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Economics

공공선택이론의 관점에서 살펴본 메타싸이트별 추천제도

by 맨큐 2008. 4. 23.
반응형
1. 공공선택이론의 의의

특정 이슈가 제기되었을 때 해당 사안에 대해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어떤 방법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고민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하게 공유하고 있는 그 의견을 바로 집단의 의사로 간주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한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수는 매우 많기 때문에,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제기될 수 있는 의견 역시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현실적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특정 이슈에 대하여 동일한 의견을 가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분명 이렇게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는 것 자체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겠으나, 때로는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대표를 선출하는 경우라든가,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결국 이처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경우에는 다양하게 제기된 의견들을 조정함으로써 집단적 합의를 모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과 그로 인해 야기된 결과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공공선택이론'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의사 결정을 할 때, 즉, 민주적인 절차에 의할 경우 최종적인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공공선택이론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현실에서 실제로 많이 활용되는 1. 전원합의제, 2. 과반수제, 3. 최적다수결제, 4. 다수결제, 5. 점수투표제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각각의 의사 결정 방식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메타싸이트별 추천제도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논의에서 추천글 리스트라 함은 이용자들의 추천을 많이 받아 소위 날개(블로거뉴스의 경우 블로거뉴스 베스트, 올블로그의 경우 오늘 가장 많이 추천받은 글, 블로그코리아의 경우 블UP 베스트)에 노출된 글 목록을 의미합니다.


2. 공공선택이론에 의한 표결 방식의 유형

(1) 전원합의제

전원합의제란 말 그대로 투표자 전원의 동의를 요구하는 표결방식입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어떤 사안에 대하여 투표자 전원이 동일한 의견을 가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투표자가 소수가 아닐 경우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전원합의제를 메타싸이트의 추천제도에 도입해 메타싸이트에 가입한 모든 이용자들의 추천을 받은 글들만을 추천글 리스트에 노출시키도록 한다면, 아마도 추천글 리스트를 통해서는 1년 내내 단 한개의 글도 찾아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2) 과반수제

과반수제란 투표에 참가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의견을 사회적으로 합의된 의견으로 간주하는 표결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방식은 찬성하는 사람이 반대하는 사람보다 많을 경우 다수의 의견을 좇아 전체가 찬성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비교적 단순한 논리적 근거에 입각해 있습니다.(이준구, 재정학, 제 2판, p.129) 메타싸이트의 추천제도에 전원합의제를 도입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반수제를 적용할 수도 있겠으나, 추천에 인색한 네티즌들의 성향상 어떠한 글이 과반수가 넘는 이용자들의 추천을 받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과반수제에 의할 경우 비교의 순서가 달라짐에 따라 표결의 결과가 달라지는 투표의 역설 현상이 발생해 일관성이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3) 최적다수결제

최적다수결제란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관련된 비용과 어떤 의안이 통과되었을 때 이로 인해 자신의 손해를 본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발생하는 비용의 합이 최소화되는 수준의 찬성 의견을 요구하는 표결 방식입니다. 만약 총비용의 합이 최소화되는 찬성 의견 비율이 전체의 50% 수준이라면 과반수제와 동일한 제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용곡선의 형태를 알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또 다른 논쟁을 야기하게 된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다수결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표결 방식인 다수결제도는 특정 수준의 표결 통과 비율을 요구하지 않고, 현재 제기되고 있는 수많은 의견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의견을 채택하는 표결 방식을 의미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에서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기에 추가적인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네요. 얼핏 생각하면 현재 메타싸이트에서 적용하고 있는 표결 방식이 바로 이 다수결제가 아닐까 싶을 수도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의 다수결제 하에서는 1인에게 1표만이 주어지므로, 현재 무제한에 다름없는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는 메타싸이트의 추천제도와는 구별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5) 점수투표제

점수투표제는 각자에게 미리 정해진 점수를 부여하고, 투표자로 하여금 선호의 강도에 따라 이를 적절히 배분하여 투표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의견들에 대하여 각자에게 주어진 점수를 선호하는 정도에 따라 부여하는 것으로, 현재 메타싸이트의 추천제도들은 이러한 점수투표제를 변형하여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원합의제, 과반수제, 최적과반수제의 경우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다수결제의 경우 1인에게 1표만을 준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추천권 행사로 인한 의견 수렴이 어렵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3. 메타싸이트별 구체적인 추천제도 운영 방식

앞에서 5가지 유형의 표결 방식에 대하여 살펴봤습니다. 대부분의 메타싸이트들이 변형된 점수투표제를 적용한 추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제 제가 자주 방문하는 메타싸이트인 블로거뉴스, 올블로그, 블로그코리아와 같은 메타싸이트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추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다음 블로거뉴스

먼저 다음 블로거뉴스입니다. 다음 블로거뉴스는 다른 메타싸이트들에 비해 상당히 독특한 방식의 추천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이용자들의 추천 공간인 '실시간 인기 블로거뉴스'와 편집자들의 추천 공간인 '블로거뉴스 베스트'로 이원화하고 있다는 점이 여타의 메타싸이트와 다른 점이죠.

블로거뉴스의 이용자들은 추천수 제한 없이 모든 포스트를 추천할 수 있으나, 한 개의 포스트에는 1점만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오픈에디터들의 경우 10점을 부여할 수 있어서 논란이 된 적도 있습니다.) 물론 한 이용자가 여러 개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죠. 앞에서 살펴본 점수투표제에서는 각자에게 미리 정해진 점수를 부여한다고 했는데, 블로거뉴스에서는 각 이용자들에게 무제한의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형된 점수투표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블로거뉴스 편집의 최종적인 목표는 아마도 실시간 인기 블로거뉴스가 곧바로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오를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는 현재까지는 이용자들의 추천이 편집자들의 추천에 미치는 영향보다, 편집자들의 추천이 이용자들의 추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이용자들이 많이 추천한 포스트가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보다는 편집자들이 추천해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올린 포스트가 실시간 인기 블로거뉴스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큰 상황이라는 것이죠. 편집자들의 추천이 실제적인 점수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다른 이용자들의 추천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집자들의 영향력이 매우 큰 형태의 추천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2) 올블로그

올블로그 역시 블로거뉴스와 마찬가지로 추천수 제한 없이 모든 포스트를 추천할 수 있으나, 한 개의 포스트에는 1점만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거뉴스와 다른 점은 블로거뉴스 베스트와 비슷한 공간인 '오늘 가장 많이 추천받은 글' 목록이 소수의 편집자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추천수가 많은 순으로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가끔씩 올블로그 운영자들이 추천수를 조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경우는 논외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올블로그의 이와 같은 추천제도는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다른 메타싸이트들의 추천제도에 비하면 상당히 단순한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방식의 추천제도로 인해 이슈가 지나치게 획일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며, 가끔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이상한 글들이 '너 한 번 당해봐라'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이용자들에 의해 의외로 많은 추천을 받아 '오늘 가장 많이 추천받은 글' 목록에 노출되어 다른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1점의 동등한 추천 점수 + 편집자의 개입없이 순수한 이용자들의 추천에 의한 순위 산정으로 인해 많은 분들로부터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추천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우정치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추천제도이기에 개인적으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시스템이 아니긴 하지만요.

(3) 블로그코리아

블로그코리아는 최근 블UP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추천제도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다음 블로거뉴스, 올블로그와 달리 블로그코리아에서는 1인에게 1점의 동등한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1점부터 99점까지 이용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블UP 포인트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활발한 블로그코리아 활동을 통해서만 이러한 블UP 포인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메타싸이트들이 가입만 하면 추천 점수를 부여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형태의 추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저처럼 블로그코리아에서 새롭게 도입한 블UP 포인트 시스템에 흥미를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다면 성공을 거둘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이용자들을 블로그코리아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시스템이라 판단됩니다.

한편 변형된 점수투표제를 적용하고 있는 많은 메타싸이트들 중에서 블로그코리아는 이용자들이 각 포스트에 부여하는 점수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수한 점수투표제에 가장 가까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특정 글에 대한 자신의 선호 강도를 표시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투표자의 전략적 행위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전략적 행위란 어떤 투표자가 다른 투표자의 성향을 미리 예측하고 자신의 행동을 이에 맞춰 변화시킴으로써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 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준구, 재정학, 제 2판, p132)

예를 들어 자기가 싫어하는 블로거의 글이나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내용의 글이 다른 사람들의 블UP 포인트를 받아 '블UP 베스트'에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많은 블UP 포인트를 이용해 비교적 덜 싫어하는 글에 고의로 점수를 몰아주는 행위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죠. 지금은 블UP 이벤트 기간이라서 비교적 쉽게 블UP 포인트를 얻을 수 있지만, 이벤트 기간이 끝나는 5월 1일부터는 지금까지 많은 블UP 포인트를 축적한 블로거들에 의해 이와 같은 전략적 행위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추천제도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와 같은 전략적 행위가 나타날 것인지는 5월이 지나야 알 수 있겠죠?


4. 어떠한 추천제도가 최선인가?

어떠한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듯, 어떠한 추천제도가 가장 바람직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게 제기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추천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으며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음 블로거뉴스의 경우 이용자들의 의견 반영 비율이 크지 않아서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단점을 지적할 수 있으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올블로그의 경우 가장 민주적인 형태에 가깝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중우정치의 전형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블로그코리아의 경우 단순히 찬반의 뜻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선호의 강도를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전략적 행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가입한 믹시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메타싸이트들과 사뭇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아마도 위에서 언급하고 있는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천 방식 및 글 노출 방식은 이올린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 믹시에 가입한지 얼마 안 지난 시점이라 정확한 시스템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보고 나중에 포스팅할 기회가 있으면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서는 개인적으로 어떤 추천제도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현재의 각 메타싸이트별 추천제도가 완성된 형태라면 조금 더 쉽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추천제도들이 조금씩 수정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요. 어렵겠지만 지속적인 추천제도의 개선을 통해 언젠가는 이용자들과 운영자(편집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