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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omputer

7년 동안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단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부품은 ?

by 맨큐 2009.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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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라는 신기한 물건을 처음 접한 것은 제가 국민학교에 재학 중일 때의 일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정도 전이겠군요.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당시 학교에서 이루어지던 컴퓨터 교육은 이상하리만치 컴퓨터 활용 능력을 키워주려는 것보다는 컴퓨터 언어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컴퓨터 교육 트렌드의 희생양이 되어 재미도 없는 베이직(BASIC)이라는 컴퓨터 언어 프로그램을 배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학습 시간을 통해 베이직(BASIC)을 배워야만 했던 저와 제 또래 남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베이직(BASIC)이 아니었습니다. 베이직(BASIC)은 그냥 베이직한 수준만 배워두면 된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던(컴퓨터에 대해서만큼은 어른들보다 어렸던 저희들의 판단이 더 정확했던 것 같습니다. ^^;) 저희들의 주된 관심사는 오락 프로그램이었지요. 이 즈음 유행했던 컴퓨터 게임은 아주 단순한 수준의 것들이었습니다. 팩맨, 디거, 보글보글 등 지금의 온라인 게임 시장을 생각하면 정말 단순한 게임들이었는데, 그 때는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괴수 몇 마리가 등장해 시간 안에 건물을 부수는 게임도 있었는데, 이 게임은 3인용이 가능해 3명이 모였다 하면 항상 이 게임을 즐기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건물 아래로 지나가는 경찰차를 밟는 재미도 있었고 말이죠. ^^;

아무튼 이 때만 하더라도 값비싼 컴퓨터는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에뮬레이터 그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말이죠.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중학생들 사이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삼국지 2는 제게도 엄청난 삼국 통일에의 욕망을 들끓게 했으며, 주말마다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두 눈이 시뻘개질 정도로 밤을 새 삼국지 2를 즐기곤 했더랬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중에는 자제했다는 점이겠네요. 삼국지 2와 함께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PCTOOLS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삼국지 2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능력치를 수정해 게임을 즐기기도 했었죠. 저와 비슷한 또래의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으시겠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학업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었던 컴퓨터와 잠시나마 작별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한 번 빠지면 다른 것들을 모두 제끼고 그것에 몰두하는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탓에 컴퓨터를 가까이 했다가는 학업에 지장을 주겠다 판단했거든요.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이 때 컴퓨터를 멀리 했던 것은 제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멀리 했던 컴퓨터와 다시 만난 것은 대학교 진학 이후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학생들이라면 당연히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나우누리, 넷츠고 중 한 개 이상의 아이디를 가지고 있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PC 통신과 만나게 되면서 컴퓨터를 구입했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컴퓨터를 구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천만다행이었음을 깨달은 것이 바로 이 때입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적용되는 통신 정액제 요금에 가입해 밤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PC 통신의 세계에 빠져 살았거든요. ㅋㅋ 채팅보다는 나우누리 유머란을 기웃거리면서 글 잘 싸는 분들의 글을 보며 낄낄거리기도 하고, 동호회 활동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PC통신의 세계에 빠져 살다가 다시 한 번 컴퓨터와 멀어져야 하는 계기가 있었으니,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거쳐가야 하는 관문인 군 입대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배치받았던 곳은 강원도 철원군의 최전방 철책 부대 ! -_- 지금이야 대부분 부대에 컴퓨터가 보급되어 있는 것 같지만 당시만 해도 군부대에 컴퓨터라고는 사무실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구요. 컴퓨터에서 가지고 놀만한 것은 그야말로 엑셀이나 한글 프로그램 뿐이었습니다. 엑셀이나 한글이 지겨우면 가끔 지뢰찾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ㅋㅋ

2년 2개월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나니 군 입대 전과는 많이 바뀌었더군요.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의 진화 !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새로 구입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_-;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니까요. ㅋㅋ 군대 후임 중에 용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입대한 친구가 있어서 휴가 나올 때 조립을 부탁해서 당시만 해도 완벽한 성능의 컴퓨터 한 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제품으로 조립한 최초의 컴퓨터였죠. 군대 제대하기 직전 한 달 동안은 컴퓨터 잡지만 보면서 새로 조립할 컴퓨터에 사용할 부품으로는 무엇이 좋을지 연구만 했으니 당시 조립했던 컴퓨터의 가격 대비 성능은 최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 데스크탑 컴퓨터였기에 참 유용하게 사용했더랬습니다. 예전에 오락 프로그램만 즐기던 수준에서 벗어나 군대에서 익힌 문서 작성 스킬을 활용해 완벽한 와꾸(!)의 리포트를 작성하기도 하고, 포토샵을 활용해 간단한 수준의 이미지 편집도 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이렇게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한 가지 기술을 추가로 습득할 수 있었는데, 바로 컴퓨터를 제 손으로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이었습니다. 가끔 컴퓨터 부품이 말썽을 부려 컴퓨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럴 때마다 컴퓨터 본체를 들고 용산으로 향하는 것도 힘들고 해서 꽤 열심히 컴퓨터 잡지와 인터넷을 뒤지며 컴퓨터 조립 능력과 수리 능력을 키워갔더랬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컴퓨터가 고장나면 어느 부품에 이상이 있는지 판단하고 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지요. 컴퓨터 고수 분들이 보시기엔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일 테지만, 일반인들 수준에서는 컴퓨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보일 수도 있는 아주 애매모호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_-

2002년 3월에 제대했으니, 그 때 처음 제가 원하는 부품들로 컴퓨터를 조립한 날로부터 약 7년 반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 현재 사용 중인 컴퓨터 본체에는 7년 반 전에 구입했던 부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메인보드부터 시작해 CPU, RAM, 파워서플라이, 심지어는 케이스까지 업그레이드라는 명목으로 모든 부품을 1번 이상 교체했거든요. 그 밖의 주변기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니터도 CRT에서 LCD로 교체했고, 유선 볼마우스도 무선 레이저 마우스로 교체했고, 흑백 레이저 프린터도 컬러 레이저 프린터로 교체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7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부품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IBE라는 회사에서 만든 내츄럴 키보드입니다. 곤 복무 중 지휘통제실에서 일하면서 내츄럴 키보드를 처음 접했는데, 이게 굉장히 편리하기도 했던 데다가 한 번 익숙해지니 다른 키보드를 사용하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제대하자마자 구입할 키보드는 무조건 내츄럴 키보드여야 한다고 결심했고, 당시 판매 중이던 내츄럴 키보드 중 제일 스타일리쉬한 녀석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제품이었습니다. 7년 반 동안 다른 모든 컴퓨터 부품들은 교체했음에도 이 키보드만큼은 단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을 정도이니 제가 얼마나 이 키보드를 아끼는지 아시겠죠? 결코 돈이 없어서 다른 키보드로 교체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

그런데 최근에 키보드를 살펴보니 너무 지저분해서 도저히 못 봐주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키보드 사이사이에 먼지도 많이 끼어 있었구요. 7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청소해 주지 않았으니 그럴 법도 했겠죠.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키보드 캡을 덮어 사용했었는데, 키보드 캡도 4년 정도 지나니 너덜너덜해져서 그냥 버렸거든요. 키보드 캡을 제거하니 키보드가 지저분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결국 7년 반 동안 사용한 키보드를 대청소해 주기로 했습니다. 일단 키보드 배열 사진을 한 장 찍어두고 모든 키를 키보드에서 분리했습니다. 사진을 한 장 찍어둔 것은 나중에 키를 삽입할 때 어느 위치에 넣어야 할 키인지 잊어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키보드에서 모든 키를 뽑아내고 나니 그 아래로 수많은 먼지와 머리카락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지저분한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컴퓨터 사용하다가 손을 씻지 않고 밥을 먹은 것도 수차례인데,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세균들이 제 몸 속으로 들어갔을지...ㅠㅠ 먼지와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키보드 사진은 여러분들의 비위를 생각해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에어 스프레이로 온갖 먼지와 머리카락을 제거한 후 항균 스프레이라고 자랑스레 적혀 있는 데톨이라는 제품으로 키보드상의 온갖 세균 제거를 시도했습니다. 감기, 독감을 포함한 각종 질병의 원인인 유해 세균 및 바이러스를 제거해 주는 제품이라 해서 7년 반 동안 온갖 세균이 득시글거렸을 키보드 세균 제거에 적합한 제품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전 이 제품을 구입한 기억이 없는데, 이게 어디에서 튀어 나왔는지...아무튼 책상 한 구석에 처박혀 있길래 모든 키를 제거한 키보드에 마구마꾸 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일은 제거한 키를 세척하는 일이었습니다. 비눗물에 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세척해 키보드에 묻어 있는 묵은 때를 제거해 주었습니다. 하얗게 변한 키를 보니 제 마음까지 환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ㅋㅋ 키를 완전히 말린 후 미리 찍어두었던 사진을 보며 키보드 조립 시작 ! 조립을 완료하고 나서 컴퓨터에 키보드를 연결하고 나니...

제대로 작동되어야 할 키 중 몇 개가 작동하지 않는 이상 증상이 발생했습니다. 아까 키보드를 세척하면서 데톨을 너무 많이 뿌려댔나 봅니다. 데톨의 액체 성분이 모두 마르고 나면 원상복구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컴퓨터에서 "삐~ 삐~"하는 경고음이 울립니다. 컴퓨터에 연결된 키보드를 제거하니 경고음이 멈춥니다. 분명 키보드 문제입니다. 데톨을 너무 무식하게 뿌려대서 키보드 내부에 이상이 생긴 듯 하더군요. ㅠㅠ 깨끗해진 키보드를 보며 흐뭇해하던 것도 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정들었던 내츄럴 키보드와 작별을 고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동생 컴퓨터를 이용해 새로운 내츄럴 키보드까지 주문했으니까 말이죠. 이왕이면 동일한 제품으로 구입하고 싶었으나 이미 단종된 제품이라서 동일한 제품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약 1년 전에 잠시 동일한 제품이 제조되었는데 그 때 미리 사 두지 못 한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혹시나 싶은 마음에 키보드를 연결해 컴퓨터를 부팅해 보니 그렇게 시끄럽게 울리던 경고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키보드에 침투했던 액체 성분이 모두 마르고 나자 키보드가 정상 작동하는 것 같더군요. 키보드가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주문했던 키보드를 취소했습니다. 계속 내츄럴 키보드를 이용하고 싶어 비싼 MS 제품을 구입했었는데, 돈을 아낄 수 있게 되었죠. ^^



7년 반 동안 사용했던 아끼는 키보드를 바꾸지 않아도 되어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제품을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었지만, 키보드만큼은 익숙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좋더라구요. 여러분도 혹시 키보드 청소할 일이 있으면 항균 스프레이 등을 뿌릴 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잘못하면 키보드에 이상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리고 키를 세척하고 나면 반드시 완전히 말린 후에 조립해 주시구요. 저야 운이 좋아서 키보드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자칫하면 영원히 작동 불량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현재 사용 중인 키보드를 만약의 사태에 대히배 하나 더 구입해 놓고 싶은데, 구할 길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네요. 관리를 잘 해서 평생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뿐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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