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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거친 녀석들 (Wild Hogs, 2007)

by 맨큐 2007.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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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것이 작년 12월 초였으니 9개월만의 극장 나들이였던 셈이죠. 반올림해서 거의 1년만의 극장 방문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

저희 집으로부터 영화관(시너스지)까지 약간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망설이지 않고 9개월만의 영화 관람을 결정한 이유는 '시사회 당첨'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제게 시사회 당첨 등의 행운이 사라진 듯 했는데, 오랜만에 당첨의 여신이 저를 찾아와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라 마다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영화를 보러 가지 않으면 성의가 괘씸해서 다시는 이런 행운을 누리지 못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구요.

시사회 시간은 밤 9시! 약간 여유있게 시너스지(강남)에 도착했습니다.



시너스지 영화관은 이번이 첫 방문이었습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인지 약간 한산한 모습.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라 들떠서 무려 1시간 전에 도착해 버렸거든요. ^^; 시설은 깔끔하니 좋더군요. 요즘 영업 중인 멀티플렉스 극장이라면 대부분 비슷하겠지만요. 이 곳은 스낵 바, 티켓 박스 등이 위치한 8층입니다.




시사회 관람권을 받았습니다. 1인당 2매! 정식 영화 개봉일은 8월 30일 어제였다고 하네요. 극장개봉작이긴 하지만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시너스 단독 개봉이라고 하네요.

원래 친구와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었는데, 이 녀석이 영화 시작 5시간 전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며 약속을 취소하는 바람에 혼자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 할 일 없이 한가하게 지낼 것 같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연락해 봤는데, 다들 바쁘다며 제의를 거절하더군요. 몇 명에게 연락해 보고 더 이상 구차해지기 싫어 그냥 편하게 혼자 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혼자서 종종 영화를 보곤 했었는데, 오랜만의 홀로 감상이라 그런지 약간 어색했습니다. 이 어색함을 안겨준 제 친구들의 은혜는 잊지 않아야겠지요. -_-+




잡지를 보면서 대충 시간을 보내다가 영화 상영 시간이 되어 9층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상영관으로 입장! 약속을 취소한 친구 덕분에 제 가방이 호강을 했습니다. 당당하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사회를 준비해 주신 분들께는 조금 죄송하네요. 대신 제가 2명분만큼 영화를 즐겼으니 이해해 주시길.. :)




스크린은 약간 작은 듯 했습니다만 좌석은 무척 편하더군요. 앞좌석까지의 공간도 꽤 넓고, 의자도 푹신푹신했습니다. 그리고 앉은키가 어지간히 큰 사람이 앞에 앉지 않는 한 스크린이 가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위 사진은 제 가슴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서 찍은 사진이구요. 영화 보는 내내 앞사람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의 시사회 관람권에서도 보셨겠지만, 이 날 본 영화는 '거친 녀석들(Wild Hogs)'이라는 영화였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예고편을 보고 시작할게요. ^^



그 유명한(!) 존 트라볼타가 나오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지 않은 탓인지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은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어쩌면 최근 들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린 제 탓인지도 모르겠네요.

포스터에 보이는 '왕년에 잘 나갔던...한~물간'이라는 문구가 계속 가슴 한 구석에서 맴돌더군요. 어쩌면 이 문구가 영화 속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나이를 먹어 그들의 옛 흥행작에서나 멋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주연배우들의 현상황을 묘사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였나 봅니다.

영화는 앞으로 100분 동안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줄 4명의 주인공들의 특징을 단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짤막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젊은 시절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며 즐겁게 지냈으나 치과의사가 된 이후 가족들을 위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더그(팀 알렌), 부인에게 꽉 쥐여사는 동시에 백수가 된 이후 돈을 벌지 못 한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가장으로써의 권위를 잃어버린 바비(마틴 로렌스), 일평생 여자친구 하나 없이 컴퓨터를 벗삼아 지내는 프로그래머 더들리(윌리엄 H. 메이시), 잘나가는 슈퍼모델 부인과 이혼하고 다니던 로펌마저 그만두게 되면서 파산하게 된 우디(존 트라볼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중년 남성들의 위기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인가 봅니다. 이렇게 중년 배우들만을 기용해 위기에 처한 중년 남성들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미국 중장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장기 흥행에 성공했을 정도라 하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참고로 더들리 역을 맡은 윌리엄 H. 메이시는 <위기의 주부들>의 펠리시티 호프만과 실제 부부 사이라고 하네요. 영화 제목을 <위기의 남편들>로 해도 괜찮았을 듯..^^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나눠왔던 이들 4명의 주인공들은 우디의 현실 도피적인 여행 제안을 받고 망설이지만, 나머지 친구들 역시 답답하고 지겨운 현실로부터 도피하고픈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저마다의 목적 의식을 가지고 바이크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 중에서 더그가 여행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아내의 '그 나이에 도로 여행 힘들어'라는 한 마디에 발끈해서 '나도 이제는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행에 동참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순간 폭주하는 바람에 커다란 위기를 겪어야 했으니,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영화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




일상에서 탈출한 4명의 친구들. 현실로부터의 괴로움을 잊게 해 주는 도구인 바이크입니다. 주인공들이 타고 있는 바이크는 전부 '할리 데이비슨'이라 하더군요. ^^

영화의 흥미를 위해서는 반드시 위기 상황이 전개되어야만 합니다. 코미디 영화에서는 종종 황당한 사건으로 그러한 위기가 발생하곤 하죠. <거친 녀석들>에서 위기 상황을 촉발시키는 주범은 우디역의 존 트라볼타입니다. 조금은 독선적이고 겉멋 부리기 좋아하는 성격 탓에 바이크 여행 도중 우연히 만나게 된 폭주족인 '델 퓨에고스'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여행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우디는 치사한(?) 방법으로 폭주족인 델 퓨에고스의 발을 묶고 도망쳐 오면서 친구들에게는 거짓으로 폭주족들을 잘 타일렀다고 의기양양하게 자랑합니다. 그래놓고는 긴 여행에 지쳐 쉬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혹시라도 폭주족이 따라올까 봐 겁이 나서 조금이라도 서둘러서 출발하자고 재촉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지요.

바이크의 연료가 부족했는데도 우디의 재촉에 떠밀려 다시 여행을 출발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연료가 떨어진 바이크를 낑낑대며 끌고 가야 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이들이 쓰러지기만을 기다리며 졸졸 좇아오던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역할의 갱단 '델 퓨에고스'입니다. 우디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을 집요하게 추적함으로써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만, 역시 코미디 영화라서인지 '절대악'으로 설정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델 퓨에고스에 인질이 되어버린 친구 더들리를 구하기 위해 다시 뭉친 'Wild Hogs'. 영화의 제목인 'Wild Hogs'는 이들 주인공 4명이 어린 시절 결성한 바이크 모임의 이름입니다. 한 때나마 '골든 라이더'로 불리웠던 더그가 이번 구출 작전의 핵심입니다. 이들은 과연 친구를 구하는데 성공했을까요? ^^




<Wild Hogs>에서 가장 흥미있는 인물이었던 더들리. 영화 시작에서부터 능숙하게 맥북을 다루며(비록 오작동으로 문제를 일으키긴 하지만), 여행 출발 기념으로 애플 문신을 새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맥북을 사용하기 때문에 약간의 동질감을 느낀 것일까요? ^^

더들리는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어'라며 줏대없이 친구들의 여행에 따라나서는 쪼다같은 역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입니다. 컴퓨터에 중독된 듯한 더들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제 자신의 모습이 더들리와 겹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그런 더들리에게 여행 도중 들른 마을에서 첫 눈에 반한 여성이 나타났습니다. 더들리는 축제 댄스타임 때 그녀와 춤을 추기 위해 춤선생 존 트라볼타에게 열심히 춤을 배우죠. 비록 잠깐이지만 존 트라볼타는 펄프픽션에서 뽐냈던 녹슬지 않은 춤솜씨를 더들리에게 전수해 줍니다. ^^ 즐겁게 춤을 추는 더들리. 과연 이들의 사랑은 맺어졌을까요?


<거친 녀석들>은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답게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굳이 해피 엔딩이었기 때문에 영화가 즐거웠던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 중간중간 지루해질 틈 없이 주인공들의 농익은 연기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게끔 해 주거든요. 물론 간혹 미국식 유머 혹은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성적인 농담 등이 있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만한 장면도 많긴 하지만요. 주인공들도 죄다 중년 남성들인 데다가, 성적인 농담까지 등장한다니 여성분들이 보기에는 지루하거나 부담스러운 영화가 아닌가 싶으시겠지만, 이런 성적인 유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여성 관객분들의 웃음소리가 더 컸던 걸 보면 여성분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친 녀석들>은 '어른들을 위한 모험 이야기'입니다. 힘든 일상에 지쳐서 어디론가 떠나고픈 이들에게 대리 만족을 가져다줄 수 있는 영화이지요. 휴가를 다녀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영화를 보면서 이들처럼 아무런 속박 없이 자유롭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인공들의 유쾌, 상쾌, 통쾌한 여행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빨려들어간 탓일 테지요.

제가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기준은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는가'입니다. 대중적인 측면을 위주로 접근하는 셈이지요. 그래서 조금은 가벼워보이는 영화를 보고 즐기는 편인데, 저와 같은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하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 같네요. 영화 상영 내내 지루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죠. 물론 오랜만의 영화 감상이라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리만족을 통해서라도 쌓인 스트레스를 발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이 영화, <거친 녀석들>을 강력하게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 다만 영화는 뭔가 교훈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네요.

상영관이 시너스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9월외화 중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친 스트레스를 가벼운 웃음으로 털어버리고 싶은 분들, 혹은 중년들의 유쾌한 일상에의 반란에 간접적으로나마 동참하고픈 분들이라면 지금 바로 극장으로 달려가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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