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Digital

어떤 충전지 사용하시나요? - 산요 에네루프(eneloop)

by 맨큐 2007. 8. 6.
반응형
군대를 제대한 직후인 2002년 3월, 디지털 카메라라는 제품이 유행하기 시작하였고 저 역시 나름대로 디지털 제품에 관해서만큼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 생각하고 있던 때라 갑작스레 불어닥친 디카 열풍에 동참하고 싶었더랬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관심있는 모든 제품을 두루 섭렵해 보기는 커녕, 저렴한 제품을 하나 살 때도 '이게 과연 내게 필요한 제품일까, 내가 구입하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닐까, 사고 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등등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스스로의 질문에 모두 'YES!'라는 확신이 든 후에야 제품을 구입하곤 했으니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 칭하는 것은 조금 무리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마음만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였다는 거죠. ^^;

아무튼 그렇게 디지털 카메라(Digital Camera)를 사고픈 마음에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에 디씨인사이드(http://www.dcinside.com)라는 싸이트를 알게 되었고, 이 곳에서 약 한 달간 눈팅을 한 후에야 제 첫 디지털 카메라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만 해도 디씨인사이드는 '디지털 카메라 인사이드'라는 이름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훌륭한 싸이트였죠. 이렇게 장고 끝에 결정한 제 첫 디카는 니콘(Nikon)사의 쿨픽스 2500이었습니다. 독특한 디자인과 180도 회전되는 렌즈를 가지고 있어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모델이었습니다. 국민 디카라 불리울 정도였으니까요. ^^

이후 3년여 동안 니콘 쿨픽스 2500은 제가 디카를 사면서 기대했던 바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었습니다. 이 카메라를 통해 사진 찍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제 일상에 대한 많은 기록을 남길 수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니 쿨픽스 2500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 하는 주제에 연장 탓을 하기 시작한 거죠. ^^; 그러다가 2005년 여름에 몽골 여행을 계획하면서 몽골 여행 사진을 담기 위해서는 더욱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 필요할 거라는 합리화를 통해 새로운 디카 구입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고른 제품이 바로 올림푸스(Olympus)사의 뮤800이라는 800만 화소급 컴팩트 디카였습니다. 200만 화소의 디카만 쓰다가 갑자기 800만 화소의 디카로 넘어가니 감개무량하더군요. 컴팩트 디카임에도 불구하고 간단하게나마 조리개 우선모드와 셔터 우선모드를 지원해 가끔씩 색다른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귀찮아서 '오토'에 맞춰놓고 셔터만 눌러댔지만요. 올림푸스 뮤800은 몽골에서 찍었던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그 값어치를 했던 녀석이었습니다.

니콘 쿨픽스 2500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3년 정도 사용하리라 예상했던 올림푸스 뮤800은 지금 제 손에 없습니다. 몇 달 전에 친한 친구가 하이엔드급 디카인 후지필름 S9500을 사놓고 별로 사용할 일이 없으니 당시 제가 가지고 있던 올림푸스 뮤800과 맞교환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고,전 냉큼 그 제안을 받아들였거든요. ^^ 결국 현재 제가 소유하고 있는 디카는 하이엔드급의 후지필름(FujiFilm) S9500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10배 광학 줌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제품입니다. 색감도 마음에 들고 말이죠.

하지만 후지필름 S9500을 사용하게 되면서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으니, 이제까지 사용한 디카들(니콘 쿨픽스 2500, 올림푸스 뮤800)과는 달리 전용 배터리가 아닌 AA형 충전지를 배터리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AA형 충전기, 그리고 아이리버 mp3와 어학용 카세트에 사용하기 위해 산요(sanyo) 2100mAh짜리 충전지를 몇 개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이것만으로 디카를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급속 충전기도 아니었고, 충전지 용량도 많이 부족했으며, 이들 충전지마저 거의 4~5년 전에 구입한 것들이라 그 수명이 다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4~5년 동안 열심히 사용해 왔던 산요(sanyo) 2100mAh짜리 충전지들을 찍은 것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군요. ^^;



설상가상으로 친구와 디카를 맞교환하면서 받은 산요(sanyo)의 2700mAh짜리 충전지 4알마저 불량품이었습니다. 2700mAh임에도 S9500에 4알을 채워넣고 사진을 찍으면 30장도 채 찍지 못 하고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봤더니 산요 2700mAh 충전지에 유난히 초기 불량품이 많아 산요 측에서 일괄적으로 불량품들을 1:1로 교환해 준 적이 있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제품이었다고 하더군요. 이 사실을 알자마자 가지고 있던 산요 2700mAh 충전지 4알을 가볍게 휴지통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S9500의 기능을 잘 살려줄 수 있는 충전지 탐색에 들어갔습니다. 네이버 지식인,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 등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확인한 결과 요즘 대세인 제품은 바로 산요(sanyo)에서 출시된 에네루프(eneloop)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사용했던 산요 2700mAh짜리 충전지가 불량품이었던 덕분에 산요 제품에 대해 불신감이 생겨버렸는지 또 다시 산요 제품을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분들의 강추 의견들은 '다시 한 번 산요를 믿어보자'라는 믿음을 심어주더군요. ^^;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산요 에네루프는 기존 충전지로부터 획기적인 성능 향상이 이루어진 제품이었습니다. 충전후 오랜 시간 방치해 두어도 자연 방전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충전지를 구입하자마자 따로 충전하지 않더라도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저온에서도 성능 저하가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메모리 효과가 적어 충전지 잔량이 남은 상태에서 충전 및 방전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하니 저처럼 사진 찍을 일이 간혹 가다 한 번 정도 발생하는 일반 유저들이 꿈에 그리던 그런 충전지였던 것이죠. 실제 에네루프를 체험해 본 유저들의 평가에 의하면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에네루프 출시 당시에는 가격이 많이 비쌌던 모양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산요에서 새로 출시한 에네루프가 성능은 뛰어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점유율을 높이는데 있어 고전을 면치 못 할 것을 염려해 2700mAh 제품의 불량율을 일부러 높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기도 하더라구요. 어쨌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디카 유저들이 에네루프를 선택하고 있었으니 이런 의혹을 보낼만도 했겠지요? ^^ 일련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나니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주문해 버렸습니다. 약 1달 전에 에네루프 충전지를 주문했는데 이 당시 최저가는 4알에 9,800원 정도였습니다. 현재는 잘 찾아보면 4알에 9,000원에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구입했던 산요 에네루프 충전지의 모습입니다. 산뜻한 느낌의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능은? 약 한 달 전에 8알을 구매했으며 구매 후 충전하지 않고 바로 4알을 디카에 채워넣고 사용했는데, 일주일 전에 처음으로 충전지를 교체했습니다. 3주 가까운 시간을 배터리 교체 없이 버틴 것이지요. 에네루프의 용량은 2000mAh로 기존에 사용하던 2100mAh보다 용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오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진을 적게 찍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니 놀랍더군요. 확실히 자연 방전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인 것 같습니다. 제품 광고에 적혀있는 설명이 거짓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순간이기도 하네요.

완충된 에네루프로 한 번에 514장 이상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하니 꽤 오랜 여행을 가더라도 완충된 에네루프 8알만 가지고 가면 따로 충전하지 않고도 필요한 사진들은 충분히 찍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디카용 충전지로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정말 강추하고픈 제품입니다. 특히 사진을 자주 찍지 않기 때문에 충전지를 자주 충전할 일이 없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정말 딱 맞는 제품이 아닐까 싶네요. 산요 2700mAh의 불량품 사건은 가볍게 잊어주기로 했습니다. :)



이제 제 산요 2100mAh 충전지들은 그 임무를 산요 에네루프에게 넘겨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4년 넘는 시간을 저와 함께 했으니 충전지 치고는 꽤 긴 시간을 활약한 것 같네요. 일본 여행에서부터 에네루프의 본격적인 활약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