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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aily Event/Gosi Life

신림동 고시촌 생활, 그 첫번째 이야기 - 고시 입문기

by 맨큐 2007.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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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 문제 심화시키는데 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고시생'입니다.
물론 자발적 실업자이기 때문에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을 테지만요.
고시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는 나름 '장수생' 대열에 합류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물론 장수생임이 자랑스러워서 밝히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

제가 준비하고 있는 시험은 '행정고등고시'입니다.
얼마 전에 1차 합격자 발표가 있었고, 이제 곧 6월 말에 2차 시험을 보게 될 예정입니다.
올해로 3번째 2차 시험 도전이니까 이제는 합격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한 탓인지 쉽사리 합격의 영광이 주어지지 않는군요.
하긴 한참 열심히 공부해야 할 시간임에도 이렇게 한가하게(?) 블로그에 포스팅이나 하고 있으니 지금까지 수차례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고시생의 하루라는 것이 세상 사람들(비고시생)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고 건조한 것이기에 이런 방식으로라도 세상과 소통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스트레스 해소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니 '이럴 시간 있으면 공부나 해라'라는 질책은 말아주시길...^^;

이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구글 어스 (google earth)를 통해 찾아본 신림동 고시촌의 모습입니다.
건물들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죠?
저 건물들의 대부분은 고시생들을 위한 원룸과 독서실입니다.
말 그대로 고시생들을 위해 특화된 '신림동 고시 특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지금 이 시간에도 저 곳에서는 수많은 고시생들이 꿈과 희망을 안고 치열하게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
참 멋지지 않나요? ^^;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고시생활이 무척 낭만적인 것 같습니다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어서 이 곳을 벗어나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실패를 겪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냉정한 현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절망과 좌절, 실의에 빠져 밤 늦은 시간에도 신림동 고시촌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고시생활이 낭만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은 '합격생'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훈장같은 것이라 하면 고시생활을 너무 오래한 장수생의 씨니컬한 반응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곳에서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저도 최대한 빨리 합격해서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되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청운의 꿈을 안고 이 곳에 들어왔지만, 아직까지 고시생활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할 여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저 합격을 하든 불합격을 하든 이 곳을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
이왕이면 합격해서 벗어나는게 좋을 것 같아 열심히 공부하고는 있습니다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

제가 준비하는 행정고등고시는 3단계의 전형을 통과해야 최종 합격이 확정됩니다.

1차시험은 PSAT라 불리는 공직적격성테스트. (2월 중순)
2차시험은 논술 테스트, (6월 말)
3차시험은 면접 및 구술 테스트, (11월 중순)

PAST는 언어논리 영역, 자료해석 영역, 상황판단 영역의 3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영역당 40문제가 출제되며 80분 안에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8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충분히 40문제를 모두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겠지만 이게 말처럼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

아래는 2007년 행정, 외무 고등고시 PSAT 상황판단 영역에서 출제된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입니다.
실제 시험장에서 이런 문제를 보게 되면 정말 눈 앞이 캄캄해지면서 머릿 속이 새하얘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물론 애초부터 풀 생각은 포기하고 찍으면 그만이겠지만, 막상 문제를 접하게 되면 풀어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해서 일단 건드려 보게 되는지라 포기도 쉽지만은 않거든요.
관심있으신 분은 한 번 풀어보시길...^^
이 문제의 경우 예전에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전 그 시간대에 '무한도전'을 보는지라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말았습니다. ;;;





다음으로 2차시험은 직렬별로 다른 5개의 과목에 대한 논술 테스트입니다.
1과목당 2시간의 시간이 주어지고, 1과목에 3~4문제가 출제됩니다.
A4용지와 같은 크기의 답안지 10페이지에 최대한 논리정연하게 문제에 대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는 '재경 직렬'이라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 재정학, 국제경제학(선택)의 5과목의 시험을 보게 되구요, '일반행정 직렬', '법무행정 직렬', '교육행정 직렬' 등 해당 직렬별로 각 직렬에서 필요로 하는 과목들을 테스트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의 경우는 대부분 직렬에 공통적인 과목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3차시험은 면접 및 구술 테스트인제 이건 제가 직접 겪어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집단 토론, 면접관과의 일대일 면접, 프리젠테이션 등을 통해 테스트가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올해 경험해 보게 된다면 그 때 가서 자세히 알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1차시험을 통과하는 인원은 최종합격 인원의 10배수 정도입니다.
그리고 2차시험을 통과하는 인원은 최종합격 인원의 120% 정도입니다.
3차시험에서 15~20%의 인원이 탈락하고 최종 합격자가 확정됩니다.

올해 재경 직렬의 경우 70명을 선발할 예정이었는데, 1차합격 인원은 10배수에 조금 못 미치는 670명 정도였습니다.
2차시험을 보게 되면 이 중 80~85명만이 3차시험에 응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 70명 정도만이 최종 합격의 영광을 누리고 고시생활의 낭만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쉽겠지만, 최종 합격까지는 꽤 험난해 보이죠?

다음 번에는 신림동 고시촌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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