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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Issue

이명박씨의 장애 태아 낙태 발언,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by 맨큐 2007.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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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며칠째 이명박씨의 장애 태아 낙태와 관련된 인터뷰 기사 때문에 인터넷이 들썩이고 있다. 태아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불가피하게 낙태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요지의 발언 때문이다. 다음은 신문 기사에 실린 이명박씨의 해당 인터뷰 내용이다.

Q :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태도 반대 입장이에요.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발언으로 인해 이명박씨는 일부(어쩌면 대다수) 블로거들로부터 21c 한국에 히틀러가 재림했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받아가며 장애인의 인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냥 생각하는대로 말을 내뱉는 가벼운 사람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명박씨에 대한 비판을 살펴보면 크게 2가지 경우로 나뉘는 것 같다. 첫번째 비판은 '장애인은 살 가치조차 없다는 것인가?'라는 것이고, 두번째 비판은 '유력 대선주자라는 공인의 입장에서 낙태 허용 발언은 신중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씨의 발언이 정말 그렇게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이었을까?



1. 장애인은 살 가치조차 없는 것인가? : 첫번째 비판에 대하여

이명박씨의 발언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아주 원론적인 수준에서 원칙적으로는 낙태에 반대하지만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처럼 보인다. 즉, 낙태가 불가피한 경우의 한 예로 '장애 태아'를 제시한 것에 불과한 것이데,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 발언을 가지고 '장애인의 생명권을 경시한 것이다' 혹은 '장애인에 대한 심각한 편견을 드러낸 발언이다'라고 확대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장애 태아에 대해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라는 발언이 '장애 태아는 낙태해야만 한다', 더 나아가서는 '장애인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방식의 비판은 명백한 의도 확대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장애인도 세상을 살아갈 가치가 있다. 다만 장애 태아를 출산할 경우 태아 혹은 산모의 생명에 위협이 초래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산모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중증 장애아를 양육하고 치료할만큼의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두번째 사유는 이명박씨가 제시한 낙태 사유에 포함되지는 않는 것 같다.)등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명박씨도 이번 논란으로 인해 상처입었을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이러한 의도로 발언한 것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명박씨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발언의 진의를 살피지 않은 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2. 공인은 낙태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 안 되는 것인가? : 두번째 비판에 대하여

미국의 경우 대선 후보의 '낙태'에 대한 개인적 입장이 대선 때마다 논란의 중심이 되는 주제 중의 하나이다. 이명박씨의 이번 발언은 낙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유권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대선 예비 후보자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였으므로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선 입후보자의 '낙태'에 대한 태도가 이슈화되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유력 대선주자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실수'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명박씨가 공인이기 때문에 이런 류의 발언을 하면 안 된다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낙태에 대해 반대하기 때문에 낙태를 공론화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낙태는 허용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현행법에서는 이명박씨의 발언과 같은 취지에서 불가피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해 동안 이루어지는 낙태가 공식적으로는 150만 건, 비공식적으로는 200만 건이 넘는 현실은 이미 법의 통제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며,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명박씨 발언에 대한 핵심적인 논란은 바로 이 부분에서 제기되어야 마땅하다.



3. 생명의 가치는 언제나 모든 가치에 최우선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척이나 쉬워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 생명보험, 피해보상 등을 통해 인간의 생명에 대한 가치가 경제적인 기준으로 계산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우리가 당연히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이 이상과 다르다고 해서 이상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우리나라 헌법 제 10조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인간의 존엄성은 언제나 보장받아야 하며, 모든 가치에 최우선한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인간'의 범위이다. 즉, 이번 이명박 낙태 발언으로 인해 제기된 낙태 논쟁과 관련하여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도 동일하게 인간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태아도 엄연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마땅히 인간으로서 대우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에 대하여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기간 제한' 방식으로 임신 3개월 내의 기간에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가 있다.),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사유 제한' 방식으로 강간, 근친상간 등의 사유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들은 태아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지만 인간 생명을 경시하기 때문에 이런 법률을 제정한 것인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들 서구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훨씬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보장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다고 보아야 타당하다. 그런데도 낙태를 허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4.낙태 허용 여부에 대한 검토

낙태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낙태를 금지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부모가 직접 양육할 상황이 아니라면 국가 혹은 지역사회에서 양육을 책임지는 형태가 될 것이다.

부모가 자식의 양육을 책임질 수 없는 경우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이명박씨가 얘기한 것처럼 장애 태아의 경우이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장애 태아로 판명될 경우 평생을 중증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 경우 병원 입원비, 치료비 등 부모가 평생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은 물론이고 이로 인한 부모와 본인의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자신의 자식이기에 끝까지 살려보고자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야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 태아를 낳아서 기르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모들의 경우 자식에게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일념으로 자신을 희생하여 출산을 감행한 것이기에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즉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한 사람들에게조차 자식을 죽인 살인마라는 비난이 가해져야 하는 것일까?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이었던 배형진 군의 어머니 소원은 배형진 군보다 하루라도 더 많이 사는 것이라고 한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게 될 때면 자신이 죽고 난 후의 자식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자식을 두고 먼저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였다. 실제로 자신이 죽고 난 이후 혼자 남겨지게 될 장애아의 삶을 걱정해서 낙태를 결심하는 케이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이들이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에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이다. 강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에도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금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강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 낙태가 금지되어야 하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독일 등의 법률에서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 간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물일 것이다. 태아가 임산부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태아에 대한 생명권 박탈 여부를 온전히 임산부에게 맡길 수는 없겠지만, 태아가 성숙하기 이전에 산모의 건강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기간 내라면 임신한 여성의 사생활의 자유 역시 보장받아야 마땅한 바, 엄격한 기준 하에 낙태를 허용함으로써 임산부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옳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만약 이런 경우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장애아를 둔 가정은 아이 치료를 위해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짊어져야 할 것이고, 강간에 의해 임신을 하여 출산한 경우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피해자의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아직 미성년자인 이유로 아이를 키울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음에도 임신을 하게 되었을 경우, 혹은 가족계획, 자아실현 등의 이유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었을 경우 낙태를 금지하게 된다면 이로 인해 개인이 겪어야 하는 자유권에 대한 침해 역시 상당하다 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에 아이를 낳아 양육에 신경쓰느라 자신이 선택할 수 있었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는 어느 미혼모의 후회가 일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경우에 대하여 국가 혹은 지역사회에서 양육에 대하여 책임질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낙태에 대한 개인적인 선택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경제학에는 '예산 제약 하의 효용 극대화'라는 개념이 있다. 현실적으로 예산이 제약되어 있는 상황에서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포기가 뒤따르게 마련인 것이다.



5. 맺으며

장애 태아에 대한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는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겠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라는 발언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만을 보고 '~ 낙태를 해야 한다'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 하다.

하지만 이명박씨의 발언이 이렇게 왜곡 해석될 정도의 것이 아니었을 뿐더러,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대통령 및 정치인들이 할 일은 개인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고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사회와 국가가 장애인 혹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복지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지, 개인들의 선택에 맡겨야 할 낙태를(물론 지금의 사문화된 법을 개정하여 현실에 적합한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장애인 혹은 고아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 대한 의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사안을 한꺼번에 묶어 동일시하는 태도는 합리적이지 못 하다. 비록 이명박이라는 정치인 개인은 싫다고 하더라도 정책에 대한 입장은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게다가 흑백논리에 사로잡혀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생명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고, 낙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생명 가치를 경시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이야말로 히틀러식 집단주의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수도 서울을 하느님께 봉헌해버린 이명박씨에 대해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언 확대해석을 통한 비난은 분명 잘못된 태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와 관련되기만 하면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태도는 이제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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