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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_Europe/Germany

미루고 미뤄두었던 독일 하르츠 국립공원 트레킹 이야기.

by 맨큐 2017.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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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유럽을 접하게 된 것은 2008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먼나라 이웃나라'를 비롯, 다양한 소스를 바탕으로 세계사 공부(!)를 해 둔 덕에 유럽이 어떤 곳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험한 유럽은 책이나 동영상으로 접한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짧았던 첫 유럽 여행 이후 기회가 될 때면 유럽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고 영국, 프랑스, 체코, 스위스 등 평소 동경해 왔던 수많은 유럽 국가들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수많은 유럽을 다녀오면서도 유난히 '언젠가 한 번은 가 보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독일이었습니다. 전세계 다섯번째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자,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이었다는 점, 그리고 맛있는 맥주와 소시지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음에도 독일 여행을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은 첫 독일 여행 이후 독일을 한 차례나 더 다녀온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의아스럽기만 합니다. 아마도 여행사들의 수많은 유럽 패키지 중 독일이 포함된 상품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과 주변에서 자유여행으로 독일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점 때문에 독일은 딱히 관광하러 찾아갈만한 스팟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유여행 난이도가 높아 혼자 여행하기는 힘든 곳이겠구나 지레 짐작했던 탓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독일이라는 나라에 여행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가, 따로따로 알고 있던 2명의 지인이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 거주하고 있어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 겸 휴가 때 독일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게 벌써 3년 전 일이네요. 사실 이 때 당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라 여행을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기는 했습니다만, 이왕 여행을 가는 것이니 독일 거주 중이었던 친구와 조금은 특별한 코스로 여행을 다녀오자는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첫번째 독일 여행의 테마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주요 배경장소 중 하나로 등장하는 - 마녀들이 모여 파티를 벌이는 곳 - "하르츠 국립공원(Harz) 트레킹"이었습니다. 만약 독일 현지에 가주하던 친구의 자발적 협조가 아니었다면 미처 계획하지 못했을 테마 여행이었을 겁니다. 이 자리를 빌어 친구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불가피하게 미루고 미루었던 독일 여행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여행 목적지와 컨셉이 정해졌으니 남은 것은 짐을 싸서 여행지로 떠날 일만 남았습니다. 평소 여행과 다르게 트레킹에 필요한 장비들을 주문해서 캐리어에 잘 챙긴 후 인천공항을 통해 프랑크푸르트로 출발했습니다. 하르츠 국립공원 트레킹을 함께 할 친구를 만나러 베를린으로 가기 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또 다른 친구 한 명을 만나기로 했거든요.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베를린으로 직접 가는 비행기는 없으니, 먼저 프랑크푸르트를 거쳐야 하기도 했구요.

독일에 위치한 '마녀들의 숲'을 보러 가는 제 심정과 우리나라 전통 복장의 무관들을 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감정상태가 어느 정도는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



거창하게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곳을 찾아가는 여행이라 말씀 드리기는 했지만, 사실 '파우스트'는 괴테가 쓴 역대급 희곡이고, 신과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가 인간인 파우스트를 두고 유혹에 넘어오는지를 내기하는 내용이라는 것 말고는 제대로 아는게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파우스트'를 읽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파우스트' 속 배경장소를 방문하는 컨셉인데, 대강이라도 읽고 가야 예의일 것 같아 부랴부랴 리디북스에서 가지고 있던 무료 쿠폰을 이용해 '파우스트' 이북(eBook)을 구입해 아이패드에 담아 갔습니다.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모두 다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려울 경우 하르츠 국립공원에 도착하기 전이라도 모두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비행기에 앉아 책을 읽고 있자니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졸음을 쫓을 겸 땅콩을 안주 삼아 와인 한 잔 마시고는 본격적으로 잠들어 버리고 말았네요. ㅎㅎ 아무래도 프랑크푸르트까지의 12시간 비행 동안 '파우스트' 읽기는 실패할 것 같은 느낌..


첫번째 기내식. 지난 장거리 여행 때부터 느끼던 바가 있어 기내식을 통한 칼로리 섭취는 최소화하기로 했는데, 마침 기내에서 '미인국수'라는 저칼로리식을 제공하고 있길래 그 메뉴를 받아 먹었습니다. 마침 라면류가 먹고 싶기도 했구요. 그런데 승무원 분께서 미인국수를 주시면서 이거 가지고 끼니가 되겠냐며 오히려 걱정을 해 주시더라구요. 이거 가지고는 부족할 덩치로 보였나 봅니다. ㅎㅎ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씀드린 후 폭풍흡입!


비행기는 계속 프랑크푸르트를 향해 날아가는 중~ 그 와중에 전 계속 '파우스트'를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비행을 했는데, 결국 아이패드에 저장해간 미드나 예능을 보다가 잠들다가를 반복하면서 '파우스트' 완독 미션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프랑크푸르트에 도착! 아시아나 비행기가 더 먼저 도착해 있네요. 대한항공 비행기보다 먼저 출발했나 봅니다. ㅎㅎ


그런데 제가 타고 온 인천발 프랑크푸르트행 KE905편은 이미 도착해 있는데 또 다른 대한항공 비행기 한 대가 착륙 중이네요? 아마도 화물기가 도착한 듯 싶습니다.


별다는 문제 없이 독일 입국 완료. 곧바로 독일 여행 내내 사용할 저먼레일패스를 구입했습니다. 기다려 달라는 안내문도 아주 커다란 독일어로 씌여있으니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은 분위기..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가 빈 카운터가 생겨서 5일짜리 저먼레일패스를 구입했습니다. 여권번호와 이름이 패스에 함께 기재되기 때문에 본인 이외엔 사용이 불가합니다. 1달 이내에 5일을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인데, 5일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띄엄띄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티켓 검사는 거의 대부분 한다고 보시면 되는데, 그 때마다 티켓 왼쪽 아랫부분에 작성한 사용 날짜에 도장을 찍어서 해당 일자에 티켓을 사용했다는 것을 표시하더라구요.


일단  도착한 날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베를린으로 떠날 예정이었기에 다음날 아침 베를린으로 이동하는 기차 시간표를 알려달라고 하면 저렇게 기차 스케쥴과 환승역 등의 정보가 적힌 종이를 출력해 줍니다. 물론 독일 기차 시간표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DB BAHN 앱을 설치해갔기 때문에 앱으로도 확인이 가능했지만, 혹시나 해서 직원에게 정확한 시간을 물어보니 저렇게 친절하게 프린트를 해 주더라구요.


이제 프랑크푸르트에서의 미션은 모두 끝났습니다. 지인을 만나 독일 맥주를 즐기는 것 외에는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상황! 맥주의 나라인 독일에 왔으니 일단 맥주부터 한 잔 하면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먼저 가볍게 필스너부터!


뒤이어 소시지 안주가 나왔는데, 뭔가 기대했던 모양새가 아니어서 살짝 실망...


그러나 뒤이어 나온 감자튀김과 햄버거로 인해 소시지에 대한 아쉬움은 금세 잊혀졌습니다.


필스너로 목을 축였으니 다음은 바이젠입니다. 이미 한국에 있을 때부터 즐겨 마셨던 에딩거 바이젠이지만, 독일 현지에서 생맥주로 마시니 그 맛이 한국에서 마신 병맥, 캔맥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여행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군침이 절로 돕니다.


다음 안주는 닭가슴살 샐러드입니다.


둥켈 한 잔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지인의 일행들이 추가로 술집에 도착하면서 판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맥주도 추가로 시키고, 안주도 추가로 시키고...다음날 아침 베를린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야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뒤이어 나온 치킨 안주를 앞에 두고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은 치킨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내일 걱정은 내일 하기로 하고 마음껏 먹고 마셨습니다. 어차피 저먼레일패스를 구입해 놓았으니 기차는 아무 시간이나 가능한 시간을 골라서 타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다음날 아침, 숙취에도 불구하고 전날 계획했던 베를린행 기차를 타야 할 시간에 무사히 기차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캐리어를 들고 기차역으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기차역 안 매점에서 파는 빵이 무척 맛있어 보였습니다. 어차피 베를린까지 이동하려면 4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간단한 아침식사가 필요하긴 했으니, 구입해 가기로 했습니다.


나름 다양한 메뉴가 갖춰져 있어서 어떤 걸 골라야 하다가 고민하다가 샌드위치와 코카콜라로 결정!


오랜만에 다시 보는 뉴스인 것 같습니다. 프랑크푸르트로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었거든요. 참담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는데, 이 당시만 해도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미처 예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이제 조금씩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인 것 같습니다.


하노버역까지 이동할 ICE. 하노버에서 베를린까지 가는 기차로 갈아탈 예정입니다.


매점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비행기에서 미처 다 보지 못한 '왕좌의 게임'을 감상하며 이동 중..'파우스트'는 이 때도 다 읽지 못한 상태였으나 '아웃 오브 안중'이었습니다. ㅠㅜ


하노버 역에 도착해 베를린행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9번 플랫폼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베를린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드디어 베를린에 도착해 하르츠 국립공원 트레킹을 함께 할 친구를 만났습니다. 독일에 와서 맛있는 것 좀 먹었냐고 물어보길래 맥주만 실컷 마셨다고 했더니 독일 대표 음식을 맛보여주겠다며 데리고 간 곳이 바로 커리부어스트(CURRYBURST)를 파는 곳이었습니다.


뭔가 기대했던 독일식 소시지인 것 같은 비주얼입니다. 소시지 위에 케쳡과 커리 가루를 뿌려 만든 것인데, 독일인들의 국민 간식이라 하더라구요. 게다가 커리부어스트는 베를린이 원조라 하니, 베를린 방문하자마자 베를린 전통음식으로 제대로 환대받은 셈이었습니다.


이것은 머스타드 소스를 곁들인 소시지인데, 정확한 음식명이 기억이 나질 않네요. 분명 커리부어스트처럼 별개의 이름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커리 가루가 더해진 커리부어스트가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베를린 명물인 커리부어스트를 맛보고 나서 친구와 함께 그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하고, 다음날부터 시작될 하르츠 국립공원 트레킹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 포스팅부터 본격적으로 하르츠 국립공원 트레킹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베를린 시내관광 얘기부터 먼저 끝내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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