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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aily Event/Diary

한 달간의 충치 치료, 그 고통스러웠던 경험으로부터 배운 교훈.

by 맨큐 2007.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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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호랑이, 귀신,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 돈, 사람, 고독... 여러 가지 답이 있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치과를 가장 무서워합니다. -_-; 어린 시절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받았을 때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어서인지 성인이 된 지금도 치과만 생각하면 몸서리를 칠 정도입니다. 치과에 들어서면 맡을 수 있는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치아를 치료할 때 발생하는 그 날카로운 소리들. 치과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상상조차 하기 싫어할 정도니, 어린 시절 치아를 치료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치과에 가지 않고 버티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치과만은 죽어도 가지 않겠다며 버텨오던 제게 드디어 시련이 찾아오고야 말았습니다.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간간히 통증을 유발해 왔던 충치 녀석들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었죠. 처음에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잠깐 아프다 말겠지 생각하고 버텨봤으나 예상 외로 통증이 3일 동안이나 지속되더군요. 통증이 지속적으로 신경 구석구석을 자극하는데, 그로 인한 고통이 너무 심해서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치과에 방문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때 이후로 첫 방문이었으니 거의 17년만에 처음으로 치과를 찾게 된 셈이었죠. 그렇게나 무서워했던 치과를 17년만에 방문해서 치료를 받기로 결심할 정도였으니, 충치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상상이 되시겠죠? ^^;




우여곡절 끝에 방문한 치과의 모습은 다행히도 기억 속에 남아있던 그 때의 끔찍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잠시라도 맡기 싫었던 소독약 냄새는 거의 찾을 수 없었고, 삭막해 보이기만 하던 대기실도 멋지게 꾸며져 있더군요.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간단하게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도 마련되어 있었구요. 다만 치아를 치료할 때 사용하는 기구들에서 발생하는 날카로운 소음들은 여전했더랬습니다. ^^;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제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습니다. 진료대에 누워 입을 벌리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께서 구석구석 살펴 보시고는 치료해야 할 부위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충치가 상당히 심하게 진행된 치아 한 개는 신경 치료를 해야 하고, 어렸을 때 어금니의 충치를 치료하고 끼워넣었던 아말감이 부식되어 떨어져 나갔기에 또 다시 어금니에서 충치가 진행되어 때워넣어야 하며, 사랑니 4개가 발치한 상황인데 모두 썩어서 뽑아야 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씀을 너무나 태연하게 해 주시더군요. ^^;

신경 치료를 해야 하는 치아의 경우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치아를 완전히 뽑아내고 임플란트를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단지 치과가 무섭고 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2년 동안 억지로 통증을 참아가며 버텨왔던 제가 바보처럼 여겨졌습니다. -_-;

그런데 분명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임이 분명했음에도 막상 견적(?)을 뽑고 나니 망설여지더군요.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충치 하나만 치료하면 될 것으로 예상했건만 이렇게 대규모의 공사가 절 기다리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으니까 말이죠.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또 다시 치과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이 올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여 이왕 치료하는 거 깔끔하게 한 방에 해치우기로 했습니다. 치료비는 그 동안 모아놓은 애드센스 수익금으로 충당하기로 했구요. ;;; 혹시 다른 치과에서 치료하면 더 싸게 치료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몇 곳을 더 찾아가 봤지만, 처음 방문했던 곳이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기에 이 곳에서 계속 치료받기로 했습니다. 손님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일단 실력도 검증받은 것 같았고,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 모두 친절하셨기에 믿기로 한 것이죠.




치과를 방문한 첫 날에는 간단하게 신경 치료할 치아의 썩은 부분을 긁어내는 작업만 했습니다. 지금까지 겪었던 치통이 바로 이 녀석 때문이었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마취주사 한 방 맞고 30분 동안 치료를 받았습니다. 눈 앞에서 이상해 보이는 기구들이 왔다갔다 하고, 입 안에서는 뭔가 미세한 조각들이 튀는데 정말 미치겠더군요. 게다가 마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선생님께서 신경을 건드릴 때마다 느껴지는 그 짜증스러운 느낌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구요.




썩은 부분을 모두 긁어내고 나서 긁어낸 부위를 임시로 때워주신 후에야 입 안을 헹굴 수 있었습니다. 치과에 있는 동안 그나마 행복한 순간이었죠. 어쩄든 입 안을 물로 헹굴 수 있다는 건 그 날의 치료가 끝났음을 알려주는 신호와 비슷한 것이었으니까요. 물론 어금니를 치료할 땐 치료 도중 3~4번씩 물을 마시긴 했지만요.




요즘 치과에서는 진료대에 누워 이렇게 자신의 치아 상태를 X-Ray로 볼 수 있습니다. 화면상에서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는 치아가 이번에 신경 치료한 녀석입니다. 썩은 부분을 긁어내고 무언가로 채워넣은 것 같은데 채워넣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신경 치료를 마치고 나니 치통은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통증을 유발하던 직접적인 원인이 제거되고 나니 치료를 여기서 중단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중에 치료하면 안 그래도 부담스러웠던 치료비가 대폭 증가하지 않을까 싶어 약한 마음은 접기로 했습니다. 치료비에 굴복한 것이 더 약한 모습인지도 모르겠지만요. ^^;


아래에는 치아의 본을 뜬 사진이 담겨 있으니 비위가 상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펼쳐보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신경 치료가 끝난 후 진행된 것은 어금니 충치 치료였습니다. 신경 치료에 비하면 이건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 작업이었지만 양쪽 어금니 6개를 치료해야 했기 때문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한 쪽 치료가 완전히 마무리된 후에야 반대편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요.

일단 부식이 진행되고 있던 아말감을 떼어내고, 어금니의 썩은 부분을 긁어낸 후 치아의 본을 떴습니다. 본을 뜨고 며칠 지나서 치과에 방문하니 위의 사진과 같이 제 치아 본 뜬 틀에 금이 씌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 금 조각을 떼어내 그대로 제 어금니에 끼워 넣으시더라구요. 제 치아를 본 뜬 것이니 꼭 맞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래도 복잡하게 생긴 조각이 제 어금니에 꼭 들어맞는 것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

어금니 치료가 모두 끝나고 나서 남은 것은 사랑니 발치였습니다. 가장 두려워했던 작업이기도 했지요. 주위에서 사랑니를 발치할 때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는 식으로 잔뜩 겁을 주는 바람에 상당히 긴장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남자들이라면 어렸을 때 대부분 겪었을 포X수술보다 훨씬 더 아프다는 말을 들으니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죠.

어지간하면 사랑니를 뽑지 않고 평생 함께 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지만, 이미 사랑니가 썩어 주변 다른 치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셔서 눈 질끈 감고 뽑기로 했습니다. 사랑니를 뽑기로 한 날, 치과에 도착해서 먼저 스케일링 치료를 받았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케일링을 한 것이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곧 사랑니를 빼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스케일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랑니 발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첫번째 날에는 오른쪽 위에 위치한 사랑니를 빼기로 했습니다. 아래쪽 사랑니를 먼저 빼면 사랑니를 뺀 공간에 음식물이 끼어 불편한 기간이 조금 더 늘어나는 셈이니 위쪽의 사랑니를 먼저 빼는게 낫다고 하시더군요. 마취 주사를 맞고, 마취약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 사진에 보이는 무시무시한 도구가 바로 제 사랑니를 뽑아낼 역할을 맡은 녀석이었죠. 다행히 망치와 드릴은 필요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저 녀석이 제 입 안을 헤집고 다니면서 사랑니를 뽑을 때 귓 속에 울리던 '뿌드득 뿌드득' 소리는 잊을 수 없습니다. 마취를 해서 아프지는 않았는데, 뭔가 입 안에서 뽑혀 나가는 소리가 들리니 참 묘하더군요. -_-;

제 사랑니가 똑바로 자라고 있어서 발치 작업에 돌입한지 1분만에 사랑니가 뽑혀져 나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허탈하셨는지 '사랑니가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 치곤 너무 쉽게 뽑혔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예상했던 것보다 아프지 않은 것은 물론 너무 쉽게 사랑니를 뺀 것 같아 바로 다음날 오른쪽 아래에 자리잡은 사랑니를 빼겠다고 예약했습니다만, 계산 착오였습니다. 마취 풀리고 나니 엄청 아프더군요. 마취가 풀리고 나서부터 약 3~4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못 하고 죽은 듯이 누워있어야만 했습니다.

이 고통을 앞으로도 3번이나 더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더군요. 그런데 고통도 점점 익숙해지는 것일까요? 두번째 사랑니를 빼고 나서는 첫번째 사랑니를 뺄 때만큼 아프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1분도 안 걸려서 발치 완료했구요. 그저 사랑니가 똑바로 자랐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오른쪽 2개의 사랑니를 발치하고 난 후, 약 일주일 후에 반대편 사랑니를 빼러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귀찮게 이틀 방문할 필요없이 한번에 사랑니 2개를 빼도 괜찮겠다고 말이죠. 저도 그게 편할 것 같아 그렇게 하자고 말씀드렸고, 그 날 하루에 왼쪽 2개의 사랑니를 발치함으로써 저의 길고 길었던 충치 치료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니가 옆으로 나서 하나 뽑는데에만 1시간이 걸렸다는 주위 친구들에 비하면 제 경우 상당히 쉽게 사랑니를 뽑은 것 같습니다. 사랑니를 뽑고 나서 일주일 동안 얼굴이 퉁퉁 부었다는 친구도 있었는데 제 경우는 마취 풀리고 몇 시간 정도 아프고 말았으니까요.

사랑니를 뽑고 나서 며칠 동안은 식사 후에 사랑니를 뽑은 자리에 음식물이 껴서 귀찮았지만, 이제는 상처 부위가 거의 아물어서 일상생활에 아무런 불편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치통도 완전히 사라졌구요. 어금니를 금으로 떼우는 바람에 완전히 새하얀 치아를 가질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충치 때문에 까맣게 썩은 치아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네요.

치과가 무섭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안 가고 버텼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조금이라도 일찌감치 치과에 방문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치통도 줄이고 치료비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치과가 무서운 것은 변함없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해 검진을 받으면서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치료받은지 얼마 안 지난 시점이라 이렇게 결심하고는 있지만, 시간 지나면 '귀찮게 뭘 정기검진까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래도 정기검진 안 받으면 엄청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부지런 떨어 봐야죠. 여러분도 저처럼 미련하게 치통 참지 마시고, 아프면 바로 치과에 가셔서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빨리 치료할수록 치료비가 절감된다는 사실도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구요. 가장 좋은 것은 이렇게 치료를 받기 위해 치과에 갈 필요가 없도록 평소에 치아를 잘 관리하는 것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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