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Book

[경제] 이코노파워 (마크 스쿠젠)

by 맨큐 2008. 12. 12.
반응형
1970년대 세계 경제는 실업 증가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당시 미국 경제는 과도한 사회복지비 지출로 조세 부담이 늘어나고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경제적 비효율성으로 고생하던 때였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바로 미국의 제 40대 대통령 레이건이었습니다.

레이건은 경제 회복을 위하여 소득세 대폭 인하,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 등으로 대표되는 레이거노믹스를 실행에 옮깁니다. 대공황으로부터 전세계를 구해낸 유명한 경제학자인 케인즈의 경제학으로는 당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레이거노믹스는 공급 측면을 자극함으로써 그 파급 효과가 수요의 증대로 이어지게끔 하려고 했던 공급 중시 경제학에 기반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급 중시 경제학에 영감을 불어넣은 하나의 곡선이 있었으니 바로 '래퍼 곡선'이라는 그림입니다. 세율을 내리면 오히려 조세수입이 늘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래퍼 곡선은 래퍼라는 경제학자가 식사를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낸 것이라 합니다. 세율을 인하하면 경제를 활성화시켜 세원을 더 크게 만들기 때문에 조세수입이 늘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가 더욱 성장할 수 있음을 보인 래퍼 곡선의 발표에 힘을 얻은 레이건은 레이거노믹스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레이건 시대를 거치며 공급 중시 경제학의 아이디어는 실패로 끝났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곱급 중시 경제학이 경제성장론과 관련해 내생적 성장이론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는 있지만, 그보다는 조세감면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이 증진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당시 미국의 조세부담률이 유럽의 다른 나라의 그것에 비해 높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공급 중시 경제학에 기반해 시행된 조세 감면과 긴축적 화폐금융정책의 결과,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환율이 평가절상되어 쌍둥이적자(재정적자+국제수지 적자)라는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공급 중시 경제학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질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얼마전 위드블로그에서 리뷰어로 선정되어 받게 된 '이코노파워'라는 책을 읽으면서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실패로 규정된 래퍼 곡선이라는 단어를 참으로 오랜만에 듣게 되었습니다. '이코노파워'를 펼치자마자 보게 된 '추천의 글'을 래퍼 곡선의 창시자인 아서 래퍼가 작성했더라구요. ^^;

추천의 글을 작성한 아서 래퍼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이코노파워'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들에서 이미 실패한 것으로 규정한 공급 중시 경제학이 레이건 시대 탁월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냈다고 자화자찬하는 데서는 약간의 거부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습니다만, 추천의 글 때문에 책읽기를 포기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일일 것 같아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주제는 경제학자들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갖 다양한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이슈들을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둘째 주제는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원칙에 관한 것입니다.

경제학은 한때 식민주의적 학문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순수하게 경제학적인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경제학이 아닌 다른 학문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던 주제까지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다루면서 다른 학문들을 모두 경제학의 변두리 학문으로 전락시킬 셈이냐는 비판이었던 것이죠. 그 정도로 현대 경제학자들은 순수 경제학에서 벗어나 현실의 다양한 분야에 그 분석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심리학, 정치학, 외교학, 환경학 등등... 그리고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제국주의적 관심으로 인해 해당 학문의 전문가들과 종종 갈등을 빚은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에서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타당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도 있고,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경우도 있고, 아직까지 논쟁이 진행 중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경제학자들이 어떤 분야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은 분명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경제학자들의 해법,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경제학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등등 경제학자들이 참여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경제학자들이 다양한 활약을 펼치고 있고,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책에 나온 사례들은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요. 더 많은 사례를 알고 싶으시다면 '게임 이론'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시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듯? ^^;

그런데 '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에서 다루고 있는 둘째 주제인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원칙에 대해서라면 굳이 이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지나치게 시카고학파 위주로 서술해서 경제학을 생소하게 여기는 분들이 이 책을 접하시면 이 세상 모든 경제학자들을 자유주의 시장 원칙의 신봉자인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거든요. 특히 '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책무성의 원칙, 즉 서비스에 대해서는 수혜자가 그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원칙인데 이 원칙이 모든 경우에 예외없이 적용되어야 할 보편타당한 법칙인 것처럼 서술한 것은 이 책이 지닌 커다란 약점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경제학자들이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들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물론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아, 그리고 최근 금융 위기와 관련해 경제학자들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도 서술되어 있는데, 저와 같은 일반인들이 따라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로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기법의 발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혹시라도 궁금하시다면 한 번 정도 읽어보는 것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책에 소개된 기법들을 실천에 옮겨 수익을 내는 것은 어렵겠지만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