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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ield of Action/님은 먼곳에

신작 <님은 먼곳에>로 돌아올 이준익 감독, 그에게 궁금한 모든 것들.

by 맨큐 2008.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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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나마 한국사를 열심히 공부했던 인연으로 삼국시대 신라 김유신과 백제 계백의 대결 구도를 독특한 시각에 바탕한 역사적 재해석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낸 영화 <황산벌>을 무척 재밌게 감상했더랬습니다. 사실 영화 <황산벌>을 봤을 당시에는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이준익 감독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상태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93년의 <키드캅>을 제외한다면 이준익 감독의 첫 연출작이 바로 이 <황산벌>이라는 영화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 개인적으로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서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작품을 보다 보면 급우울해져서 무조건 기피하는 감독들이 몇 분 계시긴 하지만요. ^^;




이준익 감독이 직접 연출한 작품 라인이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으로 이어지는데 지금까지 가장 재미있게 봤던 작품은 <황산벌>이었습니다. 1,200만 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한 <왕의 남자>에 대한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왕의 남자>의 경우 너무 관객을 의식하는 듯한 세련된 모습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대다수 분들이 <왕의 남자>에 대해 칭찬을 하니, 나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좀 더 독특한 작품을 좋아해야겠다는 관객으로서의 오기(?)가 발동한 것일 수도 있구요.

아무튼 <황산벌>에 대한 비평가들 및 관객들의 평가가 극과 극을 오가고 있지만, 이준익 감독이 연출자로서 화려하게 컴백할 수 있었던 <황산벌>이야말로 이준익 감독의 대표작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가벼운 코미디 사극 영화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적절한 비유와 통쾌한 대사들을 통해 교과서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삼국시대의 역사에 대해 알려주고, 또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었던 영화였으니까요. 과연 이준익 감독 스스로는 자신의 연출한 작품들 중 자신의 대표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

이러한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금도 여전히 <천만 관객> 영화감독이라는 칭호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가라는 점입니다. 얼마 전 저조한 흥행 성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한국영화를 구원해 줄 것 같은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묘사한 기사가 나온 적이 있는데, 만약 제가 이런 기대를 받는다면 너무나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말이죠. ^^; 이러한 질문과 관련해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에서 이준익 감독은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런 질문을 작년부터 자주 받아.(웃음) 이준익이라는 사람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냐는 거지. 전혀 의식을 안 한다면 그것도 거짓말일 수 있겠지. 하지만 과연 내가 의식하는가 되짚어보니, 그걸 의식해서 뭔가 행동하는 모습을 내게서 찾기가 힘들어. ‘왕의 남자’가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세운 이후에 찍는 영화가 ‘라디오 스타’라면, 한 장면 한 장면 치열하게 이를 악물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서 찍어야 그게 의식하는 행동이잖아. 그런데 실상은 의식을 심하게 안 할 정도로 설렁설렁 찍었으니.(웃음) 아무래도 이런 행동이나 심리는 내 본성에서 나온 것 같아. 남들이 기대할수록 더 엇나가는 반골 기질이랄까. 반대로 기대를 안 하면 뭔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불끈 솟는데, 그런 역에너지가 내 인생의 본질인 것 같아.(웃음)”

이 인터뷰가 진행된 것이 작년 8월이었는데, 새로운 작품인 <님은 먼곳에>의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이준익 감독이 직접 "한 씬 한 씬을 정성들여 찍는 것보다 영화 전체의 흐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뉘앙스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한 씬을 촬영할 때가 아니라 영화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그 순간에도 적용되는 것인지도 궁금하구요. 만약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의 본성 때문에 관객들의 기대치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면 알게 모르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


한편 예전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스갯소리인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정주 시인에게 중고등학생들이 푸는 국어 문제집에 등장하는 자신의 시에 대한 문제를 보여주고 풀어보게 했더니 50점인가 하는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는 이야기 말이죠. 자신이 지은 시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 서정주 시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술작품(문학이든 영화든 관계없이)에 대한 창작자와 그것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판이하게 다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을 비판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시와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한 평가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다양한 관점에서의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할 테구요. 과연 이준익 감독은 네티즌들 혹은 전문 영화 평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비평 및 평가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특히나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는 영화평을 접하게 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시는지,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이죠. 그리고 자신이 영화를 찍으면서 의도했던 바를 정확히 지적했다거나, 너무 신랄해서 가슴아팠다거나 해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비평이 있는지도 궁금하고 말이죠.




이하 마찬가지로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이상해. 나한테 오기가 좀 있는 것 같아.(웃음) ‘왕의 남자’를 하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황산벌’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야. 아쉬움을 개선하려는 욕구 때문에 같은 사극인 ‘왕의 남자’를 선택해 더 밀도 높게 채우려 한 거지. 그 영화가 흥행에서 그토록 크게 성공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다시 사극에 도전했을 거야. 순전히 오기로 말이야. 그런데 예상과 달리 너무 큰 성공을 거뒀으니 오기가 생겨날 리가 없잖아.(웃음) 그래서 전혀 새로운 분야인 ‘라디오 스타’를 한 거야. 그런데 그 영화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았지만, 내심 불만이 있었어. 그건 극장 개봉에서 관객들이 흥행을 통해 열광적으로 호응하진 않았다는 점이야.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내게 남아 있었나 봐. 그래서 오기가 또 생긴 거야. 음악밴드와 한물간 인생의 모티브를 가지고 ‘즐거운 인생’에서 다시 밀어붙여보자는 생각이었던 거지. ‘즐거운 인생’을 완성했는데도 여전히 아쉬워. 그래서 차기작 ‘님은 먼 곳에’의 제작에 바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게 또 락밴드 얘기네.(웃음)”

이제 <님은 먼곳에>라는 새로운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시간이 50일 정도 남은 시점입니다. 음악 3부작의 완성작이라고 하는 <님은 먼곳에> 역시 오기가 발동해 연출한 작품인 것이겠죠. 영화 흥행은 물론 긍정적인 평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이준익 감독, 당신은 욕심쟁이? ^^; 그런데 아주 만약에 이번 <님은 먼곳에>가 흥행 혹은 긍정적인 평가 둘 중 하나라도 놓치게 된다면 음악 3부작이 음악 4부작으로 변경될 수도 있는 것인가요? 바꿀 수도 있을 것 같고, 바꾸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ㅎㅎ




촬영장에서의 스틸 컷, 위 특별 인터뷰 영상, 그리고 여타 인터뷰 등을 살펴보면 이준익 감독님은 현장에서 스태프 및 배우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감독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작업시 인간적인 유대감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만약 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특정 장면의 해석에 대한 의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궁금합니다. 보통 일반인들의 인식으로는 영화감독이라고 하면 엄격하고 근엄한 이미지 때문에 강압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지 않을까 싶거든요. ^^;

작가와 감독 등 여러 사람들이 신중하게 수정하고 최종 결정한 시나리오를 배우의 의견에 따라 변경한 적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인 정진영씨의 의견이라면 충분히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 인간적인 유대감을 강조하는 이준익 감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배우들의 의견도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촬영 현장에서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보면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과연 현장에서의 이준익 감독의 모습은 어떨지...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은 <님은 먼곳에>의 명예 블로거기자로서 가질만한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이준익 감독님도 공식적인 인터뷰 혹은 기자회견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적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직접 소통하듯 말이죠. 특히 개봉되는 영화와 관련해서 이슈가 될만한 사건이 발생할 때면 더더욱 그런 욕망에 사로잡히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황산벌> 개봉 후 보성, 벌교 주민들의 명예훼손 고소 사건이라든가, <왕의 남자>의 대사 표절 시비라든가 하는 사건, 사고들 말이죠. 물론 이건 관객들이 더 궁금해하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요. ^^;

분명 미디어를 통해 한 차례 걸러진 이야기들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 그대로를 여러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구가 있으실 것입니다. 아닌가요? ^^; 만약 이준익 감독님께서 그럴 의향이 있으시다면 블로그를 운영해 볼 생각은 없으신지요? 물론 워낙 바쁘셔서 꾸준히 관리하기는 어렵겠지만, 마케팅으로 영화 일을 시작하셨기에 블로그라는 미디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 질문으로 선정해 봤습니다. 음, 그런데 다 써 놓고 보니 너무 우문(愚問)들이 아닌가 싶네요. 이준익 감독님의 현답(賢答)을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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