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Daily Event/GOP

[입소대대] 훈련소 가는 길 Ep. 2

by 맨큐 2011. 1. 18.
반응형
낯선 곳에서의 첫날밤...

앞으로 펼쳐질 군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새벽녘에 있었던 불침번 근무 등으로 인해서인지 입소대대에서의 첫날밤은 영 개운치가 않았다. 하긴 군대에 입대한 첫날밤을 개운하게 보낼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해병대에 자원 입대를 신청한 현빈이라도 이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첫날밤만 개운하지 않은 것으로 끝나면 무척이나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생활하는 2년 내내 이 기분이 유지된다는 얄궂은 현실...

앞으로의 군생활을 예감케 하는 것이었을까? 입소대대에서 보내는 두번째 날 안타까운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입대한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그 날 아침에 함께 입대했던 누군가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아침에 간단하게 구보를 했었는데 입대하기 전날 술을 잔뜩 마셔서 몸이 견디질 못했는지 구보 후 오바이트를 하다가 기도가 막혀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 시간부로 입소대대에서는 난리가 났다. 사망자의 부모님께서는 황급하게 입소대대로 들어오셔서
조교들의 구타 때문에 이렇게 된 거 아니냐고 울부짖으시고...남은 장병들마저 덩달아 자기들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뒤숭숭해하고...

사건 경위가 전부 밝혀진 후에야 겨우 분위기가 진정되었다. 잠시나마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던 고인을 위해 함께 입대한 사람들과 조교들이 위로금을 모으기도 했다. 위로금 정도로 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을 위로할 순 없었겠지만...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어쨌든 이 사건 후에 조교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게 되었다. 괜시리 또 다른 사건이 터지면 연루될 것을 염려해서였는지 이후 욕을 하거나, 얼차려를 주는 조교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뒤숭숭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남아있는 입대 장병들을 위해 진행되어야 할 절차는 별다른 탈없이 진행되었다.

군에 입대하면 반드시 거치는 절차들이 있는데 파상풍 주사를 맞는 것도 그 중에 하나이다. 조그마한 상처도 파상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곳이기에 무조건 파상풍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파상풍 접종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접종 과정이 엽기적인 것이 주사를 놓아야 할 군의관들은 단지 손가락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손가락을 까딱함으로써 권총 모양으로 생긴 주사기를 눌러 주사 바늘을 찔러넣는 것이다. 그 외의 일은 모두 장병들의 몫으로 본인이 주사 맞을 부위를 골라서 주사기 부분에 잘 갖다대야 한다. 제대로 된 부위를 갖다대지 않을 경우 피범벅이 된 팔을 보게 되는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_-; 다행히 나는 피를 보지 않았지만 몇몇 운없는 사람들은...;;

아무튼 군의관들이 수많은 훈련병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고 지겹다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군의관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군의관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나 보다. 지금은 조금 바뀌었으려나?

이 파상풍 주사의 위력(?)은 다음날부터 논쟁의 중심에 오르게 된다. 군장병들의 성기능 장애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입대한 직후부터 장애 징후가 나타났다는 장병들의 주도로 난상토론이 펼쳐지게 되는데...일부는 우리가 먹는 밥에 이상한 약을 탔기 때문이라고 주장을 했고 또 다른 일부는 파상풍 주사가 원인이라고 주장을 했다.

7주 정도의 훈련소 기간 동안 이성을 접할 기회가 완벽하게 차단되는 훈련병들의 성욕 자체를 억제시킬 필요가 있는 육군훈련소 측에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모종의 음모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 결과, 결국 입대 이후 셋째날부터 증상이 나타났다는 수많은 장병들의 증언으로 인해 파상풍주사가 성기능 장애를 유발한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던 것 같다. 조교들도 우리와 같은 밥을 먹는다는 사실이 밥에 성욕 억제제를 첨가한다는 주장의 사실 입증력을 약화시켰던 듯...이후 사실 우리가 전날 맞았던 것은 파상풍 주사가 아니라 성욕 억제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확산되어갔다.

어쨌든 진실은 저 너머에..
반응형

'A Daily Event > GOP'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소대대] 훈련소 가는 길 Ep. 3  (0) 2011.03.12
[입소대대] 훈련소 가는 길 Ep. 1  (7) 2010.12.21
GOP 짬돼지를 아시나요?  (40) 2007.08.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