풀어서 학원에 제출하면 채점위원(대부분 합격생이거나 2차시험 경험이 있는 고시생들입니다.)들이 채점을 한 후, 다음날 이렇게 본인이 받아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행시생들 사이에서 유난히 채점위원들의 채점에 성의가 없다는 항의가 많았었는데, 나중에 얼핏 얘기를 들어보니 작년 합격생들의 채점위원 지원율이 무척 저조했던 이유도 한 몫 한 것 같더군요.
본인의 답안지 뿐만 아니라 누적 분포표 등도 게시되기 때문에(물론 이름까지 표시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성적이 어느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채점위원이 제각각이라 미묘하게 다른 기준으로 채점할 수 있어서 절대적인 비교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고시 합격에 학원 강의가 반드시 필요하느냐의 문제는 개인마다 답이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학원 강의를 잘(!) 이용한다면 수험 기간을 단축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저는 이제 와서 강의를 다시 들을 필요도 없고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강의 듣는 것이 싫어서 학원 강의를 듣지는 않았지만, 본인에게 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다만 학원비가 조금 부담스럽다는 점이 문제될 수는 있겠지만, 이와 관련된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자세히 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아무튼 오늘은 신림동 고시학원이 어떤 곳인지 대략적으로나마 알아보았습니다. 얼마 전 사법시험은 물론 행정고등고시도 2차 시험이 끝나서 신림동이 한산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습니다. 여전히 내년 혹은 내후년에 합격할 것을 기대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고시생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뭔가 가슴 속에서 울컥 하더군요. 시험 끝나고 며칠째 쉬고 있는데, 고시공부할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뭔가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잠깐이나마 나태해졌던 모습, 반성해야겠어요.
시험 끝나고 나서는 어지간하면 고시촌 쪽에 안 가려고 했지만 이 글을 보시게 될 분들께 고시촌의 모습을 전해드리고자 평소와 다르게 아침 일찍 일어나 고시촌에 다녀왔더니 피곤하네요. 눈 좀 붙여야겠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또 뵙겠습니다~ :)
다른 신림동 고시촌 생활 이야기 보러 가기 :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첫번째 이야기 - 고시 입문기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두번째 이야기 - 원룸 구하기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세번째 이야기 - 도서관 vs 독서실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다섯번째 이야기 - 유흥시설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여섯번째 이야기 - 답안 작성과 필기구
그렇게 비싸면 학원을 안 다니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고시생들이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난 혼자서도 잘 해요~'를 외치며 혼자서 공부하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 부담이 커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수많은 합격자들 역시 수험기간 단축을 위해 학원 수업을 추천하고 있기도 하구요. 실제로 제 주변의 많은 합격자들 중에 단 한 번도 학원을 다니지 않고 고시에 합격한 이들은 4~5명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합격자 표본 수는 50명 이상입니다. :)
실제로 얼마 전에는 어떤 고시생이 신림동 고시 학원 수강료가 지나칠 정도로 자주 인상된다는 이유로 '사시 학원의 빈번한 수강료 인상에 항의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미디어다음 네티즌청원란에 제기한 바 있습니다. 청원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 고시학원의 수강료는 회당 13,500원~14,500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1회 강의 시간은 보통 3시간 30분 정도입니다만 막바지에는 진도를 맞추기 위해서 4~5시간 연속으로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우 학원 강의를 2007년 3월 중반까지만 수강했기에 6월부터는 일률적으로 14,500원으로 인상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네요. 아무튼 20회짜리 강의 한 번 들으려면 28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지불해야 하니, 고시생들에게도 사교육비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는 것이죠. 독서실 연계 할인, 3과목 이상 동시 수강시 할인, 5명 이상 동시 수강시 할인 등의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할인율이 10%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학원 수강료가 비싼 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복 할인은 당연히 안 되구요.
행정고등고시에서 필수 과목인 경제학의 경우,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강사의 강의에는 한 번에 500명~600명의 수강생이 몰리기도 합니다. 이 500명~600명이라는 숫자는 실강에 한한 것이고, 강의실 크기 제약으로 인해 실강만으로는 넘쳐나는 수강생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실시간 영상 강의반, 녹화 비디오 강의반 등을 추가로 운영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 강의를 수강하는 인원이 1500명까지도 늘어나게 되겠죠. 경제학 강의가 20회(실제로는 이것보다 횟수가 약간 더 많습니다) 진행된다고 하면 한 번 강의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액은 ( 1500명 X 20회 X 14,000원 = 4억 2천만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타 강사 한 명의 존재가 학원 측에 가져다 주는 수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스카우트 비용도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 텐데, 최근 모 학원에 계시던 강사 분께서 다른 학원으로 스카우트되면서 5억원의 계약금을 보장받았다고 하니 이를 통해 대충이나마 고시 학원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에서의 계산은 경제학 1순환 강의에 한한 대략적인 예측치입니다.)
행정고등고시의 경우는 사법시험에 비하면 그 규모가 오히려 작다고 할 수 있을 테구요. 사법시험에서 민법 같은 과목의 경우 강의 횟수가 50회를 넘어가니 대세를 형성한 강사가 한 번 강의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하기조차 힘듭니다. 물론 이 모든 얘기가 '잘 나가는' 강사에 한한 얘기이긴 하지만요. :)
최근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왜 다시 신림동으로 돌아가는가'라는 낚시성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행시 합격생들이 다른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돌아오는 건가 싶어서 봤더니 신림동으로 돌아와 학원 강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이렇게 대박을 터뜨리면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점도 큰 유혹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너무 학원비 얘기로만 흐른 것 같은데, 분위기 한 번 전환하고 신림동 고시학원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신림동 고시촌에는 한국법학원, 베리타스, 한림법학원 이렇게 3개의 고시 학원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춘추관, 태학관 등도 고시 강의를 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다른 분야로 전환하였거나 다른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고시촌에 고시 학원이라고 해 봤자 3개밖에 없으니 학원 이름은 그대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이 3개의 학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아무래도 주로 사법시험 강의를 하고 있는 베리타스 학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리타스의 경우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은 이번에 신축한 본관의 모습일 뿐이고, 이외에도 2개의 건물을 따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주로 행정고등고시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법학원의 경우도 근처에 신축건물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의 강의실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수강생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림법학원의 경우 몇몇 과목의 스타 강사분들로 인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구요.
매달 학원의 강의 일정이 표시되어 있는 인쇄물들입니다. 각 학원별로 사법시험용 1부, 행정고등고시, 외무고등고시, 경찰간부용 1부, 총 2부씩 발행하니까 모두 합하면 6부가 됩니다. 인쇄물을 보고 있으면 각 학원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과목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잘 나가는 강사가 누구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인쇄물의 주 발행 목적은 해당 학원의 강의 일정을 알려주는 것이겠지만요.
이 '번호표 대기줄'은 베리타스 학원 근처에 부착되어 있는 표찰입니다. 본관이 완공되기 전까지만 해도 민법 강의시간만 되면 엄청나게 긴 줄이 형성되었던 곳인데, 지금도 수강시간이 되면 이 곳이 수업을 기다리는 수강생들로 가득 차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아무튼 은행도 아닌데 왠 '번호표'냐구요? 고시생들의 치열한 자리 다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번호표입니다. 번호표가 없던 시절에는(불과 몇 년 전입니다.) 수강생들이 좋은 자리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 시작 7~8시간 전부터 강의실 앞에 가방으로 자리를 맡아두었는데 늦게 와서 다른 사람들 몰래 가방만 줄 사이에 슬쩍 끼워넣거나, 한 사람이 가방, 쇼핑백, 책 등으로 여러 사람의 자리를 선점해 주는 등의 문제가 생겨서 이렇게 번호표를 배부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선착순으로 배부받은 번호에 맞춰서 강의실 개방시간까지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죠.
번호표는 보통 강의가 있는 날 오전 8시부터 배부를 시작합니다. 번호표를 받기 위한 경쟁이 어느 정도나 치열한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새벽 7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시험이 끝난지 며칠 지나지 않았음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려니 힘들더군요. 이미 많은 분들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학원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학원 앞에 부착되어 있는 안내문입니다. 오전 8시부터 번호표를 배부한다고 씌여져 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은 오전 7시 45분경이었습니다.
충분히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많은 분들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가방 혹은 책 등으로 자리를 맡아둔 모습입니다. 이 정도로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대략 새벽 6시 정도에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학원 강의를 좋은 자리에서 듣기 위해 그 시간에 일어나 본 적이 없어서 자세한 부분까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고시 관련 커뮤니티에서 어떤 수강생 분들은 원하는 자리에 앉기 위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는 것도 불사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으니 대충 그 정도 시간에 나와야 저 앞자리를 차지하는 영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네요. ^^
줄서기 경쟁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번호표를 배부하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제는 번호표를 받기 위한 줄서기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하겠지만요. 아무튼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전신주 왼쪽으로도 줄이 이어져 있었는데, 어떤 분들은 저렇게 줄을 서 있는 와중에도 신문지를 깔고 앉아 책을 보며 공부하고 계시더군요. 저 같으면 좋은 자리에서 강의 듣는 것을 포기하고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자는 쪽을 택하겠습니다만..;;; 저런 열정이 없어서 제가 지금까지 고시 공부를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죠. ^^;
자리를 맡아주는 일과 관련해 예전에 재밌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어떤 분께서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본의 아니게 바로 뒤에 서 있는 일행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화를 통해 추측한 결과 이들 일행은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학원에 일찍 와 일행들의 모든 자리를 선점하도록 약속을 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대화의 내용인 즉슨, 그 날 자리를 맡기로 한 사람(즉, 자기 바로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일행들에게 학원에 11시 30분에 도착했는데도 이상하게 이미 대기줄이 이렇게 길게 늘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더랍니다. 하지만 얘기를 듣고 있던 이 사람은 자기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말한 1시간이나 늦은 12시 30분쯤 학원에 도착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대충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를 눈치채고 뒤에 서 있는 사람이 1시간이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모습이 어이없어서 일행등에게 '이 사람, 거짓말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차마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해 보고자 하는 모습이 불쌍해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일행에게 사실을 말했다면 더욱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겠죠? ^^ 이렇게 '도덕적 해이'를 나타내는 멤버로 구성된 모임이 끝까지 제대로 유지되었을지는..
개인적으로 1~2개 정도의 자리를 맡는 것까지는 양해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5~6개씩 일행들의 자리를 맡아주는 것은 새치기하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안 좋게 보는 편입니다만, 이 얘기를 듣고는 그냥 웃을 수 밖에 없더군요. ^^
그럼다면 고시생들은 왜 이렇게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요? 해답은 간단합니다.
위 사진은 약 600개의 좌석을 갖춘 강의실의 모습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시설이 굉장히 좋아진 편인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처럼 보이시나요? 많은 수강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강의실이 무척 넓은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강의실 곳곳에 대형 TV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강사를 직접 보면서 수업을 듣는 것과 TV 화면을 통해 수업을 듣는 것은 집중도 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데다가 구석 쪽에 앉게 되면 강사는 커녕 TV도 제대로 안 보이는 곳에서 수업을 듣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되면 수업을 듣다가 졸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구요. 저만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마음에 드는 강사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한 애틋한 마음에 앞자리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
학원을 다니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2차 시험에 대비해 주관식 답안지를 작성해 보고 그 답안을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사실 굳이 학원이 아니더라도 답안 작성 스터디를 구성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틀에 한 번, 혹은 하루에 한 번씩 정해진 진도 분량에 해당하는 문제를 풀어서 학원에 제출하면 채점위원(대부분 합격생이거나 2차시험 경험이 있는 고시생들입니다.)들이 채점을 한 후, 다음날 이렇게 본인이 받아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행시생들 사이에서 유난히 채점위원들의 채점에 성의가 없다는 항의가 많았었는데, 나중에 얼핏 얘기를 들어보니 작년 합격생들의 채점위원 지원율이 무척 저조했던 이유도 한 몫 한 것 같더군요.
본인의 답안지 뿐만 아니라 누적 분포표 등도 게시되기 때문에(물론 이름까지 표시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성적이 어느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채점위원이 제각각이라 미묘하게 다른 기준으로 채점할 수 있어서 절대적인 비교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고시 합격에 학원 강의가 반드시 필요하느냐의 문제는 개인마다 답이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학원 강의를 잘(!) 이용한다면 수험 기간을 단축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저는 이제 와서 강의를 다시 들을 필요도 없고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강의 듣는 것이 싫어서 학원 강의를 듣지는 않았지만, 본인에게 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다만 학원비가 조금 부담스럽다는 점이 문제될 수는 있겠지만, 이와 관련된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자세히 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아무튼 오늘은 신림동 고시학원이 어떤 곳인지 대략적으로나마 알아보았습니다. 얼마 전 사법시험은 물론 행정고등고시도 2차 시험이 끝나서 신림동이 한산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습니다. 여전히 내년 혹은 내후년에 합격할 것을 기대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고시생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뭔가 가슴 속에서 울컥 하더군요. 시험 끝나고 며칠째 쉬고 있는데, 고시공부할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뭔가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잠깐이나마 나태해졌던 모습, 반성해야겠어요.
시험 끝나고 나서는 어지간하면 고시촌 쪽에 안 가려고 했지만 이 글을 보시게 될 분들께 고시촌의 모습을 전해드리고자 평소와 다르게 아침 일찍 일어나 고시촌에 다녀왔더니 피곤하네요. 눈 좀 붙여야겠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또 뵙겠습니다~ :)
다른 신림동 고시촌 생활 이야기 보러 가기 :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첫번째 이야기 - 고시 입문기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두번째 이야기 - 원룸 구하기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세번째 이야기 - 도서관 vs 독서실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다섯번째 이야기 - 유흥시설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여섯번째 이야기 - 답안 작성과 필기구
반응형
'A Daily Event > Gosi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여섯번째 이야기 - 답안 작성과 필기구 (34) | 2007.10.15 |
---|---|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다섯번째 이야기 - 유흥시설 (77) | 2007.08.01 |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세번째 이야기 - 도서관 vs 독서실 (54) | 2007.06.17 |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두번째 이야기 - 원룸 구하기 (70) | 2007.05.26 |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첫번째 이야기 - 고시 입문기 (20) | 2007.05.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