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Issue

나의 소원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by 맨큐 2008. 12. 12.
반응형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 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 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 나라에서, 우리 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또,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고 우리 국토의 위치와 기타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며, 또 1차, 2차의 세계 대전을 치른 인류의 요구가 그러하며, 이러한 시대에 새로 나라를 고쳐 세우는, 우리가 서 있는 시기가 그러하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이 주연 배우로 세계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이 일을 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은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는 정치 양식의 건립과 국민 교육의 완비다. 내가 위에서 자유와 나라를 강조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최고 문화 건설의 사명을 달한 민족은 일언이폐지하면 모두 성인(聖人)을 만드는 데 있다. 대한 사람이라면 간 데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 우리의 적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때에는 미워하고 분해하는 살벌, 투쟁의 정신을 길렀었거니와, 적은 이미 물러 갔으니 우리는 증오의 투쟁을 버리고 화합의 건설을 일삼을 때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 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우리의 용모에서는 화기가 빛나야 한다. 우리 국토 안에는 언제나 춘풍이 태탕하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 국민 각자가 한번 마음을 고쳐먹음으로 되고 그러한 정신의 교육으로 영속될 것이다.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는 우리 민족의 각원(各員)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을 입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동포에게 주는 것으로 낙을 삼는 사람이다. 우리말에 이른바 선비요 점잖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르지 아니하고 부지런하다.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주기 위함이다. 힘든 일은 내가 앞서 하니 사랑하는 동포를 아낌이요, 즐거운 것은 남에게 권하니 사랑하는 자를 위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네가 좋아하던 인후지덕(仁厚之德)이란 것이다.

이러함으로써 우리 나라의 산에는 삼림이 무성하고 들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며 촌락과 도시는 깨끗하고 풍성하고 화평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동포, 즉 대한 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에서는 덕의 향기를 발할 것이다. 이러한 나라는 불행하려 하여도 불행할 수 없고 망하려 하여도 망할 수 없는 것이다.

민족의 행복은 결코 계급 투쟁에서 오는 것도 아니요, 개인의 행복도 이기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계급 투쟁은 끝없는 계급 투쟁을 낳아서 국토에 피가 마를 날이 없고, 내가 이기심으로 남을 해하면 천하가 이기심으로 나를 해할 것이니, 이것은 조금 얻고 많이 빼앗기는 법이다. 일본이 이번에 당한 보복은 국제적, 민족적으로도 그러함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실례다.

이상에서 말한 것은 내가 바라는 새 나라의 용모의 일단을 그린 것이거니와, 동포 여러분! 이러한 나라가 될진대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네 자손을 이러한 나라에 남기고 가면 얼마나 만족하겠는가. 옛날 한토(漢土)의 기자(箕子)가 우리 나라를 사모하여 왔고, 공자께서도 우리 민족이 사는 데 오고 싶다고 하였으며, 우리 민족을 인(仁)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하였으니, 옛날에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도 세계 인류가 모두 우리 민족의 문화를 이렇게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하려는가.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 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나도 일찍 황해도에서 교육에 종사하였거니와, 내가 교육에서 바라던 것이 이것이었다. 내 나이 이제 70이 넘었으니 몸소 국민 교육에 종사할 시일이 넉넉지 못하거니와, 나는 천하의 교육자와 남녀 학도들이 한번 크게 마음을 고쳐먹기를 빌지 아니할 수 없다.

-----------------------------------------------------------------------------------------------------------------------------------------------------------

약 60년 전에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작성하신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글입니다.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명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김구 선생님께서 다시 환생하시어 지금의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기나긴 한숨을 내쉬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당신께서 그토록 원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이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고 계셨는데, 6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작성한 당시의 모습과 비교해 크게 변화된 것은 없어 보일 테니까요. 부족한 제가 보기에도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은 해방 정국 이후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그 사이 물질적, 경제적으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쉽게도 정치적, 문화적으로는 60년 전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는 당신이 원하는 우리나라를 이루는데 있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교육, 물론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 역시 한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의 힘이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교육의 힘만으로는 치유 불가능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보다는 정치의 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나라의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좌우 이념 논쟁, 좋습니다. 다양성의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이슈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충돌하는 것까지는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념 논쟁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논쟁의 결과 도출된 발전된 대안을 바탕으로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 집행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오로지 반대를 위한 논쟁만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들이 과연 우리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국민들이 국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위치에 계신 분들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준 것은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해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지, 결코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력을 바탕으로 파워 게임이나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과 다른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계신 정치 지도자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할 테구요. 저조차도 백범 김구 선생님의 모든 말과 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게끔 하고 싶다는 목표만큼은 누구라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글을 가슴에 새기기를 바라겠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