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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사회] 고민하는 힘

by 맨큐 2009.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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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 8점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사계절출판사


요즘은 예전보다는 덜하기는 하지만, 전 평균적인 사람들에 비해서 근심, 걱정이 많은 편입니다.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안절부절하며 아무것도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든 업무에서든 꼼꼼함을 넘어서서 항상 몇 번이나 재확인을 하며 모든 일이 원위치에서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직접 확인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성격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만 해도 그런 제 성격이 자기 관리의 첫번째 조건이라 생각하며, 제 성격이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만 해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하나밖에 없는 인생에 뭔가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시대의 지성'으로 불리웠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했다고 하기에 저 역시도 나중에 '시대의 지성'이 되고픈 마음에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자기 관리를 습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



그런데 언제쯤이었을까요?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고시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야말로 인생의 성공을 담보해 주는 것이라 믿었던 제게 지금까지의 자기 관리 방식이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고시 공부라는 부담으로 인해 지나치게 신경이 예민해진 탓이었겠지요. 게다가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쓸데없는 걱정이고,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더랬죠.

그 때 만났던 것이 바로 'Why Worry?'라는 책이었습니다. 걱정의 96%는 쓸데없는 걱정이니 인생을 바꾸려면 걱정부터 줄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Why Worry?' ! 이 책의 가르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인생 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으니까요. 그러던 와중에 저와 비슷한 생각을 설파하고 있는 책을 만나니 '얼씨구나~'하며 책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하는데, 굳이 인생 피곤하게 살 것 없잖아라는 생각으로 온갖 근심, 걱정의 짐을 벗어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 되니까 다시 한 번 확인해야지'라는 마인드였다면 이 때부터는 '설마 별 일 있겠어?'라는 마인드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죠. 확실히 인생이 편해지기는 하더군요. ^^;



그렇게 쓸데없을 거라 생각했던 걱정으로부터 벗어난 삶을 영위하던 어느 날 ! 근심, 걱정이 줄어든 만큼 제 인생 자체도 가벼워진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 인격의 진중함을 갖춰야 하는 법인데, 제 인격마저도 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지나치게 가벼워진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사춘기 때 고민했어야 할 일은 30살이 넘어서야 고민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의 얼굴에 인격이 드러나는 법이라고 하는데, 서른 살이 넘어서도 사람이 가벼워보이면 조금은 곤란하지 않겠나 싶어 고민하던 차에 또 다른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알라딘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받게 된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읽었던 'Why Worry?'라는 책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제목의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권의 책은 '왜 고민 따위를 해?'라고 묻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 권의 책은 '고민이야말로 자신을 강하게 해 준다'고 외치고 있으니까 말이죠.



'고민하는 힘'은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교수가 되었다고 하는 강상중 교수가 지은 책입니다. 재일교포 2세로서 청년 시절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했고, 1972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한국인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인식했다고 하는 강상중 교수 ! 이 책은 강상중 교수가 자신이 고민했던 문제들을 저명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와 일본의 근대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생각에서 실마리를 얻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의 책이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쓰여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필자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고민하는 힘'에서 다루는 주제는 총 8개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부터 시작해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늙어서 최강이 되라'까지 총 9개의 장에서는 각각의 주제에 따라 강상중 교수가 고민했던 결과물들을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의 저작물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로 엮어 내고 있습니다.

'고민하는 힘'의 각각의 장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들은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시대의 거장' 혹은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우는 막스 베버 혹은 나쓰메 소세키의 저작에서도 이들이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삶을 영위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 위대한 사상가라고 해서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아무리 사소하고 평범한 문제들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얼마나 진지하게 성찰하느냐 하는 것이 자신의 삶과 인격의 무게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가 살았던 100여 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100년 전에도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상가들의 저작들이 지금 현시대의 문제들에도 충분한 조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한층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 지금처럼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삶을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인격의 무게가 가볍다고 느낀 이유는 지금까지 'Why Worry?'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으로부터 도피했기 때문인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세상 모든 문제를 제가 해결해야 할 것처럼 근심, 걱정을 싸맬 이유는 없겠지만요. 중요한 것은 쓸모없는 고민과 쓸모있는 고민을 가려내고 그 사이에서 중용의 묘를 발휘하는 것이겠죠. ^^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 ! 지금 바로 '고민하는 힘'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말고도 다른 사람들, 그리고 시대의 선각자들도차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하시게 될 겁니다. 나 혼자만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슷하구나 느끼신다면 조금은 어깨가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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