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Issue

박지윤 아나운서의 은밀한 사생활 노출 논란에 부쳐...

by 맨큐 2007. 4. 29.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주일만에 돌아온 주말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인터넷이 시끌벅적하다.
네이버 검색 순위에 '박지윤 아나운서'가 오르락내리락 하길래 무슨 일인지 찾아보았다.
'박지윤 아나운서'가 남자친구와 찍은 은밀한 사진들이 인터넷에 유출되었단다.

에이, 그청순가련한 이미지의 지윤이가 그런 사진을 찍을 리가 없잖아.
처음에는 이렇게 피식 웃어넘겨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즐거운 주말 오후를 무슨 일을 하며 보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땅히 하고 싶은 일도 생각나지 않았고, 해야 할 일도 없었기에
느즈막히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시간을 떼우기 위해 인터넷 서핑에 돌입했다.

한참 동안 의미없이 클릭을 해대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
오전에 가볍게 웃어넘긴 '박지윤 아나운서'에 관한 루머가 사실이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인터넷 조선 기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4/29/2007042900222.html
데일리 서프라이즈 기사 :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56263

이럴 수가...
루머가 사실로 확인되는 그 순간의 기분이란...
'완소지윤'의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져 버리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폭행 사건에 연루된 모 그룹 측에서 수를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음모론까지 생각했을까?

사실 별 것 아닌 일일 수도 있다.
연인 사이에 아름다운 순간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그리고 연인들이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무슨 일을 하든 제 3자의 입장에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할 권리 따위는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사진 유출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저 '연인인데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막연한 상상에 그쳤던 일들이
공개된 사진을 통해 어느 정도의 '확신'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상황으로 변하였다는 것이다.
무작정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대중들의 관음증적 호기심만을 탓하며
성숙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을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작금의 논란을 야기한 자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현재 사진 유출의 소스로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다음의 3가지이다.

첫째, 박지윤 아나운서의 개인 컴퓨터가 해킹당했을 가능성.
(바이러스성 백도어를 이용한 기술적 해킹이건, 절도에 의한 해킹이건 상관없음)
둘째, 박지윤 아나운서의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비밀스런 사진이 제3자에게 공개되었을 가능성.
셋째, 박지윤 아나운서의 남자친구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제3자에게 공개되었을 가능성.

이에 대하여 KBS 아나운서국의 모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사진들은 박지윤 아나운서의 남자친구 미니홈피 비공개방이 해킹을 당해
노출되었을 거라 판단하여 이러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일단 세 가지 가능성 중 어느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 구성 요건은 만족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사진들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사생활 침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여지없는 사실인 것이다.
더군다나 사진 유출이 첫번째 가능성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면
굳이 사진 유출이 범죄 행위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범죄 행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두번째, 세번째의 가능성이다.
문제의 사진들이 박지윤 아나운서든, 남자친구인 최동석 아나운서든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유출되었다면 책임 소재 판단이 약간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싸이월드 혹은 네이버 상에서 사진 혹은 글을 비공개로 작성하여 저장할 경우
자신 외에는 그 어느 누구도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답변은 '절대로 아니다'라는 것이다.

싸이월드 같은 경우 얼마 전에 'html 태그를 이용한 미니홈피 방문자 추적'이 가능했을 정도로
취약한 보안 유지 능력을 고스란히 드러낸 바 있었다.
부랴부랴 해당 기능을 불가능하게 하고 벌칙이랍시고
그러한 기능을 이용했던 이용자들의 미니홈피를 며칠 동안 일시정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자신들이 미리 막지 못해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자신들의 허점을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네이버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네이버의 경우 블로그 게시 기준에 부적합한 내용이 포스팅될 경우
자동적으로 비공개로 전환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런 문제없는 게시물을 포스팅했음에도 비공개로 전환된 적이 있어서
네이버에 문의한 결과 이와 같은 답변을 받은 바 있어서 알고 있다.)
아무튼 당시 프로그램의 오류가 발생하여 매우 많은 블로거들의
아무런 문제없는 포스트들이 비공개로 전환되어 버리는 오류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후 한참 지나서 미안하다는 공지와 함께 비공개로 바뀐 포스트를 다시 공개로 바꾸어주긴 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홈페이지 관리자들은 이용자들이 해당 게시물을 공개로 하든, 비공개로 하든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열람이 가능하고, 마음만 먹으면 공개/비공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PC통신이 한참 유행이던 시절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익명게시판에 올린 글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느냐 없느냐의 논란이 그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답변은 간단하다.
익명게시판에 올린 글이라 하더라도 본인은 해당 게시물의 삭제가 가능했던 것을 상기해 보자.
익명게시판이라 하더라도 단지 '화면상'에만 본인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는 것일 뿐,
누가 그 글을 쓰고, 사진을 올렸는지는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인터넷 상에 '완전하고 완벽한 비밀 공간'이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공간에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사진들을 저장한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중요한 것들을 담은 금고를 단단히 잠궈놓고는 아무도 열 수 없을 거라 자신하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길바닥에 금고를 방치해 두는 꼴이라고나 할까?
누군가 주워가 버릴 가능성은 생각지도 않은 채 말이다.

물론 이런 위험의 가능성을 몰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생활 침해' 논란을 접해보았을 아나운서들이라면
이러한 위험에 대해 충분히 자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 더하여 해당 사진들이 '비공개 폴더'에 저장되어 있었는지도 문제가 된다.
사진들이 '비공개 폴더'에 저장되어 있었다면 책임 소재는 분명하다.
당사자들의 미니홈피를 해킹한 자 혹은 미니홈피 DB 관리자에 의해 자행된 사건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만약 해당 사진들이 '1촌공개 폴더'에 저장되어 있었다면?
이 경우 박지윤 아나운서 혹은 최동석 아나운서가 미니홈피를 통해
지인들에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에 한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된 사진을
공공연하게 노출한 것만으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죄가 된다면 해당 사진을 볼 수 있었던 사람이 일촌이 아닌 다른 이에게 보여 주었다면
그 경우에는 다르게 취급하여야 하는지까지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어쨌든 어느 경우라 하더라도 사진을 유포한 자에게는 분명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헌법에서도 보호하고 있는 중요한 개인적 권리로
'사생활 침해'는 중대한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를 자행한 범죄와는 별개로
'사생활'과 관련된 중요하고도 은밀한 사진을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는 인터넷 공간에 업로드한 개인 역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고 본다.
더군다나 아나운서라면 인터넷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 정도는
가지고 있었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당사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써야 하는 내 마음도 참 안타깝다.
당사자가 평소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박지윤 아나운서라는 점에서 더더욱...
이번 일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니
당분간은 TV를 통해 밝은 모습을 보지 못 할 것 같아 걱정도 된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나운서로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나운서라고 하여 순수하고 맑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프랑스의 아침을 깨우는 미녀 아나운서 멜리사 도리오 역시
남자친구와 토플리스 차림으로 해변을 걷는 사진이 공개되었음에도
국민적인 호응을 받으며 아나운서 생활을 잘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만의 특유의 문화가 있기에
유럽 혹은 미국과 같은 정도의 개인주의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치인에게 적용할 잣대를 기준으로 모든 사람들을 판단하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