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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Issue

토익, 텝스! 이건 너무 치사하잖아요.

by 맨큐 2007.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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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얼마 전, 올해 7월 22일에 시행될 예정인 토익 시험을 접수했습니다. 인터넷 접수 마감이 6월 17일이라 아직 여유가 있긴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시험 접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면 추가 접수 기간에 10%의 수수료가 더해진 금액을 지불하는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고, 원하는 시험장소에서 시험을 볼 수 없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접수기간임을 안 김에 서둘러 접수를 완료했더랬습니다.

마지막으로 토익 시험을 봤던 작년 여름에까지만 해도 토익(TOEIC) 시험 응시료가 34,000원이었는데, 올해는 37,0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되었더군요. 물가가 상승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인상 조치였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사실 영어 능력을 테스트하는데 37,000원이나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그 가격 결정 과정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지만(비슷한 영어 능력 시험인 텝스의 응시료는 30,000원밖에 안 하는데 말이죠), 가격이라는 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믿는 편이기에 토익 시험에 대한 관리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과 같은 요구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영어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서 한 번의 시험으로는 목표했던 점수를 달성하지 못할까 걱정스러워 그에 대비하여 연속으로 8월 시험에도 응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저 같은 사람 입장에서 지적하고 넘어가고 싶은 점이 있더군요.



1. 접수 취소 수수료 기준

다들 아시겠지만, 토익 시험 접수를 취소할 경우 접수기간에 따라 취소 수수료가 달라집니다. 방문 접수 기간 내에 취소할 경우 전액 환불을 보장하지만, 방문 접수 기간이 지난 후에는 다음 기준에 의해 취소 수수료를 제한 금액만을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① 1차 취소 신청 기간 : 방문접수 마감 이후부터 1주간
      - 응시료의 60%에 해당하는 금액 환불
② 2차 취소 신청 기간 : 1차 신청기간 이후부터 2주간
      - 응시료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환불
③ 3차 취소 신청 기간 : 2차 신청기간 이후부터 시험 전일 낮 12시까지
      - 응시료의 40%에 해당하는 금액 환불

위와 같은 환불 기준은 텝스에 있어서도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텝스의 경우 인터넷 접수 기간까지 정규 접수 기간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60%의 금액을 환불받을 가능성이 토익에 비해 조금 더 높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험에 응시했다가 취소할 경우 시험 관리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무분별한 접수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토익 혹은 텝스의 스케줄이 시험을 2번 혹은 그 이상 연속으로 보는 사람들의 위험기피적인 성향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2. 토익 및 텝스 시험의 교묘한 일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1) 토익(TOEIC) 시험 일정

아래는 올해 토익 시험 스케줄 표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제 경우 이미 7월 22일로 예정된 시험을 접수 완료한 상태이고, 7월의 시험 점수가 좋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8월 시험에도 응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8월 26일에 시행되는 시험의 접수기간은 6월 25일부터 7월 15일까지입니다. 그런데 이 접수기간이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7월 22일 시행되는 시험에 대한 성적이 발표되는 시점은 8월 11일입니다. 8월 시험의 접수가 끝나고 나서 한참 뒤에야 비로소 성적이 발표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7월 시험에 응시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적에 대해 대강의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미리 8월 시험을 미리 접수해 놓은 후, 목표한 점수를 얻지 못 했을 경우 접수한 내용 그대로 8월 시험에 응시하거나 목표한 점수를 얻었을 경우 접수 취소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때 시험 성적을 알게 된 순간 바로 취소를 한다 해도 이미 방문 접수 기간으로부터 3주의 시간이 지났기 떄문에 응시료의 40%에 해당하는 금액만 환불받게 됩니다. 말 그대로 토익 주관사에서 응시료의 60%를 날로 먹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물론 이 경우에도 이유야 어쨌든 접수를 취소함으로써 시험 관리 과정상 비용을 발생시킨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글쎄요? 이런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토익 시험을 주관하는 단체에서 시험 스케줄을 이 따위로 편성해 놓았기 떄문은 아닐까요?

혹시 시험 접수를 이렇게 일찌감치 마감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영어 능력 평가 시험인 텝스의 경우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텝스(TEPS) 시험 일정

아래 표는 올해 텝스 시험 일정입니다. 텝스의 시험 일정도 토익의 그것과 별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4월, 7월, 12월 시험 일정을 자세히 보면 토익의 경우와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월 1일 시행되는 시험 성적 발표일은 4월 13일이고, 5월에 시행되는 시험의 접수 마감일은 4월 15일입니다. 또한 7월 1일 시행되는 시험 성적 발표일은 7월 13일이고, 8월에 시행되는 시험의 접수 마감일은 7월 15일입니다. 12월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텝스의 경우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4월, 7월, 12월에 시행되는 시험에 있어서는 본인이 성적을 확인한 후에 다음달 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겁니다.

특히 7월, 12월의 경우 방학기간이라 학기 중에는 시험을 보지 못했던 학생들의 시험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경우 저와 같은 이유로 시험을 연속으로 2번을 보게 될 경우 자신의 시험 점수를 확실하게 인지한 상황에서 다음 시험 응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당하게 취소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원하는 시험장소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 미리 접수를 완료한 상황에서 전회차 시험 성적에 만족해 접수를 취소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하더라도 접수기간 내에 해당하므로 취소하더라도 100% 환불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죠.

물론 텝스도 4월, 7월, 12월의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회차에서는 토익과 마찬가지로 시험 점수를 확인하지 못 한 상황에서 다음 회차 시험을 접수해야 하므로 그 크기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경중이 다르기는 하지만, 만약 사법시험이나 행정고등고시 2차 시험 성적이 발표나기도 전에 다음해의 1차시험 접수를 마감해 버리고, 2차 시험 결과가 발표난 이후 당해 시험 합격자들이 미리 접수한 다음해 시험을 취소할 경우 60%의 취소 수수료를 감수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비난이 빗발치게 될 것입니다.

1년에 한 번 시행되는 시험과 1달에 한 번 시행되는 시험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은 인정하겠지만, 앞에서 가정한 상황이나 현재 문제되는 토익 및 텝스의 시험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험생으로 하여금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시험 응시 결정에 대한 소비자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다고 생각되는군요.

게다가 토익의 경우 접수 마감이 텝스에 비해 지나치게 빨라 미처 접수기간임을 몰랐던 사람들로 하여금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접수 기간에 추가 수수료를 내고 비싼 가격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밖에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부당한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3. 시험 접수 일정의 조정 가능성 & 필요성

물론 시험 장소 확보 등의 문제로 시험 스케줄을 일찌감치 확정해야 한다는 변명을 제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토익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온 시험으로 충분한 수요 예측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것이고, 시험장소를 제공하는 학교들과도 한참 전부터 계약이 성립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게다가 항상 추가 접수를 받는 것을 보면 시험 장소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설령 시험 장소 확보가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그 문제는 시험을 주관하는 측에서 부담해야 할 것인 바, 그 부담을 왜 소비자 측에 전가하는 것인지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드네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토익과 텝스 시험 일정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시험 접수 일정을 전회차 시험 성적이 발표되기도 전에 미리 마감시켜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월, 7월, 12월에 시행되는 텝스 시험의 경우 본인의 성적을 확인한 후, 다음 회차 시험에 응시할지 여부를 결정할 기회가 보장되고 있으니까 말이죠.

결국 토익과 텝스 시험 스케줄이 이렇게 계획된 것은 2회 혹은 그 이상 연속적으로 시험에 응시하는 위험 기피적 성향의 수험생들로부터 악착같이 취소 수수료를 착취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텝스의 경우 그나마 1년 중 3회씩이나(!)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긴 하지만 말이죠.

실제로 취업시즌이 임박한 취업 준비생들, 사법시험, 행정고시에 응시하기 위한 기준점수를 확보하지 못한 고시생들의 경우 원하는 점수를 얻을 때까지 계속해서 영어 능력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불합리한 시험 스케줄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수험생들의 손해는 고스란히 시험 스케줄을 교묘하게 계획한 시험 주최측에 돌아가는 것일 테구요.

그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영어 능력 시험 스케줄이 현재와 같이 계획된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설경구씨라면 그 모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는 시험 접수 스케줄로 인해 발생한 문제 해결 방법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3조의 2에서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텝스의 경우 응시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으나 토익의 경우 영어 능력 평가 시장에서 충분히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점하고 있다고 보여지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법 제 3조의 2 제 1항 2호에서는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동법 동조 동항 5호에서는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회차 시험 성적을 확인하기도 전에 다음회차 시험 접수를 마감하는 시험 스케줄 계획은 추가 접수기간을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더 비싼 가격으로 시험 접수에 응하도록 상품의 판매를 조절하는 행위로써 2호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험 접수 여부를 결정하게 함으로써 시험 응시가 필요없게 된 경우에도 일반적인 접수 취소와 동일하게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5호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 첫번째 방법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으로 전회차 시험 성적이 발표된 후의 일정기간까지 다음회차 시험 접수기간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가장 바람직하며,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토익 시험의 경우 시험 일정 윗부분에 '아래 일정은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띄워놓고 있으므로 지금 당장 이와 같이 접수기간을 변경한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2회 혹은 그 이상 연속적으로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에 한하여 전회차 시험에서 목표했던 점수를 획득하여 다음 시험 응시가 불필요해 시험 접수를 취소할 경우 취소 수수료 부과 없이 응시료 전액을 환불해 주는 것입니다. 시험 접수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므로 2회 이상 시험에 응시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한 일일 것입니다. 다만 앞의 해결책과 비교하여 시험 접수기간에 변화가 없어 미리 시험 접수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 추가 접수기간에 추가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까지 구제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방법이라 할 것입니다.



5. 맺으며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니 요즘 대기업들이 입사 지원자들의 토익 점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각자 개발한 영어 능력 테스트를 통해 지원자를 선발하려는 곳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에 다급해진 한국토익위원회는 크게 줄어든 토익에 대한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평소 안하던 대(對)기업 홍보활동까지 나섰다고 하네요.

그럴 시간에 실질적으로 시험을 치루는 수험생들의 편의를 보장하는데 더 신경쓰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만, 토익위원회는 수험생들의 편의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가 봅니다. 수험생들을 상대로 이렇게 치사한 행위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이런 주장이 그들에게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혹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면 조금 효과가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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