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Field of Action/I ♡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이승훈 선수의 은메달, 그리고 쇼트트랙 이정수 선수의 금메달.

by 맨큐 2010. 2. 15.
반응형
설날 연휴, 밴쿠버로부터 낭보가 들려왔습니다.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이승훈 선수가 은메달을 따 우리나라에 첫 메달을 안긴데 이어, 쇼트트랙 1,500m에서는 이정수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다는 소식 !

쇼트트랙이야 워낙 우리나라 대표 종목이기 때문에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에 그리 큰 감흥을 받지는 못했지만,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메달을 땄다는 소식은 처음 듣는 것 같아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승훈 선수의 스피드 스케이팅 메달 획득이 아시아 최초라는군요. 더 놀라운 사실은 이승훈 선수가 원래는 쇼트트랙 선수였는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지 7개월만에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은메달... 종목을 바꾸고 나서 정말 피나는 연습을 했을 것 같더군요.

이렇게 훈훈한 은메달 획득 소식을 확인하고는 밴쿠버 동계 올림픽과 관련된 이런저런 소식들을 검색하고 있는데,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 뿐만 아니라 은메달, 동메달 역시 우리나라가 휩쓸 수도 있었는데 놓치고 말았다는 아쉬움 가득한 기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결승점 바로 직전까지 우리나라 선수들이 1, 2, 3위로 달리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뒤따라 오던 두 명의 한국 선수들끼리 걸려 넘어지면서 은메달, 동메달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넘어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부지리(?)로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예전 김동성 선수와의 대결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금메달을 강탈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미국의 안톤 오노...

쇼트트랙에서 우리나라가 금, 은, 동을 싹쓸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자, 그 기회를 날려버리는데 주역을 담당한 이호석 선수에게 쏟아지던 비난들. 은메달이 안톤 오노 선수에게 넘어갔기 때문이었을까요? 사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이호석 선수에게 비난이 집중될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올림픽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성적을 올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경기 리플레이를 보기 전까지는 이호석 선수가 단순히 경쟁심 때문에 약간의 욕심을 부려 막판에 인코스로 파고들다가 넘어지게 되었고, 운이 없었는지 바로 앞에서 달리고 있던 성시백 선수도 이호석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호석 선수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쇼트트랙계에 뿌리깊은 파벌 싸움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던 것이죠. 그 연결고리는 바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 선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승훈 선수는 원래 쇼트트랙 선수였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꿔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호석 선수의 행동을 비판하는 분들이 파벌 싸움의 일례로 들며 유명해진 동영상. 2007년 국가대표 선발전 1,000m 경기 장면이라 합니다. 이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송경택 선수, 2위는 이승훈 선수, 3위는 성시백 선수. 문제의 이호석 선수는 실격패를 당하게 됩니다. 짙은 남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이호석 선수로, 동영상을 자세히 보시면 경기 내내 이호석 선수가 송경택 선수를 1위로 만들기 위해 다른 선수들의 주행을 방해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당시 이호석 선수는 국대 포인트가 충분했기에 송경택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른 선수들을 몸으로 막아내고, 결국 송경택 선수를 1위로 만들어 줍니다. 쇼트트랙 내부에 파벌 싸움이 극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이지요.

이번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 열린 2009년 4월 경기 중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승훈 선수는 2009년 국대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합니다. 가능하다면 2009년 국대 선발전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영상을 찾을 수가 없네요. 2009년 국대 선발전의 경우 안현수 선수가 부상 중인 틈을 타서 다른 해와 달리 1회로 결정났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판단컨대 이 당시 선발전에서도 파벌간 견제가 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이호석 선수는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때 안현수 선수에게 지고 나서 '이길 수도 있었는데, 안현수 선수에게 금메달을 양보했다'라는 취지의 발언 드립, 2007 국가대표 선발전 1,000m 경기의 자기 라인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다른 선수의 주행 방해, 결국 이번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1,500m에서 대한민국이 금, 은, 동메달을 모조리 휩쓸 수 있었는데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은메달, 동메달을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헌납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전과로 대한민국의 적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니, 메달 싹쓸이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적어도 다른 선수의 메달 획득을 방해하지는 말았어야죠. 본인의 순위 욕심 때문에 은메달을 놓친 성시백 선수는 무슨 죄란 말입니까? 리플레이를 통해 이호석 선수의 다리에 걸려 넘어진 성시백 선수가 빙판을 치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을 넘어선 감정이 솟구치더군요.

아직 5,000m 릴레이 계주 경기가 남아 있는데, 팀웤이 이래가지고서야 과연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편으로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때를 생각해 보면 쇼트트랙에서 팀웤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파벌 싸움이 정점을 찍고 있던 그 때 당시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한체대파 안현수 선수는 비한체대파였던 다른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었기에 팀웤은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월등한 기량을 과시하며 당당히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니까요.

스포츠에서 더 나은 성적을 위해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른 선수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모습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 이번 사건을 통해 이런저런 글들을 읽으며 쇼트트랙 내부의 파벌 싸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쇼트트랙 파벌 문제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은 링크한 글(쇼트트랙 파벌 문제 완전 정리)을 참고하시길 !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 전에 쇼트트랙 내부의 파벌 싸움은 모두 정리가 되었다는 말이 있던데, 과연 이렇게 곪을대로 곪은 문제가 완벽하게 치유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제발 집안 싸움하는 모습만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