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소한 노력들.

#1 버스 기다리는 줄에서 흡연을 하던 분

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학교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연신 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지 체크하고 있을 무렵 어디선가 후각을 자극하는 불쾌한 하얀색 연기가 제 주변으로 퍼져 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 바로 뒤에 서 계시던 분께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계시더군요.

담배를 피우는 것이야 개인의 자유이니 다른 분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서까지 제가 뭐라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피우지도 않는 담배 연기를 맡는 것도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거든요.) 담배를 피우는 분들을 보면 한 마디 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하죠. 마음 같아선 길거리를 걸으며 담배 연기 휘날리거나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담뱃재 터는 분들에게도 충고하고 싶긴 합니다만, 이런 경우는 어떻게든 앞지르거나 멀찌감치 떨어져서 걷는 등의 방법으로 피할 수 있으니 굳이 제가 나서서 한 마디 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처럼 버스를 타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이 담배를 피울 경우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담배 연기를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물론 담배 연기가 싫으면 버스 대기 줄에서 벗어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담배 피우는 사람 때문에 버스 대기줄로부터 이탈해야 할 필요성은 없습니다. 그저 담배를 피우는 단 한 사람이 대기줄로부터 멀리 떨어져 담배를 피우고 다시 대기줄에 합류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맡기 싫었던 담배 냄새 때문에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담배를 피우고 계시는 분께 "죄송하지만, 담배 연기 때문에 그러는데 담배를 다른 곳에서 피우시거나 꺼 주실래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과격하게 반응할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말이죠. -_-;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상황이니만큼 살짝 긴장한 채 이 분께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기다렸습니다만, 아쉽게도(?) "아, 죄송합니다."라며 서둘러 담배를 끄시더군요. 허둥지둥 담배를 끄는 모습을 보니 다른 곳으로 피할 방법이 없는 버스 대기줄에서 담배를 피우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피우신 분 같았습니다. 아무튼 애연가 한 분에게 우리 사회의 상식을 가르쳐 드렸다는 마음에 뿌듯했습니다. -_-v



#2 지하철에서 지나치게 높은 볼륨으로 음악을 들으시던 분

이 에피소드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꽤 자주 경험하셨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심심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리들이 듣기 싫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외출할 때마다 PMP로 음악을 듣거나 DMB를 보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어폰을 꽂고 있는 상황에서도 옆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이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을 통해 음악 소리가 새어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런 분들이 듣고 있는 음악은 대부분 락 아니면 메탈 쪽이더군요. -_-;

아마 본인들 역시 다른 사람들이 발생하는 소음을 듣기 싫어서 이렇게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것일 텐데, 정작 본인들이 듣는 음악 소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방해를 받는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제 주변에 다른 분들이 안 계시고,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그 분만 계시다면 저 역시 제 PMP의 볼륨을 높이는 방법으로 대응하겠지만, 주변에 계시는 다른 분들에게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에 이 방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직접 당사자에게 말하는 수 밖에요.

지금까지 수 차례 경험했던 일이긴 합니다만, "볼륨 좀 줄여주시겠어요?"라고 부탁하면 모든 분들이 순순히 볼륨을 줄여주시더군요. 자신이 듣는 음악의 볼륨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로 크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셨던 것일까요? 그렇게 볼륨을 크게 유지한 상태로 음악을 들으면 분명 고막에 이상이 생길 것 같은데...-_-;



#3 버스 안에서 휴대폰 버튼으로 소음을 유발하시던 분

얼마 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앞자리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 한 분이 계속해서 휴대폰 버튼을 누르고 계시더군요. 휴대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들리는 '삑삑' 소리가 상당히 거슬렸지만,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는 건가 싶어 참았습니다. 문자 하나 보내는 것쯤이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니 버튼음은 곧 들리지 않겠거니 생각했거든요.

지긋이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앞자리에서 나는 '삑삑' 소리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문자를 얼마나 많이 보내길래 버튼음이 그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서 실례인 줄 알면서도 슬며시 어깨 너머로 살펴 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께서는 문자를 보내고 계신 것이 아니라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셨는지 2개의 휴대폰을 들고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계시더라구요. -_-;

도대체 이 아저씨께서 몇 개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할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버튼음을 들으며 집으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말씀드렸습니다. 휴대폰 버튼음 좀 꺼달라고 말이죠. 순간 움찔하시면서 '이 자식 뭐야?'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기는 했지만, 잠시 후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작업을 중단하셨습니다. 휴대폰을 진동 모드로 변경하는 방법을 모르셨던 듯... 가르쳐 달라고 했더라면 가르쳐 드렸을 텐데 말이죠. -_-;



#4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기구를 독점하는 분

요즘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체중 조절을 해야 하기도 하고, 몸짱 좀 되어보고 싶은 소망 좀 이루어 보려고 말이죠. ^^;

아무튼 며칠 전에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아침 일찍(!)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운동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가볍게 싸이클 10분 타고 프로그램된 운동기구들을 차례대로 돌았더랬죠. 가장 먼저 체스트 프레스 4세트, 하이풀리 4세트를 마치고 스쿼트라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기구에 접근하려던 찰나,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께서 스쿼트를 하시려는 듯 그 쪽으로 이동하시더군요. 그 분께서 저보다 먼저 스쿼트 기구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스쿼트보다 다른 웨이트 트레이닝을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웃긴 것이 제가 인클라인 벤치 프레스 4세트, 트라이셉스 프레스다운 4세트, 바벨컬 4세트를 마칠 때까지 그 아저씨께서는 스쿼트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근처를 어슬렁거리기만 하시더군요. 위에 나열한 3개의 트레이닝을 12번씩 4세트를 소화하려면 적어도 15분 이상이 소요되는데, 제가 이 과정을 모두 마칠 때까지 스쿼트 기구 근처를 산책하듯 왔다갔다하시길래, 스쿼트를 하시려는 것은 아닌가 보다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트레이닝을 마치고 스쿼트를 하기 위해 스쿼트에 끼워져 있던 원판을 제거하려고 스쿼트에 손을 대는 순간, 갑자기 멀리 떨어져 계시던 아저씨께서 제게 "아니, 뭐하려고?"라며 시비를 걸어 오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스쿼트 하려고 하는데요."라고 말씀드렸는데, 어처구니 없다는 듯 "아니, 그거 내가 지금 하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사용하면 어쩌라는 거야?"라며 재차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듯한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_-;

"한 15분 전부터 계속 지켜봤는데, 스쿼트는 하지 않으시고 근처만 돌아다니셨잖아요."라고 분을 참아가며 말씀드렸더니, 마치 큰 인심이라도 쓴 마냥 "아, 그래요. 그냥 해요, 해~"라고 하시더군요. 상식적으로 15분 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제가 사용하려 했더니 자기가 맡아 놓은 것인 양 사용권을 주장하는 것도 어처구니 없었지만, 그 후 제가 스쿼트를 하고 있을 때도 계속해서 주변을 어슬렁거리시며 "아니, 내가 하려고 했던 건데..."라고 중얼거리시는 모습을 보니 참 어이가 없더라구요. 사용할 거라면 스쿼트 기구를 잡고 계시기라도 할 것인지, 한참 동안(무려 15분 이상을 마이죠) 근처만 계속 돌아다니다가 다른 사람이 사용하려 하니 자기가 사용해야 한다며 제지하는 모습을 보니 이 세상엔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꽤나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

더 웃긴 것은 그렇게 제가 스쿼트 4세트를 마치고 난 후 근처에서 크런치 4세트를 하는 동안 그 아저씨께서는 스쿼트 기구를 사용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입니다. 크런치의 경우 15회씩 4세트를 하는데 제가 복근을 만들기 위해 신경 써서 하는지라 이것 역시 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 같습니다. 크런치를 마치고 여전히 피트니스 센터를 산책하고 계시던 그 아저씨를 째려봐 주고 트레드밀로 이동을 했으니, 그 후에 그 분이 스쿼트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트레드밀의 방향이 스쿼트가 위치한 곳과 반대 방향이라서 계속해서 관찰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죠. 도대체 스쿼트를 언제 사용하려고 제게 스쿼트 사용권을 주장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5 버스 안에서 과도하게 사랑을 표현하던 연인

얼마 전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 옆자리에 어느 다정한 연인이 앉더군요. 그리고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내리는 그 순간까지 참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뭐, 사랑을 속삭이는 것까지야 좋습니다. 상대방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얼굴을 쓰다듬는 것까지도 좋습니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키스에(물론 설왕설래까지는 아니었지만), 반바지 입은 상태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닌가요? ㅠㅠ 거기에 "우리 나중에 결혼해서 힘 못 쓴다고 구박하지 마~~"와 같은 민망한 대화는 단 둘이 있을 때만 해도 되는 거 아닌지...-_-;;;

물론 이 경우에도 다른 에피소드 때와 마찬가지로 "부비부비 좀 자제해 주시구요. 민망하니까 비밀스런 대화는 단 둘이 있을 때 하시죠?"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부러워서 참견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들이 내리는 순간까지 그들이 찍는 세미 에로 영화를 관람해야 했습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우리 사회의 상식과 규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질투와 시기에 찬 행위로 판단되는 것에 대한 부담까지도 감수하면서 한 마디 해 줬어야 마땅했지만, 제게는 아직 그럴만한 용기가 없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이 경우만큼은 뭐라 할 수가 없더라구요. 나중에 이 두 사람이 버스에서 내려 '아마 여자친구가 없어서 질투 나서 참견한 걸 거야'라며 낄낄대며 저를 희화화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



적어도 제가 아는 상식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피할 공간이 없는 버스 대기줄에서는 흡연을 하면 안 되는 것이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땐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볼륨을 줄여야 하는 것이고, 버스와 같은 닫힌 공간에서는 휴대폰을 진동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고, 피트니스 센터의 운동기구들은 혼자서 장시간 독점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공공장소에서의 과도한 연애 행각은 삼가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게 될 때면 순간적으로나마 제가 알고 있는 상식과 규칙이 잘못된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가끔 가치 체계에 혼란이 오기도...-_-; 상식과 규칙이 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