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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aily Event/Diary

수락산 산책중 돌탑을 쌓으며 빈 소원 !

by 맨큐 2008.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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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을 다스릴 일이 생기면 가끔 근처에 있는 수락산을 찾곤 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잠이라도 잘 텐데, 요즘은 잠자면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운 것 같기도 해서 생각도 정리할 겸 짧게나마 산에 올라 산책을 즐기고 있죠. 굳이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않더라도 산에 오르면 조용하고 공기도 좋아서 답답한 마음을 풀기에는 참 좋더라구요. 체력 단련도 덤으로 할 수 있고 말이죠. ^^;



정상에 오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등산화를 신는 것은 필수입니다. 아무래도 산길을 걷다 보면 일반 도로를 걸을 때보다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K2로부터 받은 서브제로를 신고 산책 시작 !



수락산 초입에 들어서니 항상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던 시냇물에 살얼음이 얼어있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첫 눈이 내리던 날이었는데, 저는 첫 눈 대신 살얼음을 먼저 보게 되었네요. 확실히 이 날 춥기는 추웠습니다. 겨울 날씨 못지 않을 만큼...



가끔 이 곳을 산책하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긋지긋했던 예비군훈련 때문입니다. 예비군훈련 할 때마다 항상 이 곳으로 정찰을 오는 것이 교육훈련 중 하나라서 2시간 정도는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가곤 했거든요. 얼마 전 하반기 향방작계훈련을 끝으로 제 인생의 모든 예비군훈련이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군복을 입고 이 곳을 찾는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물론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은 발생해서는 안 될 테니...

아무튼 예비군훈련 때 처음 이 곳을 찾고는 생각보다 시간 보내기 괜찮겠다 싶어서 자주 들렀더랬습니다. 울적한 일이 있을 때면 혼자서 이 곳에 찾아와 음악을 듣기도 했고, 초조한 일이 있을 때면 마음을 달래기도 했구요. 이 날도 요즘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오랜만에 방문해 본 것이구요.



방 안에서 뒹굴거리다 오후 느즈막히 산책에 나섰던지라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습니다. 덕분에 등산객들이 거의 없어서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



추운 날씨와는 다르게 황금빛 햇살을 받고 있는 산길은 아늑하게만 보입니다. 비록 뚝 떨어진 기온 때문에 산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말이죠.



계속 산을 오르고 있는데 어디선가 저를 쳐다보고 있는 눈길이 느껴져 주위를 둘러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제가 신기했나 봅니다. 호기심 가득해 보이는 고양이 녀석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니 '찰칵' 소리에 놀랐는지 움찔 놀라며 달아날 준비를 하네요. 다시 한 번 제대로 촬영하기 위해 고양이에게 초점을 맞추며 촬영 준비를 하던 찰나, 이 녀석이 달아나 버렸습니다. 또 다시 '찰칵' 소리에 놀라기 싫었나 봅니다. 아니면 카메라 소리를 총소리로 오해한 것인지도 모르겠구요. ^^;



다시 한 번 사진을 촬영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나마 한 장 촬영한 사진이 제대로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확인하는 순간, 앗차 ! 발을 헛디디고 말았습니다. 커다란 돌멩이로 만든 산길을 걷다가 한 눈을 판 것이 실수였지요. 등산화가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있었더라면 발목을 접질릴 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히 중심을 잡고 넘어지지 않았더랬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마음이 뒤숭숭한데 발목까지 다쳤더라면 더 마음 아팠을 듯...^^;



정신 차리고 다시 산책을 시작하려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 몇 분을 만났습니다. 한참 전에 산에 오르셨다가 이제 내려오시는 분들인가 봅니다.



보라색 과실이 열려 있던 나무 ! 어떤 나무일까요? ^^;



이제 해가 완전히 저물었습니다.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황금빛 햇살이 모두 사라지고 나니 산이 더욱 황량해 보입니다. 산을 찾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날씨마저 추웠으니까요.



이제 곧 어두워질 것 같아 하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근처에 사람들이 쌓은 돌탑 무리가 보입니다. 무언가를 간절하게 빌면서 쌓은 것들이겠죠. 꽤나 정성스럽게 쌓은 듯 보입니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돌탑들 ! 누가 쌓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균형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



근처에 돌탑을 쌓을만한 빈 자리가 남아 있길래 저도 돌탑을 하나 쌓고 왔습니다. 요즘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이 하나 있어서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말이죠. 제가 쌓은 돌탑은 무엇일까요? ^^



여기저기 쌓여있던 돌탑 무리 ! 사람들은 이 돌탑을 쌓으면서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가족들의 건강을 빌었을 수도 있고, 멋진 애인이 생기길 빌었을 수도 있고, 시험을 잘 보게 해 달라고 빌었을 수도 있겠죠. 아마 저처럼 꽤 간절하게 바라던 일들일 것입니다.



이 분이 쌓은 돌탑은 가히 장인의 경지인 것처럼 보입니다. 돌을 저렇게 비스듬하게 쌓았는데도 완벽하게 균형을 잡고 있으니 말이죠. 돌탑을 쌓는 동안 이 돌탑이 무너져 버리면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쌓아올리셨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정성으로 쌓은 돌탑이니만큼 돌탑을 쌓으며 바랐을 그 소원도 꼭 이루어졌음 좋겠네요. ^^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 역시 정성스럽게 돌탑을 쌓으며 간절하게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했습니다. 과연 이루어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었거든요. 계속해서 산을 오르고 싶었지만, 너무 어두워질 것 같아 산책을 마치고 내려와야 했습니다. 예전에 대학생 때 밤 늦은 시간에 계룡산을 오르다가 친구들과 함께 길을 잃어 한참을 헤맸던 기억이 있거든요. 집 근처 산에서 길 잃으면 더 부끄러울 것 같아서 더 이상의 산행은 포기 ! 날씨가 너무 춥기도 했구요. ㅎㅎ 가끔 근처 산을 찾아 산책하면서 답답한 기분 풀 수 있었는데, 이제 날씨가 추워져서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아서 아쉽네요. 대신 눈 쌓인 산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기대해야겠습니다.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아름다운 산행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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