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예능의 환상적인 만남,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

지난 일요일 저녁은 정말 오랜만에 감동의 전율을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MBC에서 '일밤'을 살려내기 위해 기획한 새로운 프로젝트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라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동안 트위터라든가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이 프로그램에 대한 소감이 끊임없이 올라왔던 것을 상기하면 비단 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얼마나 감격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가 오랜만에 다시 현장으로 복귀해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예고편을 볼 때만 해도 '그냥 그런 예능 프로그램' 하나 늘어나는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에 할 일도 없고 해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마침 MBC에서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됐길래 과연 어떻게 만들었나 싶어 채널을 고정했는데, 정말 TV를 보면서 이렇게 몰입하고 감상했던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집중하면서 TV를 감상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레전드'라 불리우는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을 TV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이었습니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 분들이 워낙 TV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분들이었으니까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기존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딱 하나 ! 기존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스타가 되기를 원하는 일반인들이 출연해 서로 경쟁해 최후의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라면,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이미 스타가 된 가수들이 출연해 자신의 음악과 무대를 평가받습니다. 물론 프로그램 특성상 순위가 정해지기는 하지만, 첫 회에 등장한 출연진들부터 순위를 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할 정도로 쟁쟁한 분들이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 무대가 청중 평가단에 의해 평가받고, 그 결과에 따라 꼴찌는 탈락한다는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선뜻 출연에 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것이 현실화된 데에는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의 능력과 출연 가수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겠죠?

방송이 시작되기 전까지 비밀 유지를 위해 출연 가수들에게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첫번째 출연자 가수 이소라 ! 이소라씨가 선택한 노래는 '바람이 분다'였습니다. '바람이 분다'를 듣는 청중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고, 이소라님 역시 '눈물이 흐른다'라는 가사로 노래를 마무리하면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듯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감동을 주는 음악을 위해 선택된 가수 이소라씨의 무대는 정말 성공적이었습니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노래를 듣던 사람들이라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거리지 않았을까요? 아직 6명의 출연자가 더 남아 있는데도 이 이상 감동적인 무대를 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만약 이소라씨의 무대가 첫번째가 아니었다면 분명 순위는 바뀌었을 듯 한데 말이죠.

두번째 출연자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엽씨 ! 정엽씨가 선택한 노래는 수많은 여성 분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바로 그 노래, 'Nothing Better'였습니다. 역시나 무대 위에 정엽님이 등장하자마자 여성 분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터지더군요. 무대가 끝나고 나서 한참 뒤의 일이긴 하지만, 다음주부터 정엽씨의 매니저로 출연할 예정인 개그맨 김신영씨는 정말 프로그램 출연자가 아니라 팬의 입장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정엽씨 역시 TV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없는 가수였기에 TV를 보고 있는 저 뿐만 아니라 직접 무대를 감상하고 있던 청중 평가단 역시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세번째 출연자는 백지영씨 ! 백지영씨가 선택한 노래는 본인의 히트곡 중 하나인 '총 맞은 것처럼'이었습니다. 무대에 올라 노래를 시작했을 때는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는데 역시나 프로답게 노래를 부르면서 안정되어 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이 프로그램 안에서 여러 차례 밝혔던 것처럼 '나는 가수다'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가수들끼리 출연해 자신의 노래를 평가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을 가져다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그램 출연에 응한 가수들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 ^^

지. 이제 네번째 가수를 소개할 차례입니다. 네번째 가수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 대부분이 한 무대에서 겨뤄보기를(?) 희망했던 바로 그 가수, 김범수씨입니다. 사실 저도 김범수씨를 좋아해 오긴 했습니다만, 프로그램을 보면서 김범수씨가 왜 그토록 많은 가수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보컬인지 그 이유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범수씨가 '보고 싶다'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콘서트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외모가 아니라 노래로 평가해 달라는 김범수씨의 주문과는 달리 무대 초반에 청중 관객이 '잘 생겼다'는 한 마디의 외침으로 외모까지 평가해 주는 해프닝이...^^ 가수는 뭐니뭐니해도 노래를 잘 해야 하며, 가창력이 생명이라는 자문위원단의 말처럼 완벽한 가창력이란 무엇인지 선보인 김범수씨 !

다섯번째 가수는 윤도현씨 ! 대기실에 앉아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이 차례차례 등장할 때마다 화려한 출연진들을 보면서 "락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라며 엄살을 피우던 모습과 달리 무대 위에서 보여준 윤도현씨의 카리스마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윤도현밴드가 선택한 노래는 약간은 의외였던 'It Burns' ! 많은 살마들에게 생소한 노래를 선택했기에 과연 먹힐까 싶었는데, 역시나 수많은 공연 경험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들어맞았는지 청중 평가단 대부분의 분들이 모르는 노래였을 텐데도 불구하고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락 콘서트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 !

여섯번째 가수는 박정현씨 ! 요즘 연예인 팬들이 하는 말을 잠시 빌려보자면 '정현 누나, 날 가져요 ! 엉엉~ㅠㅠ'이라고 할 정도로 좋아하는 가수인데, 이런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박정현씨가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위해 선택한 노래는 '꿈에'였습니다. 제가 '편지할게요'와 함께 좋아하는 노래 중의 하나였습니다. ^^;

하지만 이 날 박정현씨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였는지 고음 부분을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만약 공연장에서 박정현씨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면 TV를 통해 한 번 걸러서 듣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느꼈겠지만, TV를 통해서 감상할 수 밖에 없어서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정말 '청중 평가단'에 선정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알아내서 직접 무대를 찾아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로 무대를 휘어잡는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 박정현씨 ! 아마도 TV를 통해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보신 분들은 최종 순위에 대해 약간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직접 무대를 보고 평가한 청중 평가단에게는 박정현씨의 목소리가 그만큼 폭발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가수는 국민가수의 칭호가 아깝지 않은 김건모씨였습니다. 데뷔 20년차라는 자막에 흠칫 놀랐습니다. 레게풍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던 김건모씨의 모습이 벌써 20년 전의 기억이라니...

김건모씨가 선택한 노래는 본인의 데뷔곡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아마도 제 나이 또래 사람들이라면 김건모씨의 노래 한 두 곡 쯤은 외우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유난히 노래 가사를 못 외우는 편인데, 김건모씨의 초창기 노래는 가사를 보지 않고도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 전에 나온 노래인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의 모든 가사를 다 알고 있으니 그 당시 김건모씨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미루어 짐작할만 하겠죠?

김건모씨의 무대를 보고 있으니 정말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간은 긴장한 듯한 다른 가수들과 달리 정말 무대를 자기 마음대로 들었다 놨다 하는 듯한 느낌 ! 김건모씨가 노래를 하는 짧은 3분 남짓한 시간은 20년의 세월이 가져다 주는 무게감이란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가수 이소라씨는 첫번째 무대를 마치고 나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진행하는 MC 역할도 겸했습니다. 이소라씨 역시 출연진 중 한 분이었으니 차라리 다른 전문 MC를 섭외해서 진행하는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유희열씨라든가 말이죠. 어려웠을래나? ㅎㅎ

이소라씨가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보고 난 후 내뱉은 한 마디, "듣는 입장이면 좋겠네요."라는 말은 이 날 무대가 모두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판단할 수 있는 발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듣는 입장에선 행복한 공연.
노래하는 입장에선 가슴 벅차면서도 떨리는 공연.

박정현씨가 인터뷰 도중 다시 신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말씀하시던데, 정말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 모두(김건모씨는 제외) 긴장한 듯한 모습이 역력하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내노라하는 가수들인데도 말이죠. 그만큼 출연자들 모두 쟁쟁한 실력을 갖춘 분들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겠죠? ^^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다닐 때 즐겨듣던 노래의 주인공들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아니었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김영희 PD가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기획한 의도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뛰어난 가창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이런 점들이 포인트인 것 같은데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첫 회부터 정말 기획 의도가 제대로 들어맞은 최고의 프로그램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할 수 있습니다.

가수들의 공연이 끝난 후 각자 원하는 가수들과 매니저 계약을 맺어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공연을 펼칠 가수들을 보필하게 될 개그맨들 ! 첫 회에서 이들의 활약은 미미했지만,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출연한 개그맨들 역시 하나같이 최고의 재능을 갖춘 분들이었으니까 말이죠. ^^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정말 오래만에 귀가 맑아지는 듯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귀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다니, 참 신선하네요. ^^ 음악이란 어떤 것이다를 보여주는 가수들의 공연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니, 앞으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어떤 가수들을 섭외할지 흥미진진해집니다. 물론 그러려먼 매주 출연자 중 한 명씩 탈락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 정말 최고의 실력을 가진 분들이라 누가 떨어지더라도 안타까울 테니까요.

벌써부터 인터넷의 수많은 게시판에서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으면 하는 가수들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신승훈씨, 이승환씨, 이승철씨, 김연우씨, 박완규씨, 박혜경씨, 박효신씨, 나얼씨 정도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제가 모르는 훌륭한 보컬들이 훨씬 많을 테니 그 부분은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제작진들이 알아서 해결해 주겠죠?

이와 별개로 '니가 가수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던데, 이 프로그램은 섭외가 어려워서 성사되기 힘들겠죠? ^^;

아무튼 음악과 예능이 환상적으로 만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기획 의도대로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음악의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분간은 일요일 저녁을 기대하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