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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ports

평생 잊지 못 할 2009 한국시리즈 7차전, 그리고 12년만의 KIA 타이거즈 우승 !

by 맨큐 2009.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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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국민학교 3학년 재학 즈음이었을 겁니다. 우연히 알게 된 프로야구에 매료되었고, 서울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MBC 청룡이 팬이 되어 열심히 응원을 했더랬습니다. MBC 청룡이 LG 트윈스로 바뀌고 나서는 LG 트윈스의 팬이 되었는데, 이 때만 해도 막연하게 '내가 서울에 살고 있으니, 서울에 연고가 있는 팀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1993년 이종범 선수의 데뷔를 계기로 응원팀이 해태 타이거즈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때 당시 프로야구를 열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이종범 선수의 플레이는 리그 전체를 지배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종범 선수의 팬들이 지금의 이종범 선수에게 '이종범이라 쓰고 종범신이라 읽는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대단한 활약이었죠. 1번 타자가 안타 뿐만 아니라, 도루, 홈런, 수비 모두에 능했으니까 말이죠. 이 때는 정말 이종범 선수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었죠. 해태 타이거즈의 팬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즐거움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선동열 선수와 이종범 선수가 일본으로 진출하고 나서 해태 타이거즈는 급격하게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하강 곡선은 해태 타이거즈가 기아 타이거즈로 바뀌고 나서도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밥 먹듯이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던 해태 타이거즈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죠. 어느 순간부터는 탈꼴찌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재미가 사라져 가고 있을 무렵, 사건이 터졌습니다. 기아 타이거즈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해로부터 12년이 지난 2009년 !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페넌트레이스 1위에 등극한 것이죠. 사실 시즌 초반 기아 타이거즈가 하위권에 머물러 있을 때만 해도 '올해도 글렀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쭉쭉 치고 올라오더니 감격적인 페넌트레이스 1위를 달성하더라구요.

정말 기뻤습니다. 기아 타이거즈의 팬으로서 너무나도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이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아직 한국시리지 우승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시리즈의 상대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SK 와이번즈였습니다. 비록 두산을 상대하느라 힘이 빠진 상태긴 했지만,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상대였죠. 아니나 다를까, 전문가들이 절대적인 우세를 점쳤던 기아 타이거즈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는 최종 7차전까지 치뤄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내심 6차전에서 윤석민 선수가 마무리를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윤석민 선수의 컨디션 난조와 더불어 타선의 침묵 때문에 7차전까지 가게 되었죠. 불안했습니다. 다 잡은 대어를 눈 앞에서 놓치게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게다가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모습도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여줬던 강력한 모습은 아니었으니, 이러다가 역전패 당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7차전은 보지 말자 싶었습니다. 경기를 보는 내내 마음 졸일 것이 뻔했거든요. 그런데 아뿔싸 ! 며칠 전 뉴욕으로 가기 위해 리무진 버스를 탔는데, 버스 기사님께서 한국시리즈 7차전 중계를 틀어주시더군요. 제가 뉴욕으로 출국하는 날이 바로 한국시리즈 7차전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경기 보면서 마음 졸이느라 고생하지 말고 그냥 잠이나 잘까 했는데, 또 사람 마음이 그게 아니더라구요. 아예 중계 화면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겠는데, 떡하니 틀어놓으니 외면할 수가 없더라구요. 어느새 제 눈과 귀는 한국시리즈 7차전 중계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6차전이 끝나고 7차전이 시작하기 전에 느꼈던 불안감이 적중할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더군요. 경기 중반까지 기아 타이거즈가 5대 1로 뒤지고 있었습니다. 저와 함께 단 둘이 리무진 버스에 탑승한 아저씨 한 분은 SK 와이번즈의 팬이신지 연신 '잘 한다'를 외치고 계셨구요. 속으론 부글부글 끓었지만, 어쩌겠습니까? 그저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기적적인 역전승을 일구어 내고 바라고 있을 때,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정말 기적을 연출해 주었습니다.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어서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홈런포 등으로 기어코 동점을 만들어 낸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어지는 타순은 2009년 기아 타이거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CK포, 최희섭 선수와 김상현 선수 ! 잘만 하면 역전은 물론, 오히려 큰 점수차로 달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기대가 큰 탓이었을까요? 최희섭 선수는 어이없게도 삼진을 당해버렸습니다. -_-;



이어지는 김상현 선수의 타석 ! 페넌트레이스에서처럼 괴력을 발휘해 주길 빌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멈추더니 'NO SIGNAL'이 뜹니다. 터널에 진입했더군요. 터널에선 DMB가 잡히지 않아서 저렇게 멈춰버린 김상현 선수를 하염없이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과연 김상현 선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을지 궁금해하면서요. ^^;



겨우 터널을 빠저나오니 DMB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퇴근시간이라 도로가 정체되고 있어서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려 방송에서는 광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쨌든 김상현 선수의 타석은 지나간 상황 !



나중에 확인하니 점수는 여전히 5:5인 상황이었습니다. 김상현 선수도 아웃으로 물러났거나 점수를 못 낸 것이죠. 아쉬웠습니다. 그대로 경기를 끝낼 수도 있는 기회라 생각했는데, 두 선수 모두 맥없이 물러난 것 같아서 말이죠. 물론 선수 본인들이 가장 아쉬웠겠지만요.



그렇게 5:5의 팽팽한 점수가 이어지다가 기아 타이거즈의 마지막 공격인 9회 말이 도래했습니다. 위 사진은 이미 모두 알고 계시듯 기아 타이거즈의 나지완 선수가 기적을 일구어낸 바로 그 순간입니다. 왠지 나지완 선수가 한 건 해낼 것 같아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가 나지완 선수가 배트를 휘두르는 순간 저도 함께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런데, 나지완 선수가 힘껏 휘두른 배트에 맞은 공은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힘있게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6:5 !!!

기아 타이거즈의 기적 같은 역전승을 만들어낸 나지완 선수의 한 방이었습니다.



이 한 방으로 기아 타이거즈는 2009 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습니다. 홈런을 맞고 허탈해하는 채병용 선수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는 순간, 저와 함께 버스에 타셨던 SK 와이번즈의 팬으로 보이는(어쩌면 안티 기아 타이거즈일 수도...^^;) 아저씨는 욕설을 내뱉고 계셨더랬습니다. -_-; 그나마 버스 안이었으니 그 정도였지, 혼자 계셨더라면 정말 온갖 저주를 퍼부었을지도 모르겠네요.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



갑작스런 도로 정체 때문에 비행기 시간에 늦을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기아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이 순간만큼은 비행기를 못 타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기아 타이거즈의 팬으로서 그만큼 오래 기다려왔던 일생일대의 사건이었으니까요. ^^



특히나 이종범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릴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선수 생활 은퇴를 종용받던 이종범 선수였는데, 올 시즌만큼은 백전노장으로서 앞장서서 선수들을 독려해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을 일구어 냈으니 그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때 이종범 선수의 팬들 중에는 눈물을 흘린 분들도 계실 듯? ^^;



물론 끝내기 홈런 한 방으로 기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7차전 승리를 결정지은 나지완 선수의 눈물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시리즈 MVP 논란으로 약간 시끄럽긴 했지만, 어쨌든 나지완 선수의 한 방으로 7차전에서 승리해 기아 타이거즈가 2009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시리즈 MVP는 로페즈 선수에게 돌아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뭐 이미 다 지나간 일이라 왈가왈부하긴 좀 그렇지만요.



스승인 김성근 감독을 찾아가 인사하고 있는 조범현 감독 ! 훈훈한 모습이더군요.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야 기아 타이거즈의 2009 한국시리즈 우승 관련 기사를 접했는데, 한국시리즈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였다는 내용이 많더라구요. 이 승부를 경기장에서 직접 바라본 기아 타이거즈의 팬들은 정말 돈이 아깝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전 달리는 버스 안에서, 가끔은 전파가 끊겨 답답해하면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으니까요. 뭐 이것도 나름 추억이라면 추억이겠지만요. ^^; 제목에도 언급했지만, 2009 한국시리즈 7차전을 정말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멋진 추억 만들어준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전하고 싶은 심정이네요. 고생하셨다는 인사도 함께요. ㅎㅎ 조금 이르긴 하지만, 내년에도 멋진 경기 부탁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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