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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omputer

애플 맥북 분해, 조립기 -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 아니다 ?!

by 맨큐 2009.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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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애지중지하던 제 맥북이 고장났습니다. 그것도 100% 제 과실로 말이죠. 침대 위에서 '라면을 먹으며' 맥북으로 인터넷을 하다가 라면을 모두 먹은 후 포만감에 스르륵 잠들어 버렸는데, 잠결에 손을 휘젓다가 그만 라면 국물이 담겨있는 냄비를 건드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항상 잘못 된다는 머피의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듯 라면 국물은 맥북 위에 쏟아져 버렸고, 다급하게 라면 국믈을 닦아낸 후 전원 버튼을 눌러 보았지만 제 맥북은 수면 모드임을 나타내는 하얀색 램프만을 깜빡일 뿐 화면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더라구요. 마치 산소호흡기를 끼고 주음을 기다리는 환자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ㅠㅠ

혹시나 배터리를 뺐다가 다시 끼우면 정상 작동하지 않을까 싶어 여러 차례 배터리를 뺐다가 끼우고 다시 전원 버튼을 눌러 보아도 제 맥북은 가느다란 호흡만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 마냥 수면 모드만을 유지할 뿐, 정상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배터리를 완전히 제거하고 아답터만을 연결한 채 맥북을 작동시켜 보아도 마찬가지였구요.

제가 맥북을 구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년 6개월 전 ! '애플이 제안하는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비웃으며 "훗, 나는 맥북 정도 되는 고가의 전자제품을 고장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 모드로 일관하던 제가 애플케어를 구매했을 리는 만무했습니다. 무료 A/S 기간이 끝나버린 애플 제품의 수리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과연 이 녀석을 애플 A/S 센터에 맡겨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습니다.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이미 구형이 되어버린 맥북의 수리비에 수십만원을 낭비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돈이면 차라리 새로운 노트북을 구입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었죠. 결국 맥북 유상 수리는 포기하고 혹시나 자가 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맥북을 분해해 보기로 했습니다. 데스크탑고 직접 고치는 마당에 노트북이라고 못 고칠 것 없다는 자만심의 발로였나 봅니다. ^^;



고장난 맥북의 모습입니다. 아무리 전원 버튼을 눌러도 정상 작동하지 않더라구요. 약간 험하게 다루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아껴 사용했는데 고장이 나니 조금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가 진단을 위해 분해를 시작해야 할 시간 ! 맥북을 분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로지 드라이버 하나입니다. 드라이버로 맥북을 고정하고 있는 나사들을 하나씩 돌려 제거해 줍니다.



맥북에 사용된 나사들은 그 크기가 제각각 다르더군요. 맥북을 분해한 것이 처음인지라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었습니다. 조립할 때 다른 위치에 나사를 끼우지 않으려면 미리 기록을 하면서 분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모두 외울 수 있다고 판단해 따로 기록은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자만심 덕분에 나중에 낭패를 맛봐야 했지요. -_-;



이제 배터리 삽입 부분에 위치한 나사를 제거할 차례입니다. 먼저 램소켓 덮개를 제거 !



나사 3개를 제거하면 램소켓 덮개를 열 수 있습니다. 램을 추가 장착하거나 업그레이드할 경우에는 나사 3개만 풀면 간단하게 램을 추가 장착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전 램 업그레이드 목적이 아니라 맥북의 내부 상태를 진단하고자 함이 목적이었으므로 계속해서 분해를 진행했습니다. 제거해야 할 나사가 꽤 많더군요.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20개 이상의 나사를 푼 듯...



아무튼 그렇게 많은 나사를 제거한 후에야 맥북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노트북의 내부 실제 모습을 들여다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조심조심 기판을 들어내니 여러 가지 부품들이 보입니다. 확 들어내면 기판과 부품을 연결하고 있는 선이 끊어질까 봐 많이 들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변심해서 유상 수리를 하게 될 경우 저 끈이 끊어져 버린 상태에서 맡기면 더 많은 수리 비용이 청구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치더라구요. -_-;;;



맥북 내부를 아무리 열심히 둘러보아도 잘못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쏟아버린 라면 국물의 흔적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분명 라면 국물이 본체 회로에까지 침투한 것은 아닌 듯 했습니다.



이 이상으로 맥북을 진단하는 것은 더 이상 무리라는 판단에 다시 맥북을 재조립하기로 했습니다. 풀었던 나사를 다시 하나하나 조립해가면서 맥북을 조립하고 있는데...분명 조립을 완성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사 4개가 남는 겁니다. 분명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고, 분해의 역순대로 조립했는데도 나사 4개가 남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 다시 나사를 풀고 재조립을 시도하기에는 너무 귀찮았습니다. 하나하나 상세하게 기록하면서 분해하지 않았던 제 자신을 탓하며 다음 번에 제대로 조립하기로 기약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습니다. 바쁜 일상 탓에 잠시 맥북을 잊고 있었는데, 휴일이 되니 고장난 맥북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뭔가 할 일이 없으면 해야 할 일을 만들어서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탓인가 봅니다. 지난 번에 남은 4개의 나사의 제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다시 분해한 후 차근차근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아마 충분한 휴식을 취한 사태였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이번에는 모든 나사의 제자리를 찾아줄 수 있었습니다. 지난 번 조립시  급하게 처리하느라 아주 작은 4개의 나사 구멍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 버려서 나사 4개가 남은 것이더라구요. 역시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_-v



하지만 나사를 모두 제자리에 끼웠다고 해서 좋아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 맥북은 여전히 고장난 상태였으니까 말이죠. 그나마 다행이라면 분해하고 재조립을 한 후에도 맥북의 증상이 더 악화되지는 않았다는 점 정도? ^^;;; 분해하고 나서 아예 수면 모드 램프조차 켜지지 않으면 어쩌나 약간 걱정하면서 분해했었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도 미친 듯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 가지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맥북의 팜레스트 부분 균열에 대해 애플 측에서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해 이 부분에 대해서는 1년이 아닌 3년 동안 무상 A/S를 진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번 분해시 내부 부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혹시라도 키보드 부분의 기판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있던 차였거든요. 데스크탑 컴퓨터의 키도드 세척 후 물기를 제대로 말리지 않은 상태에서 컴퓨터를 사용했을 때도 데스크탑 컴퓨터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리니, 라면 국물이 흘러들었을지도 모를 맥북의 키보드 상판 부분을 교체하면 맥북이 정상 작동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팜레스트 부분 균열을 수리해 달라고 요청하면 맥북 특성상 상판을 통째로 갈아준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애플 A/S 센터에 팜레스트 균열을 이유로 상판 교체를 요구했고, A/S를 맡긴지 4일 정도 지나서 제 맥북을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수리비는 무료 ! ^^



애플 A/S 센터에서 되찾아 온 제 맥북입니다. 곱게 포장된 모습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이제 정상 작동ㅁ나 되면 더 아름다울 텐데 말이죠. ㅋㅋ



일단 교체된 깨끗한 맥북의 상판을 보니 새로운 맥북을 구입한 것 마냥 감회가 새롭습니다. 맥북을 사용하는 동안 키보드 부분에 때가 많이 타서 지우개로 지우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말이죠. 앞으로는 상판 부분이 더러워지면 상판 무상 교체를 위해 팜레스트 부분이 깨지기를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 -_-;



상판 전체를 교환하ㅐ 준 것이므로 키보드 역시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ㅎㅎ



이제 맥북이 정상 작동되는지 테스트해 볼 시간 ! 경건한 마음으로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레 전원 버튼을 눌러 봅니다. 두근두근~~~



드디어 오랜만에 맥북이 정상 작동되는 화면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키보드 부분에 라면 국물이 흘러들어 전기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나 봅니다. 상판 전체를 교체하고 나니 맥북이 정상 작동되더라구요. 정말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꼼짝없이 백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구입한 맥북을 버려야 하든지, 몇십만원의 돈을 주고 수리해야 하는지 사이에서 결정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팜레스트 균열 덕분에 무료로 상판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정상적인 맥북으로 돌아왔으니까 말이죠. ^^;

처음 맥북을 구입했을 당시만 해도 맥북을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하게 닦았을 정도로 애지중지했는데, 시간이 흐르니 그 정도의 정성은 기울이지 않게 되더라구요. 조금 험하게 다루기도 했고 다 먹은 라면을 치우지도 않고 맥북 옆에다 위치해 놓은 채 잠들기도 했으니 말이죠. 이번 기회로 맥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것 같습니다. 노트북 없이 지내는 동안 어찌나 불편하든지... 아무튼 맥북의 정상 작동을 마지막으로 소유하고 있는 전자기기들이 모두 정상 작동하게 되어 홀가분해졌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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