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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omics

내 인생의 최고의 만화, 아다치 미츠루의 H2

by 맨큐 2007.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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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는 제가 지금까지 봤던 만화책들 중에서 가장 완결을 아쉬워했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재미있게 봤던 작품은 드래곤볼이긴 하지만요.
제 평생 완결되지 않고 작품이 계속되길 바랬었던 건 H2였습니다.

물론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음과 전혀 상관없이 34권을 끝으로 완결이 되어버렸죠.
하지만 아다치 미츠루라는 작가의 작품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H2가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어질 거라고 완벽하게 예상치는 못했더라도
충분히 수긍이 갈만한 결말이라 받아들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바로 아래의 장면에서 이미 그와 같은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히로와 히데오.
히까리와 하루까.

사실 제가 생각했던 결말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히로와 히까리가 연결되는 것이었습니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아쉽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마음 약한 작가의 입장에서는 히로라는 괴물에게 갑자원 우승과 첫사랑 히까리를
동시에 안겨주는 건 지나친 '복'이라는 판단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다치 미츠루라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
정말 왠지모를 매력이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재미가 있습니다.
만화를 보다보면 정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요.
과감한 생략과 적절한 비유를 통해서도
명랑만화가 성립될 수 있는 거구나라는 엄청난 발견을 할 수도 있구요.







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히로와 히데오, 그리고 히까리.
이 세 명의 주인공들이 이끌어가는 고등학생 시절은 참으로 멋있게 느껴집니다.
이미 24살이라는 나이를 먹어버린 저까지도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이런 삶을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물론 고교 시절로 돌아가 야구를 해 보겠다는 건 아닙니다만..^^;

축구경기 해설을 듣다 보면 가끔 이런 말이 나올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훌륭한 심판은 있는듯 없는듯 하게 경기를 조율해 가는 거라구요.
만약 만화에도 그러한 법칙이 성립한다면 아다치 미츠루는 훌륭한 작가가 아닐 테지요.
작품 여기저기에 작가의 모습이 눈에 띄거든요.
자신의 작품 광고에도, 스토리 전개에도, 등장인물들의 갈등 해소 장면에서도
어김없이 감초처럼 등장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작가의 개입이 결코 H2라는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오히려 그런 작가의 애교섞인 개입으로 인해 만화가 더욱 감칠맛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만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테지만
아다치 미츠루라는 작가의 작품에서만큼은 그런 장면이 가끔 등장함으로써
오히려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이 저 뿐이라면 아다치의 작품이 그렇게 열렬한 호응을 받을리 없겠죠?^^

H2라는 작품은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소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러프나 터치 같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거기에서 소재가 되는 복싱과 야구는
정말 단순히 소재에 지나지 않았었는데
H2에서는 오히려 야구라는 소재가 이야기의 주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간의 사랑, 우정 같은 문제들을
충분히 가볍지 않게 다룰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히로 : 좋아졌어, 선배들..

하루까 : 그치? 열심히들 했어. 지난 일년간.

히로 : 야구가 익숙하지 않았던 만큼 이상한 버릇도 없었고, 어쨌든 순수해.
후배인 우리들에게 잔소리를 들어서 화도 났을 텐데...

하루까 : 원래 야구를 좋아해 모였던 사람들이니까

히로 : 우리가 잘못한건 아닐까..

하루까 : 응?

히로 : 애호회는 애호회대로 재미있었을텐데...앞으로 더욱 더 힘들어질테고..

하루까 : 친구인 채였다면 즐거웠을 텐데.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괴로움이나 상처받는 일이 많아지지.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연애를 하나봐.




어떤 분께서 H2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라고 올려놨길래 옮겨 봅니다.
물론 저 역시도 마음에 드는 대사들이었구요.
짧은 대화 속에 인생에 대해 뭔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듯한 느낌.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을 많이 보아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말 미츠루라는 작가는
주인공들이 처해있는 상황이나 심리 등을 가벼운 묘사나 대사를 통해
상징적으로 처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대화에서도 잠깐이나마 미츠루의 능력이 엿보이는 것 같구요.







야구와 사랑, 우정..
이 세 가지의 소재를 적절히 버무릴 수 있는 아다치 미츠루라는 작가의 능력에 힘입어
H2라는 최고의 만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찬사 위주로만 감상평이 흘러가는 것 같은데
정말 최고의 찬사가 주어져도 아깝지 않을 그런 작품이라고 확신합니다.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에게 꼭 한번쯤 권하고 싶을만한 작품이죠.
물론 이런 허접한 평을 보고 어느 누가 작품을 보고 싶어할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H2라는 작품은 제 허접한 감상평과 전혀 차원이 다르니 한번 믿어보시길!

최초이자 마지막 승부가 곧 벌어지게 될 것임을 믿고 있는 히까리.
"...고 히데오는 믿고 있어요."라는 말로 넘겨버리지만 사실 히까리의 믿음인 거죠.
너무나 잘 알고 친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한 사람만을 연인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히까리의 믿음에 부응해주는 두 친구들.
아무런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대결이 될 순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고교생들의 대결다운 모습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최초이자 마지막 진검 승부에서 히로는
일생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히데오에게 야구 인생 최고의 공을 던집니다.
히까리가 이번 승부의 결과에 따라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말이죠.

아니, 어쩌면 이미 히까리의 선택을 알고 있었기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매우 안타까운 장면이기는 합니다만, 작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그 어느 캐릭터도 버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테니까요.
히로도, 히데오도, 히까리도, 그리고 하루까도..

헛된 생각이겠지만 H2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히로와 히데오 모두 프로야구 선수가 되어서 다시 한 번 대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요.
물론 그들이 히까리, 하루까와 엮어가는 사랑 얘기도 곁들여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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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때 적어둔 H2에 대한 감상평.
도대체 몇 년 전 얘기인 걸까요? ;;;
다시 쓰자니 귀찮기도 했고, 다시 쓴다고 해도 이 정도의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 그냥 그대로 복사해 왔습니다.
약간(?)의 수정 작업을 거치기는 했지만 말이죠.
 
당시 34권의 만화책을 모두 본 직후에 쓴 글이라 꽤나 감상적인 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예전에 쓴 글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왜 이런 유치한 글을 썼을까 하는 부끄러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마치 벌거벗은 채 사람들 시선에 노출된 듯한 느낌. 물론 지금 써갈기고 있는 글들도 유치하긴 마찬가지지만요.
 
아무튼 결론은 지금까지 본 만화 중 H2가 최고라는 것!
아직 못 본 분들께 꼭 한 번 보시라고 강추하고픈 만화입니다.
 
ps. 여기서 잠깐 퀴즈! 델리스파이스의 '고백'과 H2의 관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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