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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Issue

예비군 8년차, 혹시나 해서 전시 병력 동원 소집 통지서 조회...

by 맨큐 2010.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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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0년 1월 17일. 아무 생각 없이 군대라는 곳에 입대했었습니다. 남들이 가니까 이 때쯤 나도 가야겠다는 생각에...한겨울에 논산훈련소으로 입대한 후 6주간의 기초 훈련을 받고 다시 3주간의 주특기 교육을 마치고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최전방 GOP 부대로 자대 배치를 받았으니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군대에 관련된 문제라면 전혀 꿀릴 것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천운을 타고나 나중에 우연히라도 공직에 나가게 된다면 이게 결격 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우리나라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방의 의무 이행자들은 고위 공직 후보에 오르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군 면제자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죠. 물론 국회도 예외는 아니고...



2000년 1월 17일부터 2002년 3월 16일까지 에누리 없이 2년 2개월 동안 말 그대로 개고생(이라는 단어 말고는 군생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적당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군요.)을 하고 드디어 이제 공부를 할 수 있겠구나 싶은 들뜬 마음으로 복학을 했습니다. 너무 들떴는지 학점은 좋지 않았습니다만...-_-;



그런데 2년 2년간의 현역 군생활을 마쳤다고 해서 지긋지긋했던 군대와의 인연이 이걸로 완벽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대한 해인 2002년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는데, 2003년부터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오라고 통지서가 날아오더라구요?

예비군 1년차부터 4년차까지는 동원지정이라 해서 실제 군부대에서 숙식을 하며 훈련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비군 1년차부터 3년차 때까지는 학교 재학중이었는데, 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의 경우 동원지정되지 않고 하루의 훈련을 받는 것으로 예비군 훈련을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벌써 예비군 8년차가 되었습니다. 예비군 7~8년차는 그 동안 고생했으니 잠시 쉬라는 의미인지 훈련이 면제되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싫어라 했던 예비군 훈련임에도 회사를 다니다 보니 예비군 훈련이 면제된다는 사실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더라구요. 법적으로 회사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까 말이죠. ㅋㅋ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예비군 훈련 받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제가 2년 전까지 이수해야 했던 예비군 훈련과 같은 제도를 굳이 유지해야 하는가에는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예비군 훈련 내용을 내실화했다고 합니다만, 글쎄요...과연?

아무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얼마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하고 보니 그래도 대한민국 육군 병장 만기 전역자로서 울컥 하는 심정이더라구요. 말년 휴가를 앞두고 휴가를 출발하기 전 포격 소리에 부대로 복귀했다가 전사한 故 서정우 하사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그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네요.



새삼 우리나라가 적국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보니 군대 뿐만 아니라 예비군 훈련에 대해 그렇게 짜증을 냈음에도 만약 실제 전시 동원령이 선포되면 적어도 우리 가족들이라도 지키겠다는 심정으로 입영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더군요. 예전에는 농담 삼아 동원령이 선포될 것 같으면 어느 나라로 도망가야 안전할까 하는 이야기도 하긴 했습니다만...



전쟁이 발발해서도 안 되고, 실제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극히 낮긴 합니다만,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인지라 메일함을 검색해 전시 병력 동원 소집 통지서를 찾아 봤습니다. 예전에 E-mail 뱡략 동원 소집 통지서 수령 신청을 해 뒀었거든요. 실제 전쟁이 터지면 인터넷 회선이 온전할리 없을 텐데 미리 소집장소가 어딘지 알아야 동원령이 선포되면 찾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전 동원령 선포후 5일이 지난 오전 8시~9시에 지정된 장소로 찾아가야 하는데, 과연 거기까지는 어떻게 가야 하는 걸까요? 그런 상황에서 대중교통이 정상 운항할 리 없을 텐데....

사실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울화통이 터져서 과연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만...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우리나라인 걸...

행방불명된 사람 하나 찾지 못해 군대에 입대시키지 못 하는 우리나라의 병역 행정 시스템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행방불명을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긴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겠죠? 제가 욕하는 그런 부류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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