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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씨비스킷 (Seabiscuit, 2003)

by 맨큐 2007.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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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각설탕을 보고 난 이후, 갑작스럽게 경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에서 예상치 못하게 잔잔한 감동을 선물받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귀여운 임수정 때문일지도..^^;

각설탕 같은 경마 영화가 또 없을까 찾다가 발견한 영화가 바로 이 '씨비스킷'이었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라길래 '씨비스킷'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더니
상당히 유명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존했던 이 위대한 경주마 이야기를 영화에서는 과연 어떻게 그려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씨비스킷’은 20세기 최고의 명마로 꼽히는 '맨오워'의 후손으로 1933년에 태어났다.
‘씨비스킷’이 태어났을 당시 미국은 대공황의 여파에 허덕이고 있었으며
심지어 어떤 도시에서는 실업률이 50%에 육박,
200여만명의 실업자들이 집이나 직장을 잃고 미국 전역을 떠돌고 있었다.

‘씨비스킷’은 세계 최고의 명마 맨오워의 후손이지만,
작은 체구에다 보통 말이 먹는 식사량의 두 배에 이르는 밥을 먹는데다가
게으르고 자기 혼자 들판을 거닐기 좋아하는 구제불능 말이었다.
엄한 조교사가 ‘시비스킷’을 순치시키다가 대성할 싹이 안 보여 포기하고,
결국 '씨비스킷'은 다른 말의 자신감을 높이는
훈련 파트너로만 이용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경주마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그러다 성격이 더 더러워져서 결국 폐말처럼 치부되고 만다.

그러나 톰 스미스라는 조교사가 ‘씨비스킷’의 경주마로서의 가능성을 재발견하였고,
그는 굽은 다리의 ‘씨비스킷’을 처음부터 다시 조련시키기로 한다.
자동차의 개발로 인해 다치거나 달리지 못하는 등 가치 없는 말은 치료하지 않고
그냥 총으로 쏴 죽이던 시절이었기에 엄청난 용기였다고 할 수 있다.

‘씨비스킷’은 영특하긴 했지만 더러운 성질 때문에 조교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좌우간 ‘씨비스킷’은 스미스 조교와 폴라드 기수에 의해 새로 길들여져
연승가도를 달리며 신기록 제조기로 변신한다.
이로 인해 ‘씨비스킷’을 보려는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씨비스킷'이 출전하는 경마장엔 특별열차가 운행되기까지 했다.







게다가 1938년 언론을 사로잡은 건 루즈벨트 대통령도,
세계의 운명을 삼키려고 했던 파시스트인 히틀러와 무솔리니도 아닌
‘시비스킷’이었다고 한다.
1938년 당시 명마 "제독"과의 1대1 승부는 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고
미국 전역에 라디오로 중계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씨비스킷'은 그 대결에서 극적으로 승리하여 그 해의 경주마로 선정된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제독’이 ‘씨비스킷’의 조상인 맨오워의 아들이란 것이다.
과연 삼촌과 싸운 ‘씨비스킷’의 기분이 어땠을지...

'씨비스킷'의 승리에 전 미국인들(물론 '제독'의 마주와 팬들은 제외)이 열광했던 것은
 극히 당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공황으로 인해 자신감을 상실해가던 미국인들로서는
누가 보아도 터무니없는 대결(그만큼 당시 '제독'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에서
열악한 조건의 '씨비스킷'이 승리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들도 언젠가는
현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인기 가도를 달리던 ‘씨비스킷’은 그 뒤 경주 도중 다리가 부러지는 치명상을 입어
의사로부터 다시는 경주로에 나설 수 없다는 판정을 받게 됐으나
폴라드 기수의 지극정성으로 부상에서 회복되었고,
경주에 다시 출전, 우승하며 재기의 성공신화를 연출한다.

'씨비스킷'의 전적은 89전33승, 2착 15회를 기록하며
13개 경주 거리별 신기록을 세웠는데
그 중 2개는 아직도 갱신되지 않고 있다.
 
말 자체로는 그리 좋은 전적이 아니지만,
(세계 최고의 명마로 손꼽히는 '맨오워'의 전적은 21전 20승, 1회는 2착)
인생의 패배자들(말이든 조교사, 마주, 기수까지)이 모여서
하나의 드라마 같은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경제 공황으로 인해 좌절했던 미국인들이 ‘씨비스킷’을 명마로 기억하는 이유일 것이다.







2003년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다음 해 오스카상의 강력한 후보로 추대하며,
열광적인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시대의 아픔을 극복하고 결국 'American Dream'을 이루는 이야기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평론가들의 취향을 생각하면 십분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비단 그들 뿐이겠으랴.
'모든 불가능을 희망으로 바꿔버린 위대한 질주'라는 메인 카피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쓴 맛을 톡톡히 치뤄야만 했던 이들이 똘똘 뭉쳐서
도무지 불가능할 것만 같은 기적을 현실에서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 생생한 기록은 21c를 사는 우리에게도 진한 감동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나섰던 내기복싱에서 다치는 바람에
한 쪽 눈을 실명한 기수 레드 폴라드.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상으로부터 그가 속할 자리를 잃어버린 조련사 톰 스미스.
아들을 자동차 사고로 잃은 이후 곤두박질치게 된 백반장자 마주 찰스 하워드.
그리고 경주마로서 버림받고, 커다란 부상까지 당한 적이 있었던 '씨비스킷'까지..
 
아픔을 가진 이들이 모여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이끌어낸 위대한 승리.
바로 '씨비스킷'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p.s 스파이더맨이 말을 탄다고 생각하면 감동이 웃음으로 상쇄될 수 있으니 조심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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