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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Issue

얼어붙은 채용 시장, 2009 상반기에는 풀리기를 바랍니다.

by 맨큐 2009.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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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입사원 입사교육을 끝내고 어제부터 현장에 배치되어 본격적으로 현장 업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한 사람 몫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신입사원 교육이 끝난 지금부터 몇 주 동안 OJT라는 과정을 거쳐야겠지만요.

제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 교육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라서 이제서야 신입사원들이 현장에 배치되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2008년 말 채용한 신입사원들을 이미 현장에 배치시켜 본격적인 업무를 담당하도록 조치했을 것입니다. 물론 아직 신입사원 교육 중인 기업들도 있을 테구요. ^^

각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교육 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채용한 신입사원들이 하루빨리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기존 조직원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신입사원들을 교육합니다. 제가 입사한 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약 두 달 반이라는 교육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해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신입사원들이 하루빨리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함양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교육기간 동안 동기들과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었거든요.

대부분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 중에는 연수원 합숙 교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예 모든 신입사원 교육을 연수원에서 합숙하면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구요. 이렇게 모든 교육 프로그램이 연수원에서 합숙하면서 진행되는 경우 신입사원들은 그야말로 주중에는 연수원에 감금(?)된 채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곤 합니다. 물론 나중에 교육이 끝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동기들과 함께 합숙하면서 지낸 시간이 가장 행복했던 때라며 그 때를 그리워하곤 하지만요. ㅎㅎ



합숙 교육을 받는 동안 일과시간 중에는 교육받느라 정신 없지만, 그래도 저녁시간 이후에는 아주 잠시이지만 자유시간을 가지면서 동기애를 다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물론 그 와중에도 각종 팀 발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곤 하지만요. ^^; 지금 생각해 보면 합숙 교육을 받는 동안 평균 취침 시간이 약 1시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동기들과 밤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아요. 저야 잠 자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1시에 잠들었지만, 다른 동기들의 경우 이 시간을 훌쩍 넘겨서 취침하기도 했습니다. ^^;

제가 새벽 1시 즈음에야 잠이 들었던 것은 비공식 프로그램이었던 동기들과의 수다 때문이었지만, 간혹 어떤 회사들의 경우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교육 일정이 잡혀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이런 교육을 직접 겪어본 것은 아니지만, 제 친구들 혹은 동기들의 친구들을 통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밤 늦은 시간까지 업무지식을 교육하는 것은 물론 팀 발표도 밤 늦게까지 준비하도록 스케줄링해 둔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부담스러운 교육 일정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입사원 교육이 모두 연수원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야외 액티비티 프로그램들도 마련되어 있는데, 연수기간 마지막 즈음에 마련되어 있는 등산 혹은 행군이 야외 액티비티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입사한 회사의 경우 약 4시간 동안 행군해야 했는데, 군장 없이 걷는 것이라 가볍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성 분들 중에는 체력이 약해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신입사원 교육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직무교육일 것입니다. 신입사원들이 입사한 회사의 직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숙지해야만 신입사원들이 해당 조직의 일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아마도 99% 이상의 기업들은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 중 직무교육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직무교육의 경우 시험을 통해 업무 지식 습득 정도를 평가하기 때문에 신입사원 입장에서도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대부분의 신입사원들 역시 직무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밤 늦은 시간까지 남아 교육 내용을 복습하면서 테스트를 준비하곤 합니다. 물론 예외 없는 법칙은 없듯, 다음날이 테스트임에도 용감하게 포기하고 놀러가는 신입사원들도 있긴 하지만요. ^^;



제 경우 어쩌다 보니 2008년과 2009년 각각 다른 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았는데, 신입사원 교육을 받으면서 직접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불과 1년이라는 시간 동안에 우리나라 경제가 참으로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008년 초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당시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았으니까 말이죠.

실제로 2009년에 신입사원 교육을 받으며 선배 사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 어려운 시기에 취업에 성공한 것을 축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작년에도 입사를 축하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라는 수식어는 거의 들을 수 없었거든요. 2008년 말 채용을 진행했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의 심화와 함께 시작된 경제 악화 때문에 계획된 채용 인원에 많이 모자라는 수의 신입사원만을 채용했기에 2009년 신입사원들의 경우 그야말로 바늘구멍처럼 좁은 취업 관문을 뚫은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일까요? 2009년 신입사원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이직률이 굉장히 낮다는 것입니다. 신입사원 교육을 받다 보면 자신이 가장 원하던 회사에 추가로 합격해 기존 직장으로부터 이탈한다거나, 교육을 받다가 해당 기업이 자신의 가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 재취업을 위해 그만두거나, 고시 공부를 위해 입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히 자주 발생합니다. 그리고 연수 프로그램이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의 공식 일정이 자정을 넘겨서까지 편성한 모 회사의 경우 2008년 초 신입사원 교육 중 채용한 300명 중 130명이 교육 중간에 그만두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200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130명이 한꺼번에 그만두는 사례는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어쨌든 신입사원 교육을 받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이렇게 신입사원 교육 중도 이탈 비율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느 회사의 경우 160여 명 중 지금까지 그만둔 사람은 단 1명 뿐입니다. 이렇게 이직률이 변화한 원인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재취업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2009년 상반기에 재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얼마 전 전경련 합의사항 중 하나였던 신입사원 연봉 20% 삭감 조항 때문에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받고 있는 월급 이상을 받을 수 있는 회사에 입사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직률이라는 요소 하나만으로는 현재의 경제 위기의 본질에 대해 상세히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신입사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진 현상 자체는 분명 현재의 심각한 경제 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봅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잡 셰어링(개인적으로 연봉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는 않습니다.)이라는 명목으로 연봉을 삭감하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인턴 채용을 늘리는 편법을 사용하기보다는 정직원 채용을 늘리는 방식을 채택해 얼어붙은 채용 시장을 활성화시켜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와 더불어 삭감될 예정인 2009년 신입사원들의 연봉도 곧 제자리를 찾고 기존 직원들의 연봉 동결 조치도 하루빨리 해제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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