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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ield of Action/맨큐만의 경제학

로또 1등 당첨자가 9번 나온 곳에서 로또 구입하면 당첨 확률도 상승?

by 맨큐 2008.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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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신기한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어느 상가 앞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 모습을 보고는 새로운 가게가 오픈해서 경품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라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가게가 오픈했길래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것일까를 고민하고 있을 무렵, 문득 저 곳에 로또 판매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 곳에는 바로 지금까지 로또 1등 당첨자를 9번이나 배출한 편의점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난 주에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모든 당첨금이 이번 주로 이월되었다는 뉴스도 생각나더군요.




그렇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물론 끝은 보였습니다만, 버스에 타고 있었던지라 가로수에 막혀 끝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 길게 늘어선 줄의 정체는 바로 296회 로또를 구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줄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쓰고 기다리면서까지 굳이 이 곳에서 로또를 구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로또를 구입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참아가며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그 동안 이 곳에서 로또 1등 당첨자가 9번이나 배출되었다는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로또 당첨자가 많이 배출되었으니 아무래도 이 곳에서 로또를 구입하면 당첨 확률이 좀 더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 때문인 것이죠.




그리고 사람들의 이러한 기대 심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로또 1등 당첨자를 9번이나 배출한 이 곳에서도 '전국 최고의 로또 명당'이라는 플래카드로 이러한 사실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수많은 로또 판매점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이 곳에서만 1등 당첨자가 9명이나 배출된 것을 보면 지세가 좋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로또를 구입하면 당첨 확률도 상승해서 자신도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힐 수도 있을 것 같구요.

하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안타깝게도 로또 1등 당첨자가 9번이나 나온 곳에서 로또를 구입한다 해서 개개인의 1등 당첨 확률이 상승한다거나 하는 일 따위는 없습니다. 물론 위에서 보시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저 곳에서 로또를 구입한다면 저 가게에서 1등 당첨자가 배출될 확률은 증가하겠죠. 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당첨 확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원판 던지기 게임을 생각해 보시면 간단합니다. 각각 넓이가 다른 구역으로 나뉜 원판 위에 다트를 던지는 게임의 경우 당연히 넓은 구역에 다트가 꽂힐 확률이 높겠죠. 특정한 점포에서 로또 판매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면 당연히 이렇게 원판의 넓이가 넓어지는 것처럼 해당 점포에서의 로또 구입자 비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점포의 당첨 확률은 늘어나더라도 원판의 지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개개인의 당첨 확률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로또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저 지금까지 당첨자가 많았으니 앞으로도 이 곳에서 당첨자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 심리에 불과한 것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티스토리 초대장을 보내드린 분들 중에는 테스토리 베스트 블로거 인터뷰를 한 분도 계시고, 경품으로 캐논 450D를 받은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 분들에게 티스토리 초대장을 준 것이 바로 저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 분들이 열심히 운영했거나 운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건들이죠.

로또 당첨자가 많이 배출된 곳에서 로또를 구입하면 로또 당첨될 확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제가 보내드린 티스토리 초대장으로 블로그를 개설하면 티스토리 베스트 블로거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한다거나, 캐논 450D를 경품으로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동일한 착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매회 로또 당첨자가 선정되는 것은 독립 사건이기 때문에 지난 번에 이 곳에서 1등 당첨자가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 이 곳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동일한 확률이죠.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뒤틀리거나 하는 등의 결함이 없어서 각각의 눈이 나올 확률이 동일한 주사위를 300번 정도 던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확률적으로 주사위의 각각의 눈은 50번씩 나와야 합니다. 각각의 눈이 나올 확률은 1/6이니까요. 그런데 주사위를 300번 정도 던져봤더니 3이 65번 정도 나왔다고 해 보죠. 충분히 개연성 있는 사건입니다. 정상적인 주사위라면 분명 3이 50번만 나와야 하는데 그보다 훨씬 많이 나온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301번째로 주사위를 던지면 3의 눈이 나올 확률은 증가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매번 주사위를 던지는 경우들은 독립 사건이기 때문에 이전에 발생했던 사건들은 앞으로 발생할 사건들에 절대로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3이 나올 확률은 이전이나 앞으로나 영원히 1/6이라는 것이죠. 물론 주사위의 3이 자주 나오도록 조작된 것이라면 3이 나올 확률은 증가하긴 합니다만, 그것은 애초 주사위가 3이 자주 나오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주사위를 던지기 전인 처음부터 3이 나올 확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정해야 할 상황이지, 지금까지 3이 자주 나왔으니 앞으로도 3이 자주 나오겠구나라는 경험에 의해 확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여기입니다.

정상적인 주사위라 해도 주사위를 던지는 횟수가 유한하다면 이처럼 특정 숫자가 자주 나올 확률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이러한 횟수가 무한대로 증가한다면 대수의 법칙에 의해서 애초에 우리가 예상했던 1/6의 확률로 수렴해 가는 것이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로또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곳에서 로또를 구입하면 본인의 당첨 확률도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앞에서 설명드린 주사위 사건에서처럼 지금까지 3이 많이 나왔으니 앞으로도 3이 나올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일한 기대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 방식은 틀린 것이구요.

물론 명당, 궁합, 풍수지리 등을 믿는 분들께는 이러한 합리적인 예상보다 기대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할 테지만 말이죠. 그리고 기대 심리를 믿고 행동하는 것까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대 심리에 기반해 행동하는 것이 그 분들의 기대 효용을 훨씬 더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다만 이 포스팅을 통해 틀렸다고 언급하는 부분은 지금까지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곳이라 해서 앞으로도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바로 그 부분에 한정된 것입니다.

철저하게 확률만 고려한다면 로또는 아무 곳에서나 구입해도 상관 없습니다. 1등 당첨자가 배출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립 사건이라 예전에 1등 당첨자가 배출되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1등 당첨자 배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세를 믿는 분들의 경우 로또 명당에서 로또를 구입함으로써 자신의 당첨 확률 역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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